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33)
  •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니 온몸이 맞은 듯 아프고, 특히 하반신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는다. 

    그래도 조금 일어서려 하니 허리가 쪼개지는 듯 아프다. 

    아! 맞다. 어제 녀석의 오피스텔에서........////////....... 

    훔쳐보는 이 없지만 새삼 어제의 강렬했던 행위가 생각나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좀처럼 붓지 않는 얼굴과 눈두덩이가 조금 부은 것 같다. 

    "TRRRRR--TRRRRRR----TRRRRR----TRRRRR----" 

    으-윽!! 간신히 침대에 일어나 겨우 겨우 발에 힘을 주고 10번쯤 울렸을 때 

    책상 위에 있는 수화기를 들었다. 

    ..............엄마다. 

    [민하야. 집에 있으면서 왜 전화를 이렇게 안 받어. 지금 일어난 거야?"] 

    "네.......엄마" 

    목이 잠기고 갈라져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목소리가 왜 그래? 너 어디 아픈거야?] 

    맙소사. 또 생각이 나버렸다.../////.... 녀석과 뒤엉켜 비명과 샛된 신음소리를 흘린 것이.... 

    "아,아니야..... 너무 푹 잤더니 그런가 봐. 흠흠" 

    [그런 줄도 모르고 아까도 전화했더니 안 받아서 어디 아픈 줄 알고 놀랬잖아.] 

    "왜요? 뭐 가게에 가져나갈 물건 있어?" 

    [아니. 어제 정이가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집으로 바로 갔는데, 

    너는 깨워도 정신 없이 잠만 자고, 니 친구는 계속 전화했다고 해서.] 

    그러고 보니 얼핏 누나가 흔들어 깨운 듯도 싶었지만, 나는 잠에 취해서 정신없이 

    잤나 보다. 그리고 친.구.라니.......설마......승주가? 두근두근!! 

    "치...친구?" 

    [성잰가? 걔가 몇 번씩 전화했대. 너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그렇겠지.....녀석은 우리 집 전화번호도 모르는데.......조금 실망감이 든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왜?" 

    [너 혹시 요즘 아이들 말하는 '왕따' 같은 거.........당하는 거......아니지?] 

    기가 막혔다. 갑자기 웬 왕따? 무슨 말을 들었기에? 

    "엄마는 무슨 왕따는? 누가 그래?" 

    [아니면 됐고......걔가 너 혹시 몸에 맞은 상처 같은 거 없냐고 물어봤다 하길래.] 

    "엄마는 참~ 이렇게 이쁜 엄마 아들을 누가 때리겠어?" 

    [그렇지!! 나는 또 니 누나가 엉뚱한 걱정을 하길래 말이야. 민하야. 정말 아무 일 없지? 

    혹시 저번 주부터 가게에 와서 도시락 싸 가지고 간 것도 혹시 나쁜 얘들이 시켜서.....] 

    "엄마. 요즘 세상에 누가 공갈쳐서 도시락 달라고 하겠어? 돈이면 또 몰라도." 

    [호호호 하긴 그래. 나는 세상에 벼라 별 일이 많으니까. 또, 누나도....] 

    "엄마. 누나도 빨리 시집이나 보내요. 엄마도 같이 있으면 물들어." 

    [그러게 말이다. 어디 오라는 놈이 있어야 보내지. 

    '엄마!!!!!!!'] 

    수화기 저 편으로 히스테릭한 누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도 고달프겠다. 

    ['나는 시집 안간다니까!!!!!' 

    그래. 그 총각 오면 그 앞에서 똑같이 말해봐. 

    '엄마!!!' 

    아이구. 민하야. 손님 오셨다. 빨리 밥 챙겨먹어.] 

    휴-우 왕따라니....어떻게 그렇게 엉뚱한 발상을........ 

    수화기를 든 길에 성재네 전화를 걸었다. 성재 엄마가 받으셔서 교회 갔다고 한다. 

    성재가 무슨 교회는!!! 분명히 지 여친 보고 싶어서 다니지도 않는 교회 갔을 것이다. 

    녀석들과 어울리다 보니 통밥 재는 것만 늘었다. 

    그 여학생 천국 가겠다. 성재같은 어리버리한 어린 양을 전도했으니......... 

    뭐 좀 먹을까 싶다가 몸이 귀찮아서 도로 침대에 누웠다. 

    잠을 많이 잔 것 같은데도 베개에 머리를 대니 나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진다. 

    깨어보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목이 마른 것 같아 침을 삼키는데 조금 아프다. 

    "TRRRRR----TRRRRR---" 

    멈칫! 혹....시 승주가 아닐까?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우리집 전화번호를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대해본다. 

    ".....여보세요?........" 

    역시나........ 헛웃음이 나온다. 전화 건너편에 성재의 씩씩한 음성이 들린다. 

    [야! 임마. 어떻게 된거야?] 

    "뭐가?" 

    [너 어제 내가 몇 번이나 전화했는지 알아?] 

    "왜? 학교에서 잘 봐놓고" 

    성재는 비밀스러운 말을 하듯 목소리를 낮추며 물어본다. 

    [야, 혹시.......너 맞았냐?] 

    "뭐어? 내가 왜?" 

    [너 어제 승주놈에게 끌려간 것 아니었어? 우리 뒷담화한 것 때문에 그 놈 너 찍었잖아?] 

    어이가 없다. 자식 생각을 해도.....내가 걱정되기 보다 지레짐작하고 살펴보려고 전화했군. 

    "아니야. 어쩌다 같은 동네라 태워 준거야." 

    [정말? 정말 아무 일 없지? 너 맞고서 무서워서 숨기는 것 아니야?] 

    "그래. 임마. 못 믿겠으면 와서 봐라." 

    [휴우, 다행이다. 나는 이제 내 차례인 줄 알고 얼마나 쫄았는지.......태호랑 창현이도 

    내 얘기 듣고 너 걱정했잖아. 그 놈 먼저 학교에서 사고 쳐서 지방으로 전학 왔다는 

    소문도 있고, 무서운 놈이라니까 조심해. 저번에 봤잖아. 전갈이랑 같이 가는 거.] 

    "너 내 걱정되기보다는 맞을까봐 겁나서 그렇게 전화해 댄 거야?" 

    [씨......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아! 새끼야!!!] 

    성재가 냅다 질러대는 소리에 귀가 멍멍하다. 어휴 귀떨어지겠다. 

    빨리 화제를 바꿔야지. 

    "자느라고 귀찮아서.....참 여자 친구는 잘 만났어?" 

    [어? 너 어떻게 알았어?] 

    "아까 너희 집에 전화했더니 어머니가 너 교회 갔다고 하시던데." 

    [야. 말도 마라. 너희들 인연 맺어 주려고 이 몸이 살신성인하지 않냐~ 

    큭큭 미~팅~~ 이번 주 토요일 5시로 입 맞춰 놨다. ] 

    처음부터 별 생각 없었지만 어제 승주와 그런 일이 있고보니 왠지 나가기 껄끄럽다. 

    "성재야. 실은 나...... 별로....." 

    [야. 너 빠진다는 말하지마. 가뜩이나 내 친구라니까 의심스러운 눈치로 

    키는 얼마냐? 잘 생겼냐? 공부는 잘하냐며 꼬치꼬치 물어보는 걸 널 기준으로 다 

    말해버렸단 말이야. 너 빠지면 나 완전히 뻥재로 찍힌단 말이야.] 

    "그래 알았어. 그 때 봐서..." 

    [웃기지마. 튕기긴....너 빠지기만 해 봐. 최소한 죽음이야. 그럼 내일 보자.] 

    맙소사. 어제 승주와 같이 온 걸보고 그렇게들 생각했다니..... 우스웠다. 

    그렇게 나쁜 놈 아닌데..........!!!......나쁜 놈인가?......내게 요상한 약을 먹였으니....... 

    사실 그 녀석이나 나나 샘샘이다. 몰래 약 먹인 놈이나 알면서 얌전히 당한 놈이나..... 

    그리고 어제 일로 녀석에게 품고 있었던 내 감정을 알아버린 지금......휴-우 

    그래서 더더욱 녀석에게 화를 못 낼 뿐 아니라 멀어질까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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