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33)

오늘 옷을 가방안에 넣어 왔다. 옷을 돌려 줄 기회를 엿보다가 새삼 말 걸기가 좀 그렇고, 

녀석에게 말 걸면 호기심 많고 입 싼 성재에게 무슨 말을 들을까싶어 그냥 가지고 있다. 

종례시간에 학기말 고사 시험날짜와 확실시된 시험범위가 발표됐다. 

그렇지 않아도 2학년이 되자 엄마가 노골적으로 공부하라고 독촉인데....... 

열심히 해야겠지? 휴--우 

대강 시험범위를 적고 가방을 챙겼다. 그런 내게 창현이가 말을 붙인다. 

"어제 잘 잤냐?" 

"응. 왜?" 

"클클클" 

미친..... 오늘 아침부터 계속 나만 보면 저렇게 웃는다. 

"너 왜 오늘 하루종일 나만 보면 실없이 쪼개는데?" 

"클클클 아잉~~~ 알.면.서" 

"미친!!!!.....왜 그러는데? 불어 봐!!" 

그러자 창현이가 느닷없이 목을 끌어안고 귓가에 '후욱'하고 바람을 분다. 

나는 간지러운 느낌에 얼굴이 빨개져서 창현이를 밀어내려고 했다. 

"........흣......////......뭐하는 거야?" 

"불어 보라며~~~........후-욱" 

"윽.........//////.......간지러워.......하지마!!!" 

"후-욱........후-욱.......자기~ 여기가 성감대구나~~~" 

"으...../////.....하지 말래도....../////..." 

창현은 간드러진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며 짓궂게 더 장난을 친다. 

그런 창현이와 내가 재미가 있는지 

책가방을 싸던 아이들이 휘파람을 부르며 야유하느라 소란스럽다. 

이제 그만 하자. 간지러워!!!!!!!! 

내가 바둥거리는데, 갑자기 교실 뒤쪽에서 큰 소리가 난다. 

"쾅!!!!!!!!!!!!!!!!!" 

창현이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손을 풀고 무슨 일인가 보았고, 

나도 소리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끌벅적함이 한순간 정적으로 바뀌었다. 

녀석이다!! 

녀석이 앉은 채 발로 책상을 찼는지 책상이 넘어져 있다. 

교실 안에 남아있던 아이들이 녀석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녀석은 인상을 구기고 숙였던 고개를 서서히 들어 우리 쪽을 노려보았다. 

정확히 창현이를........... 창현이가 흠칫 떨며 뒷걸음친다. 

순간이였지만 눈빛만 가지고 살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녀석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방을 매곤 밖으로 나가 버린다. 

녀석이 나가고서도 우리는 움직일 생각을 못하다, 성재가 말을 거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창현아. 괜찮냐? 아까 그 놈 눈빛 장난 아니던데." 

"저 자식 누가 깡패 아니랄까봐..... 시끄러웠으면 말로 하지. 애 떨어질 뻔했네." 

"누가 아니래. 조용한 걸 원하면 절간에 들어가 앉던가." 

"그래도 교실에서는 잠잠하다 싶더니.....야! 저 새끼 여자처럼 그 날 아니야?" 

성재놈의 농담을 들으며 교실을 나섰다. 

장마 시작이라 더니 비가 제법 내린다. 나는 우산을 받쳐들고 서둘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내가 타는 버스가 오는 게 보인다. 재빨리 뛰어서 올라탔다. 

비가 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붐빈다. 

나는 내릴 정류장을 확인하고 겨우 겨우 빠져나와 내렸다. 

우산을 켜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받쳐준다.........녀석이다! 

어!! 녀석도 같은 버스에 탔었구나. 

오토바이는? 아아, 그렇지. 장마 때문에 당분간 버스를 이용하겠구나. 

나는 조금 전 교실에서의 살벌했던 모습 때문에 감히 말을 붙이지 못하고 망설이며 

내 우산을 켰다. 그런 나에게 녀석이 먼저 말을 건다. 

"아까 기말고사 범위 다 적었어?" 

"응. 보여줄까?" 

내가 노트를 꺼내기 위해 가방을 어깨에서 내리려 하자 녀석이 팔을 끈다. 

"잠깐 올라갔다 가." 

녀석이 시험범위를 보여달라고 하여 자연스럽게 녀석의 집으로 갔다. 

그러고 보니 벌써 3번째 이 집에 온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열어 

옷과 함께 기말고사 범위를 적은 노트를 꺼내 주었다. 

"여기 범위 적은 거, 그리고 옷 빨아 왔어." 

녀석은 옷을 받아쥐곤 조금 웃으며 머리를 헝클리듯 쓰다듬는다. 

조금 설레인다. 

책상에 앉아 시험범위를 대강 옮겨 적은 녀석이 나에게 묻는다. 

"같이 시험공부 할까?" 

"너도.....시험 공부 해?" 

"무슨 소리야. 일단 나도 학생이야." 

"어- 그럼 어디서 하지? 여기는 책상이 한 개뿐이고 우리 집에서 할까?" 

"아니. 여기다 상 깔고 앉으면 둘이서 충분해. 방해받을 것이 없어서 조용하고." 

"그래....... 그럼 그러던가. 시험은 7월 5일부터 보니까 다음 주부터 공부하면......." 

"오늘이 24일이니까 모레 26일 토요일부터 시작하자." 

"응. 그러면 내가 엄마가게에 들렸다 점심, 저녁 도시락 준비해올게." 

"와서 시켜먹어도 돼." 

"아니. 그 날 너 잘 먹는 거 보니까......난 시켜먹는 음식 별로 입에 안맞기도 하고......." 

"그럼 내가 간식은 책임질게." 

생각도 못했던 제안으로 나는 토요일부터 녀석과 시험공부를 함께 하기로 했다. 

나는 잘은 못해도 10등 안팎으로 드는 성적이지만 녀석은 아마 하위권이 아닐까 싶다. 

중요과목은 기초 때문에 힘들지만, 암기과목이라도 잘 챙겨주면 괜찮겠지. 

처음으로 녀석이 내게 도움을 구하는 것 같은데 도와주고 싶었다. 

내가 조금 힘들겠지만 그래도 녀석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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