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2 (5/7)
  • 외전 2

    꿈을 꾸고 나면 어딘가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다디단 게 먹고 싶은가 하면 매콤한 게 당기기도 했다. 자유를 달라고 했던 겸과 선현은 궁에서 멀어질 듯 굴다가 아예 조정에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난 뒤여서 연훤의 일을 돕다가도 도망 나와 아랑의 말 상대가 되어 주기도 했다. 겸은 어딘가 그리운 느낌이 났고 선현은 여전히 해맑았다.

    “책만 보면 안 질려?”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요….”

    지금도 여느 때와 같았다. 연훤이 일이 바쁜 틈을 타 선현이 도망 나와 아랑과 함께 다과를 들고 있었다. 이미 일전에 사고 쳤던 매향화 일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는데 아랑은 그게 뭔지도 몰라 고개만 갸우뚱하고 웃고 말았다. 마냥 괜찮다고 웃어서 선현은 안심을 했고 연훤은 영 못마땅한 기색을 며칠 동안 뿌려댔었다.

    벌의 대신으로 내명부가 일부 정리되었다. 그 밖에는 아랑은 침궁의 연훤의 품에서 안락하게 지냈고, 악독한 첩이란 별명을 얻은 두 사람은 뻔뻔하게도 첩지를 내다 버린 채 한량처럼 굴고 있는 게 다였다.

    “겸 누이는 악기를 했었고, 나는 검술을 했었는데… 책만 보지 말고 그대도 뭔가 배워 보는 것은 어때?”

    그 말에 아랑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 모습에 선현은 아차, 하며 또 사고 쳤나, 나? 작게 중얼거리고는 조심스럽게 퇴청을 했다.

    무언가 배우라는 말에 아랑은 선현의 배웅을 얼른 해주고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하나하나 적었다. 악기, 춤, 요리, 말타기. 막상 떠오르는 게 몇 가지 되지 않아 멈칫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생겨서 아랑은 조금 들뜬 상태였다.

    아랑은 밤이 되기가 무섭게 침궁으로 들어오는 연훤의 품에 폭 안겨들었다.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 손길에 잠시 ‘앗-’ 소리를 냈지만 연훤은 무엇이 그리 급해 이렇게 왔나 싶어 아랑의 얼굴을 살폈다.

    아픈 기색은 없고,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뭔가 기대하는 것인지, 설레는 것인지 모를 감정이 엿보였다. 얼핏 들으니 선현이 들렀다고 하는데 또 어떤 사고를 쳐놓고 갔는가 싶어 고개를 기울였다.

    “입맞춤해 줘야지.”

    연훤이 느슨한 미소를 걸친 채 말을 걸었다. 쪽, 하고 가볍게 닿는 입맞춤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홑옷을 하나 걸친 몸이 얌전히 안겨 있는 것이 기꺼워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앉히며 입술을 물었다. 아랑의 시선은 옷을 벗는 연훤의 손끝을 쫓았다. 마찬가지로 홑옷만 입은 연훤이 조심스럽게 아랑의 위로 올라탔다. 쪽, 쪽쪽. 가볍게 닿는 입술이 간지러웠다.

    기분 좋은 달달한 향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랑의 턱이며 목덜미에 잔잔하게 입술을 대던 연훤이 멈칫했다. 아랑의 손끝이 그의 입술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흐트러진 옷 사이로 드러난 몸에는 울긋불긋 잇자국이 나 있었다. 간밤에도 참지 못해 여기저기 물고 탐하고 아래를 진득하게 삼켰다.

    거절하는 것인가 싶어 연훤이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자 아랑이 우물쭈물했다. 아래는 이미 발딱 세워놓고는 막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아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입술을 달싹거리고 눈가가 발긋한 것을 보니 싫어서 거절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연훤은 손을 아래로 내리며 제 좆을 느릿하게 쓸었다.

    “아랑, 그런데 내가 여기가 매우 아파.”

    “아, 아파요? 어디?”

    어린애도 안 넘어올 법한 말에 홀랑 넘어와서 놀라는 모습이 귀여웠다. 왜 이렇게 귀여운 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연훤은 반쯤 서 있던 성기를 슥슥 몇 번 문지르고 아랑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연훤, 나, 그런데 배우고 싶, 아… 아음, 음….”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묻지도 않은 채 그 말만 듣자마자 입술을 진득하게 빨았다. 자연스레 벌어지는 입술이 기꺼웠다. 말캉한 혀가 비벼지자 목덜미에 오싹하니 소름이 돋아왔다. 제 정인에게 길들여진 몸은 작은 행동에도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아랑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춤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이미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집요하게 구는 사내의 움직임에 아랑은 도리질 쳤다. 뾰족하게 선 젖꼭지는 이미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내일 말할까? 자신의 젖꼭지를 혓바닥으로 느릿하게 핥으며 올려다보는 시선이 야했다. 아랑의 다리는 그가 들어오기 편하게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연훤은 손끝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일부러 소리를 내며 쫍쫍 빨기도 했다.

    “너무, 흣, 야해요….”

    연훤이 타액이 번들거리는 입술로 웃었다. 허리끈은 힘없이 벌어졌고 음모 하나 없는 매끈한 아래가 드러났다. 옴폭 패인 배꼽을 희롱하는가 하면 아랫배와 남성기가 이어지는 치골 부분에 잘근잘근 잇자국을 남겼다. 익숙해지지 않은 선명한 자극에 아래가 움찔거렸다.

    “오늘은… 넣어요?”

    “글쎄-, 오늘도 빨아 줄까?”

    지난주에는 연달아 삽입을 해서 몸져눕게 한 탓에 이번 한 주는 얕은 애무로 조용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애가 타는 것은 아랑 또한 마찬가지여서 입술을 꾹꾹 깨물다가 말문을 열었다.

    “저도 빨아 줄래요.”

    “그럴, …뭐?”

    입을 벌리며 아랑의 남성기를 입에 물려던 찰나에 연훤이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랑이 무언가 결심한 눈초리로 자신을 보고 있는데 눈매가 붉어져 있어 매우 야살스러웠다. 연훤이 멈칫한 그 찰나에 덤벼들어 그의 다리 사이에 자리한 아랑이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입을 벌렸다.

    빨간 혀가 입안에서 움직였다. 그의 옷을 헤집은 아랑은 자신과는 모습이 다른 성기를 조심히 쥐며 혀를 내밀었다.

    스윽, 끝을 스치는 움직임이 간지러웠고 아랫배가 짜릿하게 울렸다. 아랑이 귀두 끝을 입술로 야금야금 베어 물듯 굴더니 입맞춤을 하듯 지분거렸다. 벌어진 틈에서 흘러나온 미끈한 애액이 입술을 적셨다. 아랑의 입술이 벌어졌다.

    “아랑, 잠-… 으음….”

    츄웁, 하며 축축하게 젖은 소리가 울렸다. 연훤은 비스듬히 기댄 채로 한 손으론 아랑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아랑은 겨우 입을 벌려 귀두 끝을 품어 넣는가 하면, 하아, 하며 밭은 숨을 내쉬면서 오돌토돌 핏줄이 돋은 부분을 입술로 쓸었다. 느리게 애간장 태우는 움직임에 연훤의 허벅지가 절로 단단해졌다. 아랑이 색색 숨을 내쉬면서 빳빳하게 선 연훤의 것을 할짝거렸다.

    넘어뜨릴까, 연훤은 잠시 눈앞이 도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짐승이 눈앞에서 자신이 위험한 줄도 모르고 살랑거리는 듯한 모습에 미칠 것만 같았다. 나중에 하자며 말리고 그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속살을 헤집고 싶었다. 좆질을 할 때마다 살결이 쩍쩍 달라붙어 딸려 나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자면 아찔한 흥분감에 잠겨드는 것 같았다.

    연훤은 아랑의 타액으로 번들번들하게 젖은 제 것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올려다본 눈앞에는 유려한 곡선이 살랑살랑 움직였다. 호리한 몸매가,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봉긋한 엉덩이가 보였다.

    “그만-.”

    결국 참지 못한 것은 연훤이었다.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턱을 붙잡힌 아랑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연훤을 쳐다봤다. 조금 시무룩한 기색이 보였지만 멈추게 한 것에 대한 설명은 나중의 일이었다.

    “나중에, 지금은 내가 참을 수가 없어서.”

    여전히 신혼 같은 두 사람이었다.

    *

    아랑이 한차례 혹사를 당하고 연훤의 품에 누워 숨을 색색 뱉었다. 아직 빼지도 않은 채로 누워 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이라도 허릿짓을 할 것 같았다.

    “이제, 이제 그만요….”

    “안 할게.”

    그럼 얼른 빼 주셔야죠, 하며 흘겨보는 눈가에 입을 맞췄다. 연훤은 그 표정을 못 알아들은 척하며 아랑의 등만 느릿하게 쓸었다. 정신이 노곤해졌다.

    “아, 나… 하고 싶은 거-….”

    웅얼웅얼, 졸음 가득한 목소리로 아랑이 말했다.

    “무엇을?”

    연훤은 아랑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상대가 조용했다. 연훤이 이상한 낌새에 시선을 내리니 제 품에 폭 기대서 색색 잠이 든 얼굴이 보였다. 아래가 발끈하며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더 이상 아랑을 혹사시킬 수는 없어서 연훤은 한숨을 내쉬며 천장의 무늬만 밤새도록 살폈다.

    물론 이튿날 아침부터 색사를 펼친 건 침궁 사람들만이 아는 내밀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아랑은 아침부터 자신을 여러 의미로 괴롭힌 것을 빌미로 원하던 것을 말했다.

    “춤, 배우고 싶어요.”

    “춤?”

    연훤의 얼굴이 기묘했다. 춤이라면 보통 예인(藝人)들이 주로 배우는 일인 탓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아랑은 꿋꿋하게 대답했다.

    “배울래요.”

    연훤은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도 모른 채 쪽쪽 입을 맞추며 허락을 구하는 아랑의 말을 들어주게 되었다.

    자신이 귀애하는 이가 배우는 것에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연훤은 내성에서 제일가는 예인을 데리고 오라 명했다. 시간은 자신이 집무를 보는 낮 시간 때. 오 태감이 그 곁을 지키는 것을 조건으로 허락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랑과의 잠자리가 줄었다. 일부러 줄인 것도 아니었고, 자신이 일을 다녀오면 이미 녹초가 돼서 잠이 들어 있거나 밥을 먹으면서 꾸벅꾸벅 조는 탓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품에 안고 재우는 것이 다였다. 그나마 향 조절을 잘 못하는 아랑이 잠이 들면서 느슨하게 제 체향을 뿜어내면 그것을 나른하게 삼키는 정도였다. 연훤의 신경이 조금씩 날카로워졌다.

    아랑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고, 주변에 함께 일하고 있는 궁인들이나 한 번씩 있는 대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들만이 기민하게 알아채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랑은 맑게 웃으며 춤을 배우고 있었다. 색색이 고운 천 자락이 사라락 흩어졌다. 가벼운 몸놀림은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선생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손끝부터 먼저 움직였다.

    “제가 더 알려 드릴 것이 없겠는데요, 마마.”

    “스승님이 친히 자세를 다 잡아 주셨잖아요.”

    아랑이 선선하게 웃으며 자신이 스승님이라고 부른 유명한 춤꾼들의 스승이자 예인이기도 한 홍혜를 향해 대답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더 활기찬 얼굴에 눈이 반짝거리며 빛이 났다. 어설피 움직이는 아랑의 자세를 몇 차례 잡아 주니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린 듯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벌써요? 저, 그날까지는 다 할 수 있겠죠?”

    “물론이지요, 마마께서는 충분히 다 하실 수 있습니다.”

    원래는 한 시진 더 잡아 주고 가야 하나, 들어오기 전에 오 태감이 보낸 궁인 하나가 귀엣말을 남긴 것이 있었다. 마마께서는 연약하시어 수업이 길게 진행이 되면 이르게 취침을 하시게 된다. 그로 인해 요즘 폐하께서 조금 언짢아한다는 그런 말들이었다.

    “예, 그럼 다음 수업에 뵙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스승님.”

    해사하게 웃는 청년이 오늘따라 더 맑아 보였다. 자신이 신분이 한참 아래라 편히 말 해달라 요청했으나, 아랑은 웃기만 할 뿐,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대답을 해왔다. 홍혜는 작게 어깨를 으쓱이곤 가볍게 읍하며 조용히 걸음을 돌렸다.

    걸음을 얼마나 뗐을까, 기묘한 위압감에 홍혜가 걸음을 멈췄다. “황제 폐하십니다.”라는 말에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그 기척이 가까이 다가섰다.

    “그대가 아랑에게 춤을 알려 주는 자인가.”

    “…폐하, 황비마마께서는 스승님이라고 부르십니다.”

    “…그이가 너무 착해서 탈이다. 그래, 선생께선 내 황비가 어떠했는가.”

    무엇을 위한 질문인 것일까, 홍혜의 머리가 핑핑 돌았다. 까딱 잘못 말했다가는 다음 수업이고 무엇이고 없을 듯 보였다. 수년의 경험으로 보아 이 말이 정답인 듯하여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마마께선 선이 매우 유려하시고 하나를 알려 드리면 그 이상을 하시어 제가 가르친 제자들 중 제일 유능하신 분이옵니다.”

    간단히 말해서는 얘는 천재다, 정도였다. 연훤의 입가가 살짝 씰룩거렸다. 칭찬을 바라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으나 대놓고 폐하의 짝이 매우 재능이 넘치고 최고라고 해주니 조금 날카로웠던 기분이 살짝은 진정되는 듯했다.

    “헌데, 그이는 연약하니 수업을 조절하는 게 어떠한가 싶은데.”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품에 안고 자는 것은 물론 좋았다. 그런데 잠이 들면서도 살랑살랑 내뿜는 향이 문제였다. 홍혜는 그 뜻을 대충 눈치껏 알아듣고서는 조심스럽게 고했다.

    “폐하, 춤 또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옵니다….”

    더 길게 말하면 괜한 역효과가 날까 봐 조심스럽게 말을 마친 홍혜가 고개를 숙였다. 연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오 태감을 부르듯 연훤이 까닥 손짓하자 오 태감 품에서 작은 비단 주머니가 나왔다.

    “황공하옵니다.”

    빠르게 읍하며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흘긋 본 연훤이 걸음을 옮겼다. 평소보다 이르게 일을 접고 들어온 그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막 옷을 갈아입어 뽀송해진 아랑이 보였다. 어? 하고 한 음 높은 음성이 들리며 활짝 웃는 얼굴이 보였다.

    “연훤, 일찍 끝났어요?”

    요 근래에 들어 제일 해맑은 얼굴이라 조금 짜증도 나고 기분이 간지럽고 보드라운 느낌도 들었다. 연훤이 아무런 대답 없이 아랑의 뺨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뺨을 붉힌 그가 눈을 살짝 감으며 고개를 들었다. 말랑한 입술이 닿자마자 연훤이 숨을 삼킬 듯이 아랑의 입술을 빨았다. 읏, 흥, 흐응 하는 가느다란 비음이 간질간질했다.

    “보고 싶어서.”

    뺨이며 턱에 보드라운 입맞춤이 닿았다. 목덜미에 입술을 부비니 다디단 향이 콧속을 찔러오는 것 같아 연훤은 나른한 한숨을 뱉었다.

    “조금만 할까.”

    “아, 아직 낮인데….”

    흘긋흘긋 창밖을 살피고 쑥스러운 듯 허둥거리던 아랑이 연훤의 품으로 고개를 조심스럽게 파묻었다. 허락의 의미였다.

    *

    아랑이 유달리 춤에 열심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연훤의 탄신일. 즉 생일날을 위해 열심히 춤을 배우고 있었다. 처음은 선현이 무언가 배워 보라는 권유를 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뒤이어 곧 있으면 연훤의 생일인 것을 아냐며 물어 왔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무엇을 선물로 줘야 할지 몰라 고민을 하니, 선현이 콕 집어서 너를 주면 되는 거지, 하고 불퉁하게 대답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아랑은 주위의 호들갑 속에서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마마, 너무 아름다우셔요….”

    귀를 뚫지 않은 탓에 귓바퀴에 걸어 늘어뜨린 귀걸이가 찰랑거렸다. 단정히 빗은 머리카락은 반만 묶어 고정시키고 얼굴에는 가벼운 분과 입술에는 붉은 연지가 발라졌다. 평소의 해사하고 차분한 분위기와는 다른, 어딘가가 묘하고 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연훤… 아니, 폐하께서는?”

    “아마 곧 오실 거예요, 마마. 다 되었어요.”

    아랑이 몸을 일으키자 하늘하늘한 옷자락이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궁인이 입을 틀어막았다. 귀태가 나는 얼굴을 자기도 모르게 한 차례 더 훔쳐보던 궁인은 놀라서 고개를 숙였다.

    아랑의 걸음이 향한 곳은 침궁 한편에 있는 커다란 정자였다. 아직은 노을이 있어 밝은 편이었으나 곧 어두워질 것이라 미리 등을 켜 둔 상태였다.

    악사 또한 준비되었다는 듯 현을 조율하고 있었다. 아랑이 몇 번 몸을 움직이자 천 자락이 부드럽게 허공을 나부꼈다.

    몸이 좋지 않다며 연회에도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있으면 연훤이 화를 낼까, 아니면 다정하게 또 웃어 줄까. 아랑은 고개를 갸웃했다. 화는 내지 않겠지, 싶어 홀로 푸스스 웃음을 흘리고 있는데 멀리 서 있던 궁인이 손짓했다.

    연훤이 평소보다도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었다. 흑색 정복에 금관까지 쓴 모습이 유달리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아랑은 손에 쥐고 있던 면사를 귀에 걸며 코에서부터 턱까지 가렸다. 쿵쿵. 아랑이 손짓을 하자 악사의 손끝에서 현이 퉁겨졌다.

    “아랑-.”

    말이 멈추었다. 그의 움직임도 우뚝 멈춰 서서는 입을 다물었다. 미색 천이 허공에 나부꼈다. 아랑의 춤은 정적이었으나 힘이 있었고, 또한 유연했다. 소매의 통은 좁았고 상의는 몸에 살짝 붙는 정도였으며, 아래 흩어지는 치맛자락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나부꼈다.

    탁 트인 공간에서도 나긋한 향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

    연훤은 자신의 탄신일 연회에 마지못해 참석하고 오는 길이었다. 아랑이 몸이 좋지 않다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은 탓에 홀로 속만 상한 채 얼굴만 내비치고 있던 참이었다. 홀짝홀짝 마시던 술이 입맛에 썼다. 같이 있겠다고 하자 아랑이 황망하게 놀라며 안된다고, 주인공이 빠지는 게 어디 있냐며 자신을 연회장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보낸 것도 한몫했었다.

    “하….”

    시야에 맺히는 그 모습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 날아가면 어떡하지, 아랑은 갑작스레 제 눈앞에 나타났고 마치 자신의 사람이 될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던 이였다.

    그 사람이 기억이 돌아오게 된다면? 아니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사라지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심장을 할퀴듯이 끔찍한 감각이었다. 저 날아갈 듯 움직이는 몸을 잡아채고 싶었다.

    “아, 우왓-!”

    아랑을 휙 안아 올리며 고개를 돌리자 악사가 놀라며 허둥지둥 악기를 챙겨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궁인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하, 연훤, 깜짝 놀랐잖아요.”

    “내가 더, 놀랐어.”

    사내는 어딘가 겁에 질린 듯 굴었다. 아랑은 고개를 갸웃하며 연훤의 두 뺨을 감싸 쥐었다. 아랑을 안아 올린 두 팔에는 미동도 없었다. 부드러운 손이 뺨을 간질이는가 하면 조심스럽게 눈가를 쓸고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어땠어요?”

    “마치, 항아님이 내 눈앞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많이 연습했어요.”

    속살대는 말이 한없이 보드라웠다. 면사에 사려진 코끝이 부드럽게 맞닿았다. 나는 네가 내 품속에만 있었으면 좋겠어. 저열한 생각은 생각으로 끝내버렸다. 아랑이 제 얼굴 아래를 가리고 있던 천을 내리자마자 연훤은 웃으며 입을 맞췄고 정자 안의 주안상을 살짝 보고는 몸을 돌렸다.

    “내 평생 이런 귀한 선물은 처음이야, 아랑.”

    얼른 이 가볍고 말랑한 몸을 탐하고 싶었다. 아래를 게걸스럽게 헤집고 빨며 눅진하게 풀어내고 싶었다. 아랫배가 지끈지끈 울렸다. 그 나른한 욕망이 고스란히 느껴진 것인지 아랑이 숨을 한껏 들이켰다. 눈가가 발그스름하게 물드는 것을 본 연훤이 웃었다.

    “그럼 이제, 선물을 풀어도 될까.”

    아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걸음이 성큼성큼 빨라졌다. 궁인들은 재빨리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문을 열었다. 탁. 닫히는 소리와 함께 옷가지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랑이 폐부 가득 들어차는 향을 다시 삼키며 할딱였다.

    “빨리, 빨리요….”

    연훤은 기다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랑의 옷을 헤집자, 벌어진 공간이 보였다. 희게 드러난 다리에 잔잔한 입맞춤을 하며 좀 더 내밀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향이 자욱한 아래는 얇디얇은 천으로 감싸져 있었다.

    연훤이 입술을 벌려, 하압- 하며 삼킬 듯이 그 얇은 천째로 살덩이를 물었다. 아랑의 남성기는 연훤의 향을 몇 차례 맡고선 통통하게 부풀어 있었다.

    춥춥, 소리를 내며 더듬어 내려오니 천은 이미 흥건히 젖은 채였다. 옆으로 당기니 발그스름하게 물든 여성기가 제 존재를 조심스레 드러내고 있었다.

    후우- 얕은 숨에 몸이 바르르 떨렸다. 연훤은 멈추지 않고 길게 혀를 빼어 갈라진 곳을 쓸었다. 스윽스윽, 축축한 소리를 내며 아래를 핥았다. 아니, 거의 빨아 삼킬 듯이 굴었다. 아랑의 허리가 잘록하게 휘었다가 이리저리 뒤틀렸다. 연훤은 저절로 벌어지는 다리를 감싸 안았다. 아랑의 비명이 높아졌다.

    울컥하며 애액이 스며 나왔다. 연훤은 그 아래를 빨며 빳빳하게 힘을 준 제 성기를 슥슥 문질렀다. 바르르 떨며 한 차례 사정을 한 아랑을 보며 연훤은 몸을 일으켰다. 손등으로 제 입술을 한번 훔치고 아랑의 입가에 잔잔한 입맞춤을 남겼다. 할딱거리는 숨을 고스란히 들으면서 아랑의 옷을 풀어 헤쳤다.

    입술을 빨 때마다 연지 맛이 나, 연훤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랑은 혼미한 와중에도 제 연지가 연훤의 입가에도 번져 있는 것을 보며 푸스스 웃음만 흘렸다.

    “연훤… 나, 내가 할래요.”

    저번에 다 하지 못했던 걸 하고야 말 거라고, 아랑은 배시시 웃으며 그의 어깨를 밀었다. 벌어진 옷을 풀고 떨어진 옷을 밖으로 밀었다. 아랑은 서투르게나마 그의 배 위에 앉으며 엉덩이를 느릿하게 움직였다. 툭, 툭. 꼬리뼈를 두드리는 귀두 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내가 해주는 게 더 괜찮지 않을까. 다칠까 봐-….”

    아랑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발그레한 뺨이 미세한 흥분감으로 젖어 있었다. 엉덩이 사이에 단단하게 선 좆이 슬슬 문질러지고 뜨끈한 열기에 침이 꼴깍 삼켜졌다. 얕게 흩어지는 체향에 아래가 더 움찔거렸다. 아랑이 허리를 띄우자 툭툭 찔러오는 귀두 끝이 빨리 제집을 찾아 들어가려고 굴었다.

    “하아… 응… 응….”

    자꾸 어긋나는 움직임에 아랑이 어설프게 그 기둥을 잡았다. 아직 풀지도 않았는데, 싶어 연훤이 그 움직임을 말리려던 순간이었다.

    꾸욱- 빠듯하게 옥죄는 감각에 연훤의 고개가 젖혀졌다. 아랑이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내지르고, 겨우 귀두의 반만 넣었다 빼고는 발랑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랑, 잠깐만 내가… 윽-.”

    아랑이 휘청이며 한차례 귀두를 더 꾹 깨물며 들어왔다. 쿵쿵, 심장 소리가 아래에서 울려대는 것 같았다. 잔뜩 휘는 허리에 넘어질 듯 보여서 연훤은 아랑의 골반을 붙잡았다. 쑥, 하고 두툼한 귀두 끝이 내벽을 파고들자 그 뒤는 조금 쉬웠다. 우물대는 감각에 야릇한 사정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연훤은 이를 악물고 느리게 허릿짓을 했다.

    “하아… 아, 연훤… 응…!”

    “왜 이렇게, 응? 흥분했어….”

    얕게 쿨쩍이는 움직임을 보인 아랑이 숨을 하닥이며 연훤의 배 위를 짚었다. 휘청이는가 싶더니 풀썩 주저앉으려는 움직임을 멈추고는 물기 어린 시선으로 연훤을 내려다봤다. 탄탄한 복근 위로 흰 손이 멈춤 없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여성기 안으로 파고든 좆의 움직임을 조절하려는 듯 아랑이 몸을 얕게 흔들었다. 슥, 슥, 느리게 들어오고 빠져나갈 때마다 애가 타는 느낌이었다.

    날 죽일 셈인가, 지나친 쾌락에 연훤의 목뒤가 다 선뜩했다. 허벅지를 더듬는 손은 음란했고 아랑은 빠듯하게 아래를 벌리는 성기에 흠칫거리며 몸을 띄웠다.

    빳빳하게 선 남성기를 애무하는 손길이 서툴렀다. 결국 참지 못한 것은 연훤이었다. 퍽- 하며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아랑이 긴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몸을 품에 안은 연훤이 기다렸다는 듯이 위로 허리를 짓찧었다.

    “아, 아- 잠까안… 하흑, 응…! 아직, 아직….”

    횡설수설하는 신음을 들으며 연훤이 뽀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놨다. 볼기짝엔 불그스름하게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철벅철벅, 젖은 소리와 함께 물이 튀었다. 가슴이 서로 비벼지며 젖꼭지가 닿았다. 아랑이 벼락을 맞은 것마냥 굴자 연훤의 신음도 짙어졌다.

    “하아… 씹… 좆이 끊어질 것 같아, 아랑.”

    제 코앞에 들이밀어진 목덜미를 연훤이 자근자근 깨물어 댔다. 샘이 팍, 하고 터지듯이 야한 향이 퐁퐁 새어 나와 이성을 뒤흔들어 놓았다. 정신이 다 없을 지경이었다. 깊게 뿌리 끝까지 파고 들어가서는 내밀한 곳까지 진득하게 물고 늘어졌다. 희락기가 아닌 탓에 그 벽이 완고하게 닫혀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아래위로 흔들리는 몸이 정신이 없었다. 자세는 금세 바뀌어 아랑의 몸이 아래에 깔렸다. 한 다리만 덜렁 어깨에 걸쳐져서는 두 다리 사이가 훤히 벌어져 비스듬하게 부딪혔다. 활짝 벌어진 그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랑의 발끝이 움찔움찔했다.

    제 아래에 깔린 몸이 쾌락에 허우적거렸다. 몸이 빳빳하게 휘며 통통하게 부어 있던 남성기에서는 흰 정액이 쏘아져 나왔다. 후둑, 홀쭉한 배 위를 적시는 애액을 연훤이 펴 바르듯이 문지르며 길게 좆을 빼냈다가 다시 강하게 파고들었다. 툭, 툭, 쳐올리는 힘에 아랑의 몸이 위로 밀려갔다.

    “예쁘네… 젠장. 왜 자꾸 예쁘게 굴지…?”

    향이 몽롱하게 적셔졌다. 약간의 술기운과 페로몬 탓에 뒤늦게 취기가 오른 연훤은 나른하게 웃으며 입술을 핥았다. 아랑이 칭얼거리듯 신음을 흘리자 그것을 다 삼킬 듯 입을 맞췄다.

    “아기, 가지고 싶네.”

    너 닮은 아기. 뭉근한 허릿짓에 녹아나는 것은 아랑이었다. 더 밀고 들어가면 희락기 때와는 다르게 좁아져 있는 아기집 입구가 있을 것이다. 억지로 짓누를까. 얄팍한 종잇장을 사이에 둔 듯 연훤의 인내심이 쾌락과 이성 사이를 오갔다.

    그 야릇한 생각을 다 끝내기도 전에 뻗어진 팔이 연훤의 목을 당겨왔다. 쪽- 달게 닿는 입술에 야릇한 생각이 휘발되듯 사라졌다. 당장은 이 향기로운 몸을 탐하는 게 우선이었다.

    “날아가면 안 돼, 아랑… 흣, 윽….”

    “하읏, 아, 아… 아! 안 돼, 안 돼에… 아…!”

    미색 옷이 나풀나풀 흩날릴 적에, 아랑은 빛을 받아 홀연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서로 은애한다고 하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꾸만 연훤 속에서 웅성거렸다. 사나운 본심이 널을 뛰듯 굴었고 눅진하게 풀린 내벽을 꾸역꾸역 짓누르듯 사정을 했다. 안으로 콸콸 쏟아지는 정액과 곧이어 혹처럼 부풀어 빠듯하게 막아오는 감각이 뒤를 이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응? 너를 선물로 다오.”

    “응, 으응…!”

    신음인지 대답인지 알 수 없었다. 사납게 번들거리는 시선이 가녀린 짐승마냥 비벼오는 움직임에 누그러들었다. 촉, 촉 하며 젖은 소리와 함께 입술이 맞물리며, 아래는 꾸욱 짓누른 채로 둘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찔한 감각에 아랑의 시야가 핑 돌았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돌아오는 암전이었다.

    “…짐승.”

    “…미안하다.”

    “나빴어요….”

    “정말 미안해. 많이 아픈가, 응…?”

    그리고 다음 날은 어김없이 연훤의 사과로 시작되는,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평화로운 날이었다.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