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33)
  • 토요일 밤샘을 한답시고 앉아서 시간을 떼우지만, 멍해지면서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말이 밤샘이지 밥 먹고 꼬박 앉아있으니 졸음이 쏟아졌다. 

    녀석도 티는 내지 않지만 졸린 것 같기에, 내가 먼저 제의한다. 

    "나 졸린데, 그냥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총정리하자." 

    "그럴까? 여기 정리할테니 먼저 씻어." 

    "응." 

    욕실에 가져온 칫솔을 꺼내 이를 닦고 세수를 했다. 

    가만 있어봐. 침대는 하난데.....여유분의 이불이 있겠지. 뭐.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나왔다. 어라. 그대로네. 

    "다른 이불 있어?" 

    "아니 없어. 잠깐 눈 붙이는데 침대에서 함께 자자." 

    녀석은 욕실로 들어가 버린다. 다행히 베개는 길어 둘이서 벨 수 있겠다. 

    나는 침대 안 쪽으로 가서 누웠다. 방금 전 졸렸던 눈이 누우니 말똥말똥하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잠시 후 녀석이 나와서 불을 끄곤 옆에 눕는다. 나는 몸을 웅크리며 벽 쪽에 바싹 붙었다. 

    "불편하면 내가 아래서 잘까?" 

    "아니야. 다른 사람과 같이 자 본 것이 오랜만이라....." 

    "......그래......" 

    "이렇게 혼자 지내면 무섭지 않아?" 

    "별로" 

    "대단하다. 나는 무서움이 많아서 못 지낼 것 같은데." 

    "무섭기보다는 조금 외롭지." 

    "알 것 같아. 사실.......나...아빠가 돌아가셔서 엄마랑 누나가 도시락전문점을 하느라고 

    집에 가면 혼자야. 이젠 커서 아무렇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 외롭단 생각이 들어." 

    "..............." 

    "참! 서울의 친구들과는 연락 안 해?" 

    "응.......나름대로 바빠서" 

    "그럼 여자친구는?" 

    "여자친구?" 

    "응. 너 정도면 여자친구도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있었지만 지금은 정리했어. 그런 너는?" 

    우리는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마주본 자세로 옆으로 누웠다. 

    "엑--, 나? 없어. 한 번도 사귄 적 없어.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남자학교라 기회가 없어." 

    "기회가 되면 사귀고 싶어?" 

    "글쎄? 성재 보니까 여친이랑 키스했다고 자랑하는 것 보면........." 

    "키스?" 

    "하하. 아니 알고보니 뽀뽀였는데 키스했다고 자랑하는 바람에 창현이네 가서...." 

    맙소사. 내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날 본 포르노가 생각이 났다. 

    녀석이 되묻는다. 

    "창현이네 가서?" 

    "으응......... 그냥....... 모여서 놀았어." 

    "그냥 놀기만 했어?" 

    "놀다가 성교육 한다며 성인비디오도 보고......" 

    "포르노?" 

    "응. 처음 봤는데.......굉장히 충격적이었어." 

    "섹스가?" 

    "응. 그렇지 뭐......사실........그것보다........" 

    "그것보다?" 

    이 녀석 오늘 말을 많이 시킨다. 이젠 조금 친해져서 그런가 보다 싶었고, 

    일주일 넘게 함께 지내다보니 편해져서 솔직하게 말을 했다. 

    "잠깐 봤지만........남자와 남자가.....키스를 하고.........애무 해주는 것이 충격적이었어." 

    "............." 

    "남자와 여자의 키스는 흔히 영화에서도 보지만 남자끼리의 키스는 처음이라......" 

    "혐오감이 들었어?" 

    "아,아니.....그냥......말 그대로 처음 봐서 놀랬어." 

    "............" 

    너도 놀랬겠지........ 나는 충격 그 자체였었어. 

    녀석이 잠시 말이 없다가 낮게 말한다. 

    "우리 해볼까?" 

    "무.......무슨?" 

    ".........키스..........." 

    "아하.......무슨.......읍!!!!!!!" 

    당황해서 말을 하려는 내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더니 내 입술에 녀석의 입술을 포갠다. 

    두근두근 심장이 미칠 듯 뛴다. 

    녀석이 부드럽게 입술을 빨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다. 나는 여린 살에 따끔함을 느끼며 

    입을 조금 벌리자 뜨겁고 미끄러운 녀석의 혀가 살며시 들어온다. 

    아찔함에 정신이 없다. 이런 것이...........키스구나.......라고 느끼며 그저 녀석이 하는대로 

    숨도 못쉬며 입을 벌리고 있다. 이를 닦은 후라 상쾌한 민트향과 달콤한 맛이 난다. 

    녀석은 익숙한 지 부드럽게 입안 곳곳을 애무하듯 혀로 더듬고 빨아올린다. 

    간지러운 느낌과 찌르르 전류를 몸에 받은 듯 흥분되어 온다. 

    굉장히 부끄럽다. 어두운 방안이지만 부끄러워 눈을 꼭 감은채 

    그저 녀석이 하는데로 맡기고 있다. 내 입 속을 자기 입 속처럼 익숙하게 움직인다. 

    혀와 혀가 얽히는 느낌이 굉장히 외설적으로 느껴진다. 

    잘은 모르겠지만 꼭 혀가 섹스하는 것 같다. 

    조금 후 녀석이 혀를 풀고 입가를 핥아준 후 얼굴을 뗀다. 

    나는 키스여운으로 눈도 못 뜬 채 숨을 겨우 몰아쉰다. 살며시 눈을 뜨니 녀석이 보고 있다. 

    "남자끼리도 키스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으,으응" 

    남자끼리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키스했단 말인가. 

    나는 첫키스인데...... 

    "불쾌했어?" 

    "아니.......부끄럽고 조금 놀랬어........이런........ 일.........자주 있어?" 

    "아니. 남자와는 너가 처음이야." 

    "......그래......" 

    "첫키스야?" 

    "...........응." 

    "다른 의미지만 분명히 나도 첫키스야." 

    "응...............다른 얘기지만 너는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여." 

    "어떤 것이?" 

    "겉모습이나 분위기도 그렇고........나를 배려해주는 것이 꼭 형 같다고 할까?" 

    "..........형?" 

    "응. 나 어릴 때 한 1년쯤 함께 살았던 형이 있었는데, 너하고 같이 있으면 형이 생각 나." 

    "내가 닮았어?" 

    "아니. 솔직히 형의 얼굴은 기억이 잘 안나. 

    그런데 너가 가끔 내 머리를 헝클리듯 쓰다듬을 때라든지, 처음 여기 온 날 

    내 입에 맞는 코코아를 타준 일이라던가.....또......." 

    "또?" 

    내가 말하는 것을 조용히 들어주며 부드럽게 물어준다. 

    "저번 일요일날 목욕탕에 함께 갔었잖아? 나 형하고 다닌 이후 처음이야." 

    "......처음?" 

    "응. 그 때 왜 그런지 몰라도 6학년때 아빠 돌아가시고 형도 인사없이 떠났거든. 

    그 이후 어린 내가 혼자 가기도 그랬지만........모두 아빠나 형과 가는데 나만 혼자 갈 자신이 

    없었어. 또 겨울방학 들어서면서 몸에 변화가 생기니까 더더욱 부끄러워서 가지 못했어. 

    그 전엔 형과 손잡고 매주 일요일마다 목욕탕에 갔었는데......" 

    ".........." 

    "형은 꼭 내 몸을 꼼꼼히 닦아주고 나중에 자기 몸을 씻었어. 

    지금 생각하니 꽤 귀찮았을텐데....... 

    그 날 너도 내 등을 꼼꼼하게 닦아주는 게 친구라기 보단 꼭 형 같았어." 

    "우리 내일도 또 갈까?" 

    "싫어. 내가 꼭 때 밀어 달라고 한 소리 같잖아." 

    "하하하" 

    녀석의 소리내어 웃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평소에도 그렇게 좀 웃지. 그럼 덜 무서울텐데......" 

    "무서웠어?" 

    "응. 이런 얘기는 뭣하지만......학기초에 전학 왔을 때, 우리 반에 일진들이 계속 다녀갔잖아. 

    그 이후 너가 일진들과 한 판 붙어 몇 명이 입원했다는 둥 소문 굉장했어." 

    "그건 과장된 소문일 뿐이야." 

    ".........." 

    "내가 알기론 한 명밖에 입원 안 했어." 

    "!!!!!!!!!!!" 

    "지금도 내가 무서워?" 

    "아니..........양파 같아." 

    "??.....양파?" 

    "응. 흔히 양파를 벗겨도 벗겨도 껍질이 계속 나온다고 알 수 없거나 질리지 않는 사람을 

    비유할 때 말하잖아. 너도 내게 있어선 양파같아." 

    우리는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창 밖이 조금 밝아지는 것을 보고 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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