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등교해 벌써 10분이 넘도록 교실문 앞에서 주뼛거리고 있다.
쑥스럽게 승주 얼굴을 어떻게 봐야하나 싶어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에-라 용기있게!!
혹시 와있나 싶어 뒷문으로 살짝 보는데........
"워!!!"
"으--앗!!"
가슴이 덜컹!! 뒤에서 누가 갑자기 등을 치는 바람에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돌아보니 성재다. 심장이 벌렁벌렁!! 성재는 눈치 없이 큰 소리로 말한다.
"짜식 놀래긴 너 비명에 내가 더 놀랬다. 아침부터 뭐하냐? 안 들어가고."
"어? 어, 어 지금 들어가려고...."
"그런데 왜 숨어서 보고 있어? 뭐 재미있는 거 있어?"
제--발 성재야 소리 좀 낮춰!!! 아주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싶다.
성재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눈을 빛내며 고개를 쭉 빼고 교실 안을 훑어본다.
"뭐야! 아무것도 없구만. 난 또.....야! 그나저나 몸은 괜찮냐?"
"!!!!!!!"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성재가 요리조리 내 얼굴과 몸을 살펴본다.
.....몸이 괜찮냐니?.....승주와의 일을.....성재가 어떻게 알았지?
"정말 아무 일 없네. 난 또 맞고서 쪽팔려서 숨기는가 했더니"
휴-우 난 또......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더니, 나도 그 짝이다.
"글쎄 안 맞았다니까!!!!!! 앗!"
앗!......////..... 성재 때문에 그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슬금 녀석의 자리에 눈길을 돌려본다. 다행히 아직 등교 전이다.
재빨리 내 자리로 가서 앉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책을 펴서 읽는 척을 해본다.
아직 녀석을 바로 볼 용기가 없어 아침 내내 머리를 아예 책 속에 박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승주는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젠 조바심이 들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성재와 매점에 갔다오는 길에 공중전화를 보고는 잊은 것이 있다고 성재를 먼저 보냈다.
수화기를 들고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려다........!!!!!........수화기를 놓았다.
어이가 없다......나는......녀석의..... 전화번호도......모르고........ 있었다.
오후가 지나도 녀석은 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늦게 온 적은 있지만 결석한 적은 없었다.
온통 머릿속에 승주 생각뿐이다. 그 날 그냥 도망치듯이 나온 것에 상처받았나?
그럴 리 없다. 녀석은 단지 호기심으로......왜 오지 않는 걸까?........왜??.......
녀석의 오피스텔 앞이다. 오기까지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커서 용기를 내어 벨을 눌러본다.
"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
아무리 눌러도 대답이 없다. 주차장에는 오토바이가 얌전히 있었는데......
혹시 잠을 자느라고 못 듣는 것일까? 다시 한번 눌러보지만 기척이 없다.
아마 어디 나간 모양이다............답답하다..........내일은 학교에 오겠지..........
나는 메모지를 꺼내 몇 자 적어 문틈에 끼워놓고 돌아섰다.
'걱정되서 왔다 간다. -민하 '
이틀째도 녀석은 오지 않는다. 시험이 끝나 한가한 아이들은 녀석이 결석한 이유가
큰 사고를 쳤기 때문일 거라는 둥,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입원했을 거라는 둥,
가출했다는 둥 쉴 새 없이 입방아를 찧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소문은 우리학교 졸업생으로 주유소에서 일한다는 형의 말인데,
어제 오전 전갈이 잘생긴 청년과 함께 승용차에 타고 고속도로로 향했다는 것이다.
오늘 그 새로운 소문을 접한 아이들은 승주와 전갈을 연결지어 상상하기 바쁘다.
이상하다....... 언제나 봐왔던 녀석의 자리지만 새삼스럽게 특별함이 느껴진다.
참 이상하다.........녀석이 없으니 교실이, 학교가 텅 빈 것처럼 황량하다.
........보고 싶다..............보고..... 싶다.........
매 교시마다 정답을 맞춰주는데 나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정말 잘 본 것 같다.
나만 문제가 쉽다고 생각했을 뿐 전반적으로 이번 시험은 난위도가 높았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암기과목에서 승주가 콕콕 찍어 준 문제가 대거 출제되었다는 점이다.
녀석이 서울에서 마음잡고 공부하기 위해 받았다던 고액 과외가 정말 대단하다.
그러고 보니 전과목을 과외 받았나????
나는 종례마치고 계단을 내려가는 담임의 뒤를 따라 내려가 조심스럽게 불러 세웠다.
"저....선생님."
"어? 민하구나. 왜?"
"저기 권승주한테 연락이 있었나요?"
"어? 너 그 녀석이랑 친하냐?"
"아니요. 같은 동네에 살다보니 걱정되서........"
"감기가 심하게 걸려 아파서 못온다고 어머니가 연락하셨는데"
"네?"
어머니라니? 그 녀석 어머니는 재혼해서 일본에 계시다고........
아아.....이해가 간다.
"많이 아프데요?"
"글세. 모르지..... 늦어도 목요일에는 보낸다고 했으니."
"......네........"
"너도 이해가 안가지? 한 여름에 감기라니..........어째 좀 조.용.하.다 했지.
화려한 전적에 비해서 얌전하게 지낸다 했더니, 뭐 그래도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민하 너는 모범생이니까 그런 위험한 녀석과 어울려 다니지 마라. 금방 물든다."
"네........"
역시 담임마저 승주의 결석을 수상히 여기고 있다. 맙소사. 어머니가 전화했다고?
그래도 연락이 있었다는 것에 안도한다.
내일까지 얼굴을 못보니 섭섭하다는 생각이 든다. 핸드폰 전화번호라도 알면.........
그래도 나는 방과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피스텔에 또 들려봤다.
메모지가 문에 꽂힌 채로다.
어깨에 힘이 빠진다. 그만 주르르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어제 녀석을 못 본 것에 대해 처음에는 얼굴대하기가 계면쩍고 부끄러웠는데
잘됐다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걱정으로 이어지고, 그 걱정이 이상한
염려로 이어진다. 혹시 나를 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그럴리는 없겠지만.......
가슴이 실타래가 엉킨 듯 답답하고 무겁다.
또 한편으론 녀석을 못 보니 가슴이 뻥 뚫린 듯 허전하기 그지없다.
녀석의 얼굴을 봐야만 이것이 풀릴 것 같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그냥 문 앞에 주저앉아 한참을 있은 것 같다.
"...띵!......뚜벅, 뚜벅, 뚜벅, 뚜벅"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걸어오는 발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혹시??......아....니....다. 경비원 아저씨가 손에 상자를 들고 나를 의아스럽게 본다.
경비원 아저씨는 무슨 일이냐며 물어봤고 나는 학교친구인데 결석해서 와 본 것이라고
설명하자, 아저씨는 어제 택배 온 것이 있는데 계속 찾아가지 않아 직접 갖다주러
온 것인데 없다면 그냥 도로 가지고 내려가야겠다며 혹시 만나면 얘기해달라고 하신다.
아저씨가 가시고 조금 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돌아오기 전 메모지를 꺼내 몇 자 적어 문에 꽂았다. 어제 쓴 메모지를 빼려다가
내가 이틀동안 걱정해서 온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냥 두었다.
'아프다고 들었어. 몸은 괜찮은지? 그리고 경비실에서 택배 찾아가래. -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