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5/16)

아주 어렸을 때,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어머니가 일본어로 노래를 불러

주던 것....

그 소리에 맞춰 눈을 감고 나와 닮은 아이들을 상상했었다.

혼자만 까만 눈동자가 너무나도 싫어...... 매일 밤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렸었었다.

나는 왜 다른 아이들과 틀릴까..... 하고 말이다.

왜 어머니의 눈동자가 아닌 아버지의 눈동자를 닮은 것일까....

그 때마다 어머니는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었다.

그 손길이 너무 좋아 몇번이고 어머니의 무릎에 누워 투정을 부렸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따스한 햇살처럼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이름모를 노래들

을 흥얼거리셨다.

'토지...... 넌 특별한 애야... 너와 같이 착하고 똑똑하고 예쁜 눈을 가진 

아이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단다.... 그 사실을 잊지 말아... 토지야.....'

"어떻습니까?"

"독감입니다. 당분간 침대에 누워 누군가 간호를 해 주셔야 겠습니다."

침울한 분위기다.

키라는 이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카토는 도대체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그리고.... 저 소년.... 낯이 익숙한 저 소년.... 도대체 누구일까?

"카토........ 너 정말 쟤 간호할거야? 도대체 쟨 누구야? 응?"

"글은 시간내로 써서 올릴테니 걱정마."

키라는 화내는 카토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너.... 아까 번개같더라... 내가 쓰러졌어도 그렇게 뛰었을까?"

"............................"

침묵에 화가 난다. 거짓말을 할 바엔 입을 다무는 녀석이란 걸 아는 키

라로서는 그 침묵이 뭘 뜻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너........... 됐다.... 나 갈게. 너희 부모님...... 정말 안 찾아뵐거야? 널 얼

마나 걱정하고 계시는지 너.. 알아?"

그 말에 움찔하는 카토.....

"카토......"

"그냥 내버려 둬..."

"하.... 언제까지 내버려 두라는 거지? 너 정말 이럴거야? 너희 부모님 

생각은 안 해봐?"

"난 맥주따윈 몰라. 정말 그냥 내버려 둬. 글쓰는 것이 편해... 그러니까 

...."

"너.... 우리 결혼은 언제 하는거야? 응?"

".............그건.........."

"결혼식은 어떻게 된 거냐고...... 우리 부모님이 뭐라고 하시는 줄 알

아? 너 이번 글 다 마치면 식 올리라고 야단이셔. 알아듣겠어?"

"......... 생각할게."

"도대체 미루는 까닭이 뭐야?"

참을 수 없는 침묵이 그들 둘을 감싼다.

"미루는 것이 아냐.... 그냥... 단지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되서 일 뿐이

야."

"그래....... 넌 항상 그런식이지. 그런 너의 모습이 얼마나 화가 나는 지 

알아?"

"그만둬. 환자 깨겠다. 오늘은 이만 가 봐."

"쟨 또 누구야? 응?"

"니가 알 바 아냐."

싸늘한 공기 속에서 키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카토....... 넌 항상 그렇게 조그마한 너의 집을 만들어 놓고 들어가버리

지... 날 항상 밀어내려고 안달하고 말야..... 하지만..... 난 널 놓치지 않

을거야. 어릴 적 부터 너만 바라봐 온 나는...........

키라는 찬 바람이 쌩 하고 날 정도로 몸을 돌려 거친 발자국 소리를 

내며 카토의 집 바깥으로 사라졌다.

 뿌연 형체가 토지의 눈앞에 왔다갔다 한다.

조그마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토지는 눈을 떴다.

걱정스레 다가오는 얼굴...

그다.

"저..........정신이 들어? 너.... 독감에 거.........걸려 있었어.....도.....도대체 

왜 그.........그.....렇게 심한 감기를 아.........앓고 있어도 말을 안 한거야? 

아.....아프지도 않았어?"

침묵..............

"시끄러..."

"미.....미안...... 저..... 난 잠시 나갔다 올테니....... 이......이거.......먹고 여기

서....누워서 ..... 한 숨 더......잘래?"

"알았으니 더듬대지 말고 꺼져."

토지의 차가운 말투에 그는 오히려 웃는다.

"뭘 웃는거야?"

"네....네마디나......말.....말을 했다....."

무슨소린지 의아할 새도 없이 그는 사라진다.

투덜거리던 토지지만 따스한 침대속에 파고들며 알 수 없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가만히 자신의 낮게 고동치는 가슴에 손을 올린다.

왜 이렇게 가슴이 따뜻한거지........?

 침대 맡을 보자 약봉투와 물, 따뜻한 우유, 죽이 있다.

그가 만든 죽이다.

토지는 더듬더듬 물컵을 붙잡았다.

차가운 열기에 기분이 좋다.

자꾸 그에게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없지 않아 있지만 웬지 

간호받는다는 것이 토지를 들뜨게 한다. 

사실,

누구에게도 이런 간호 받아 본 적 없다.

항상, 

이런 따스함을 원했던 것이 아닐까....

아버지를, 

스스로를, 

세상을.....

죽도록 증오했었다. 

그것이 그저 체념으로 바뀐것.......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할 수도 없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 조차 토지에게는 버거운 싸움일 뿐....

가만히 눈을 감는다.

따스함에... 

포근함에..... 그저 자신을 맡기고 싶다....

내일 걱정은 내일하자.... 토지.....

어린왕자는 높은 산에 올라갔습니다.

어린왕자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산은, 높이가 무릎높이 정도밖에 안되는 

세개의 화산뿐.....

게다가 하나는 휴화산이라서 어린왕자의 의자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린왕자에게 높은산은 너무나 신기했던 것입니다.

'안녕!'

누구에게랄 것 도 없이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안녕......안녕...........'

메아리가 대답했습니다.

'너는 누구?'

하고 어린왕자가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 너는 누구......... 너는누구........'

메아리가 대답했습니다.

'나의 친구가 되어줘. 나는 혼자야'

하고 어린왕자가 말했습니다.

'혼자야.....혼자야............혼자야.........'

메아리가 대답했습니다.

어린왕자는 그 때 생각했습니다.

'이 얼마나 이상한 별인가. 메마르고 삐죽삐죽하고 텅 비어있구나. 게다

가 인간에게는 인간다운 맛이 없어. 남이 한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할 

뿐........ 나의 별에는 꽃이 있었지. 그리고 그 꽃은 언제나 내쪽에서 말

을 걸기전에 내게 말을 걸어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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