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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태블릿-49화 (49/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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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생명분야의 기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해결방안을 모인 김에 토의하려고 합니다.”

“으음.”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새어 나왔다.

“생각해 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주창수 회장의 말에도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아무도 없습니까?”

그래도 말이 없자 주창수 회장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무, 무엇입니까?”

“으음.”

주창수 회장이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최강현과 눈이 마주쳤다.

“일단 이번 사항은 소수의 인원만 모여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원이 보장되는 몇 분의 사람하고만 긴밀히 나눌 이야기로 짐작됩니다. 제가 이곳에서 이렇게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길 바라는 뜻에서였습니다.”

허나 주창수 회장의 생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극비 사항을 이곳에서 말하는 것은 이곳, 그리고 잠시 후에 모일 신원이 보장되는 사람들의 앞에서 뿐이다. 즉, 이번 일이 새어나간다면 그 범인이 이곳에 있다는 증거가 된다. 앞으로 벌어질 많은 일들을 위해선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사람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럼, 이번 주주총회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주창수의 말에 최강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뭔가 일을 저지르겠군.’

최강현은 잠시 주창수 회장을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 박민기 이사를 쳐다봤다.

그의 입가로 미소가 흘렀다.

잠시 후에 밖으로 나온 최강현은 몸을 숨겨 박민기 이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헌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뒤늦게야 다른 문을 통해 나갔음을 깨달은 최강현이 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지만 이미 눈에 익은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혹시나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될지도 몰랐다. 최강현은 주변을 뛰어다니며 그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허나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런 최강현의 모습을 차에서 바라보고 있는 몇 명의 인물이 있었다.

“흐음. 저 친구 이름이 최강현이라고 했던가요?”

“예. 그렇죠.”

“왜 우리를 찾는 건지 모르겠군요.”

“그, 그러게 말입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주창수 회장과 박민기 이사였다. 박민기 이사는 무언가 곤란한지 말을 더듬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주창수 회장은 최강현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흠, 알아볼 필요가 있겠군요.”

“그, 그렇죠.”

“자, 그럼 우리는 이만 갑시다.”

“예.”

주창수 회장과 박민기 이사 그리고 소수의 인원들이 어딘가로 이동했다. 코팅이 되어 안이 보이지 않았기에 최강현은 그들이 옆을 지나쳐도 알 수 없었다.

며칠 후.

드디어 신약이 시중에 풀렸다. 루게릭T-1이라 이름이 붙여진 그 약은 엄청난 속도로 판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최강현은 그 모습을 보면서 큰 문제가 없음에 다시 안도했다.

‘다행이군. 이제 루게릭병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야.’

시중에 풀린 엄청난 양의 루게릭T-1이 누군가에게 팔리면서 OX기업으로 들어오는 돈의 액수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제 시작이군.”

최강현은 그 돈을 바탕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것은 M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혼자서 주식을 갑자기 사들이기 시작이면 이상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래서 김민수와 박진수 그리고 조한무와 불독의 이름으로 주식을 빠르게 매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최강현이 약 5퍼센트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잘 풀리면 인수를 하고, 안 된다면 몰락시킬 수밖에 없겠지.’

최강현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M기업의 회장인 주창수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지난번에 모여서 토의한 결과를 토대로 이미 어떤 일을 시작하고 있는 상태였다. 주창수 회장은 비서실장을 불렀다.

“어떤가? 루게릭T-1은 모두 확보했나?”

“예. 시중에 풀릴 때마다 최대한으로 사들였습니다.”

“좋아. 성분을 분석해보고 조금 바꿔서 다시 시중에 보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너무 큰 부작용이 나타나면 안 되네. 티가 나지 않을 만큼 작은 부작용을 만들어야 해. 허나 루게릭병 환자들은 결코 복용할 수 없는 그런 약이 되도록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네.”

주창수 회장이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기업의 소액주주에 최강현이라는 젊은 청년이 있어.”

“네. 말씀하십시오.”

“그 청년의 뒷조사를 좀 해봐.”

“뒷조사 말입니까?”

“그래.”

“왜 그러시는지?”

비서실장의 물음에 주창수 회장이 잠시 생각했다.

“그냥, 조금 걸리는군.”

“알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그럼 나가 보게.”

“예.”

비서실장이 나가고 주창수 회장이 비릿하게 웃었다.

“후후, OX기업이라... 너희들이 몰락하면 그땐 내가 너희 기업을 먹어주지. 그리고 루게릭T-1을 우리 기업의 이름으로 시중에 푸는 거야. 하하하.”

생각만으로도 좋은지 주창수 회장은 크게 웃었다.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자 여유가 생겼다. 요즘 들어 파일을 살펴볼 시간이 없어 오늘은 시간을 내서 U패드를 켰다. 그리고 파일을 읽어 내려갔다.

“흐음. 뭐 별 건 없는 것 같은데...”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 놓친 것도 많았고 읽지 못한 내용은 더 많았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꼼꼼하게 살폈다. 그러다 눈에 보이는 한 줄의 글귀.

-연쇄살인범의 일곱 번째 살인, 오랜 친구인 박철현이 하늘로 가다.

정신이 없었던 탓일까. 처음 보는 글귀에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최강현이었다.

“이, 이게 뭐야?”

황급히 다시 글을 읽어봤지만 역시나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 파일에 너무 많은 글들이 적혀 있다 보니 제대로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이 일상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 헌데 오늘 제대로 본 정보에 믿지 못할 사실이 적혀 있었다.

“처, 철현이가 죽는다고?”

대구에서 지내며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낸 동네 친구였다. 최근에야 바쁜 일상에 제대로 연락도 하지 못했지만 보지 않아도 이미 진짜 친구임을 서로가 아는 그런 사이였다.

최강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다급히 글귀가 적힌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을 보며 언제 일어날지를 유추하기 시작했다.

‘으음. 혁이의 생일이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날 일로 보이는데...’

최강현의 남동생인 최혁의 생일은 2월 15일이다.

‘오늘이 9일이니까 8일이 남은 건가.’

OX기업의 회장이 되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난 상태였다. 1월도 훌쩍 넘어가고 2월 초에 발견한 한 줄의 글귀에 최강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곤란하군.’

하지만 친구의 죽음을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그래도 아직 시간의 여유가 조금은 있었고 신약의 판매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니 큰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후.”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일주일 후에 내려가 봐야겠군.”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최강현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확인했다. 이미 연쇄살인마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한 상태였다. 살인마의 살인지역이 드러났다.

‘지금이 다섯 번째. 그렇다면 한 번 더 누군가를 죽이고서야 박철현에게 간다는 이야긴데.’

현재 살인이 일어난 지역이 부산 울산 대구 대전 경기도였다.

‘음?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군.’

최강현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급히 박철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의 전화여서 그런지 반가운 목소리로 귓가를 자극했다.

“엇, 최강현! 오랜만이다.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하하, 그러게 말이다. 요즘 너무 바빠서 말이야. 잘 지내냐?”

“그럼, 잘 지내지. 넌 아버지 기업에서 일하고 있지?“

“아니, 나 서울이야. 여기서 혼자 힘으로 지내보려고.”

“정말이냐?”

“그래.”

“나 인천이야! 한 번 보자.”

최강현의 이마가 구겨졌다.

‘인천...!’

그렇다면 역시 다음 살인지역은 서울일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이 인천일 것이다.

“그래. 한 번 봐야지. 근데 인천에서 뭐 해?”

“나 그냥 장사하고 있어.”

“그래? 그럼 어딘지 문자로 보내 놔. 내가 찾아갈 테니까.”

“그래, 알았다. 그럼 연락해라.”

“그래.”

최강현은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 잡으면 되잖아.’

결정을 내렸다. 최강현은 곧바로 피해자들의 신상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물론 인터넷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지만 그걸 로도 충분했다.

‘흐음.’

일단 어느 정도의 정보를 바탕을 확인한 후에 최강현은 조한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예. 형님.”

“부탁할 게 있어서 말이야.”

“말씀하십시오.”

최강현은 조한무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 밖으로 나갔다.

최강현은 부족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다시 한 번 흥신소를 찾아갔다.

“여기만한 곳이 없지.”

천천히 건물로 들어선 최강현은 주위를 살폈다.

‘음?’

헌데 오늘따라 분위기가 이상했다.

“오랜만입니다. 헌데 무슨 일 있습니까?”

최강현의 질문에 고개를 든 조철우의 모습은 폐인과 다름이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후후. 오랜만입니다.”

최강현은 조철우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까?”

“네.”

“하하, 정말 재밌는 일이 일어났죠. 그래서 더 이상은 흥신소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아니, 운영하지 않으려 합니다.”

조철우의 말에 최강현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말해 보십시오.”

최강현의 말에 조철우가 세상의 허무함을 모두 담은 웃음을 보였다.

“나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동생이... 죽었습니다.”

최강현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릴 뿐이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조철우가 충혈 된 눈으로 최강현을 바라봤다.

“연쇄 살인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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