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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태블릿-93화 (9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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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눈을 뜬 최강현의 시야로 앉아서 잠들어 있는 가족들이 보였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최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혁과 최지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행동에 최지은이 잠에서 깨어났다.

“앗, 오빠. 일어났어?”

눈을 비비며 묻는 최지은의 모습이 귀여워서 최강현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근데 너 검사 받았지?”

“응. 연기를 많이 마셔서 주사 맞고 했어. 조금 쉬면 괜찮을 거래.”

“다행이다. 어머니도?”

“응. 같이 주사 맞았어. 오빠는 괜찮아?”

“괜찮아.”

“정말?”

“그럼. 이 오빠가 누군데.”

최지은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오빠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 언젠가를 정확히 꼬집어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시기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변했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오빠, 많이 변한 거 알아?”

“내가?”

“응. 많이 변했어. 정말 많이.”

“난 잘 모르겠는데.”

“핏, 당연하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잘 아는 거야, 그런 거는.”

“하하, 그런가?”

최강현은 최지은과 대화를 주고 받다가 이내 최혁을 깨우기 시작했다.

“혁아.”

“으음.”

“혁아, 일어나 봐.”

최강현이 흔들어 깨우자 최혁이 피곤한 눈을 뜨고 일어나 있는 최강현을 바라봤다.

“형!”

그 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최인과 이필숙 여사도 덩달아 잠에서 깼다.

“강현아!”

“어머니, 아버지. 전 괜찮아요.”

“아이구, 내 새끼.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어머니, 이제 가요.”

“가도 되겠니? 조금 더 쉬지 않고.”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최강현의 말에 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꾸나. 자, 모두 일어서자.”

“응!”

유일하게 대답한 최지은을 바라보며 가족들이 웃었다.

“그렇게 집에 가고 싶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자 어제 있었던 나쁜 기억들이 모두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가족들과 함께라면...!’

최강현의 마음도 더욱 굳건해졌다.

며칠이 흘렀다.

그 사이에 최강현은 U패드를 확인하며 다시 한 번 사건들을 확인했다.

‘아무리 살펴도 앞산에 불이 난다는 내용은 여기에 없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 일어났다. 최강현은 가슴이 답답했다.

“후우.”

최강현은 답답한 마음도 풀겸 스승님을 만나기 위해 팔공산을 찾았다.

‘스승님만 뵙고 서울로 가봐야겠다.’

그렇게 차를 몰고 팔공산에 도착한 최강현은 주차를 파고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 길에서 최강현은 꼬마 아이 둘을 만났다.

“야, 이 바보야! 그렇게 빨리 가면 넘어지잖아!”

어린 소녀 한 명이 소년에게 외치고 있었다.

“쳇, 네가 뭘 알아!”

하지만 소녀의 말대로 소년은 얼마 가지 않아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지켜보고 있던 소녀로 인해 아픈 티도 내지 못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야! 너 다리 절뚝거려!”

“뭐, 뭔 상관인데!”

두 아이를 보던 최강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소년에게 다가갔다.

“꼬마야, 아프니?”

“네? 아, 아니요. 괜찮아요.”

“그래? 그럼 조금만 참으렴.”

피가 나거나 하진 않았지만 조금 긁힌 자국이 있었다. 최강현은 소년의 다친 부위를 짚었다. 그리고 기를 불어 넣었다. 상처는 천천히 아물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지?”

“아, 네. 고, 고맙습니다.”

“그래, 이런 곳에선 뛰면 안돼. 알았지?”

“네.”

최강현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팔공산에 도착한 최강현은 예를 올리기 위해 법당으로 들어섰다.

들어가면서 반배를 한 최강현은 자리를 잡고 큰 절을 세 번 올렸다. 절이 끝나고 다시 반배를 한 후 법당에서 물러섰다.

“엇, 스승님!”

법당에서 나오자 걸어오고 있는 노스님이 보였다.

“오호, 강현이구나.”

“예. 스승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허허, 그래. 너도 잘 지냈느냐?”

“예.”

“허어, 잘 지냈다는 녀석의 눈빛이 썩 좋지만은 않구나.”

“예?”

“허허, 아니다. 일단 쉬고 있거라. 내 조금 있다가 찾아가마.”

“예.”

최강현은 법당으로 들어서는 노스님을 뒤로한 채 예전에 머물던 방으로 갔다. 그 앞에 마루가 있는데 최강현은 걸음을 멈춰 관암사로 오르는 사람들과 내려가는 이들을 구경했다.

‘아까 그 꼬마 녀석이네?’

최강현은 소녀와 소년이 놀고 있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소녀는 주로 소년을 타박하고 있었고 소년은 소녀의 말에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 가면 안 된다니까!”

소녀가 말렸지만 소년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 소년이 누군가와 부딪혔다.

툭.

“아야.”

소년이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확인했다. 소년의 눈에 두려움이 생겼다.

“으, 으아앙!”

소년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 키가 큰 검은 양복 차림의 청년이 중얼거렸다.

“귀찮게 하는군.”

그리고는 발로 소년을 툭 밀었다. 그 모습에 최강현이 이마를 찌푸렸다.

“뭐 하는 겁니까?”

“호오. 그렇게 묻지 않아도 널 찾고 있었지.”

최강현이 의문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렇게 궁금한 시선을 던질 필욘 없어.”

“누구지?”

“궁금해? 그럼 따라와라.”

“싫다면.”

“큭, 꼭 이렇게 귀찮게 하는 녀석들이 있지.”

검은 양복 차림의 사내가 다가왔다. 그때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시주는 누구신가?”

노스님이었다.

“스승님.”

“그래, 아는 손님이냐?”

“아닙니다.”

최강현의 말에 노스님이 다시 물었다.

“시주는 누구신지요?”

“늙은 중한텐 볼일 없으니 하던 일이나 하시죠. 괜히 끼어들었다 피보지 마시구요. 아시겠죠?”

사내의 말에 노스님이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재밌구려. 시주의 이름이 무엇인지요?”

사내의 표정이 구겨졌다. 사내가 노스님에게 다가가려했다. 그때 노스님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마치 맹수가 사냥을 할 때의 눈빛이었다. 최강현조차 처음 보는 모습에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 엄청나다.’

사내는 최강현보다 더욱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뭐, 뭐야?”

“시주의 이름이 무엇인고?”

“으, 윽...!”

사내가 저항하려 애썼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그 순간 사내를 조이던 압박감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것은 순해 보이는 노스님의 얼굴뿐이었다.

“당신... 뭐야?”

사내의 말에 노스님이 답했다.

“세월에 늙어버린 중이라오.”

사내는 더 이상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시주는 무슨 일로 이곳을 찾으셨소?”

“크흠, 난 저 자에게 볼일이 있으니 더 이상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마시죠.”

“허허, 저 아이는 내 제자이니 당연히 신경을 쓸 수밖에.”

“스승님. 괜찮습니다.”

최강현의 말에 노스님이 고개를 돌렸다.

“괜찮겠느냐?”

“예.”

“그래, 아쉽구나. 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건만...”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노스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려무나.”

그렇게 최강현은 사내를 따라 관암사에서 벗어났다.

“허어, 어깨의 저 무거운 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노스님의 중얼거림이 낮게 공간을 울렸다.

사내를 따라가던 최강현이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묻지. 누가 보낸 거지?”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여겼는데 내 착각이었나 보군.”

‘알고 있다고?’

최강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짚이는 하나를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M기업을 도와주던 녀석들인가?”

“크큭, 녀석들이라. 말이 거칠군.”

“맞나 보군. 너희들이 왜 날 찾는 거지?”

“글쎄. 왜 찾는 걸까?”

최강현은 자리에서 멈췄다.

“이제 이유를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크큭, 나도 몰라. 회장님의 호출이라서 말이야. 저 아래에 우리 회장님이 계시거든.”

‘회장?’

최강현은 잠시 고민했다.

‘말이 되는 일인가? 회장이 직접 날 보기 위해 나타났다?’

이건 상식적으로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함정인가?’

최강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회장이라. 좋아, 가 보자고.”

“크큭, 화끈하군.”

최강현은 걸음을 옮기며 주머니에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다. 대구에 있는 애들 다 모아서 팔공산 입구로 모이라고 해라. 급하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는 척 최강현은 사내를 따라갔다.

잠시 후.

팔공산의 초입에 도착한 최강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큭, 역시.’

주변에 몸을 숨기고 지켜보고 있는 시선들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최강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래도 M기업을 도와준 녀석들임은 확실하다. 최대한 캐내는 것도 좋겠지.’

최강현은 주차되어 있는 고급 세단차로 향했다.

“여기다. 타라.”

“아니, 내리라고 해라.”

최강현의 말에 사내가 이마를 꿈틀거렸다.

“지금... 뭐라고 했지?”

“내리라고 전해라. 귀가 막혔나?”

“큭, 미치겠군.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이 어떤 건지 감이 안 잡히는 모양이지?”

최강현이 고개를 천천히 돌려 검은 양복의 사내를 쳐다봤다.

“회장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내리라고 해라. 마지막 기회다.”

사내가 정곡을 찔렸는지 잠시 머뭇거렸다.

“마지막 기회라...”

“끝났다.”

최강현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잠깐! 더 이상 움직이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아.”

“우리라...”

사내의 말에 최강현이 낮게 중얼거렸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그 모습에 사내가 소리쳤다.

“얘들아!”

그리고 드러나는 수십 명의 사내들. 최강현은 조금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많군. 이 녀석들은 언제 오는 거야?’

최강현은 몸을 풀었다.

“역시 이거였나?”

“네가 말만 잘 들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그건 모르지. 저 차에 탔다간 더 위험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최강현이 몸을 돌렸다.

“덤빈다면 피하진 않겠다. 하지만... 조심해라.”

“미친놈. 쳐라!”

그 순간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렸다.

“와아아아!”

최강현이 부른 흑호파의 아이들이었다.

‘왔군.’

최강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반대로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사내는 표정을 굳혔다.

“이, 이자식이...!”

“왜? 상황이 역전 되니 불안해?”

분명 최강현을 도와주러 온 흑호파의 아이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일 때와 몇 명의 인원이 더해졌을 때의 느낌은 차원이 달랐다.

최강현이 먼저 사내를 공격할 생각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차에서 누군가가 내려섰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그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저 노인이라 부르기엔 그 위압감이 너무 거대했다.

“당신은...?”

“내가 자네를 불렀네. M기업을 도와준 실질적인 권력자이기도 하지.”

“실질적인... 권력자?”

최강현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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