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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태블릿-26화 (2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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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의 앞에서 최강현은 기운을 끌어 올렸다. 천천히 문을 열어 보았으나 역시나 안에서 잠겨 있었다. 최강현은 발로 강하게 철문을 찼다.

쾅! 쾅!

두, 세 번의 발길질에도 철문은 조금 우그러질 뿐이었다. 하지만 계속 되는 발길질에 조금씩 문틈의 공간이 벌어지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뭐야?”

허나 이미 안에서는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 자세를 잡고 있던 사내들이 있었다. 그들 몇 명이 최강현에게 달려들었다.

“핫!”

이유도 없었다. 그저 낯선 자의 침입에 철문 안에 있던 사내들은 주먹을 뻗었다. 뒤에 남은 자들은 각목을 들고 대기했다. 최강현은 그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인지했다. 큰 위험은 느껴지지 않았다.

퍽!

첫 번째 사내의 주먹을 피하고 그 손목을 잡은 후 뒤로 끌어당겼다.

“어엇!”

그리고 살짝 다리를 걸었고 그에 휘청한 사내의 등을 강하게 밀었다. 사내는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고꾸라졌다.

“커헉!”

최강현은 빠르게 한 명을 처리하고 다시 달려드는 사내들을 맞이했다. 어느새 그들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 있었다.

‘각목이라. 후후.’

못이 박혀 있는 각목을 보고는 비릿한 웃음을 짓는 최강현이다.

“한심한 녀석들.”

그리고 몸을 날렸다.

“뭐라고, 이 자식이!”

가장 가까이 있던 사내가 못이 박힌 각목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왼쪽에 있던 사내는 각목을 옆으로 세워 휘둘렀다. 최강현은 사뭇 긴장하며 각목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못이 박혀있지 않은 각목의 틈을 잡았다.

“하앗!”

최강현은 자신도 모르게 기합을 뱉으며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각목을 왼쪽의 사내에게 밀었다. 그러면서 쓸데없는 생각도 했다.

‘왜 기합이 나오는지 알겠군.’

기합 소리와 함께 반응하는 온 몸의 근육들을 느끼면서 왼쪽에 있던 사내가 당황하는 표정을 봤다. 최강현은 더욱 힘을 가했다.

“컥!”

못이 사내의 몸에 박혔다. 최강현은 잠시 몸을 뒤로 물렸다.

“후우.”

도끼파 조폭들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최강현을 바라봤다.

“누구지?”

그리고 가장 뒤에서 상황을 끝까지 지켜보던 중년인 사내가 천천히 걸어왔다.

“나? 지나가는 나그네다.”

최강현의 어이없는 말에 사내가 입술을 꿈틀 거렸다.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도끼파를 우습게 보지마라.”

“큭, 우습게 보이는 걸 어쩌겠냐?”

사내가 다시 걸어왔다.

“죽기 전에 궁금할 테니 알아둬라. 난 도끼파의 행동대장 불독이다!”

팟.

불독이 지면을 찼다. 일반인 치고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최강현이 집중했음에도 속도를 놓칠 정도였다.

‘음?’

언뜻 불독의 뒤에서 뭔가 빛이 난다고 느꼈다.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헙!”

목젖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날카로운 뭔가가 보였다.

‘검!’

진검이었다. 부하가 어느새 가져온 진검을 몸을 날리며 뺏어 들어 휘두른 것이다.

‘검도를 배운 모양이군. 쳇.’

자세가 잡혀 있는 불독의 모습을 보며 최강현은 빠르게 몸을 물렸다. 일단 상대방과의 거리를 벌릴 심산이었다. 하지만 불독은 끝가지 따라 붙으며 검을 휘둘렀다. 최강현이 비록 기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검이 눈앞에 있으니 몸이 절로 굳어졌다.

“크윽.”

결국 허벅지가 살짝 베이는 순간 최강현이 이를 악물로 다가가 얼굴에 머리를 박았다.

퍽.

그리고 뒤로 밀려나는 불독의 뒷목을 잡고 앞으로 끌어당기며 무릎으로 찍었다.

“푸헛!”

허나 그 순간에도 불독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최강현의 허리를 향해 휘둘렀다. 최강현은 섬뜩함을 느끼며 다시 몸을 뺐다.

“후우.”

확실히 검을 사용하는 자라 위험했다. 오랜만에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장난이 아닌데.’

불독 역시 의외라는 시선으로 최강현을 바라봤다.

“의외군. 하지만 죽는 건 변함이 없을 거다.”

“나도 의외였어.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

최강현은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앞발을 내밀고 뒷발을 굽혀 몸의 중심을 뒤쪽으로 옮겼다.

“흠. 기괴한 자세군.”

“글쎄.”

최강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도발만 했다.

“큭, 원한다면 죽여주마!”

그리고 불독이 다시 앞으로 뛰어 올랐다. 검을 머리 위로 올리고 아래로 내리 그었다. 그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또한 워낙 사정거리가 길다보니 최강현으로써도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최강현은 무술을 배웠다. 누군가를 비웃을지도 모를 수박이라는 무술을 말이다.

팟!

최강현이 지면을 박찼다. 검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최강현이 상체를 날리며 앞으로 굴렀다. 그리고 한 바퀴를 돌면서 손으로 불독의 발목을 잡고 넘어트렸다. 검날이 머리끝을 스쳤으나 최강현은 눈을 빛내며 불독의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손을 제압했다.

“크윽!”

하지만 그 모습에 뒤에 있던 조폭 사내들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최강현은 다급하게 검을 뺏어 던졌고 검은 날아가 벽에 꽂혔다.

투웅.

“후우.”

다행히 가장 위험한 검이 사라졌다. 최강현은 주먹으로 불독의 안면을 때리고 뒤로 몸을 다시 굴렸다. 최강현의 머리를 노리던 한 명의 사내가 허공에 발길질을 했다.

“크윽, 젠장. 형님은?”

“오고 있습니다.”

최강현은 불독과 사내의 대화를 들으며 이마를 찌푸렸다.

‘형님? 또 누군가가 오는 건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가 무한정인 것도 아니었고 이제는 최강현도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후우. 젠장. 어쩔 수 없지.’

남자들의 눈요기가 되고 있는 여자들이 안쓰럽게 느껴졌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았다.

“운이 좋군.”

최강현이 그들을 보며 중얼거리다가 벽에 꽂혀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은 그들이 서로의 눈치를 봤다.

“너희들은 오늘 나에게서 목숨을 구걸 받았다. 기억하고 있어라.”

그리고 검을 그들 사이로 던졌다. 다섯 명의 사내들 사이를 지나치며 그 누구에게도 상처 하나 입히지 않은 채 벽에 꽂혔다. 정신을 차린 사내들이 앞을 봤을 때 이미 최강현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후우.”

이미 좁은 문틈을 빠져나와 사람들 사이로 숨어 든 최강현은 빠른 걸음으로 업소를 빠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를 돌아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젠장.’

생각보다 더 강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조한무에게 연락을 넣었다.

“나다.”

“형님. 지금 가고 있습니다! 어디십니까?”

“됐어. 나 그냥 나왔다.”

“다친 덴 없습니까?”

“어, 괜찮아. 좀 쉬어야겠다.”

최강현은 전화를 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내일은 안 되겠어.’

오늘 이미 난리를 쳤으니 내일의 경계가 가장 심할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행동해야 함을 몸소 느꼈다.

아직도 눈에 아른 거리는 여인들의 눈동자가 머리를 어지럽혔지만 최강현은 고개를 크게 저으며 그 기억을 잊기로 했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잊자.’

어느새 업소에서 멀어진 최강현은 택시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잠에서 깬 최강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으음.”

신음을 흘리며 잠결에 전화를 받은 최강현이 입을 열었다. 잠긴 목소리가 꽤나 거칠게 흘러 나왔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KKB 방송국입니다.”

“네?”

아직 잠이 덜 깬 최강현은 잘못 들었나 싶은 마음에 다시 물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똑같았다.

“여기는 KKB 방송국 기자입니다.”

“아.. KKB 방송국이요?”

기자라고 했지만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방송국만 되묻는 최강현이다.

“네. 최강현씨가 본인 맞나요?”

“맞는데요.”

맞다는 말에 전화를 걸어 온 여성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기,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네? 인터뷰요?”

“네. 길거리에 찍힌 카메라에 최강현씨가 찍혔습니다. 정황상 시티 히어로에 가장 유력한 분이라고 생각해서요.”

시티 히어로라는 말에 최강현은 잠이 확 깨는 느낌을 받았다.

“시티... 히어로요?”

“네!”

“죄송하지만 전 시티 히어로가 아닌데요.”

“네,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해요. 인터뷰를 해주세요.”

“제가 시티 히어로가 아닌데 인터뷰를 할 이유가 없죠.”

최강현이 계속 버티자 여기자가 강수를 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 마음대로 기사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네?”

“제 마음대로 기사를 쓰겠다구요.”

여기자의 말에 최강현이 이마를 찌푸렸다.

‘아. 골치 아프군.’

최강현이 말이 없자 기자도 입을 다물었다.

“저기요.”

“네. 말씀하세요.”

“제가 시티 히어로는 아니지만 인터뷰는 하도록 하죠.”

“네. 알겠어요.”

여기자의 목소리가 발랄해졌다. 마치 이겼다는 듯 웃음까지 흘렸다. 만날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최강현은 휴대폰을 끊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휴. 미치겠군.”

할 일도 많은데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과 혹시나 정체가 탄로 나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까 걱정이 되었다.

“후. 어쩔 수 없지. 최대한 조심하는 수밖에는.”

최강현은 홀로 중얼거리며 집을 나섰다. 그리고 어제 전화를 걸었던 M기업의 주주인 박민기에 대해 생각했다.

‘오늘 마무리를 지어야겠네.’

그리고 다시 공중전화로 갔다.

“누구시오?”

수화기 너머로 중년인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 전화 걸었던 사람입니다.”

“다, 당신...!”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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