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33)
  • 오늘은 하교하자마자 엄마가게로 달려왔다. 

    엄마에게 친구집에 가서 놀다올 것이라며 맛있는 도시락을 4개 잘 포장해 달라고 했다. 

    엄마는 늦지말라고 하시며 내년이면 고3이라고 잔소리1절을 시작하신다. 

    나는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와 버스에 올라탔다. 놈이 집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으면 어떻하지? 6월이라 날씨가 더워 금방 상할텐데..... 

    그 날도 치료에, 일부러 옷까지 세탁소에 가서 말려 온 것 같은데....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다. 

    사실 놈에게 다가서고 싶어 도시락을 핑계로 놈의 집으로 왔다. 

    밥이 식을까봐 바쁘게 와서 땀이 흐른다. 

    "삐리리리리-------" 

    긴장 된 마음을 누르고 벨을 누른다. 올라 오기전에 보니 놈의 오토바이가 얌전히 있었다. 

    없.........나? 

    조금 실망스러워 다시 한 번 벨을 누르려 하는데 문이 열렸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주섬주섬 말을 섬긴다. 

    "아,안녕?...... 얼마 전 고마워서......저기....혼자 밥 먹는 것 같기에......지나가는 길에......" 

    놈은 내가 힘들게 말하자 내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조금 웃으며 말한다. 

    "들어 와." 

    나는 놈이 내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놈의 웃음에 마음이 설레인다. 

    방금 전에 샤워를 마쳤는지 하얀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으로 머리가 물기에 젖어있다. 

    나는 구석에 가방을 내려놓고 바닥에 가져 온 도시락을 주섬주섬 꺼내 놓았다. 

    놈은 그런 나를 바라보다 이마에 손을 뻗어 머리를 넘겨주며 말한다. 

    "더운 것 같은데 샤워 먼저 할래?" 

    나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샤워는 뭘...... 밥 따뜻할 때 먹어. 이거 우리 엄마가 만든거야." 

    나는 일회용 젓가락을 하나 꺼내 갈라서 놈에게 건네주었다. 놈은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같이 먹자." 

    "나는 집에 가서 먹으면" 

    놈은 여분의 젓가락을 까서 내게 건네주며 내 말이 끝나기 전에 말을 한다. 

    "너도 집에 가면 혼자잖아? 먹고 가." 

    어떻게 알았지? 쉬는 시간에 내가 성재놈과 떠드는 얘기를 듣고 아는 걸까? 

    나에게 조금 관심을 가져주었단 사실이 기쁘다. 

    나는 놈과 마주앉아 아무 말 없이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놈은 의젓하게 잘 먹는다. 

    내 예상대로 놈은 도시락 2개를 깨끗하게 비웠다. 나는 항상 먹던 음식이라 1개를 

    겨우 먹어 도시락 1개 남았다. 원래 아침에 먹으라고 여유있게 가져 온 것이라 

    나는 잘 포장해서 상하지 않게 냉장고에 두라고 했다. 놈은 대강 치우고 일어선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다." 

    기분좋게 인사 할 줄도 안다. 헤헤....나도....놈이 잘 먹은 모습을 보니 기분 좋다. 

    녀석은 냉장고에 남은 것을 넣고 내게 콜라 한 캔을 건네곤 

    자기는 캔맥주를 따서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싱크대에 놓아 둔 담배를 한 가치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나도 맥주정도는 마실 줄 아는데..... 

    콜라캔을 뜯길 망설이다 서 있는 놈에게 말했다. 

    "나도 맥주 줘." 

    놈은 일언지하 딱 거절하며 하는 말이, 

    "아직 어린데, 무슨 술은........그냥 콜라 마셔." 

    내 참 기가 막혀서 지 놈도 같은 고등학생 주제에 나보고 어리다니....... 

    나도..... 오기다!!!! 

    "날 뭘로 보고.........나, 나도 마실 줄 알아!!!" 

    그러자 그 놈이 기가 막히다는듯 보다가 자기가 한 모금 마신 맥주캔을 들이밀며 말한다. 

    "그럼, 딱 한 모금만 마셔." 

    치사하긴.....자식, 저녁밥 해결해 줬는데.......겨우 한 모금만 마시라고...... 

    내가 억울한 듯 쏘아보자, 놈은 어서 마시고 달라는 듯 맥주캔을 조금 들썩인다. 

    에이 씨-------- 나는 맥주캔을 낚아서 단 숨에 다 마실 양으로 급하게 마셨다. 

    마시면서 놈을 향해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냈다. 놈의 눈이 커진다. 

    봐!! 나도 잘 마시.............쟎................!!!!!........///////.......!!!!! 

    "꿀-꺽, 꿀-꺽, 꿀-꺽........켁!!!............//////......... 콜록!!! 콜록!!!!" 

    급하게 마시는 순간에 놈의 커진 눈을 보고 숨을 잘못 쉬어 사래가 걸렸다. 

    마시던 맥주를 조금 흘리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아. 쪽팔려.........////...... 

    "민하야. 괜찮아?" 

    그런 나를 보고 놈이 놀래 급하게 와서 감싸안듯하며 등을 두드려 준다. 

    코로도 맥주가 넘어오는 것 같고 머리가 띵하니 아프다. 

    놈은 그런 내 얼굴을 위로 살짝 들어 코와 입주변을 아기에게 하듯 

    살살 닦여주며 등을 쓸어준다. 

    어휴. 한 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정말....... 

    민망해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까는데...... 

    어라. 놈이 입고있는 티셔츠 아래가 얼룩덜룩 젖어있다. 

    .........그럼.......!!!!!!! 

    내 얼굴에 묻은 것을 급한길에 지가 입고 있는 옷을 들어 닦였나보다. 

    이런 갈색의 얼룩도 있다. 조금 전 도시락 먹을 때 뿌려져 있던 소스의 색이다. 

    가슴에 조그맣게 새겨진 상표를 보니 분명 비싼옷이다. 

    저거 얼룩이 잘 안빠질텐데..... 나는 굉장히 미안해졌다. 

    "그 옷 벗어 줘. 내가 빨아다줄게." 

    그 말에 녀석은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괜찮아. 별로 상관없어." 

    나는 혼자서 끼니도 대강 해결하는 놈이 빨래도 오죽할까 싶어 우기다시피 벗으라고 했다. 

    놈은 나중엔 귀찮은지 입고 있던 얼룩진 옷을 벗어서 나에게 주었다. 

    여전히 놈의 몸은 근...사...하...다!!! 

    잠깐동안 놈의 몸에 걸친 옷이었지만 놈의 예의 그 체향이 짙게 배겨 있다. 

    이로써 또 한 번 놈에게 다가설 핑계가 마련되었다. 

    나는 그 옷을 들고 집에 가기위해 일어섰다. 

    갑자기 일어서니 머릿속이 핑그르르 돌며 몸을 못가누고 비틀거렸다. 

    놈이 그런 나를 재빠르게 부축하듯 안아 지 단단한 어깨에 기대게 한다. 

    놈의 맨살이 닫자 내 심장이 급격히 뛴다. 관자놀이의 혈관도 터질듯이 뛴다. 

    내가 왜 이러지..../////...... 

    술 때문에 붉은 얼굴이 더더욱 붉어지며 열이 확확 오르는 것 같다. 

    그런 나에게 놈이 안심시키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갑자기 그렇게 마시면 도수가 낮더라도 금방 취해. 좀 누워있다 가." 

    나는 여기 더 있으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놈에게 몸을 떼었다. 

    아직도 심장이 정신없이 뛴다. 

    그래.......!!!!....... 갑자기 알.코.올이 들어가서 내 심장이 뛰는거야!!!! 

    밀폐된 장소라서 더한 것 일거야..... 빨리 밖으로 나가 바깥 공기를 쐬고 싶다.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며 놈을 보고 말했다. 

    "괜찮아....... 밖에 나가서 좀 걸으면 깰 것 같아. 옷은 빨아서 다음에 줄게." 

    녀석이 걱정스러운 듯 보더니 더 이상 잡지 않고 현관쪽으로 가서 문을 열어준다. 

    한 번 더 권하지. 그러면 못이기는 척 있을 것 같은데......... 

    다행 반, 아쉬움 반이랄까.....나는 천천히 바깥으로 나와 걸으며 심호흡을 했다. 

    두근거리던 심장과 붉어진 얼굴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저 놈 앞에서 별 꼴을 다 보인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찬물에 여러번 세수를 해서 빨개진 얼굴을 식혔다. 

    세수대야에 세제와 옥시크린을 조금 붓고, 가져온 옷을 담그려다 코끝에 살짝 대어 

    숨을 들이켰다. 놈에게 맡았던 이름을 알 수 없는 향수 냄새가 난다. 

    두근두근,.....또 다..........놈의 향뿐인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맙소사!!! 나 아무래도 병인가 보다. 그 놈만 떠올려도 심장이 벌렁벌렁하는게........ 

    나는 일단 옷을 세수대야에 담갔다가 비벼서 빤 후 깨끗하게 여러번 헹구었다. 

    불빛에 유심히 비춰보니 얼룩이 다 지워졌다. 꼭 짜서 탈탈 털어 건조대에 널었다. 

    다음에 옷 갖다주러 갈 때 또 도시락을 가져가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