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33)
  • 토요일, 4교시 마지막 시간은 체육이다. 우리는 분주하게 체육복을 갈아입느라 난리다. 

    성재는 이번 여름방학 때 여친과 수영장에 가기위해 근육을 키우고 있다며 몸매자랑이다. 

    아직 멀었다. 적어도 권. 승. 주. 정도는 돼. 야......... 

    앗!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목욕탕에서의 나체와 키스가 생각나 버렸다.......//////........주책이다. 

    승주 쪽을 조심스럽게 봤다. 녀석은 옷을 갈아 입은채 단정히 교복을 정리하고 있다. 

    녀석에게 말 걸 기회를 엿보는데 성재가 늦었다며 팔을 잡아끌며 재촉한다. 

    체육을 끝으로 오늘 수업은 다 마쳤다. 지친다. 

    체육선생은 아침에 부부싸움이라도 했는지 열 받은 얼굴로 우리를 아주 뺑이 돌렸다. 

    7월 뙤약볕에 뛰었더니 몸이 끈적끈적 찝찝하다. 

    무더운 교실에는 수컷들의 땀내가 진동한다. 웨-------엑 

    같은 남자지만 이 냄새는 참 심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아이들과 CD를 사러 같이 가자는 성재를 뒤로하고, 견디기 힘들어 화장실에 가서 

    대강 얼굴과 손을 씻고 손바닥에 물을 받아 마셨다. 조금 나아진 듯하다. 

    교복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교복상의도 땀냄새가 나는 것 같아 교복바지만 얼른 갈아입고 

    남은 옷은 대강 개서 가방에 넣었다. 빨리 집에 가서 약 먹고 샤워라도 해야겠다. 

    나오기 전 승주 자리를 힐끔 보았다. 벌써 간 모양이다. 

    어제 본 전갈이라는 선배와 같이 있던 녀석이 계속 마음에 걸려 물어보고 싶은데....... 

    교문을 나서 탈진상태에서 휘적휘적 걷는데 낯익은 오토바이가 보인다. 녀석의 애마다. 

    주위를 둘러보니 승주가 누군가와 헤어지며 오토바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반가워서 뛰다시피 걸음을 빨리 해 승주 쪽으로 갔다. 녀석도 나를 본 모양인지 

    오토바이에 앉아 기다려 준다. 

    "아직 안 간거야?" 

    "어.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시험은 잘 봤어?" 

    "대강. 집에 가는 길이지. 타." 

    나는 걷기도 귀찮았는데 잘 됐다 싶어 냉큼 뒤에 올라탔다. 처음 타본 오토바이라 

    어디를 잡아야 하나 조금 망설이는데 녀석이 손을 뒤로 돌려 자기 허리를 감게 한다. 

    두근!!! 

    녀석의 탄탄한 근육이 손아래 느껴진다. 

    "부릉--부릉-----부아아앙-----------" 

    녀석은 나를 배려해선지 조심스럽게 오토바이를 몬다. 아이들이 흘끔거리며 우리를 본다. 

    성재놈의 놀란 얼굴과 몇몇 아이의 부러운 얼굴도 보인다. 

    얼굴에 닫는 바람이 상쾌하다. 

    금방 녀석의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흠. 보통 때라면 찜통 버스에 구겨져 있을텐데...... 

    녀석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나를 부축해서 내려준다. 꼭 여자가 된 것 같다. 

    "괜찮어? 아까보니 많이 힘들어 보이던데" 

    "응. 더운데 밖에서 뛰고나니 머리가 아파서......" 

    "일단 올라가자" 

    "응" 

    녀석과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나는 양쪽 관자놀이를 누르며 두통을 완화시키려 하였다. 

    그런 나를 보던 녀석이 양손가락을 다 사용하여 머리를 지압하듯 눌러준다. 조금 시원하다.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나는 승주의 뒤를 따라 현관 안으로 들어가면서 반가움을 느꼈다. 

    어째 우리 집 보다 더 익숙하게 느껴진다. 

    "배고프지 않아?" 

    "아니. 후우-- 지쳐서 생각 없어." 

    "그럼 먼저 씻어." 

    "아니, 너 먼저..." 

    "정리할 게 있어. 먼저 해." 

    "그래. 그럼 먼저 쓸게." 

    욕실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먼저 약을 먹을까 싶어 교복바지에 손을 넣었다. 

    있을텐데.........어? 이쪽 주머니인가?.......없네......맞다!!!! 

    요즘 승주와 함께 시험공부하면서 두통으로 고생한 적이 없는데다, 

    집에 늦게 가서 잠만 자는 바람에 한국인의 두통약 챙기는 것을 잊었다. 

    있다가 못견디겠으면 가는 길에 사먹지 싶었다. 녀석은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나는 조금 웃어 보이고 욕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어 수건걸이에 걸어두고 거울을 보는데, 세면대 위에 내가 잊고 간 칫솔이 보였다.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아 먼저 이를 닦고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마지막으로 찬물로 다시 한번 샤워를 하고 몸을 닦는데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밖에 갈아입을 옷 놔뒀어." 

    "어, 고마워." 

    문을 살며시 여니 처음에 왔을 때 빌려 입었던 옷이 바닥에 있다. 

    나는 옷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와 펴는데, 툭! 무엇인가가 떨어진다. 낯익은 내 팬티다. 

    아! 맞아. 처음 왔을 때 녀석이 준 팬티를 갈아입고 내 팬티를 여기에 그냥 두었었구나. 

    옷을 입고 수건걸이에 걸어뒀던 옷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는데 시원한 공기가 감싼다. 

    창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을 가동시켜 무척 시원했다. 

    어??!! 에어컨이라니....겨우 이틀 만인데도 없던 것이 생겼네. 

    "웬 에어컨이야?" 

    "입주할 때 옵션항목에 있던 건데, 어제 달아줬어." 

    녀석이 서 있다가 물을 내민다. 손안에 느껴지는 차가운 컵의 느낌에 기분이 좋다. 

    샤워한 뒤라 갈증을 느끼며 물을 마시려 하는데 녀석이 말한다. 

    "입 벌려 봐." 

    "???" 

    내가 얼떨결에 입을 벌리자 입 속에 무엇인가를 넣고 녀석이 사악하게 웃는다. 

    무슨 알갱이 같은데.....뱉기에는 뭐해서 그냥 삼키고 물 한 컵을 꿀꺽꿀꺽 다 들이켰다. 

    "조금 전에 뭐야?" 

    "약!!" 

    녀석은 내가 더 묻기도 전에 욕실로 들어가 버린다. 나오면 다시 물어봐야지. 

    냉방을 해서 시원하니 좋지만 에어컨 바람에 다시 머리가 아프다. 

    바닥에 앉아 침대에 등을 기댔다. 함께 공부할 때 사용했던 상은 치웠는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녀석의 방 풍경은 삭막하다. 

    도대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땀을 한 바가지나 흘린 후 씻으니 몸이 나른하다.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다. 

    후-우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머리가 젖었지만 개의치 않고 침대에 뒷통수를 묻었다. 

    노곤노곤 몸이 풀어지는 것 같다. 가물가물 눈꺼풀까지 무겁다. 

    이대로 자고 싶기도 하다. 손끝에 힘이 하나도 들어 가지지 않는다. 

    나는 피로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승주가 나오는 소리에 겨우 머리를 들고 녀석을 보았다. 

    갈아입을 옷을 가져가지 않았던지 허리에 달랑 큰 수건만 두른 채 다른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온다. 

    자식. 여전히 근사하다. 헉!!!!!!! 

    방금 샤워를 마친 단단한 가슴 위에 물방울이 드문드문 걸려있다. 그 모습이 섹시하다. 

    .................섹......시...............꿀꺽!......................... 

    매달린 물방울이 가슴에서 배 주변으로 또르르 떨어진다. 

    아까 전까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심장이 두근!두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위험하다. 눈을 돌려야하는데 접착제를 붙인 것처럼 시선을 떼지 못하고 보고 있다. 

    녀석도 이상했던지 하던 행동을 멈칫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겨우 힘들게 시선을 위로 올려 그런 녀석을 보려다, 도톰한 입술에 눈길을 잡힌다. 

    떠올라 버렸다. 며칠 전, 녀석과 이 침대에서의 ......... 키......스.....가....../////.............. 

    방 공기는 차가운데 나는 내 열을 주체못해 확확 달아오른다. 

    자꾸 한 공간에 있는 녀석의 몸이 의식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나는 이런 내 모습을 숨기고 싶어 뻗었던 다리를 급히 오므려 세우고 

    무릎에 고개를 파묻어 버렸다. 녀석이 천천히 걸어와 내 뒤에 걸터앉는 것이 느껴진다. 

    "물기를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감기 들어." 

    녀석이 수건으로 내 머리에 물기를 털어준다. 꼭 강아지가 된 것 같다. 

    나는 얼굴이 벌개져서 말도 못하고 녀석이 하는대로 가만히 있을 뿐이다. 

    쿵!쾅!쿵!!쾅!!쿵!!!쾅!!!.....///////.........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터져 버릴 것 같다. 

    머리위로 느껴지는 녀석의 손길에......../////.......... 녀석의 향에.......///////............ 

    정신을 차릴 수 없어 고개를 더더욱 숙인다.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겼던지 손을 멈춘다. 

    안 돼!!! 이런 얼굴을 보면 이상히 여길거야. 

    "RRRRRRR-----" 

    사이드테이블에 놓아 둔 녀석의 핸드폰이 울린다. 다행이다. 

    녀석은 전화를 받기위해 몸을 기울이며, 침대 옆자리를 소리나게 손으로 두드린다. 

    "불편해 보인다. 올라와 앉아."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조용히 녀석 옆에 걸터앉았다. 

    "예." 

    [씨발! 죽었는지 알았다.] 

    "잘 살고 있다." 

    [씨발!! 그렇다고 연락도 끊어?] 

    상대편 남자가 조금 거칠게 내지르는 듯한 큰 소리가 또렷하게 전화 밖으로 흘러나온다. 

    "곧 볼텐데 뭐." 

    [좆도. 너 *&*=형이 가면서 ^^%$ +* 줬다며? 너가 그 약 가지고 있지?] 

    "그 약이라니?" 

    [씨발!! 못알아 듣는 척 할래? 최,음,제 말이야. *&^%^$**. %1면서?] 

    거친 욕설 속에 들린.......최.........음........제.......... 

    생각 외로 얌전하다 했더니.......역시 뒷세계와 연결된 건가? 

    어제 만난 전갈 역시 음성적인 일을 하는 조직원....... 

    "니가 그 약을 왜 찾는데?" 

    [*7&^%$#3.*고.*^5써*6냐?] 

    녀석은 내가 앉은 반대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히 말한다. 

    "오늘 하나 썼어." 

    [*&^%$#@ ?] 

    "글쎄? 반응이 곧 나타나겠지." 

    가만 있어봐. 오늘 하나 써 본 약이라는 것이 혹시..... 내 입에 넣어준 약?!!!!!!!!!! 

    고개를 숙이고 생각해 본다. 분명히 들었다. 

    .........최........음........제.........!!!!!!!!!! 

    반응이 곧 나타난다고? 어쩐지 조금 전 그 묘한 분위기가 그 약 기운 때문에!!! 

    창현이네 집에서 최음제를 모르던 내가 물었을 때 들었다. 

    '약을 먹으면 조금 뒤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몽롱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흥분감과 욕구를 

    느끼는데, 옆에 누구이건 상관없이 관계를 가져서 욕구를 풀어야 된대.' 

    왜? 내게.........최음제를.........먹인 거야??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상황 탓에 나는 주먹을 꽉 쥐어본다. 손끝이 뜨겁다. 

    [^$#&^%+*새끼+*$#**해.] 

    "큭큭, 나중에 보고할게. 기대해" 

    나는 낮게 웃는 소리에 놀래서 고개를 번쩍 들고 녀석을 보았다. 

    전화를 받던 녀석도 마침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보...고...를....하...다...니.....???!!!.......기...대...해...???!!!.....도대체 왜?? 

    [씨발, 나 곧 내려간다.] 

    "그래. 나중에 한 잔 하자."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손이 가늘게 떨리고 힘이 없어지는 것 같다. 

    여전히 심장이 미친 듯 요동을 치며 온 몸이 뜨겁다. 

    녀석이....... 준..........약에........... 반응하는............ 것일까............... 

    아직 내 이성이 남아있을 때 도망가야 하는데......... 이대로 그냥 뛰어나가 버릴까? 

    휴대폰 닫는 소리와 함께 녀석이 내 얼굴을 든다. 

    "헉........////..." 

    나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방금 전 들은 얘기가 도저히 믿기지 않아 녀석의 표정을 살폈다. 

    녀석도 이런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듯 훑어본다. 녀석이 손을 들어 내 뒤통수를 만진다. 

    단지 머리에 가볍게 손을 대었을 뿐인데도..... 

    아! 가슴이 두근두근!!!!! 숨을 쉬기가 힘들다. 

    눈도 못 돌리고 녀석의 도톰한 입술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삼켜진다. 

    "꼴깍........." 

    가려면 지금 일어나 뿌리치고 도망가야하는데.....조금이라도 이성이 남아있을 때........ 

    하지만.......밝은 데서.......이렇게.......가까이서.........녀석의 입술을 보니 눈을 못 떼겠다. 

    녀석의 얼굴이 점점 내게 다가온다. 나는 살포시 눈을 감았다. 

    가슴속의 심장은 운동장을 10바퀴 돈 것 보다 더 심하게 뛰는 것 같다. 

    이런 기대감 역시 그 약에 대한 반응일까? 

    내 이마에 단단한 무엇인가 살짝 맞대었다가 떨어진다. 코끝에 녀석의 향만 남을 뿐이다. 

    "이상하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나는 그제야 의아스럽게 눈을 떴다. 녀석은 고개를 조금 갸우뚱거리며 다시 한번 

    이마를 맞대보다가 남은 한 손으로 자기 이마와 내 이마를 번갈아 짚어본다. 

    ....//////.......그렇게 건드리지 마!!!!!! 더 견디기 힘들어!!!!!!! 

    녀석이 열을 재어보기 위해 하는 단순한 동작도 나는 힘에 겨웠다. 

    움직일 때마다 코끝을 간질이는 익숙한 녀석의 향이 마치 거미줄에 걸린 먹이처럼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얽어매는 듯 하다. 

    머리로는 지금 일어서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눈은 오로지 녀석에게서 

    떨어질 줄 모른다. 바로 눈앞에 잘 생긴 녀석의 얼굴과 단단한 어깨가 보인다. 

    녀석의 벗은 몸을 보니 야릇한 흥분감과 호기심이 몰려온다. 

    나도 모르게 끌리듯 놈의 어깨에 왼 손을 올렸다. 녀석이 흠칫 놀라, 나를 본다. 

    묘.....하.......다. 

    지금의 내 체온과는 다른 차가운 살갗의 촉감이........ 어깨를 어루만지다 가슴을 만져보았다. 

    내 가슴이랑은 틀리게 단단하고 탄력이 있다. 상상만 해보았던 그 감촉이 손에 만져진다. 

    녀석이 긴장했는지 몸을 움찔 굳히는게 느껴진다. 그런 녀석의 반응이 신선하다. 

    그.....약.......때문이야. 이 묘하게 달뜬 느낌...... 

    두근두근 거리며 흥분감에 달뜬 몽롱함. 

    하지만 반대로 머릿속은 이상하게 안개가 걷히듯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살짝 벌어진 녀석의 입술이 내 시선을 잡는다. 

    .........섹.......시.......해......... 

    저 입술로 내게 키...스....했...지. 나는 손가락을 옮겨 녀석의 입술을 만져보았다. 

    조금 까칠하지만 부드럽다. 

    어떤 느낌이었지? 

    나는 숨을 삼키고 이끌리듯 살며시 놈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대어본다. 

    인중 아래 돌출된 윗입술의 촉감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손 끝 느낌과는 또 다르게 부드럽다. 나도 모르게 눈꼬리가 휘어진다. 

    입술 떼자 이번엔 !!!!!!! 

    ".........너!!!!!!" 

    녀석이 화난 듯 격하게 입술을 부딪혀온다.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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