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8 1권 =========================
다음 날. 최강현은 오후의 나른한 시간을 이용해 파일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자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로또?”
-654회 로또번호. 2 11 15 19 35. 무려 다섯 개를 맞춰서 2등을 했다. 공짜 돈이 생겨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
최강현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2등을 했다고?”
최강현은 보너스 번호가 적혀 있지 않음을 보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저 다섯 개의 번호는 맞는 번호고 나머지 하나만 맞추면 되는 거잖아?”
최강현의 눈이 빛났다.
‘거기다가 654회라면 이번 주잖아. 그래, 지난번에 우연히 이 글을 본 것 같기는 한데 정신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었지. 늦지 않아 다행이다.’
최강현의 입가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걸음에 힘이 가해져 꽤나 속도가 났다.
“어서 오세요.”
편의점에 도착하자 아르바이트생이 인사를 했다.
“예. 수동으로 로또 45개주세요.”
최강현은 곧바로 로또를 구입했다.
“여기 있습니다.”
돈을 지불한 최강현은 자리를 잡고 번호를 기입하기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는 다섯 개의 번호를 기입하고 남은 칸에 1을 기입했다.
‘1등만 맞추면 보너스 번호는 상관없지. 그럼 1로 통일시키자.’
그렇게 45까지 총 마흔 다섯 번을 반복한 끝에야 쵝강현은 기지개를 펼 수 있었다.
“으윽, 다 됐다!”
꽤나 뻐근했지만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최강현은 편의점에서 나왔다. 최강현은 가방에 가득 들어 있는 로또복권 용지를 보면서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최강현의 걸음이 가벼웠다.
다음 날.
로또복권의 번호를 추첨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방에서 U패드의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네. 안녕하세요. 제 654회 로또복권 번호의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어여쁜 아나운서의 말을 뒤로 하고 화면에 둥근 공들이 여러 개 들어 있는 하얀 플라스틱 원통이 잡혔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안에 있던 공들이 이리저리 튀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쪽에는 투명한 관이 연결되어 있었고 어느 순간 그곳으로 한 개의 공이 빨려 들어갔다.
-네. 처음 번호는 2입니다.
다시금 공이 플라스틱 원통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다가 작은 관으로 흡수되었다.
-두 번째 번호는 11입니다.
‘좋아. 여유롭게 보자고.’
-다음 번호는 43입니다.
최강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일단 번호대로 나열해 놓은 로또복권들 종이를 보며 43번을 찾기 시작했다.
-다음 번호는 35입니다.
“으흠.“·
다섯 번 째 공이 흔들리고 바람이 그 공을 흡수하는 소리를 들었다.
-네. 드디어 마지막 공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은 데구루루 구르며 조금씩 크기를 더하고 있었다. 화면이 공으로 가득차고 드디어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숫자는...
최강현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후. 불안하군.’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 더욱 그런 느낌이 강했다. 지하철이 상당히 느리게 느껴졌다.
-이번 역은 서울역입니다.
안내 방송이 들리고 최강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만져지는 종이를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서울역에서 올라와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기에 택시를 잡기로 마음먹었다.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농협, 아니 서대문역으로 가주세요.”
농협중앙회본점이라고 말을 했다가는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을 수령하는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서대문역으로 위치를 바꿨다. 서대문역에서 조금만 가면 농협본점이 나오기 때문에 걸어갈 생각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알려지면 꽤나 귀찮아 질 것 같아서 최대한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돈을 수령해올 생각이었다. 그래서 옷도 깔끔하게 정장으로 차려입었다.
잠시 후 서대문역에 도착해 요금을 내고 택시에서 내렸다.
“크흠.”
최강현은 어제 저녁에 사 입은 깔끔한 양복을 차려입고 본점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1층의 창구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이 바로 로또1등 당첨금을 지급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예. 로또 당첨금을 지급받으러 왔습니다.”
“신분증과 복권용지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최강현은 주머니에서 복권용지를 꺼내고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어 직원에게 건네줬다. 직원은 복권용지를 자세히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인이 되었습니다. 고객님. 당첨금은 어디에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최강현은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 농협본점에서 나가는 돈이니 쉽게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최강현이 본점에 지속적인 예금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일단 사채업자한테 빚을 갚아야 할 것 같네요. 그걸 로도 부족해서요.”
“아...”
최강현의 말에 본점 직원들도 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농협 통장이 있으시면 주십시오.”
“예.”
그리고 잠시 후 받아든 통장을 들고 최강현은 5층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적혀 있는 숫자를 읽기 시작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십억.’
약 36억이었다. 이번에 1등에 당첨한 사람이 3명이었기에 가능한 액수였다.
“후. 초기자금은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인가.”
이곳에서 바로 2위에 당첨된 로또복권과 3위까지 보여주면 꽤나 의심을 할 것이다. 귀찮지만 지내고 있는 하숙집 근처에 있는 농협으로 가서 돈을 얻기로 했다.
최강현이 눈빛이 조금 뜨겁게 달구어졌다가 이내 빠르게 식어갔다.
농협에서 2등을 포함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받고 집으로 돌아온 최강현은 곧바로 다시 파일을 살피기 시작했다.
‘자금은 어느 정도 있다.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그리고 빠르게 파일을 뒤적였다. 그러다 하나의 글귀를 발견했다.
-ox기업 급성장하다.
겨우 한 줄만 적혀 있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이걸로도 충분하다. 기업이 성장했다면 당연히 시장에 풀어 놓은 주식의 값도 올라간다. 최강현은 그때부터 ox기업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삼성만 해도 관련된 물품들이 끝도 없지. 반도체 세정 장비 업체 세메스나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업 같은 주식들이 꽤나 많다. ox기업도 그렇겠지?’
인터넷을 뒤적일수록 최강현의 기대는 너무 증폭되어 오히려 허황되게 변했다.
“뭐, 뭐야...?”
ox기업은 관련된 사업이 너무 많았다. 이것저것 손대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인데 이처럼 많은 사업에 힘을 분산시키면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최강현은 이 중에 무엇이 성공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 이상의 분야에서는 성공한다는 것인데.”
아무리 알아봐도 정보가 없다. 그때 최강현의 뇌리를 스치는 뭔가가 있었다.
“잠깐.”
이메일을 훑어보다가 어디선가 힌트가 될 만한 구절을 본 것 같았다. 최강현은 다시 이메일을 꺼내어 처음부터 훑어보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크론 병. 완치되다.
2019년 9월. 루게릭 병. 완치되다.
“불치병...!”
그랬다. 2019년부터 불치병이라 여겨지던 크론병과 루게릭병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게 된 것이다.
“크론과 루게릭이라.”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물론 약물치료로 크론병도 조금 효과를 보고는 있지만 아직 완치할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
루게릭병은 온 몸이 조금씩 굳어가다가 결국 호흡근의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루게릭병은 많은 약물이 개발 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효과를 보이는 약제가 없는 상황이다.
‘으음.’
최강현은 다시금 ox기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찾았다!”
그것은 생명공학이었다. ox기업에도 생명공학이 있었다. 그렇다면 연결이 된다. 2019년에 개발된 불치병의 치료제. 그리고 ox기업의 생명공학.
“ox기업이 치료제를 개발하는 거였어. 최소한 한 가지 치료제는 ox기업의 것이겠지.”
이것은 엄연히 최강현의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밖에 없었다. 일단 투자할 수 있는 한 가지 주식을 고려해놓고 다른 것들도 찾기 시작했다.
-2019년 1분기. 부도 위기를 맞은 생명기업. 그리고 이름 없는 기업의 놀라운 성장.
최강현은 그 글을 읽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다.
“으음. 정보가 너무 불확실한데.”
하지만 이것도 고마웠다.
'그나저나...‘
문득 미래의 최강현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비록 지금의 현실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그래도 미래의 자신이 아닌가. 거기다가 과거의 자신을 위해 정보를 준 은인과도 같은 존재다
‘죽은 건 아니겠지?’
최강현은 문득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렸다.
“이 세상에서는... 누구도 내 가족에게 손대지 못해.”
이후로 생명기업에 대해서도 인터넷을 뒤적이며 오랫동안 생각에 빠졌지만 그것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다만,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50위안에 드는 대기업이라는 것만 알 뿐이다.
“일단 ox기업의 주식을 사고. 생명기업의 주식이 하락하는 순간을 지켜봐야겠어.”
그리고 주식을 사기 위해 가까운 증권사로 향했다.
몇 분 걸어가지 않아 종합금융사 건물이 보였다. 최강현은 안으로 들어서서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최강현의 차례가 왔다.
“어서 오세요,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 증권 계좌를 만들려고요.”
“알겠습니다. 도장과 신분증을 주시겠어요?”
최강현이 필요한 물품을 건네주자 금융사 직원이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증권 계좌가 만들어졌다.
“필요한 조치는 다 해드렸습니다, 손님. 혹시 인터넷 뱅킹에 가입되어 있으십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증권 계좌로 예수금을 넣으시면 됩니다. 예수금이란 것은 주식을 살 때 필요로 하는 돈을 말합니다. 궁금하신 사항 있으십니까?”
“아니오. 되었습니다.”
최강현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요한 것을 모두 마쳤으니 이제는 ATM기로 예수금을 넣을 차례였다.
“으음.”
현재 최강현의 수중에 있는 돈은 40억이 조금 넘었다. 로또복권 1, 2, 3등으로 39억을 얻고 나머지는 토토복권을 통해 얻은 금액이다.
최강현은 카드를 꺼내어 ATM를 이용해 증권 계좌로 30억을 이체시켰다. 곧바로 인터넷을 이용해 HTS(홈트레이딩시스템)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다. HTS는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집에서도 간단하게 주식을 사고 팔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시작해볼까?”
일단 OX기업이 운영하는 생명공학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엄청 싸군.”
주식 한주의 가격이 겨우 500원이었다. 열주면 5000원이다. 최강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작은 회사였다. 최강현은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 주식정보사이트를 이용해 ox기업이 풀어놓은 주식이 몇 주인지를 확인했다.
“7천 5백만 주 정도 되는군.”
그리고 7천 5백만 주 중에서 약 4천만주가 생명공학 분야였다. 많은 곳에 손을 뻗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힘을 실어주는 곳이 생명분야 쪽이었다.
현재 OX기업의 대주주가 1600만주를 가지고 있었다.
“흐음. 이런 비전도 없어 보이는 기업에 1600만주라. 기업 사람이겠지.”
100만주면 한 주의 가격이 500원이라도 5억이다. 최강현은 일단 20억을 투자해서 생명공학의 주식을 사들이기로 결심했다.
‘되는대로 모두 구입해야겠지.’
그리고 자동매입을 설정해 놓은 채 인터넷을 껐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흠.’
지금 ox기업의 주식을 사면서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최강현 본인이 만약에라도 M기업의 대주주가 된다면, 아니 대주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주만이라도 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 말이다.
‘M기업의 주식도 사야겠군.’
최강현은 생각에 잠겼다.
‘무작정 OX기업의 주식 값이 폭등할 때까지 기다릴 순 없는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다.
‘대주주, 그리고 경영권...!’
최강현의 눈빛이 다시금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