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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태블릿-39화 (39/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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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인가!”

“예. 치료를 끝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위험은 없습니다.”

배기한 회장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배정옥 여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슬픔이 아닌 기쁨에서 퍼져 나오는 환희였다.

“정말 고맙네. 내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네.”

최강현은 그저 배기한 회장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내 그럼 잠시 들어가 보겠네.”

“예.”

“아빠, 저도 같이 가요.”

“그래, 어서 오너라.”

두 사람이 배기혁의 방으로 들어가고 최강현은 다시 한 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후. 정말 다행이군.”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이야기를 나눌 상태도 아니었다.

‘며칠 안으로 연락이 오겠지.’

최강현은 오늘 하루는 푹 쉬기로 했다. 내일 배기한 회장과 만나 나눌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처음에는 목적을 가지고 다가왔지만 치료를 하면서 그런 생각은 없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OX기업의 대주주의 자리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최강현은 잠시 배기혁의 방을 보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

예상대로 며칠 후에 배기한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네, 시간 있나?”

“물론입니다.”

“알겠네. 그럼 우리 집으로 와주게나.”

“알겠습니다.”

최강현은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배기한 회장의 집으로 향했다. 배기혁의 치료도 끝냈으니 본격적으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차례다. 차를 몰고 배기한 회장으로 집에 도착한 최강현은 천천히 내리며 심호흡을 뱉었다.

“후. 다 왔네.”

최강현이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음? 기혁이니?”

“엇, 형! 잠깐만요!”

“그래.”

배기혁이었다. 최강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저 멀리서 배기혁이 뛰어나오고 있었다.

“형!”

“오랜만이다.”

“그러니까요!”

배기혁은 아주 활기차보였다. 죽을 만큼 아팠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최강현은 배기혁의 어깨를 툭 치고는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몇 명의 경호원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고 궁전 같은 넓은 방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배기한 회장의 방으로 향했다.

똑. 똑.

“회장님, 저 왔습니다.”

최강현이 말을 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배기한 회장의 목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오, 그래. 왔는가? 안으로 들어오게.”

“예.”

최강현이 안으로 들어서서 자리에 앉았다. 배기한 회장은 미리 준비되어 있는 차를 건네었다.

“마시게.”

“감사합니다.”

최강현은 본격적인 말을 하기에 앞서 커피를 입에 머금었다. 쓴 맛과 단 맛이 묘하게 어우러져 미각을 자극했다.

“먼저 우리 손자 녀석을 고쳐줘서 정말 고맙네.”

배기한 회장은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최강현은 회장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이야기를 해보게나. 왜 우리를 이처럼 도와준 것인가?”

이야기의 궤도가 바뀌는 순간 배기한 회장이 풍기는 기운이 달라졌다. 편안한 인상의 할아버지에서 지금은 상대를 누르는 카리스마의 기업 경영자로 변했다.

‘역시...’

최강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래, 해보게.”

“먼저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OX기업의 대주주이신 배기한 회장님의 집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배기한 회장이 최강현의 말을 끊었다.

“묻지. 그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이네. 어떻게 알았나?”

“예. 조사를 좀 했습니다.”

“조사?”

“예.”

최강현의 솔직한 말에 배기한 회장이 이마를 찌푸렸다. 허나 이내 허탈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허허, 그래. 너무 솔직해서 탈이군. 다시 이야기하게.”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더 알아보니 배기한 회장님의 손자가 불치병을 앓고 있다 하더군요. 그리고 그 병을 고칠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최강현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저는 한 스님으로부터 다른 사람의 병을 고치는 특이한 수련을 받았습니다. 물론 평범한 방법은 아니었습니다만 이것에 대해선 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최강현은 자신에 대한 진실을 모두 알려줄 수 없었기에 이처럼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물론 사실이라는 바탕에 말이다.

“잘 들었네. 하지만 핵심이 빠져있군.”

배기한 회장의 말에 최강현이 눈을 빛냈다.

“제가 배기혁을 치료한 이유는 회장님이 갖고 계신 OX기업의 경영권을 갖기 위함이었습니다.”

최강현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던 배기한 회장은 상당히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 할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래, 그렇군.”

다시 침묵이 흐른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네만 직접 들으니 섭섭하지 않을 수가 없군.”

“죄송합니다.”

“흐음.”

최강현은 배기한 회장이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당연히...”

“말씀하십시오.”

“그래, 당연히 거절을 해야 마땅하지. 생각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니까. 본래라면 분명 그렇게 해야 마땅한 일이야. 헌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군.”

최강현은 묵묵히 배기한 회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네가 우릴 도와줬을 때는 정말 고마웠지. 하지만 내가 자네의 이야기를 거절하고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자네가 악한 마음을 품는다면... 나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할 수도 없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겠지. 자네에게 있어서 누군가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아무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네.”

배기한 회장이 말을 끊고 잠시 최강현을 봤다.

“나는 자네의 극히 일부분만을 봤음에도 너무나 두렵네. 자네는 잘 모를 거야. 겨우 약간의 힘을 사용해 누군가를 치료했을 뿐인데 이토록 깊이 생각하는 나를 말이야. 하지만 자네의 대답에서 나는 확신하네.”

최강현 역시 긴장했다. 정곡이 찔린 것이다. 상대를 파악하는 눈이 배기한 회장에게는 있었다.

“모르겠다는 그 대답, 그것이야 말로 자네가 진정 또 다른 힘을 숨기고 있음을 확신하는 이유일세.”

최강현은 그 말을 듣고서야 배기한 회장이 진정 보통 사람이 아님을 느꼈다.

‘대단하다. 무의식중에 뱉어진 말에서 상대방을 파악한다라...’

문득 최강현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고 동시에 배기한 회장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그렇군. 배기한 회장 역시도 나의 사소한 행동과 말투에서 나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것인가.’

최강현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배기한 회장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네.”

그의 입에서 놀라운 이야기가 퍼져 나왔다.

최강현은 배기한 회장의 집에서 나오고 있었다. 꽤나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조건이라...’

그 조건의 대상은 배기혁이었다. 배기혁과 함께 다닌다는 조건으로 배기한 회장은 자신을 지지해주기로 했다.

‘뭐, 상관없겠지.’

그저 함께 다니기만 하면 된다. 아니, 함께 다니라는 속뜻은 OX기업을 경영하며 무언가를 몸으로 가르치라는 뜻이었다.

‘일단 큰 산은 넘었군.’

이제는 OX기업의 주주들을 설득할 차례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과반수의 지분율을 획득해야 했다. 그래야만 주주총회를 열어 회장의 자리를 바꿀 수 있었다.

‘배기한 회장님이 갖고 있는 주식의 지분율이 약 22퍼센트. 나머지 주주들을 설득해 모두 50퍼센트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해야 내가 대주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아니, 아니군. 나 역시 OX기업의 주식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었지. 얼마더라?’

최강현은 즉시 U패드를 켜서 얼마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700만주...!’

거의 10퍼센트에 육박했다.

‘벌써 이렇게 모인 건가.’

자동 매입을 걸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주식의 양을 보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혹시?’

최강현은 곧바로 발표된 주주명부를 확인했다. 그곳에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배기한 회장이 가장 높은 지분율로 최대주주의 자리에 있었고 그 아래로 12퍼센트, 11퍼센트, 그리고 최강현이 9.5퍼센트로 대주주의 자리에 있었다.

‘후후. 일단 32퍼센트의 지분율이 확보된 건가.’

대주주 한 명과 소액주주 몇 명만 회유하면 되는 상황이다.

‘힘들 수도, 혹은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을 수도...’

최강현은 차에 탑승해 집으로 향했다. 그의 미소로 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최강현이 떠나고 배기한 회장 역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자신의 회장 자리를 이제 넘겨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저 청년이라면 잘 해내겠지.”

배기한 회장은 고민을 마치고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날세. 그래. 내가 이야기 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배기한 회장이 전화를 건 상대는 OX기업의 대주주 자리에 앉아 있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물론 그의 지분율은 11퍼센트였지만 함께 힘을 모을 생각으로 전화를 건 것이다.

“그래, 그럼 내일 만나지.”

배기한 회장은 전화를 끊고 잠시 방에서 나갔다. 거실에는 배기혁과 배정옥 여사가 있었다.

“할아버지!”

배기혁이 배기한 회장을 발견하고는 소리치며 달려갔다.

“허허, 그래, 그래. 뭐하고 있었지?”

“그냥 뭐, 이런 저런 책 보고 있었어요.”

“그래, 일단은 며칠 동안 푹 쉬어라.”

“네.”

배기한 회장이 씩씩한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며칠 지나면, 천천히 사회생활을 하자꾸나.”

“알겠어요, 할아버지.”

배기혁은 두렵지 않았다. 이미 죽었어야 할 몸이었다. 새롭게 얻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무엇을 해도 괜찮다고 여겼다.

“그래, 밥이나 먹자꾸나. 정옥아.”

“알겠어요. 아빠. 잠시만 기다려요.”

오랜만에 잔잔한 여유가 흘렀다. 배기한 회장은 거실에서 TV를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편하구나. 참으로...”

최근 들어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상당히 귀찮아진 최강현은 전화번호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기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는 건지...’

최강현은 곧바로 전화번호를 바꿔버렸다. 그제야 잠잠해진 아침을 맞이하며 상쾌하게 오늘이라는 시간을 맞이했다. 최강현은 간단하게 씻고 거실로 향했다. 잠시 후에 차려지는 아침을 먹기 위해 거실로 갔다.

“강현아.”

“일어났네.”

“응.”

이민경이었다. 최강현은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지난번에 있었던 백화점 붕괴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구해줬던 학생이 있잖아.”

“응, 있었지.”

“운동을 하던 녀석인데 다리가 심하게 망가졌다나 봐.”

“정말? 어떡해?”

“한 번 찾아가 보려고.”

“하지만...”

이민경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최강현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

“괜찮아. 그냥 이야기나 나누려고.”

“그래. 나도 같이 갈까?”

“아니, 괜찮아.”

최강현의 뇌리를 스치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며 영상을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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