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의 태블릿-41화 (41/137)

00041 2권 =========================

최강현은 꽤나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으며 빈틈을 노렸다.

스윽.

몸을 뒤로 물리며 발을 살짝 들었다. 그리고 강하게 지면으로 내려찍었다.

쾅!

“크악!”

최강현의 발에 밟힌 사내의 발등이 보였다. 최강현이 발을 들어 올리자 발등을 찍힌 사내가 고함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호오, 효과적이군.’

최강현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는 사내들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이 자식이!”

네 명이었던 사내들이 세 명으로 줄어들자 꽤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확실한 우위는 점하지 못했다.

‘한 명씩, 한 명씩.’

공격을 피하고 막으며 또 다시 기회를 노렸다. 사내들은 최강현의 발등 공격을 신경 쓰느라 자세가 조금 흐트러졌다. 최강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

최강현은 그 순간 날아오는 주먹을 손으로 잡고 끌어 당겼다. 그에 버티려 하는 사내의 힘을 이용해 뒤로 밀고 곧바로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크윽.”

사내가 당황해서 신음을 흘렸다. 좌우에 있던 사내들이 최강현을 막으려 했지만 최강현은 몸을 틀며 피해냈다. 그리고 결국 아직 자세를 잡지 못한 채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의 사내에게 주먹을 뻗었다.

“커헉.”

사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최강현은 그걸로 멈추지 않았다.

‘또 다시 일어나면 위험하다.’

콰직.

곧바로 발을 들어 올려 사내의 발등을 찍어 누른 후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맨 처음 발등을 찍히고 주저앉았던 사내가 있었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최강현은 몸을 돌려 다가오는 두 명의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콰직.

“크으으읍.”

남은 발등마저 찍어 버린 최강현은 사내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조금 거리를 두었다가 강하게 밀었다. 사내의 몸이 허공을 날아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남은 두 명의 사내를 확인했다.

“후우. 이제 둘만 남았군.”

“마, 말도 안 돼...!”

사내들이 충격이 빠져 말까지 더듬었다. 하지만 섬세한 눈동자를 가진 사내의 외침에 그들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정신 차려라.”

그것은 아주 고요한 소리였으나 상당한 무게감이 있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태풍이 불어오기 전의 고요함과 같았다.

최강현은 그런 느낌을 받는 순간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두 명의 사내를 빠르게 처리해야 진짜와 대적할 수 있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최강현의 몸이 움직였다.

둘 밖에 남지 않은 사내들은 더 이상 최강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처음과는 꽤나 다른 분위기에 당황하면서 아주 조금 생겨난 빈틈을 최강현은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상당히 빠른 시간에 상황이 끝날 것 같았다.

‘음?’

갑자기 최강현의 머리로 비상음이 울렸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앞에 있는 각목이 보였다. 그리고 각목의 곳곳에 박혀 있는 못도 보였다.

퍽.

“컥!”

최강현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후. 빨리 처리해라.”

“아, 예!”

섬세한 눈동자의 사내는 명령을 내리고 홀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녀석이지? 어떻게 우리들을 상대로...”

그의 이마가 찌푸려졌지만 이젠 끝났다는 생각을 하며 최강현을 바라봤다. 최강현은 비틀거리며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다 우연히 서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움찔.

섬세한 눈동자의 사내가 몸을 떨었다.

“뭐지...?”

처음 겪는 상황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최강현을 바라봤다. 최강현의 눈과 마주친 순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두려움...?”

사내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모두 비켜라.”

섬세한 눈동자의 사내가 명을 내리자 최강현을 감싸던 두 명의 사내가 뒤로 물러났다.

“재밌군. 내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다니. 덤벼라, 상대해 주마.”

최강현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잠시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후우. 자신이 없어 몰래 공격한 녀석이 말이 많다!”

그리고 다리로 벽을 밀어 몸을 날렸다. 상당히 빨랐지만 섬세한 눈동자의 사내는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해냈다.

“그딴 공격이...!”

그때였다. 서로의 신체가 스쳐가는 순간 최강현은 손을 뻗어 사내의 옷깃을 잡았다. 그리고 끌어 당겼다. 사내의 몸이 조금 뜨며 최강현의 몸과 함께 허공을 날았다.

“이런!”

사내는 몸을 비틀며 빠져나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최강현의 남은 손이 사내의 옷깃을 또 다시 잡은 것이다. 허공중에서 서로의 몸이 가까워졌다. 피할 길이 없는 상황에서 최강현은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콰직.

“크헙!”

사내의 코와 입에서 피가 터졌다. 최강현이 사내의 얼굴에 머리를 박은 것이다.

콰직.

“커헉!”

또 다시 최강현의 머리가 사내의 얼굴을 박았다. 사내는 큰 충격을 먹었지만 역시나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무릎을 들어 올려 최강현의 복부를 공격했다.

“큭!”

두 명의 사내가 허공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빠르게 떨어졌다. 먼저 자세를 잡은 섬세한 눈동자의 사내가 흐르는 피를 닦았다.

“이, 이 자식이!”

사내가 달렸지만 최강현도 어느새 자세를 잡은 상태였다. 아직 조금 어지러운 감이 있었지만 버틸 만 했다.

“후우.”

사내의 주먹과 발이 눈을 어지럽혔다. 조금은 흔들리는 시야로 그 공격을 막아갔지만 가끔씩 들어오는 틈새를 노린 공격은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최강현을 상대하는 사내 역시도 곤란한건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최강현이 밀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사내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마지막 기회다.’

물론 최강현은 일부러 밀려주는 척했다. 완벽한 기회를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조금씩 흐려지는 정신을 느끼며 최강현은 정신력을 짜내었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지금!’

사내의 양 손이 최강현의 귀를 노리며 뻗어왔다. 비어있는 가슴이 최강현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최강현은 손바닥에 모든 기운을 담아 밀어 넣었다. 허나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최강현의 공격은 사내의 공격보다 조금 늦게 들어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동시에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크윽!”

“크헉!”

최강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사내는 허공에 떠올라 뒤로 날아갔다. 이내 두 사람 모두 바닥에 쓰러졌지만 최강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쿨럭.”

피를 한 움큼 토하고 겨우 일어선 최강현은 정신력하나로 버티는 상태였다. 최강현의 시야에 쓰러진 사내가 보였지만 사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남은 두 명의 사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최강현을 봤다. 허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두려움을 느낀 사내들이지만 지금 휘청거리는 최강현을 보며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 어쩔 수 없다. 우리라도 공격할 수밖에.”

“그래.”

최강현은 가장 강한 적을 없앴지만 남은 두 명의 사내를 상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최강현 역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휘청.

“크윽.”

결국 버티지 못한 최강현은 벽에 몸을 기대었다. 최강현의 눈에서 조금씩 힘이 풀려갔다. 그의 시야로 천천히 다가오는 두 명의 사내가 보였다. 최강현이 없는 힘을 짜내어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

최강현의 고개가 돌려졌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한 명의 사내를 보는 순간 최강현은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쓰러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최강현은 이미 정리된 장내를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섰다.

“으윽.”

“괜찮으십니까?”

김민수였다. 최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딱 맞춰 왔군요.”

“네. 두 명밖에 없었는데 상당히 껄끄럽더군요.”

최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이마를 찌푸렸다.

“으음.”

“괜찮습니까?”

“예.”

그때 뒤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한무.”

조한무의 뒤에는 불독도 서 있었다. 거기에 정신을 차린 다수의 부하들도 최강현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예. 다른 방에 묶어 놨습니다.”

“그래, 잘했다.”

최강현은 잠시 벽을 짚고 휴식을 취했다.

“휴. 가보자.”

“예.”

최강현은 흑호파의 인원들과 김민수를 데리고 묶여 있는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깨어 있었기에 최강현은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M기업에서 보냈겠지?”

최강현은 답이 없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지.”

최강현은 이미 확신했다.

‘역시나 악연인가. 빨리 처리를 해야겠어.’

이번 사건은 최강현에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불독.”

“예.”

"혹시 모르니 뒤를 조사해보고 조사가 끝나면 알아서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겨우 다섯 명에게 졌다는 수치를 당했으니 애들 실력도 키우고.”

“예.”

“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살펴 가십시오!”

부하들이 모두 허리를 숙였다. 최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문을 나서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햇살에 반사적으로 팔이 올라갔다

*

최강현은 집에서 기경팔맥운기법을 따라 기를 운용했다. 처음에는 기경팔맥운기법을 운용해도 그저 기가 따라 움직이며 조금 쌓이는 느낌이 들 뿐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그 효력이 꽤나 크게 느껴졌다. 피곤함이 가시는가 하면 몸에 난 작은 상처가 빠르게 치유되기도 했다. 지금도 최강현은 조금씩 편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후우.”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최강현은 눈을 떴다. 그리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괜찮네.”

최강현을 시간을 확인하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벌써 2시간이나 지난 것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건가?”

최강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거실로 향한 최강현은 그곳에 있는 학생들과 인사를 했다. 그저 고개를 꾸벅이는 간단한 인사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저녁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혔다. 최강현은 눈을 감은 채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그 녀석이 의지를 불태울까?’

이런 저런 상상들이 허무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후. 골치 아프군.’

그러다 박진수가 떠올랐다.

‘으음.’

최강현은 내일 박진수를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