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33)
  • 녀석을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교실로 들어가기 전 심호흡을 해본다. 왔을까?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줘야지. 

    한 발을 내딛으며 내 눈은 자연스럽게 맨 끈 창가자리로 향한다. 

    .........!!!........두근두근.......녀석이 먼저 와서 그림처럼 앉아있다.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 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려 했는데..... 

    아쉽지만 녀석이 학교를 나왔다는 당연한 사실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자리에 앉았다. 

    '탁' 뒷통수를 때린다. 분명 성재다. 으이구~ 입은 뒀다 뭐에 쓰는지. 

    그래도 승주 얼굴 한 번 봤으니 재수 좋아서 너그럽게 넘어가야지. 

    "왜~~ 헤헤" 

    "얼라리요. 이제 생리 끝났냐?" 

    "뭐?" 

    "이 번 주 내내 죽상에 히스테리 부리더니, 오늘은 아주 헤.엣.살이네. 

    무슨 좋은 일 있냐?" 

    "좋은 일은....그냥....날씨가 좋쟎아." 

    "점점. 날씨가 좋긴 개뿔이! 태풍 온다고 날이 잔뜩 흐렸는데 무슨!!" 

    "그냥 좀 넘어가라. 왜 불렀는데?" 

    "너 내일 미티읍!!" 

    이크! 몰래 바람 피우다 걸린 것처럼 찔려, 나도 모르게 성재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알았어. 알았어. 있다가 얘기하자. 응? 응??" 

    "읍! 으읍! 으읍읍으!!" 

    버둥거리는 성재 입을 막으며 녀석 쪽을 보았다. 녀석이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쳐 버렸다. 녀석의 잘생긴 눈썹 하나가 천천히 올라간다. 

    훅! 재빠르게 성재 입을 막았는데도 혹시 미팅소리를 들어버렸나? 

    그 때 슬리퍼 끄는 소리와 함께 소란스럽던 교실이 조용해진다. 담임 출현이다. 

    나는 성재 입을 막았던 손을 풀고 급히 앞을 보고 앉았다. 

    담임은 잠시 교실 안을 훑어보다 창가 뒷자리에 눈이 멈춘다. 

    "권승주! 지금 바로 교무실로 따라 내려 와." 

    담임이 나가고 그 뒤에 바로 승주가 나가는 것이 보인다. 몇 일 결석 때문에 혼나나? 

    뒤에서 뒷통수를 아프게 때린다. 

    "야. 너 왜 갑자기 입은 막고 그래!!!!" 

    "그냥....... 심심해서." 

    "뭐? 으이구 내가 이런 녀석을 위해 동분서주 뛴 것을 생각하니.....으이 씨. 

    가뜩이나 내일 아침부터 약속 있다고 다른 날로 옮기자는 걸 겨우겨우 성사시켰는데." 

    "내일 아침부터 약속 있다니? 너 여자친구 학생 아니야?" 

    "아휴. 달력도 안보냐? 내일 7월 17일 제헌절이잖아." 

    "아! 그렇구나." 

    "도대체 요즘 너 왜 그러냐? 꼭 나사 하나 빠진 놈처럼. 

    그나저나 내일 미팅 6시로 시간 변경됐어. 장소는 시내 롯데리아 옆에 있는 쥬쥬." 

    "저기....미안한데.....나" 

    "웃기지마. 다 머릿수 맞춰서 힘들게 약속 정했는데, 너 혹시 바람맞히면 

    나 안 보는 걸로 알거야. 정 안내키면 와서 얼굴도장만 찍고 가던지. 알았지!!!" 

    성재의 말에 더 이상 거절하기가 힘들다. 그래 얼굴도장만 찍으면......뭐. 괜찮겠지. 

    승주는 2교시 수업 중간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지금까지 담임이랑 면담 한 것을 

    아는 모양인지 생물도 흘깃 볼 뿐 별 말 없이 계속 수업을 진행한다. 

    5교시 끝나는 종이 울린다. 항상 영어발음을 웅얼웅얼 자장가처럼 들려주는 나이 드신 

    영어선생은 종소리에 개의치 않고 남은 부분을 마저 들려준다. 좀이 쑤시는 것 같다. 

    특별활동 때 보는 선생님이라 예의상 열심히 듣는 척 하고 있을 뿐이다. 

    5분 늦게 수업을 마친 영어는 주섬주섬 책을 챙기다, 그 중 안면이 있는 내게 

    프린트물이 바뀌었다며 3학년 2반에 갖다주고 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3학년 교실에 프린트물을 전해주고 돌아서니 벌써 시작종이 울린다. 

    나는 뛰다시피 걸음을 빨리해서 내려왔다. 복도 창에 기대선 승주가 보인다. 

    승주는 고개를 까딱하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따라오라는 듯 보여 나도 뒤를 따른다. 

    화장실에 아무도 없다. 복도에 슬리퍼 끌리는 소리가 들리자, 

    녀석이 내 어깨를 감싸안고 맨 끝 칸으로 들어가 소리 안나게 문을 걸어 잠근다. 

    나는 어깨를 끌어안긴 채 녀석에게 등 돌린 자세로 벽을 마주보고 서 있다. 

    내가 말을 하려하자, 어깨를 안은 자세에서 다른 손의 검지를 들어 급히 내 입에 댄다. 

    "쉿!!" 

    !!!!.......두근두근..../////....... 

    나도 큰 일이다. 비좁은 공간에 녀석이 뒤에서 안은 자세일 뿐인데도 

    흥분감과 묘한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몸이 떨려온다. 

    복도에 슬리퍼 끌리는 소리가 멀어지자, 녀석이 내 입을 막았던 손가락을 내려 

    내 턱을 잡아 옆으로 얼굴을 돌리게 하고 고개를 숙여 부드럽게 입을 맞춰온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어 녀석의 키스를 받았다. 

    녀석은 키스를 하면서 어깨를 감쌌던 팔을 살며시 풀고 내 옷 속으로 들어와 

    가슴을 훑으며 지분거린다. 뜨거운 손으로 가슴을 훑는 그 느낌에 자극이 되어져 

    탄식이 절로 흘러나온다. 

    ".......아하......." 

    녀석은 입술을 떼고 귓가를 키스한다. 간지럽고 몽롱한 기분에 다리가 풀린다. 

    겨우 두 손으로 벽을 짚으며 지탱하고 서 있다. 귓가를 핥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이렇게 안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 

    "으, 으응" 

    귓가에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에 몸을 주체 못하겠다. 화장실만 아니라면 주저앉고 싶다. 

    녀석은 나를 뒤에서 꼭 안은 자세로 한 손으로 가슴 주변을 동그라미를 그리듯 

    손바닥으로 비비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중심을 부드럽게 쓸어준다. 

    아아. 너무 위험하다. 내 중심은 벌써 녀석의 자극으로 빳빳하게 서 버렸다. 

    녀석은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간지러운 느낌에 어깨가 움찔거린다. 

    "벌써 이렇게 돼 버렸네. 귀여워." 

    ".....아아..////...." 

    녀석은 내 벨트를 푸르고 팬티 위에서 쓸어준다. 옷감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쓰다듬는 그 느낌이 너무 자극적이다. 나는 옴짝달싹 못하고 그 자극에 머리를 뒤로 

    제쳐 녀석에게 기대며 흥분감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녀석은 내 목에 뜨거운 입술을 묻고, 점점 단단해져 팬티위로 고개를 쑥 내민 

    내 귀두 부분을 손톱을 세워 자극한다. 

    찌릿한 그 느낌에 나는 얼굴이 상기된 채 고개를 마구 저으며,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내 두 손으로 꼭 틀어막았다. 

    녀석이 내 팬티를 조금 내리고 내 중심을 한 손에 쥐고 움직인다. 

    내 손이 아닌 다른 사람, 그것도 녀석의 손에 잡히니 그것만으로도 가 버릴 것 같다. 

    녀석은 내 중심을 잡은 한 손을 능숙하고 요령있게 움직이며, 다른 한 손을 들어 

    내 입을 막은 손을 떼게 하고 턱을 조금 들어올려 다시 짙은 키스를 한다. 

    아래 중심의 강렬한 자극과 녀석의 빨아 당기는 듯한 깊은 키스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나는 내 몸인데도 내 몸이 아닌 것처럼 혼이 몸을 떠나 부유하는 것 같다. 

    아! 사정하려는 신호가 왔다. 녀석도 그것을 감지했는지 허리를 안고 조금 물러나 

    사정액이 변기에 내뿜을 수 있게 해주었다. 

    몸이 풀어져 버린 듯 하나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녀석이 뒤에서 허리를 꼭 잡아줘서 

    그나마 주저앉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을 뿐이다. 녀석이 입가의 타액을 혀로 핥으며 

    말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다. 

    "끝나고 같이 갈까?' 

    "..........."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녀석과 함께 오피스텔에 간다면 우리는 당연히 지금과 같이 

    흥분해서 그 때의 일을 되풀이 할 것이다. 나는 녀석에게 느끼는 내 감정을 깨달았지만, 

    아직 녀석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역시 그 전과 같이 나는 공허함을 느낄 것이다. 

    "걱정마. 오늘은 시내에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 할 말도 있고......" 

    "할 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 

    녀석의 얼굴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조금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일뿐 내 옷을 바로 여며주며 한 손을 들어 입가를 닦아준다. 

    "먼저 들어가" 

    "너는?" 

    "조금 있다 들어갈게." 

    나는 녀석을 뒤로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심부름 갔다는 말을 들은 것인지 별 말없이 

    그냥 넘어간다. 녀석은 6교시를 마친 후 제자리로 돌아왔다. 

    할 말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내게 약 먹인 후 관계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려는 걸까? 

    아니면 녀석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껴서 고백하려는 것일까? 고백이라면 좋을 텐데...... 

    조금의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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