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33)
  • 녀석은 까칠한 턱수염을 계속 내 얼굴에 비벼대며 내 얼굴에 뜨거운 입술을 찍는다. 

    여린 피부에 닿는 그 느낌이 따금하면서도 웬지 자극적이고 간지러워 흠칫흠칫 몸을 떨며, 

    녀석의 입술을 피해 고개를 다시 다른 쪽으로 돌렸다. 

    녀석을 외면해서 고개를 돌린 내 옆얼굴에 집요하게 뜨거운 입술을 내리며, 

    민감한 귀주변을 미끄럽고 뜨거운 혀로 핥아가며 애무를 하듯 어지럽게 간지럽힌다. 

    그 주변이 불에 데인 것처럼 뜨겁고, 오싹거려 어깨를 움츠리며 더더욱 고개를 숙였다. 

    급기야는 내 귓불을 핥던 혀가 귓속으로 뾰족하게 밀고 들어오며 움직인다. 

    너무 자극적인 그 느낌에 정신을 아득해면서 녀석에게 매달리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겨우 힘들게 고개를 저으며 힘들게 반항을 해본다. 

    "................흐읏..............하, 하지마..................." 

    나는 아찔한 이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녀석에게 깔린 몸 아래에서 허리를 꿈틀거렸다. 

    녀석이 그런 내 목덜미 아래로 입술을 타고 내려와 갑자기 여린 살에 이를 박는다. 

    "아악!!!!" 

    갑작스레 여린 살갗이 물려, 고통에 몸을 튕기며 녀석을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 쳐보지만, 

    녀석은 꼼짝하지 않고 다리 사이를 파고들며 그 곳을 입술로 힘껏 빨아 당긴다. 

    몸을 굳힌 채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견뎌보지만, 

    빨리는 그 자리가 쓰리고 아파오면서 신음을 흘리며 울어버렸다. 

    "...으윽.!!!........으흑흑..........흐흐흐윽..........." 

    녀석이 그제야 얼굴을 들고 입술을 포개려 한다. 나는 아랫입술을 앙팡지게 꼭 문 채 

    그런 녀석의 입술을 외면하자, 녀석이 내 양 팔목을 한 손에 모아 쥐고 다른 손으로 

    내 볼 양쪽을 힘껏 누른다. 나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만다. 

    "....아악!!!....아....읍!!!!!!" 

    입을 벌리자 녀석이 격하게 입을 포개면서 말캉한 혀로 내 입 속을 침범한다. 

    혀뿌리를 뽑아 당기듯 힘껏 내 혀를 감아 올리며, 집어삼킬 것처럼 미친 듯이 키스를 한다. 

    너무 격하게 키스를 하는 바람에 짧은 순간이지만 입 속이 얼얼하면서 정신이 없다. 

    녀석은 내 두 팔목을 여전히 꽉 잡은 채 남은 한 손을 내 젖은 셔츠 속에 넣고 

    가슴을 헤집다가 유두를 꼬집는다. 그 자극에 몸이 감전된 듯 튕겨 오르며, 몸이 느슨해져 

    버리고 만다. 녀석은 약점이 되어버린 유두를 손가락으로 자극하며 격정적으로 키스를 한다. 

    경직시켰던 몸이 나도 모르게 이완되면서 녀석이 주는 자극에 흥분해서 몸을 떤다. 

    녀석은 얄밉게도 그것을 아는 지 잡은 팔목을 살며시 풀고 내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슬쩍 허리를 돌려 하체를 비벼대며 자극한다. 

    나는 조금 전까지의 반항도 바보처럼 잊은 채, 녀석의 등을 끌어안고 깊은 키스를 나누며 

    녀석이 주는 짜릿한 흥분감을 못이겨 더욱 더 녀석에게 바싹 붙어 몸의 쾌감을 구한다. 

    녀석은 각도를 바꿔가며 조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입안 구석구석을 애무하듯 혀로 

    더듬으며 입을 맞춘다. 입천장의 오돌한 부분을 뾰족하게 혀로 더듬자 간지러우면서 

    알 수 없는 전율이 온몸에 흐르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목을 갸르릉 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아앙....................아.........ㅇ................." 

    녀석의 키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녀석에게 매달렸다. 

    한참을 그렇게 아찔해져 녀석에게 몸을 내맡겨 키스를 주고받았다. 

    녀석이 입술을 떼고 운전석으로 갔을 때도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는다. 

    "찰칵, 부르르르릉" 

    녀석이 열쇠를 꼽고 시동을 거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시트를 바로 올리자 

    차를 출발시킨다. 녀석은 아무 말 없이 앞만 주시한 채 굳은 얼굴로 운전을 한다. 

    거세게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와 요란한 와이퍼 너머로 네온사인이 보인다. 

    "끼--------익!!" 

    5분도 채 가지 않았는데 녀석이 차를 세우며 짧게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내려." 

    아까는 내리기 위해서 발버둥쳤지만, 이 퍼붓는 빗속에 우산도 없이 내리라고 한다. 

    나는 잠시 사이를 두고 문을 열고 내렸다. 

    녀석이 시동을 켜놓은 채 따라 내리며, 어느 조그마한 가게로 들어간다. 

    그 곳은 지나치면서 한 번도 눈을 돌려본 적이 없는 귀금속 악세사리 전문점이다. 

    안에서 아가씨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는 녀석이 보이고, 이어 아가씨가 내 쪽을 돌아보며 

    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내밀어 말을 건넨다. 

    "어머, 비에 다 젖었네. 겁먹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세요. 어서요." 

    나는 아가씨에 말에 가게로 따라 들어가 머뭇거리며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아가씨가 손에 검은 총 같은 것을 들고나와 승주에게 묻는다. 

    "어느 쪽에?" 

    "오른쪽." 

    "어머! 뜻은 알고 계시죠. 정말 오른쪽 한 쪽만 원해요?" 

    "..............."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오른쪽이라니 나는 말하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가씨가 솜을 들어 내 오른쪽 귓가를 닦는데 시원하다. 

    "........아니!! 그냥 왼쪽에 해주세요." 

    승주의 말에 아가씨가 다시 왼쪽 귓불을 닦은 후 검은 총 모양을 들이대려 한다. 

    나는 이제야 무엇을 하는 것인지를 알고 질겁해서 일어서려 하였다. 

    그런 내 어깨를 녀석이 뒤에서 꽉 잡아 누르며 귀에 속삭인다. 

    "그대로 앉아있어. 이건 내.꺼.라는 표식을 남기는 거야." 

    녀석에 말에 나는 몸을 흠칫 떨며, 아무런 반항을 못하고 굳은 채 그렇게 귀를 뚫었다. 

    나 녀석에게 기대를 걸어도 되는 걸까? 

    아니!! 녀석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꽉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는데.......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미안한 마음에, 

    아니!! 가까이에서 있고 쉽게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상대라서 이용하려고........ 

    녀석이 아까 여학생과 있던 나를 보고 화를 내고, 

    내 거라는 표시로 귀를 뚫은 것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 걸까? 

    그냥 단순히 손에 쥔 장난감을 놓치지 싫어서......그래서??? 

    하지만........... 나 조금은 기뻤다고 한다면 너무 바보 같겠지? 

    고개를 돌려 녀석을 보았다. 녀석은 무거운 표정으로 운전에만 몰두한다. 

    내가 옆에 있는데 나를 보아주지 않는다.........나를 보지 않는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녀석에게 나를 어떻게 생각한다는 것을 한번도 말로 듣지 못했다. 

    흔히 키스를 하거나 육체적 가질 때 하는 좋아한다는 말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끌리고 있다던가 다른 이와 달리 특별하다 던가의 흔한 표현들을....... 

    모든 것을 알아버렸는데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설레는 마음으로 

    녀석의 눈길만을 구하는 내 자신이 너무 안쓰럽다. 

    녀석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지만,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있는 느낌이다. 내가 가질 수 없는 승주의 마음을 얻은 얼굴도 모르는 

    그 여학생이 너무 부러워지면서 또 너무 밉다. 

    못견디게 심한 질투감에 사로잡힌다. 앗!! 도대체 내가 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 추해지는 내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인다. 이렇게는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다. 

    이제 끝을 맺고, 제 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힘들겠지만.......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아파지면서 벌써부터 슬퍼진다. 

    오피스텔로 오는 내내 차안에서 나름대로 내 감정을 정리하고 있을 때, 

    녀석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차를 주차시키고 앞서서 오피스텔로 올라간다. 

    말하지 않아도 내가 자기를 따라 올 것이 당연하다는 듯......... 

    나는 조용히 승주 뒤를 따라 오피스텔로 들어왔다. 오늘 화장실에서 엿들은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둘 사이의 일을 정리하고 힘들겠지만 좋은 친구로 지내자는 

    얘기를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어떻게 말문을 터야할까 기회를 보고 있다. 

    녀석이 수건으로 머리에 젖은 물기를 닦는 모습이 보인다. 

    두근두근!! 여전히 설레는데.....욕실이 열려 있고 불을 켜 둔 채다. 

    "먼저 샤워부터 할래?" 

    역시!!!! 나는 너에게 있어 그런 의미밖에는 안되는 거니? 

    "아니!!!!" 

    나는 감정이 상해 단호하게 말했다. 녀석이 수건을 옆에다 두고 잠시 나를 보더니, 

    싱크대에 있는 담배에 손을 뻗친다. 

    "할 얘기만 하고 갈 거야." 

    "내가 아까 너무 심하게 해서" 

    "아니. 그거랑 상관없어............ 다 들었어." 

    내가 빠르게 녀석의 말을 끊고 대답하자,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가 멈칫하며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다 듣다니? 설마 어제....." 

    "그래. 나에게 사.죄.하려고 했던 말!!" 

    "민하야. 너!" 

    "그래. 들어 버렸어!! 다 알아 버렸다구!!!!" 

    "......그래서 미팅에 나가고, 아까 차안에서도" 

    미팅에 나가서 노래방 화장실에서 듣게 된 것이지만, 순서야 상관이 없다. 

    나는 아까 차안에서 녀석에게 처음으로 반항하며 키스를 막았었다. 

    어느 누구라도 그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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