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33)
  • "ha.....ha.......oh.........oh...yes....ye......ye......oh!oh!oh!..................." 

    창현이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느라 늦게 오시기에 우리는 맘 편히 거실에 앉아 

    비디오를 보고 있다. 창현이, 나, 성재, 태호, 경덕이 이렇게 다섯이서 숨도 못쉬고 본다. 

    나는 충격이 컸다. 사실 나는 포르노비디오는 처음이다. 

    수영복을 입은 여자사진이나 가슴을 드러낸 사진들이 잔뜩 실린 도색 잡지는 

    친구들이 볼 때 어깨너머로 봤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것은 처음이다. 

    어떤 아이들은 사진은 시시하다며 인터넷의 성인사이트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우리 집은 인터넷을 깔지 않은데다 필요하면 가끔 PC방을 가는 정도일 뿐, 

    더더군다나 집안에 여자뿐이라 저런 비디오는 눈 씻고 구경할래야 구경할 수가 없었다. 

    비디오의 배경음악이 바뀌며 이번엔 다른 여자가 나온다. 

    그것을 보고 다 외운 듯 창현이가 말한다. 

    "이번에 나오는 여자, 머리는 금발인데 거기 털은 갈색이다." 

    그 말에 우리는 더더욱 집중해서 본다. 정말이다!!!!! 머리색과 음모색이 틀렸다. 

    포르노는 영화처럼 스토리가 있지만 대사는 거의 없이 행위와 신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자가 내는 신음 소리가 낯간지럽다. 

    놀랍다. 여자의 그 곳과 남자의 그 곳이 적나라하게 노출 되는데다 

    섹스할 때 클로즈업 시켜 자세히 보여준다. 상상만 했던 모습이 바로 눈앞에....... 

    더더욱 놀라운 것은 입으로 서로의 것을 애무해주는 것이다. 

    괜히 민망해지고 낯뜨거워 도저히 보고 있기 그러해서 일부러 음료수를 홀짝여 본다. 

    갑자기 비디오를 집중해서 보던 성재가 일어나 화장실로 엉기적거리며 간다. 

    그것을 보고 한 눈치하는 태호가 킬킬거리며 말한다. 

    "소식 왔냐? 아들놈 처리 잘 해라~" 

    성재가 돌아오니 이번엔 경덕이가, 다음엔 태호가 화장실에 간다. 

    비디오가 시작된 지 20분 정도가 지나자 배우만 바뀌고 계속 반복되는 화면에 

    지루했는지 산만해지며 경덕이가 말을 건다. 

    "야. 이거말고 일본 거는 없어?" 

    "어. 있었는데 형이 친구 빌려줬어." 

    "미국놈들 건 좀 그렇지 않냐? 크기만 커서 징그럽고 너무 노골적인게 과장되잖아?" 

    "맞어. 차라리 일본애들 나오는게 덜 야해도 신음소리하며 여자들이 귀여워." 

    "여자들 보면 맨정신에 하는 것 같지 않고 약 먹은 거 같아. " 

    "맞어. 일본거 보면 가끔 여자 거기에가 최음제 같은 거 발라주는 장면 나오잖아?" 

    많이들도 봤다. 나는 생소한 단어에 말없이 듣고 있다가 성재에게 물었다. 

    "최음제가 뭐야?" 

    "짜식, 순진하긴~ 성적 흥분을 크게 해서 성욕을 느끼게 하는 약이래." 

    "정말 그런 게 있어?" 

    내가 묻자 이번엔 창현이가 끼어든다. 

    "우리 형 말 들어보니까, 나이트 같은데 가면 쉽게 구한다고 하던데." 

    "맞어. 나도 좀 노는 놈한테 들었는데 그거 먹으면 장난아니게 뿅가서 통제가 안된다지." 

    "어떻게?" 

    "약을 먹으면 조금뒤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몽롱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흥분감과 욕구를 느끼는데, 옆에 누구이건 상관없이 관계를 가져서 욕구를 풀어야 된대. 

    그렇지 않으면........" 

    성질 급한 경덕이가 태호를 채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 

    "그 새끼 말로는 약 쓰고 못 풀어서 불구 된 놈도 봤대." 

    "에이- 설마?" 

    "진짜 그 새끼가 봤다고 했어." 

    아직 어린 우리들은 사실 그 얘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길은 없지만 

    여하튼 최음제가 대단한 약이라는 것과 

    욕구를 풀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나름대로 이해했다. 

    "포르노 보다보면 여자 한 명에 남자 몇 명이서 하잖아? 그런 거 다 약 먹고 하는 거래." 

    "맞어. 가끔 여자들 보면 눈 풀려서 장난아니게 덤벼들던데, 그 약 때문인가봐." 

    "왜에 잡지에서 보면 난교섹스할 때 필로폰이라 코카인 같은 거 먹고서 한다잖아?" 

    "야아-- 나도 그 약 한 번 먹고 뿅가게 하고싶다." 

    "미친 놈, 딱지도 못 뗀게........" 

    "야. 더 끝내주는 거 형이 동영상으로 받아놨는데 볼래?" 

    창현이는 오늘 정말 성교육을 확실히 시키려는지 비디오를 끄고 컴퓨터가 있다는 

    형의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형 방은 언제 청소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여기 저기 널려진 옷가지와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책과 프린트지가 흩어져 지저분했다. 

    우리 엄마였다면........ 거의 죽음이다. 

    우리는 대강 발로 밀고 창현이 주위에 몰려가 모니터를 주시한다. 

    창현이는 'secret'라고 명명한 파일을 연다. 웃음이 나왔다. 누구라도 먼저 열어보겠다. 

    곧이어 시작된 짧은 몇 편의 동영상을 보는데....... 

    어라? 이번엔 남자 둘이서 나와 막 키스를 하다 그것을 입으로 애무해주는 장면이다. 

    짧지만 너무 쇼킹한 장면에 우리는 굳었다. 태호가 놀라며 말한다. 

    "와-아! 이거 호모 아니야?" 

    "그래도 키스하는 애 여자처럼 야리하니 예쁘지 않냐? 처음엔 얼굴보고 여잔 줄 알았어." 

    "에--엑. 그래봤자 남자지. 사내들끼리 역겹다." 

    "너 못들어 봤냐? 남자 거기가 여자보다 더 죽인대." 

    "더럽게. 나 같으면 더러워서 할 마음이 사라지겠다." 

    "우리 형 말로는 형 친구 중에 남자와 관계 맺었다가, 그 맛 못잊어 남자만 찾는다던데." 

    도통 무슨 소리들을 하는 것인지? 남자와 남자가 어떻게 섹스가 가능한 지 궁금하지만 

    물어보면 애취급 당할까봐 입 다물고 듣고만 있다. 

    "민하도 좀 위험스러운 분위기 아니냐?" 

    얌전히 듣고있는 나를 보며 태호가 뜬금없이 말한다. 

    도대체 뭐가 위험스러운 분위기인데??? 

    "하기사 민하는 여기에다 머리만 기르면 딱 계집앤데...... 

    하얀 피부하며 쌍거풀 진 큰 눈에, 조금 맹하게 벌려진 빨간 입술 보면....." 

    경덕이의 말에 창현이가 거든다. 

    "몸은 또 어떻고? 체육복 입을 때 보면 야리야리하니 허리가 가는 게, 

    딱 한 팔에 쏘-옥 안길 것 같잖아. 민하야. 너 혹시......" 

    "혹시 뭐?" 

    "말 못할 가슴아픈 사연에 남장한 여자 아니냐? 

    이런 미친!!!!!.........내가 어딜봐서 여자같은데!!!! 

    "헉!!!! 어떻게 나의 비밀을...........에이 죽어라!!!!!" 

    내가 창현이 가슴을 칼로 찌르는 시늉을 하자 죽는 모션을 취하며 말한다. 

    "으-윽........민하....... 죽더라도 그대 품에......." 

    "미친 놈!! 장난도 정도껏 해라. 얘가 어딜봐서........." 

    역시 성재는 입이 가벼워서 그렇지, 역시 내 친구야. 

    "눈 낮게 너 같은 놈 품에 안기겠냐? 민하야 오빠 품에 안겨라." 

    잠깐이라도 너를 좋게 본 내가 병신이지. 그래. 가문 좋은 내가 참는다. 

    놀고 제 자리에 얌전히만 갖다 놔!!!!!!! 

    오늘 본 포르노가 꽤 충격이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사람들 얼굴만 봐도 포르노배우와 

    연관이 지어지며 이상한 상상을 하게되고, 사람들의 벗은 알몸이 자꾸 상상되어져서 

    내내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누나의 얼굴조차 바로 볼 수가 없다. 

    참. 그 녀석에게 옷을 돌려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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