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의 태블릿-14화 (1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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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다음에 보자꾸나.”

최강현과 노스님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최강현은 팔공산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고 노스님은 그런 최강현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허허, 앞으로의 세상이 과연 어찌 변할지.”

그리고 등을 돌려 대웅전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산을 내려가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잠시 뒤를 돌아 관암사를 보더니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걸음에 힘을 가했다.

동쪽에서 뜬 해가 중천에 도달 할쯤에 집에 도착한 최강현은 조금 당황했다. 갑자기 어머니가 매서운 눈초리로 최강현을 몰아붙인 것이다.

“강현아. 이틀 전에 주었던 100만원. 그리고 동생들한테도 준 용돈. 어디서 난 거니?”

“예?”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돈도 없이 나갔는데 무슨 일을 하기에 이런 돈을 그냥 주는 거니? 나쁜 짓을 하는 거니?”

“하하, 어머니. 저 못 믿으세요?”

“믿는단다. 하지만...”

최강현은 어머니의 손을 꽉 잡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쁜 짓 안 해요.”

“그럼 그 돈은 어디서 난 거니?”

감추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토토복권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 돈으로 개인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말에 어머니가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구나. 헌데 그 돈으로 충분하니?”

“네.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래. 믿으마.”

안심한 표정으로 최강현을 바라보던 어머니의 눈빛에 애정이 가득했다.

“어머니, 당분간 비밀로 해주세요. 친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알죠?”

“그래, 그래. 내 말하지 않으마.”

최강현은 씩 웃어 보이더니 어머니를 껴안았다.

“조금 쉬다가 갈 거예요. 괜찮죠?”

오랜만에 느끼는 아들의 따뜻함에 어머니의 눈시울이 다시 한 번 붉어졌다.

“그래, 그래. 우리 아들.”

며칠 후.

오늘이 어머니 생일이다. 오늘을 위해서 일부러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최강현은 동생들과 함께 상의를 하며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했다.

“오빠, 어머니가 향수 좋아하잖아.”

“맞네. 형. 향수로 하자.”

하지만 최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생일 선물로는 좋지 않아.”

그 말을 하며 최강현은 파일에서 보았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향수를 받고 실망했다고 적혀 있었어.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최강현은 두 동생에게 조금 의논을 나누라 말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파일을 다시 뒤적였다.

‘생일, 여동생 남자친구 이야기, 그리고... 음?’

-요즘 어머니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 너무 낡은 것 같다.

‘으음. 서, 설마 이건가?’

최강현은 고민 되었다. 하지만 다른 선물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방으로 들어가 지은과 최혁에게 말했다.

“백으로 하자.”

갑작스런 말이었지만 지은과 최혁도 마땅한 선물을 생각하지 못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네.”

“응.”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조금씩 확신이 들었다.

“좋은데?”

들고 다니는 가방도 부실해 보였고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선물이었다.

“오빠, 지금 사로 가자. 빨리!”

“그래.”

그렇게 최강현과 최지은 그리고 최혁 모두 백화점으로 향했다. 돈이야 있었으니 좋은 걸 선물하고 싶었다.

최혁의 차를 타고 백화점에 도착한 그들은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명품 가방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흐음. 좋아 보이네.’

계속해서 살펴보면서 가격을 물어봤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조금 이마가 찌푸려졌다.

“왜 이렇게 비싸죠?”

“손님. 이곳은 장인들이 직접 제작한 물품들만 있습니다. 아주 싼 편입니다.”

“흐음. 그래요?”

최강현은 종업원에게 물어보며 어느 정도 파악을 마친 상태다.

‘좋긴 한데...’

최강현은 손끝으로 느껴지는 가방의 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호. 저 가방 괜찮네.’

그러다 유독 눈에 띠는 가방 하나가 보였다. 상당히 심플했지만 묘한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가방이었다. 왠지 어머니의 어깨에 걸치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저거 얼마죠?”

여종업원이 가방을 보더니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 매장에서 판매하는 최고가의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저걸로 하죠. 어때?”

동생에게 물어보니 최지은과 최혁도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정말 예쁘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직원이 카운터로 향했고 최강현은 카드를 건네줬다.

“일시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방을 사고 오는 길에 케이크도 구입했다. 이제는 깜짝 놀라게 하는 일만 남았다.

집에 도착하고 최강현과 최혁 그리고 최지은은 자그마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일단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들끼리 싸우는 척을 했다.

“왜 그러니?”

그 모습에 다가온 어머니가 그들을 말렸고 셋은 화를 내며 각자의 방으로 갔다. 잠시 후 저녁 시간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색한 기운으로 시간을 보냈다.

최강현이 슬쩍 어머니의 표정을 살폈다.

‘으음. 섭섭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를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애매했지만 최강현의 어머니는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지 않는 모습에 대해 실망하기 보단 자식들이 싸우고 화해하지 않는 모습에 걱정을 할 분이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온 가족이 오랜만에 거실에 앉아 TV를 시청했다. 그때 최강현이 잠시 화장실에 들렀고 나와서는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왜 그러니?”

최강현이 표정을 굳혔다.

“저, 오늘 서울로 올라가 봐야겠어요. 죄송해요.”

“오, 오늘 말이니?”

어머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네. 죄송해요. 지금 급하게 연락이 와서요.”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구나.”

“그럼, 짐만 챙기고 내려올게요.”

그리고 다급하게 2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에 최지은과 최혁도 왔다. 그들은 풍선을 불고 케이크에 초를 꽂아 넣었다. 그리고 불을 붙인 케이크를 최지은과 최혁이 들고 내려갔고 최강현은 가방을 들고 갔다.

조심스럽게 내려가다가 어머니가 뒤를 돌아보기 전에 거실의 불을 껐다.

“으음?”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의아함을 비추며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렸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몇 개의 초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뭐니?”

어머니가 목소리까지 더듬으며 말했다.

“엄마, 생일 축하해!”

“어머니, 생일 축하해요.”

어머니는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고 최지은과 최혁은 케이크를 가지고 가며 불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케이크의 불을 끄자 최강현이 거실의 불을 켰고 바로 가방을 건네줬다.

“어머니, 저랑 지은이, 혁이가 함께 준비한 거예요.”

가방을 받아든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크흠.”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아버지가 다가왔다.

“이건 내 선물이오.”

그러더니 작은 케이스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꽤나 고가로 보이는 목걸이였다.

“어머, 여보.”

“크흠, 흠.”

그렇게 화목한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다음 날.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서울로 올라온 최강현은 곧바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대학교 법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적이자 박진수라는 이름이 떡하니 나타났다.

“호오. 지금도 벌써 천재라는 소문이 자자하구나.”

수능시험에서 전국2등을 했으니 소문이 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박진수가 입학한 대학과 과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다.

“흐음. 시작 해볼까?”

박진수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다. 최강현은 대학교로 향해 먼저 박진수의 생활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지내고 있는 주소를 알아내고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어떻게 사는지부터 확인을 해야겠지.’

약 30분 동안 택시를 타고 이동한 후에 요금을 지불하고 내렸다. 그곳에서는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좋은 집이 없었다. 모든 건물이 낡아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달동네였다.

계단을 타고 올라 사람들에게 주소를 수소문해서 찾은 박진수의 집은 거의 허물어져 있었고 그곳을 지키는 대문은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최강현은 그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대문을 두들겼다.

“계세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반응이 없자 최강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누구 안계신가요?”

“쿨럭, 쿨럭. 누구요?”

그때 힘없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진수 할머니시죠?”

“진수 친구여?”

“예. 친구에요.”

그제야 경계하던 눈초리를 풀며 최강현을 맞이했다.

“쿨럭, 헌데 여긴 웬일이여? 우리 진수 지금 학교 가고 없는데...”

최강현은 할머님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살며시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예. 제가 진수랑 아주 친한 친구에요.”

그러면서 할머니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병은 없었다. 그저 나이가 있어 자연스럽게 몸의 활동이 약해진 것이다. 최강현은 약간의 기운을 불어 넣어 활기를 주었다.

‘병이 아니어서 어떻게 치료도 할 수가 없구나.’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운을 차렸는지 할머니가 이내 목소리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으음. 그려. 헌데 지금 진수가 없으이.”

눈동자에 힘이 생긴 할머니는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렇군요.”

“헌데, 우리 진수 공부는 열심히 하지?”

“하하, 물론이죠. 항상 1등을 놓치질 않아요.”

“그려, 그려. 내 대학 등록금도 못 주는 게 얼마나 미안한지. 혼자서 장학금도 타고 있으니 정말 장할 뿐이지.”

그렇게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를 이기지 못했다라. 할머니를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군.’

최강현은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할머니에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곧바로 서울대로 향했다. 박진수가 다니는 학교로 말이다.

서울대에 도착한 최강현은 곧바로 법학과로 향해 박진수를 찾았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선 어느 과를 가도 괜찮지만 법학과를 졸업해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면 사실상 학점의 이득을 취하게 된다.

최강현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나오는 학생들에게 박진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박진수라고 아시나요?”

최강현의 물음에 생머리를 날리는 큰 눈의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진수요? 저기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안경 쓴 학생이에요. 정리를 하고 일어나는 편이어서 찾기 쉬울 거예요.”

“고마워요.”

“네.”

눈길이 가는 여인이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박진수를 찾았다. 확실히 정리를 하는 모양인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저기...”

헌데 박진수의 뒤에서 확인한 결과 그는 무언가를 적고는 있었는데 공부에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뭐 하는 거지?’

뒤에서 몰래 살피는 최강현의 시선으로 오늘의 스케줄이 나왔다.

‘5시부터 10시까지 아르바이트. 10시30분부터 새벽3시까지 나머지 공부. 3시부터 5시30분까지 취침?’

거기에 일어나서 씻고 바로 신문을 배달하고 아침은 거른 채 학교에 온다고 적혀 있었다.

‘허어. 저게 인간이 할 수 있는 계획인가?’

하지만 박진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하루의 일과를 적고 있었고 마무리가 되었는지 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뒤에서 물끄러미 자신을 보고 있던 최강현과 마주쳤다.

“누굽니까?”

박진수는 한 눈에 보기에도 모범생이라 칭할 만 했다. 하지만 의외로 냉철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머리에 든 지식을 사용할 줄 아는 지혜도 있어 보인다.

‘곁에 둘만하군.’

최강현이 스스로를 소개하며 손을 내밀었다.

“최강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하지만 박진수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용건만 말해주세요.”

“흐음.”

최강현이 잠시 말을 끊었다.

“제가 당신을 후원해 드리죠.”

후원이라는 말에 박진수의 표정이 굳었다.

“됐습니다. 하도 그런 얘길 많이 들어서 말이죠.”

지금까지 박진수가 천재임을 알고 다가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모두 입에 발린 소리로 박진수를 꼬셨다. 후원을 해주겠다면서 말만 잘했지 정작 도움은 받아본 적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훗날 박진수가 큰 위치에 오르게 되었을 때 본인들이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접근해 온 것이다. 누구하나 진심으로 도와준 사람은 없었기에 지금 눈앞에 있는 최강현도 마찬 가지 부류일거라 여겼다.

“흠. 돈이 필요할 텐데요?”

그러면서 최강현은 지갑에서 천만 원짜리 수표 다섯 장을 꺼내었다.

“일단 이정도면 대학 등록금은 해결이 될 겁니다.”

박진수의 눈동자가 수표 앞에서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관심 없으니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박진수는 최강현을 스치고 지나갔다.

‘호오.’

최강현은 꽤나 놀랐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넘어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유비는 제갈공명을 곁에 두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지.’

최강현 역시 뛰어난 인재를 얻기 위해선 몇 번의 시도를 해야 함을 뒤늦게 깨달았다. 조금은 진지하게, 그리고 진실 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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