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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태블릿-1화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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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여섯의 나이로 K회사의 팀장에 앉은 지도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 K회사는 최강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기업이다. 아직 시장에 주식도 풀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알찬 곳이다.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직원들의 시선이 안 좋았지만 최강현은 노력할 생각이었다.

“언젠간 내 진심을 알아주겠지.”

그는 오늘도 아침을 간단히 먹은 후 평범한 중형차를 탔다. 김기사가 인사를 하며 운전을 했고 둘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힘드시지 않습니까?”

“조금 그러네요. 하하.”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최강현은 김기사의 말에 희미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해보세요.”

김기사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 나갔다.

“뭐랄까, 이런 이야기 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네, 그러죠.”

최강현의 미소를 보며 다시 김기사가 입을 연다. 그때부터 최강현은 귀를 세우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이건 흘려들으시면 됩니다.”

김기사가 말을 멈추더니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오늘 갑자기 도련님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아주 우연한 일로 기회가 찾아온다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도련님.”

“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신다면 주저하지 마십시오. 기회는 두 번 찾아오지 않습니다.”

김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강현은 이마를 찌푸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이해는 안 되지만 그러도록 노력해보죠.”

“감사합니다.”

김기사는 그것으로 되었다는 듯 고개를 꾸벅였다.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고 최강현은 자신의 부서로 걸음을 옮겼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인사를 했지만 그 속에 진심은 담겨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끄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예. 반갑습니다.”

웃음으로 대하며 진심을 다했다. 자리에 앉아 부하직원들에게 이야기도 걸었고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공부에도 힘을 쏟았다. 그렇게 바쁜 행동은 하루를 한 시간으로 느끼게 해줬다.

“오늘도 끝났구나.”

문득 가족이 떠오른다. 이제 대학교를 다니는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고의 기업인이 되자.”

최강현은 다시금 스스로에게 힘을 주며 격려했고 언제나처럼 가장 늦게까지 일에 열중했다. 허나, 아직까지는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꽤나 시간이 흐르고 달과 별이 하늘을 채웠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퇴근을 준비했다. 김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걸어간다고 말을 전하고 건물의 밖으로 나왔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떨어졌다.

“비?”

건물의 아래에서 신호가 바뀔 때까지 몸을 피했다. 그곳에서 U패드를 꺼내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별 다른 것은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접속하는 순간 신호가 바뀌었다.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손을 머리위로 올리며 달리는 중에 손에 들린 U패드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차 싶은 마음으로 품속으로 넣으려는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르르 쾅!

“크아악!”

그리고 최강현은 떨어진 벼락에 강타당한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입에선 거품이 흘러나왔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모여들었고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앰뷸런스가 나타났다. 이상한 것은 최강현의 손에 들려 있던 U패드였다.

U패드는 I패드를 뛰어넘는 혁신으로 최근에 나온 신제품이다. 그런 U패드에서 연기가 뿜어졌다. 아마도 최강현의 몸을 훑어가는 전류의 기운을 상당히 흡수해 고장이 난 모양이다.

삐- 삐-

다행이 사람들이 빠르게 119에 신고를 했고 그렇게 앰뷸런스가 왔다. 그가 앰뷸런스에 실려 사라지고 난 후 그 자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금 조용해졌다. 먹구름이 끼어 있던 하늘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달빛만을 비출 뿐이었다.

한편. 2035년의 어느 날.

어둡지만 맑은 하늘이 보였다. 달빛에 반사된 동공에 그것들이 담겼다. 길을 걸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행복해 보이는 연인들의 모습, 다정한 친구들의 우정, 그러다 보이는 아이들의 순수함도 모두 좋았다.

“음?”

문득 손등을 스치는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뚝. 뚝.

“비가 오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은 지금을 이야기 하는 모양이다. 방금전에만 해도 동공에 잡힌 하늘은 그야말로 깨끗함 자체였는데 어느새 먹구름이 가득 차올랐다.

“빨리 가야겠다.”

조금 걸음을 바삐 움직이며 횡단보도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비를 피하기에 적당한 건물을 찾았다. 최강현은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참이 지나도 신호는 바뀌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려 지루함이 느껴졌다. 그는 품에 넣어 둔 U패드를 꺼내었다.

‘훗, 내게 남은 마지막 과거의 물건인가?’

지금 시대에 U패드를 쓰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최강현에겐 남아 있는 모든 것이었다. 유일한 과거의 물건, 최강현은 이것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지금의 나이까지 U패드를 사용하며 이것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곤 했다. 또한 습관이 된 하루 동안의 정보 역시 U패드의 파일에 담았다.

인터넷을 켜고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데 하늘에서 세상을 찢어발기는 굉음 소리가 들렸다.

우르르- 쾅!

그야말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화들짝 놀랄 만큼 거대한 소리였다. 어떤 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기도 했고 어린아이는 대놓고 울음을 토했다. 그도 역시 가슴의 떨림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후. 이건 무슨 핵폭탄 소리도 아니고.”

그때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 담으며 걸음을 옮겼고 어느새 횡단보도의 중앙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때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린 U패드가 비에 젖은 모습을 발견했다.

“아, 참.”

급히 품에 넣으려는 순간 하늘은 또 다시 울었다. 그 울음과 동시에 길을 건너던 그가 몸을 부르르 떨며 쓰러졌다. 손에 들려 있던 U패드에 정확히 꽂혀버린 벼락 때문이었다.

쓰러진 그와 손에 들린 U패드, 이상한 것은 벼락을 정확히 맞고도 별 다른 이상이 없는 U패드였다. 단지 아주 잠깐 연기를 뿜다가 말았다는 것 정도뿐이었다.

2020년에 M기업에게 사기를 당해 K기업이 몰락하고 최강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금씩 앓더니 자리에 누우셨다.

남동생은 화를 이기지 못한 채 M기업을 찾아갔다가 심하게 맞고 난 후로 며칠 동안 멍하니 지냈다. 그때부터 남동생은 깡패 짓을 하기 시작했고 대학생활로 시간을 보내야 했을 여동생은 돈을 벌기 위해 밤일을 했다.

최강현 본인은 1년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폐인으로 지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남동생은 깡패 짓을 하다가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여동생은 연락이 끊긴지 오래였다.

“젠장! 이렇게 누워있을 시간 따위 없어.”

벼락에 직격당한 것은 U패드였다. 조금의 전류가 신체를 훑어 기절을 했던 최강현은 별 다른 이상 없이 깨어날 수 있었다. 하루 만에 정신을 차린 최강현은 퇴원수속을 밟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적은 후에 바탕화면에 파일을 저장시켰다.

-2035년.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벼락에 맞았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약 17년 전에도 이런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가 아마도 6월 달 정도였나. 약 한 달 정도 후에야 의식을 찾았다는 그 사고, 꽤나 지금과 비슷하다. 헌데 .... 그렇게 끝이 났다.

파일에 글을 모두 쓰고 U패드를 껐다.

“피곤하군. 하지만 움직여야겠지.”

쉬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분명 열심히 일해 조금의 여유는 생겼지만 가야 할 길이 멀었다.

‘꼭... 복수한다.’

2018년.

바쁜 걸음을 옮기는 일단의 무리가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다급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옆에 있던 김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날 유독 혼자 있고 싶다는 말씀 때문에 차를 대기시키지 않았습니다.”

“이, 익!”

K회사의 사장이자 최강현의 아버지인 최인이었다. 최인 사장은 부인과 함께 중환자실로 들어섰다.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최강현이 침실에 누워 있었다. 옆에 있던 여동생과 남동생의 눈에서 슬픔이 아렸다.

“오, 오빠!”

“형!”

언제나 둘을 아껴주던 최강현이었다. 헌데 벼락에 맞아 의식불명이라니?

두 사람과 최강현의 부모님이 불안한 표정으로 의사에게 물었다.

“어찌, 어찌 되는 거요?”

담당 의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직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일어날지는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그, 그럼 식물인간이란 말이오?!”

“아닙니다. 식물인간은 아니지만 벼락을 그대로 맞았습니다. 현재 몸의 기능은 정상이나 눈을 뜰 기미가 보이질 않는군요. 저희도 좀 더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으, 음. 빨리, 최대한 빨리 부탁드리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인 사장이 손까지 잡으며 말을 했지만 의사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노력하겠다는 말, 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말. 의사도 알지 못했지만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점은 손에 들려 있던 U패드가 전류를 꽤나 흡수했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벼락에 맞아 의식을 잃은 지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 아직까지도 깨지 않는 최강현을 보며 담당의사가 가족을 불렀다.

“죄송합니다만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 무슨 말이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오!”

“저희로써도 어찌할 방법이...”

모두들 의사에 말에 몸에서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누구보다도 정이 많고 부모 속 한 번 썩이지 않던 아들이었다. 헌데 이렇게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니.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가, 강현아. 강현아!”

어머니가 풀썩 주저앉으며 최강현의 손을 잡아갔다. 따듯한 손길이 느껴졌다. 그것이 외려 슬픔으로 다가왔다.

“제발 일어나렴. 강현아. 제발...!”

최지은과 최혁도 의자에 앉아 눈물만 흘렸다.

“오빠, 제발 일어나...”

“형...!”

병실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한 달 동안 일어나지 못한 이상 더 이상 기다림은 무의미하다. 그것이 의사의 판단이었다. 의사는 끼고 있던 안경을 한 번 만져주더니 자리를 비키기 위해 병실 문을 열었다.

꿈틀.

그때였다. 최강현의 손을 잡고 있던 어머니가 그의 움직임을 발견한 것은.

“우, 움직였어. 움직였어요! 선생님! 우리 아들이 움직였다구요!”

그 말에 밖으로 나서려던 의사가 다급히 몸을 돌리며 최강현에게 다가왔다.

“정말 움직였습니까?”

“예, 예. 분명히 제 눈으로 봤어요.”

꿈틀.

그때 또 다시 최강현의 손가락이 움직였고 그것은 의사 선생님의 시야에 정확히 포착되었다.

“이럴 수가...!”

담당 의사는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벼락을 정확히 강타당하고서 이렇게 일어난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눈동자로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랬다. 일어난 사람은 기적이라 불렸지만 그들 모두는 정신적 착란을 일으키며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한 마디로 정신 장애를 갖고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허나, 일단 담당 의사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일단 다행인 표정을 지으며 검사를 진행해 나갔다.

============================ 작품 후기 ============================

5년간의 계약이 끝나면서 저에게 모든 권한이 돌아온 작품입니다.

첫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부끄러운 글입니다.

그러나 고심 끝에 작품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 조아라 노블레스에 가장 먼저 올려봅니다.

완결까지 빠르게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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