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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태블릿-112화 (112/137)

00112 5권 =========================

김민수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손이 절로 떨려왔다. 옆에서 지켜보던 고압천 관장이 그런 김민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왜 그러느냐?”

“아, 아닙니다.”

“저 녀석은 강하다.”

“예.”

“죽을 수도 있다.”

그 말에 김민수가 떨리는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무심한 표정의 고압천 관장이 있었다.

“두려우면 기권해도 좋다.”

그 말에 김민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래, 두렵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아직 지켜지지 않은, 그리고 끝나지 않은 나만의 약속.’

김민수는 하늘에서 지켜볼 김아영을 떠올렸다.

‘최고가 되마.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최고가.’

어느새 떨림이 멎었다.

“관장님.”

“그래.”

“전...”

김민수가 말을 흐렸다.

“전 이길 겁니다.”

그제야 고압천 관장은 웃음을 지었다.

“클클, 그래. 하나만 말하마.”

“예.”

“주저하지 마라.”

“예?”

“주저하면...”

김민수는 고압천 관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죽는다.”

땡.

“파이트!”

3라운드가 시작 되었다.

‘마지막 라운드다.’

김민수는 의지를 다지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윤민수를 살폈다. 가드를 올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윤민수에게선 위압감이 느껴졌다.

“후우.”

김민수는 굳어 있는 몸을 풀기 위해 호흡을 뱉으며 천천히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윤민수를 견제하기 위해 잽을 날렸다.

‘원, 투.’

잽이 윤민수의 가드 위를 때렸다. 곧바로 스트레이트를 뻗은 후 로우킥을 날렸다.

펑.

윤민수의 다리가 조금 움찔거렸다. 지금까지의 로우킥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김민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한 번 더 로우킥을 뻗었다.

펑.

“으음.”

통증이 느껴지는지 윤민수가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살벌했다.

김민수는 최대한 거리를 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기세에 눌려 코너로 몰리고 말았다.

‘이런...!’

등에서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빠져나갈 곳은 없다.’

김민수는 이를 꽉 깨물고는 다가오는 윤민수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천천히 걸어오던 윤민수가 잽을 한 번 날렸다. 김민수는 방어를 위해 가드를 올렸다. 그리고 그때, 윤민수가 몸을 날렸다.

팟.

김민수는 코너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몸을 숙이며 옆으로 이동했지만 어느새 도착한 윤민수가 김민수를 코너로 몰아넣기 위해 팔을 뻗었다.

‘보인다.’

그때, 윤민수의 가슴이 보였다.

‘저기를 치면...’

김민수가 자세를 잡았다.

‘죽일 수 있다...!’

그의 스트레이트가 뻗어져간다.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상대방을 죽일 지도 모른다. 죽인다? 내가?’

뻗어지는 주먹, 하지만 혼란스러운 머리. 김민수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어느새 어깨를 잡힌 김민수가 밀린 힘으로 인해 코너로 들어섰다.

코너에 갇혀버린 김민수를 기회를 놓쳤다. 가드만을 올린 채 공격에 대비할 뿐이었다.

펑, 펑.

윤민수의 강렬한 주먹이 김민수의 가드를 뚫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졌다.

“크윽.”

김민수는 전해지는 묵직한 느낌을 참으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젠장.’

가드를 때리던 주먹의 궤도가 변했다. 윤민수는 어느새 김민수의 옆구리를 노리고 있었다.

“크윽.”

단련하기가 힘든 옆구리는 약간의 충격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통증으로 인해 김민수의 상체가 움찔거리며 아래로 숙여졌다. 그때 니킥이 올라왔다.

퍽.

니킥은 김민수의 가드를 뚫고 얼굴을 때렸다. 분명 뚫리지 않을 자세였지만 윤민수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 상태였다.

“커헉.”

김민수의 상체가 휘청거렸다. 하나 윤민수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자세를 잡지 못하고 있는 김민수를 향해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타격을 입은 김민수가 옆으로 쓰러졌지만 로프의 반동으로 인해 다시금 일으켜졌다. 그때 윤민수가 왼 주먹을 휘둘렀다.

퍽.

이미 김민수의 다리는 풀린 상태였다. 하지만 로프에 걸린 팔로 인해 쓰러지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윤민수가 어퍼컷을 날렸다.

“커, 커어억...”

김민수의 몸이 살짝 허공에 떠올랐다. 그때, 윤민수가 자세를 잡더니 미들킥을 날렸다.

이미 힘이 빠진 김민수는 부실한 건물처럼 허물어졌다. 그때, 미들킥이라 여겨지던 윤민수의 킥이 김민수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퍽!

김민수의 몸이 옆으로 나가떨어지며 축 늘어졌다.

“스, 스톱!”

심판이 뒤늦게 다가와 말렸지만 이미 쓰러진 김민수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닥터! 닥터!”

심판의 부름에 링으로 올라온 의사가 김민수를 살폈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서 병원으로!”

일단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동되는 상태에서 김민수의 숨이 갈수록 급해지고 있었다.

“하아, 하아.”

김민수는 흐릿한 정신을 애써 부여잡으며 눈을 뜨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기운마저 부족했다.

‘이건... 뭐지?’

눈앞으로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김민수는 그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아영을 보았다.

‘아영아...!’

행복했던 기억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눈앞으로 낯익은 빛의 구체가 나타났다. 밝았던 빛은 조금씩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 형상이 입을 열었다.

‘미...’

한 글자, 한 글자, 김민수는 무슨 말인지 읽기 위해 애썼다.

‘안... 해...?’

김민수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아아, 이거였던가. 미안하다는 그 말,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나?’

꿈에 나타났던 김아영이 생각났다. 김아영이 말했던 것들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내가... 너에게로 가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자 모든 추억들이 사라지고, 김민수의 몸은 차가워졌다.

동산 고아원에서 지내고 있던 아이들이 아침을 울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자자, 모두들 일어나!”

시끄러운 사내의 목소리였다.

“으음.”

잠이 왔지만 게으름 피우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일어났으면 나와!”

사내의 말에 아이들이 밖으로 나섰다. 모두들 당연한 것처럼 화장실로 향해 세수를 하고 손을 씻었다. 그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자자, 빨리 빨리 먹어!”

아이들은 음식 같지도 않은 풀죽을 입으로 넣으며 고픈 배를 채웠다.

“자, 5분 안으로 다 먹어!”

식사 시간은 겨우 5분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허겁지겁 음식을 들이켰다.

“식사시간 종료!”

그 소리와 함께 한 아이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눌렀다.

“했어?”

“응.”

“가자.”

몇 명의 아이들이 한데 모여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사내가 다가오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을 유지했다.

“자, 다들 일어서라.”

아이들은 사내의 말에 따라 수저와 젓가락을 놓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따라와!”

아이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또... 가는 거지?”

“응.”

수십 명의 아이들이 작은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미로 같은 길을 지나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곳에 도착했다.

“내려라.”

사내의 말에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사내는 아이들을 따라오게 시킨 후 자물쇠에 잠겨 있는 건물 앞으로 향했다. 건물의 문을 연 사내는 뒤를 돌았다.

“들어가.”

아이들은 항상 해왔던 일인 듯 익숙한 표정이었다. 하나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거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때였다.

“왜...”

“뭐?”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죠?”

아이의 말에 사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일하고 있어, 넌 나와라.”

“싫어, 싫어!”

“이 새키가!”

사내는 아이를 발로 찼다.

“크윽.”

아이는 신음을 흘리며 구석에 처박혔다.

“따라 나와!”

사내는 아이의 머리채를 붙잡고서 질질 끌고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 소년이 주머니에서 작은 카메라를 꺼내더니 눈앞의 장면을 찍기 시작했다. 어떠한 빛도, 그리고 소리도 나지 않았기에 사내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밖에 도착한 사내는 항상 있었던 일처럼 능숙하게 아이를 때리고 밟았다.

“으윽!”

“까라면 까는 거지 말이 많아, 어?”

“그, 그만...!”

“죽고 싶어?”

“크윽.”

사내는 한참이나 아이를 괴롭혔다. 이런 행동이 즐거운지 사내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크큭, 한 번만 더 지랄 떨면 죽을 줄 알아라, 알겠냐?”

사내가 한 마디 던지며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이는 고통스러운지 몸을 꿈틀거렸고 한참이나 그곳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사내가 들어오는 모습에 그 장면을 모두 찍고 있던 아이가 사진기를 주머니로 넣었다.

“자자, 일들 해, 일들!”

한 편.

최강현은 시간이 됐다고 여기고 동산 고아원을 다시 찾았다. 가는 길에 오늘 경기를 치를 김민수가 생각났다.

‘후, 경기는 잘 했겠지?’

대회를 보러가야 하는 날이지만 해야 할 일이 있어 가지 못했다.

‘잘했겠지.’

하지만 김민수의 실력이라면 분명 우승했을 거라 여긴 채,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차를 몰고 동산 고아원에 도착한 최강현은 전과 마찬가지로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잠시 후, 전에 보았던 머리까진 중년인이 나타났다.

“엇, 또 오셨군요.”

“예.”

“무슨 일로...?”

“아, 전에 보았던 꼬마 녀석이 마음에 들어서 말이죠. 고아원에 기부를 한 번 더 할까 합니다.”

최강현의 말에 중년인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 어이구. 들어오시죠.”

“예.”

“저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그러죠.”

중년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딘가로 다급히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원장이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이군요.”

“예.”

탐욕이 가득한 시선을 가진 고아원의 원장이었다.

“전에 10억을 기부하시고는 또 기부를 하신다고요?”

“하하, 예. 여기가 마음에 들어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그럼 자리는 어디로...?”

최강현은 고민하는 척 하다가 대답했다.

“아, 전에 아이들이 많았던 그곳으로 가죠.”

“아, 거기 말입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곳으로 가죠.”

최강현은 원장의 말에 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 이쪽으로.”

“예.”

최강현은 고아원에서 빠져 나가 그들의 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살짝 뒤를 돌아봤다.

‘잘 따라 오고 있겠지. 뭐, 나 혼자여도 상관은 없지만.’

최강현은 홀로 생각하며 가는 길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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