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다고 생각한 적도 있던 시선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항상 따라붙던 시선이 사라지니 알 수 없는 허전함이 일었다. 한울은 결국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지운을 찾아 나섰다. 평생 와 볼 일 없던 가파른 골목을 지나 허름한 문 앞에 섰다. 대문의 역할은 제대로 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녹슨 문을 조심스럽게 두들겼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며칠 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이 나타났다. 한울의 기억 속보다 훨씬 더 초췌한 안색이었다. “……김지운.” 오랜만에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입 안에서 둥글게 굴러가는 이름이 낯설었다. “……누구세요?”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울이 예상한 것과 달랐다. 항상 자신을 볼 때면 가슴이 일렁일 정도로 절박하게 바라보던 시선이 달라졌다. 몽글몽글한 솜사탕이 떠오르는 시선이 아니었다. 한겨울에 마른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처럼 차갑고 건조한 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