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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모든 후궁을 물리신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았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궁 안의 후궁들은 불안에 떨었다. 물리신다니. 소문에 긴장하는 그들은 갈 곳이 없었다. 전쟁에서 진 나라에서 보낸 공자, 공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로 돌려보낸다 하더라도 갈 곳이 없는 자들이란 소리였다.
일부는 신하들이 보낸 자식들인지라 그들 또한 쉬이 내치기에도 애매하였다. 황제가 양인이라 하여 보낸 이들도 음인이 여럿이었다.
결론적으론 황제, 연훤은 그 향이 역하다 하여 합궁을 해본 적도 없는 이들이 잔뜩이었다. 그나마 같이 밤을 보냈다고 알려진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유겸과 청선현, 그리고 몇 안 되는 향이 없는 범인들이었다.
그 소문이 먼저 닿은 이는 당연, 황제인 기연훤이었다. 그는 아랑을 잔뜩 탐하고 난 뒤라 배부른 짐승마냥 나른하게 앉아 있었다. 어디 한 번 더 지껄이라는 듯한 태도에 어딘가 부드러워진 분위기만 믿고서 나선 이는 등이 선득하게 소름이 돋아오는 것 같았다. 높으신 분의 시선이 너무나도 날카로웠기에.
“고로, 다른 후궁 마마님들과도 합궁을 하심이….”
자신만만하게 들어왔으나 뱉는 말에는 자신감이 없어져 가고 있었다. 대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왜 나섰을까, 조용히 있어도 반은 갔을 것을. 아직 대답 없는 연훤의 반응에 침만 소리 없이 삼키고 있었다.
“시끄럽다. 짐이 어련히 할까.”
“폐하, 아직 후사가 없지 않사옵니까.”
나가거든 당장 이 건을 알린 이부터 찾아가 멱살을 잡을 것이다. 연훤은 머리도 들지 못한 채 말하는 대신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저 이의 목을 따버릴까. 손끝이 탁자 위를 타닥타닥 두드렸다. 그의 손끝이 멈추는가 싶더니 휙, 하는 움직임에 찻잔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후사라면 자신도 신경 쓰고 있었다. 귀찮긴 해도 조용해지려면 후사가 있긴 있어야 하니.
아랑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연고 없는 아이라도 데리고 와서 자신의 아이인 것마냥 내세워야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랑이 있었다. 연훤 스스로도 그 기묘한 믿음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힘쓰고 있으니 그만하라지 않아.”
“허나, 폐하….”
“오 태감.”
“예, 폐하.”
대신들의 대표로 들어왔던 이가 연훤의 축객령에 고개를 푹 숙이며 나갔다. 집무실이 고요해졌다. 오 태감은 식어버린 찻물을 버리고 새 차를 따라 연훤의 앞에 놓았다.
“아랑은?”
“마마께선 수업을 받고 계십니다.”
“그래? 그럼 방해하면 안 되겠군.”
아는 것이라곤 없는 이였다. 기억을 어찌하여 잃은 것인지, 그게 자신에게 좋은 일인지, 좋지 않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자신만 본다면 괜찮았다.
불쾌했던 속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다른 후궁과 합방을 해야 한다고 일러 볼까. 그러면 아랑이 질투를 해 줄까? 수업하다가 자신에게 후궁들이 여럿 있다는 말에도 뾰로통해졌던 그였다.
어찌할까.
“오늘은 연비에게 가지.”
“폐하, 허면 귀인마마께는….”
“못 간다고 전하되, 행여 일이 있다면 당장 찾아오게. 어차피 연비도 내가 가는 걸 싫어할 테니.”
간다고 말은 뱉었는데 아랑이 눈에 어른거렸다. 순간 연훤의 입에서 한숨 같은 웃음이 터졌다. 이 꼴을 보아하니 아랑이 자신에게 빠진 게 아니라, 자신이 아랑에게 빠진 것이 아닌가.
“하루가, 길겠군.”
후룩, 다시 식어버린 차가 식도를 미지근하게 데우며 내려갔다. 아랑을 찾던 얼굴에 따스한 빛이 머무는가 싶었지만 연훤은 이내 싸늘한 낯으로 의자에 기대었다.
*
겸은 터져 나오는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어인 걸음이십니까.”
“닦달하는 이들이 있으니 시늉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겠나.”
“…? 폐하, 평소엔 신경도 안 쓰셨지 않습니까.”
익숙한 농이 오갔다. 오랜 친우였던 탓에 아무도 없는 자리면 스스럼없는 말이 오가곤 했다. 연비, 유겸은 가볍게 나온 술상을 가리키며 먼저 자리에 앉았다. 멀리서 보면 선남선녀이나 실상은 속이 새카만 둘이었다. 겸은 연훤을 잘 알았고, 연훤 또한 겸의 속을 잘 알았다. 겸은 피곤한 일에 엮인 것마냥 술을 들이켰다.
“근데 왜 오셨습니까.”
“글쎄. 돌아갈까도 생각 중이다.”
“저런, 귀인이 지쳐 쓰러지겠군요. 적당히 좀 하시죠?”
연훤이 느릿하게 웃으며 술을 머금었다. 이 시간이면 늘 아랑의 옷자락을 헤집고 들어갔었는데. 길들어진 짐승마냥 아랫배가 뜨끈했다. 다시 돌아갈까. 하루만 시늉을 해줘도 잠잠해질 이들을 알아서 그것마저도 어쩔까, 싶었다. 힘이 없는 것은 아님에도 요란하고 시끄러운 것이 싫었던 연훤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다른 면으론 들어주지 않았다.
“그대는 아직 못 봤는가?”
“선현이는 몇 번 본 것 같습니다만…, 그 애 말로는 보호해 줘야 할 것 같다더군요.”
그것 또한 향으로 알 수 있는 겁니까.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가라앉혔다. 평생을 가도 모르겠지, 가끔 약을 먹어도 약이 들지 않아 울부짖는 이들도 봤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정인을 찾으면 그것이 진정된다는 것이 부럽다는 건, 무슨 연유 때문일까. 겸은 이어지는 생각을 끊었다. 한나절 전 자신을 찾아왔던 선현이 떠오른 탓이었다.
“보호라… 가만둘 수가 없지, 그러나 내가 자꾸 끼고돌아도 불손한 마음을 먹는 놈들이 있지 않을까.”
“그런 되도 않는 농을 하려고 오셨습니까.”
겸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지금 황권은 예전과 다르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했고 역대 황제 중 그 누구보다도 황권이 높고 발언이 강한 사람이었다.
감히 불손한 말을 청했다가 사라진 이들도 여럿을 보았는데.
“아니면 혹여, 진심으로 귀애하십니까.”
“-하.”
술잔을 들던 연훤의 손이 멈칫했다. 진심인 건가. 근래에 들어 가슴께를 간지럽히는 기분을 참지 못하고 아랑을 몰아붙인 적도 있었다. 조절은 자신이 했었어야 했다. 그러고도 말갛게 연훤 님, 하며 해사하게 웃던 그가 떠올랐다.
“그대가 봐도 내가 이상한가.”
“-예.”
연훤이 그렇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는 듯 겸을 봤다. 겸은 뭐, 하는 얼굴로 자신의 몫의 잔을 들었다.
“그게 뭐, 어떻습니까. 진심으로 귀애하게 되는 것이면 그분에게도 좋은 게 아닙니까. 거짓이 아니라.”
너 속이고 있잖아. 빙 둘러 이야기하고 있지만 겸의 말은 그것이었다. 기억을 잃었다는 소리에 정인이라고 속이며 그를 데리고 있었다. 나중에 들키게 되면 어쩌려고, 하는 겸의 시선에 연훤이 말을 멈췄다.
“…사실을 알면?”
“글쎄요. 원래 정인이 있던 사람이거나, 아니면 사내에게 관심이 없던 이였다면….”
“아니, 양인의 짝인 이상 성별은 상관없을 것이다.”
당당히도 말하던 그의 말투에 어쩐지 자신감이 없었다. 그냥 사실을 말해버릴까. 그랬다가는 그 고운 얼굴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속였다고 울부짖을까. 소리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니 눈물만 처연히 뚝뚝 흘릴지도 몰랐다. 보드라운 입술로 날카로운 말을 맺어낼 수도 있었다. 이어지는 생각에 괜히 목덜미가 선득했다.
“큰 소란 없이 지나길 바랍니다.”
“소란은 무슨. 보드라운 이니, 잘 이야기해 봐야지.”
연훤은 드물게도 한숨을 뱉으며 남은 잔을 털어 마셨다.
*
밤이 어두워졌다. 아랑은 침대 위에 앉아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자신이 눈을 뜨고 난 뒤로 처음 있는 그 사람의 부재였다.
“폐하께서 오늘은 다른 처소에 머문다 하셨습니다.”
다른 처소, 아랑은 이곳을 연훤의 침실로 알고 있었다. 자신에겐 다른 공간은 없고 오로지 이곳에서만 의식주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연훤 또한 함께 머물며 생활한 탓에 그가 다른 처소에서 잠들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가 황제라는 걸 알고서 은연중에 다른 후궁 처소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스스로 모르는 척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랑은 연훤이 당연히 가지 않고 곁에 있을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을 했었고, 지금은 그런 자신의 생각이 우습게 느껴졌다. 여전히 머릿속은 막막했다. 연인이며 정인이라고 입안의 꿀처럼 다디달게 구는 이를 바라보아도 처음에는 가슴이 설레지 않았다. 그러나 아랑에게 믿을 것은 연훤뿐이며 그에게 휘둘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왜일까. 매번 밤을 같이 지내서? 아니면 그 사람이 정녕 자신을 연인이라 생각하고 대해서?
사실은 정인이 아닌 것을 알고 있잖아. 먹먹한 마음에다 대고 누군가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아랑이 침구 위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어두운 적막감에 사로잡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자신은 그를 사랑하는가?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허전한 마음이 들어 옆에 가지런히 놓인 베개를 끌어안았다. 폭신하고 보드라운 것에서 그의 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적막감이 가득한 밤은 여러 생각이 몰려들게 만들었다. 낮에는 활동을 하며 그럭저럭 견디고, 밤에는 연훤이 제 몸을 탐하거나 밀어를 속삭여 대는 탓에 정신이 없어 견뎠다.
얼마나 되었다고, 홀로 사랑에 빠진 것일까. 그 사람은 그게 아닐 수도 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점점 가라앉았다. 느릿하게 호흡을 하며 눈꺼풀이 느리게 감겼다. 그만 생각하자. 아랑은 머릿속에 이어지는 생각을 휘휘 저어 떨쳐내고는 눈을 감았다.
덜컹. 기묘한 소리에 눈이 떠졌다. 저벅저벅, 적막을 가르는 발걸음 소리와 사락사락 천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묘한 달빛이 스며드는 방 안에서 아랑은 누운 채로 눈을 깜빡였다. 다가서는 걸음이 익숙했다. 불투명하게 비치는 천을 걷으며 모습을 드러낸 이는 연훤이었다.
“이런, 아직 안 자고 있었나?”
방 안을 울리는 음성이 나지막했다. 웃음기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고, 눈에서는 기묘한 빛이 일렁거렸다. 시선이 닿는 곳곳이 간질거렸다. 아랑은 연훤의 베개를 끌어안은 채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연훤이 흐트러진 옷자락에 드러난 아랑의 쇄골을 눈으로 훑었다. 약간의 술기운에 연훤이 음- 신음을 하고는 침상 위로 올라갔다.
훅 끼쳐오는 술 향에 아랑이 작게 호흡하며 눈을 감았다. 후후-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다가온 체온이 아랑의 귓불을 쓸고 목덜미를 잡았다. 마주 닿은 입술이 뜨거웠다.
“흐응….”
아랑이 낮은 신음을 흘리며 입술을 벌렸다. 콩콩 뛰는 심장 소리가 귀에까지 울리는 것 같아서, 차라리 어두운 밤이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뺨을 붉혔다. 촉촉하게 젖은 소리를 내며 입술을 비볐다. 혀가 입안을 훑고 느릿하게 애무하듯 굴었고, 큰 손이 아랑의 몸을 당겨 안으며 연훤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달게 섞여오는 혀를, 타액을 삼키며 아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인정하자. 이렇게 스며들듯이 사랑하게 되어버렸다고. 아랑은 먹먹한 숨을 삼키며 품에 안고 있던 베개를 툭 떨치고 연훤의 목에 팔을 둘렀다.
연훤은 겸의 방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나 돌아올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술상 앞에 앉아서 한 이야기가 길어지고 주위가 어둑어둑해지자 결국 보드랍고 향기로운 몸이 자꾸 떠올라 궁을 나섰던 것이다.
잠들었겠지. 술을 마신 탓일까. 열감이 뭉근히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걸어가는 길은 선선했다. 침궁에 다다르자 지키고 있던 궁인이 놀라며 폐하, 하고 외치려는 것을 막았다. 잠이 들었을 텐데, 싶어 조심스럽게 들어갔더니 제 베개를 끌어안고 있는 아랑이 보였다.
그냥 재울 생각이었는데 괜히 아랫배가 당겨오는 기분과 갈증이 나는 느낌에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올라갔다.
은은하게 비추는 빛에 아랑의 눈이 묘하게 반짝거렸다. 무언가를 기대하듯, 바라보는 시선에 몸이 달아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
닿은 입술은 말랑거렸다. 약한 신음을 삼키다가 제 목을 끌어안고 서툴게 혀를 비벼오는 모습에 결국 그의 옷을 풀어헤쳤다.
“재우려고 했는데.”
연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아랑이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희게 드러난 목덜미를 빨았다. 핥고 깨물며 할딱거리는 아랑의 숨소리를 귀에 담았다. 연훤의 귓불을 쓰다듬던 아랑이 그의 손을 끌어다가 제 가슴 위로 올려놓으며 재촉하듯 연훤의 이름을 불렀다.
“재우지 말아 줘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속살거리는 아랑의 입술을 삼켰다.
*
잠결에 품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아래가 뻐근하게 달아오른 기분이었다. 연훤은 얕은 움직임에 잠이 깼다. 오물오물 물어오는 감각에 정신이 확 들었다는 것에 가까웠다. 빼지도 않은 채로 잠이 들었나, 아랑이 끙끙거리며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연훤이 그 모습을 흘긋 보고는 얕은 허릿짓을 했다.
“응, 흐윽….”
손끝이 가슴팍을 잔뜩 할퀴었다. 허리를 꼭 껴안으며 뭉근하게 문지르고는 아랑의 몸 위로 올라탔다. 비문이며 여성기며 연훤이 싸지른 애액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향긋한 향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목덜미에 코를 박고는 느릿하게 움직이는 연훤의 좆이 내벽을 슥슥 긁어놓았다. 연훤은 익숙하게 아랑의 다리를 벌리며 더 깊게 파고들었다. 팔뚝에 걸쳐진 흰 다리가 흔들거렸다. 흥분으로 바짝 선 아랑의 남성기를 손에 쥐고 흔들었다. 찌걱대는 소리가 방안 가득히 울렸다.
바르작거리다가 힉-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연훤의 손이 축축하게 적셔졌다. 여기도 사내라고, 풋내를 풍기는 미끈한 액을 연훤의 손에 가득 쏟아냈다.
“나, 더는, 흐응… 아…!”
“힘들다고 해서, 응? 살살 해주고 있는데.”
여성기를 비죽비죽 비집고 들어간 연훤의 것이 안을 느릿하게 눌러 들어갔다. 잔뜩 싸지른 액이 안에 잔뜩 고이다 못해 틈새로 흘러내렸다.
홀쭉한 아랫배가 볼록 솟은 것처럼 보였다. 연훤은 축축해진 손으로 아랑의 아랫배를 더듬었다.
아랑은 그 모습에 덜컥 겁이 나 연훤의 손을 끌어당겼다. 자신이 아이를 가지는 것으로 끝인 걸까, 하는 기묘한 생각.
“많이 먹였는데….”
“흐읏, 네에…?”
품에 안고서 달달한 당과도 먹여 보고, 매 끼니마다 꼬박꼬박 챙겨 먹였는데, 만지는 곳곳이 다 호리호리했다. 살집이 있다면 봉긋한 엉덩이 정도인가, 납작한 아랑의 아랫배를 지그시 쳐다보던 연훤이 재차 허릿짓을 하자 불쑥 안을 헤집는 꼴이 다 느껴졌다.
아랑은 그 말이 자신에게 잔뜩 싸지른 저 씨물을 말하는 건가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행여나 자신만 은애하는 마음을 가진 것이면 어떡하지. 잠시 멈춘 사이에 이어진 생각들이 아랑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좀 더 고기를 먹도록 하자, 아랑.”
“…?”
그러나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연훤은 눈물이 쏙 들어갈 말을 걸어왔다. 그가 빈손으로 아랑의 손목이며 호리호리한 몸을 쓸었다. 그만큼 챙겨 먹였는데, 하는 생각을 한 연훤은 짧게 혀를 찼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랑을 보면서 연훤이 고개를 기울였다.
“어찌 울어, 응?”
입술이 달게 맞닿았다. 쪽, 쪽 가벼운 입맞춤에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그 다정함에 머뭇거리던 아랑의 말문이 열렸다.
“연훤 님, 제가 배태를… 배태를 못, 하면….”
“음?”
“또, 다른 곳에서… 주무시나요?”
날 정인이라 안 불러 주시나요? 나약한 속마음을 내비쳤다. 눈가에 눈물이 금세 차올랐다. 이게 뭐라고 응석을 부리게 되는 거지, 아랑은 행여나 그렇다, 하는 답을 듣게 될까봐 숨을 죽였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눈을 꼭 감고 파들파들 떠는 아랑의 모습이 연훤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질투? 질투인가, 연훤의 입가에 자꾸 미소가 비죽 배어 나왔다. 그러나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은연중에라도 내색했다가는 단단히 토라질 것 같았기에. 얕게 한숨을 뱉자 눈을 꼭 감은 아랑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럴 리가. 배태… 그래, 하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너를 이리 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배태하라고… 하며 웅얼거리는 입술을 막았다.
“응, 으흐응….”
쪽, 쪽 닿아오는 움직임에 입술을 벌렸다. 혀를 비비며 꼴깍거리며 타액을 삼켰다. 미처 삼키지 못한 액이 입가를 타고 줄줄 흘러도 상관이 없었다. 멈춰 있던 아래에 느릿하게 추삽질하면 아랑의 손끝이 연훤의 등을 할퀴었다.
“불안했어, 응? 아랑, 질투했느냐.”
불리하면 아랑은 입을 꾹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연훤이 하하, 짧게 웃으며 느릿했던 움직임을 점차 빠르게 하여 허리를 움직였다.
“아, 아아…! 아, 안 돼, 더 안 들어가아….”
비좁은 여성기가 밤새 이어진 자극에 잔뜩 붓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푹푹 젖은 소리가 방을 가득히 울렸다. 학학 내뱉는 숨이 거칠었다.
“하아, 아…!”
“아니, 더 들어가. 잘 물 수 있잖아.”
아랑의 몸을 배려해 성기의 반절만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던 그가 아랑의 허리를 당겼다. 꾸욱 꾹, 안이 기어코 더 벌어졌다. 아랑의 눈이, 입술이 그 빠듯한 감각에 입을 벌렸다.
“학, 하… 하아….”
닿으면 안 될 곳까지 깊게 닿은 것 같았다. 연훤의 음모가 연약한 피부에 쓸렸다. 연훤은 파들파들 떠는 몸을 달래고 느릿하게 허릿짓했다. 길게 들어왔다가 빠지는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다 느껴질 정도였다.
쭈웁, 젖은 소리를 내며 빠져나온 살덩이가 번들거렸다. 코끝에 스치는 향이 점점 짙어지는 것 같았다. 날이 밝아 방안이 가득 밝아와도 두 사람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흐으, 이제 그마안….”
숨을 할딱인 아랑의 고개가 젖혀졌다. 희게 드러난 목을 가볍게 깨물며 아랑의 골반을 단단히 잡은 연훤의 움직임이 점차적으로 빨라졌다. 퍽, 퍽, 질퍽거리는 젖은 소리가 점점 커졌다. 안을 짓찧는 움직임이 우릿했다. 헐떡거리는 숨소리만 가득 차올랐다.
“빨리, 싸요…!”
허우적대던 아랑의 손이 연훤의 등을 한차례 더 긁어놨다. 아랑의 새된 신음에 깊숙이 쿡 내지르고는 연훤이 움직임을 멈췄다. 헉, 헉- 연훤의 등에 걸쳐져 있던 손이 힘없이 미끄러졌다. 씨물이 꿀럭거리며 다시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에 아랑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랑의 눈꺼풀이 느릿하게 감겼다. 짙은 숨과 함께 암전이었다.
연훤은 기분 좋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그저 자신이 하자는 대로 따라왔던 아랑이 스스로 한 고백에 가슴께가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샘이 많아서 어쩌나, 그것마저도 귀여웠다.
그래서 겸과 선현을 불렀다.
“내명부를 좀 정리하지.”
난데없는 일 벼락에 두 사람이 나라님을 욕한 것은 뒤의 일이었다.
*
아랑은 고개를 기울였다. 요즘 궁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그냥 자신을 보는 이들이 무언가 흐뭇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닌가? 하며 고개를 한번 슥 돌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숙하게 서 있는 모습에 착각이었나 하며 괜히 뺨을 긁적였다.
정원을 거닐다가 마주친 선현의 눈이 동그랬다. 어휴, 하고 한숨을 뱉은 선현은 손으로 주변을 한 번 휘휘 털고 다가섰다. 아주 향을 덕지덕지 묻혀놓은 게 딱 다가서기 싫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말갛게 올려다보는 아랑만 조금, 아주 조금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직 효과를 못 봤나?”
“네?”
“목욕할 때 쓰는 거 잘 쓰곤 있는 거지?”
인사도 없이 대뜸 물어오는 것도 익숙했다. 아랑이 고개를 끄덕끄덕하자 선현은 고개를 기울이며 뭐가 문제야,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혹 약제가 부족한 건가 싶어 작은 항아리를 내밀었다.
“그런데 이건 무엇인가요?”
“뭐…. 사랑의 묘약?”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크게 필요는 없겠지만, 선현은 장난스럽게 웃고는 갑자기 나타났던 것처럼 다시 사라졌다. 정원에는 두 손에 작은 항아리를 쥔 아랑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아랑은 작은 항아리를 쥔 채 정원을 걷다가 다시 침궁으로 돌아왔다. 궁인들이 물러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심심하고 무난한 일과였다. 책에서 배운 것들 중, 궁에서 지내는 다른 고상한 이들이 하는 생활들은 단조로워 보였다.. 자수를 놓고 그림으로 난을 치기도 하고, 혹은 말을 타거나 악기를 배우는 등 아랑은 몇 차례 손에 쥐었다가 얼마 하지 않고 그만둔 것들뿐이었다.
결국은 운동을 겸해서 산책을 하고 돌아와 연훤이 궁인들에게 미리 말을 해 준비해둔 다과를 맛보고 글자를 연습하다가 곤하게 낮잠 자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는 연훤이 일을 끝내고 오기 전에 준비된 욕실에서 목욕을 했다.
아직 많이 남았는데, 뭔지 몰라서 정해진 양보다 적게 톡톡 털어 목욕을 했던 아랑이었다. 나란히 놓인 항아리를 보고 평소보다는 조금 더 많이 잡아 물에 풀었다. 뜨거운 습기와 함께 향이 자욱하게 퍼졌다. 몸에 감기는 물이 따끈따끈했다. 물에 다른 약재도 들어있는 탓에 가볍게 씻기만 해도 피부가 부들거렸다.
손에 꽃잎이 걸려 괜히 당겨 와서는 코끝에 대고 향을 맡았다. 그 사람도 향이 났는데. 아래가 움찔거렸다. 몽롱함에 젖어 있다가 화들짝 놀라 손을 물에 담갔다. 가라앉았다가 뜨는 꽃잎이 부들부들했다.
그리고는 가벼운 손장난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래가 달아올랐다. 사람을 물린 뒤라서 욕실은 자신 혼자뿐이었다. 슬며시 내려간 손이 남성기를 쥐고 느릿하게 주물렀다. 응, 응… 행여나 신음이 새어 나갈까 봐, 아랑은 입술을 꾹 물고 물속에서 꼼지락거렸다. 참방거리는 물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컸다. 애매하게 달아오른 몸이 곤란했다. 연훤이 자신의 것을 쥐고 흔들 때는 잘만 사정하더니. 애매하게 발딱 선 남성기가 원망스러워 입술을 삐죽거렸다.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달아오른 몸에서 향이 폴폴 새어 나오는 것을 알지 못한 아랑은 물속에서 바르작거렸다. 손가락 하나가 남성기 아래로 숨어 있는 음핵을 느릿하게 문지르고 갈라진 틈을 만지작거렸다. 작은 자극에도 빳빳하게 선 남성기 탓에 큰 한숨이 뱉어졌다. 두 손이 내밀한 부위를 야릇하게 훑었다. 서툰 손짓에 애가 닳아 입술을 꾹꾹 깨물었다 놓으며 아랑은 짙은 숨을 내쉬었다.
“으음….”
촤락- 가지런히 내려져 있던 주렴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놀란 아랑이 화들짝 놀라 첨벙거렸다. 문 앞에 선 것은 어째서인지 거친 기색이 보이는 연훤이었다. 벌써 그가 올 시간이 된 것일까, 평소보다 이르게 도착한 것 같아 아랑이 영문을 모른 채 눈을 깜빡거렸다.
“연훤 님?”
왜 아무런 대답이 없는 거지? 아랑은 어리둥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촉촉하게 젖은 채로 몽롱한 눈길로 올려다보는 아랑을 연훤이 핥듯이 쳐다봤다. 평소와 다른 연훤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한 아랑이 물을 헤치며 가까운 곳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 아!”
성큼 걸어 들어온 연훤이 옷도 다 벗지 않은 채로 물속을 침범했다. 물이 두 사람의 움직임에 가득 넘쳐흘렀다. 당황하며 주춤하는 아랑을 껴안은 연훤이 다급히 입을 맞추었다.
입을 맞추다가도 연훤은 아랑의 목덜미의 향을 들이켜듯 깊게 숨을 삼켰다. 열기로 이글거리는 시선과 함께 어쩐지 짙어진 향기가 어지러웠다. 꽃향기인가? 아니 그것보다도 더 습하고 농밀한 향이었다. 팔랑거리는 나비를 낚아채는 향 같기도 하고, 은밀하게 유혹하는 향인 것 같기도 했다. 이걸, 자신이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더라. 생각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연훤이 입을 벌리며 아랑의 목덜미를 지분거렸다.
머릿속이 야릇한 향에 물들며 아래가 움찔거렸다.
“아, 아흐읏-.”
“하아, 아랑….”
아랑은 숨을 색색 뱉으며 연훤의 입맞춤을 받았다. 허겁지겁 움직이던 그가 잔뜩 향을 들이켜고는 농밀한 손짓으로 아랑의 몸을 더듬었다. 물에 젖은 연훤의 옷이 어설피 풀어졌다.
“벗겨 다오.”
그윽한 시선에 아랑은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연훤의 옷을 벗기는 것을 홀린 듯이 도왔다. 물에 젖은 탓에 벗기는 손이 자꾸 엇나갔다. 그 손을 바라보는 시선이 진득하게 따라붙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아랑의 가슴팍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가 살그머니 숨어들었다. 따끈한 물 탓인지 묘한 열감 탓인지 달아오른 유두가 자꾸 시선을 끌었다. 겨우 풀어낸 옷이 물속으로 잠겨 들었다. 마주 본 두 사람 사이에는 다른 말은 없었다. 이윽고….
야릇하고 더운 숨이 욕실을 가득 울렸다.
*
집무를 보고 있던 연훤의 손이 우뚝 멎었다. 기묘하게 목뒤가 뻐근한 것 같기도 하고 피곤한 것인지 어딘가 몸이 무거운 느낌이었다. 이상한데.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라 의자에 천천히 몸을 기댔다.
기묘한 향이 콧속을 찔러댔다. 설마 하는 생각은 이내 짙은 열감으로 바뀌어갔다.
“오 태감, 아랑은 어디에 있지?”
“곧 욕실에 들 시간이옵니다.”
앉아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폐하? 당황스러운 오 태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큼성큼 집무실을 빠져나가는 걸음이 평소보다 빨랐다.
“폐하, 폐하…!”
“등을 올려라, 양인 음인 모두 물리라 전하고.”
예? 하마터면 반문할 뻔한 오 태감이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이 다급하게 떨리며 다른 곳에 서 있던 궁인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 신호에 궁인이 빠져나가는 걸음이 빨랐다. 침궁에 홍등이 오를 것이고 오늘은 밤새 아마도….
오 태감이 연훤을 뒤따르며 흘긋 그의 상태를 살폈다. 자신의 뒤를 따르는 궁인을 향해 필요한 것을 언질해 준 뒤 샛길로 그를 보냈다.
아마도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긴 밤이 될 것 같아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연훤의 앞을 막는 자는 없었다. 평소라면 궁을 지키고 있을 자들이 눈에 띄었겠지만 오 태감의 지시로 다들 주변에서 물린 뒤였다. 자연스럽게 걸음이 욕실로 향했다. 부들부들하고 보드라운 향이 주변을 은은하게 메웠다. 연훤은 습관적으로 숨을 들이켜며 주렴을 걷었다. 촤르륵, 요란한 소리가 부딪히며 녹녹하게 젖은 목소리가 울렸다.
“연훤 님?”
연훤의 입꼬리가 매혹적으로 올라갔다.
그 이후로는 기억의 암전이었다. 뚝, 뚝 끊기는 기억 사이로 두 다리를 벌린 아랑의 몸이 발발 떨리고 있었다. 흉흉하게 선 좆이 비좁은 구멍을 느릿하게 쑤셔댔다. 아, 아- 하며 마른 신음이 뱉어지면 연훤이 그 입술을 덮고 타액을 섞었다.
“흐, 앙, 아…! 안, 흐윽….”
아랑이 말을 다 잇지 못하고 헐떡거렸다. 연훤의 것이 여성기가 아닌 좁디좁은 비문을 슥슥 문지르고 내벽 내밀한 곳에 도톰하게 부푼 곳을 들쑤셨다. 아랑의 발끝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펼쳐졌다. 야릇한 자극으로 위아래로 애액이 질질 흘렀다. 아랑은 흉포한 향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향에 취해 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즈윽, 즈윽.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선명했다.
“그, 마안….”
욕실에서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올 때마다 연훤이 허릿짓했다.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리면 허리를 감싸 안고서는 둥글게 안을 문질렀다. 나오는 것은 자지러질 듯한 신음과, 남성기에서 주르륵 흐르는 애액이었다.
“응, 흐으… 흑, 연훤… 연훤 니임… 아!”
쪽, 쫍. 젖은 소리를 내며 연훤이 아랑의 유두를 깨물었다. 뾰족하게 선 곳은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아랫배는 이미 사정액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 그만, 그만요… 속살거리는 말이 나비의 날갯짓같이 연약했다. 퍽, 퍽 쳐올리는 힘이 버거웠다. 아랑은 연훤의 어깨를 깨물기도 하고, 등을 잔뜩 할퀴기도 했다. 자극적인 움직임에 잔뜩 안을 죄면 연훤이 눈가를 찡그리며 짙은 숨을 뱉어냈다.
“하아, 아랑….”
그의 시선이 기묘하게 번들거렸다. 정신이 멀쩡할 때 이렇게까지 몰아세우며 한 적이 없었던 탓에 아랑은 눈을 딱 감고 기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거친 음성이 귓가에 머물렀다. 아랑이 힘이 빠진 팔을 들어 겨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연훤이 작은 움직임에도 따라오더니 벌려진 입술을 머금고 입안에 삽입을 하듯 느릿하게 애무했다. 즈윽, 툭, 아랑의 몸에서 흉흉한 물건이 빠져나왔다. 붉은 기가 도는 살덩이가 애액으로 번들거렸다.
분명 안에서 싸질렀을 텐데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마냥 단단하게 서 있었다. 귀두 끝이 툭, 툭 아랑의 아랫도리를 쳐댔다.
“그만, 둬?”
쪽, 쪽 달게 입술을 빨며 물었다. 나른하게 떠진 시선에는 흉흉한 빛이 돌았으나 연이어 닿아오는 쾌락에 정신이 없었던 아랑은 도리질 쳤다. 연훤이 푸스스 웃었다.
“그만두라는 거야, 그만두지 말라는 거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그만두라고 하면 그럼 딱 한 번만 더 하자고 달랠 작정이었다. 열기에 잠긴 그는 눈앞의 제 짝만을 들여다보았다.
“그, 그만….”
쪽. 아랑의 말이 이어질 수 없게 연훤이 입을 맞췄다. 눈물이 흥건한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만해요, 라고 말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한 번 더 입술이 맞닿았다. 부드러운 혀의 움직임에 아랑은 작게 신음하며 허리를 들썩였다. 울긋불긋한 잇자국과 이리저리 튀고 문질러진 애액으로 몸이 번들거렸다.
“한 번만, 응…?”
나른하게 속살거리는 말에 목덜미가 간지러웠다. 젖꼭지를 문지르던 손이 천천히 몸을 쓸듯이 내려갔다. 정액이 잔뜩 묻은 아랫배를 손으로 느릿하게 문지르니 한숨과 같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힘없이 늘어져 있던 아랑의 남성기가 작은 자극에 힘을 받은 듯 처음보다는 단단해져 있었다. 허락을 구하듯 입술을 맞추고 뺨과 턱, 목덜미와 쇄골에 잔잔한 입맞춤을 남겼다.
“아랑, 이번 한 번만, 응?”
재촉하듯 구는 말이었다. 목소리는 달콤했으나 그를 쳐다보는 시선은 흉흉하게 번들거렸다. 아랑은 그 간지러운 행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미 이 정사와 사향 같은 향에 눅진눅진 녹아내릴 것 같았다. 손끝이 아랑의 여린 속살을 헤쳤다. 연훤이 제 아랫입술을 혀로 훑었다. 유혹하듯 구는 움직임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아랑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놓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연훤의 얼굴 가득히 야릇한 미소가 맺혀 들었다.
*
짐승 같은 움직임이었다. 푸욱, 하고 파고든 것이 제집을 찾아 들어가는 것마냥 기어코 좁은 틈을 차지했다. 하악, 젖혀지는 고개와 휘는 허리를 받치며 연훤이 아랑의 몸에 진득한 애무를 남겼다. 그 이후는 열락의 밤이었다. 옆으로 눕혀 안을 짓찧는가 하면, 등 뒤로 짐승처럼 흘레붙었다.
아랑이 힘없이 휘적이며 도리질해도 연훤은 대답이 없었다. 그가 쿡, 내지르면 발그레하게 물든 남성기가 힘없이 핏핏 사정을 했다. 남자의 성기는 집요하게 안을 탐했다.
안을 뭉근하게 문지르는가 싶더니 예민한 곳을 사정없이 긁었다. 아랑은 머릿속까지 먹먹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성기를 빼면 느릿하게 움찔대는 구멍 틈새로 정액이 왈칵 쏟아졌다. 온몸이 사정액투성이였다.
“못, 못해… 그마안….”
허벅지 안쪽이 벌벌 떨렸다. 양인의 희락기를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감당한 아랑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연훤이 물고 빨았던 젖꼭지는 퉁퉁 부어서 스치기만 해도 찌릿했고 아래는 벌어져서 감각이 없을 지경이었다. 연훤이 느릿하게 호흡하며 아랑의 벌어진 다리 사이를 훑었다. 힘없이 늘어진, 제 눈에는 귀여워 보이는 아랑의 남성기를 손끝으로 슬며시 문지르고 다가섰다.
“또, 또요…?”
빨개진 눈가로 화들짝 놀란 아랑이 연훤의 어깨를 밀쳤다. 힘이 없어 밀치는 것인지 당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조금만, 응? 살랑살랑 달래는 음색이 나른했다. 손끝이 아래의 여성기를 지분거렸다. 애액이 줄줄 흘러 뒷구멍까지 적실 정도로 흥건하게 고여 들었다. 이성보다는 성욕이 앞선 상태가 된 연훤이 울망거리는 아랑의 입술을 핥았다. 흐읏, 신음이 입 안으로 삼켜졌다. 잠시 멈췄던 긴 밤의 연장이었다.
기어코 비좁은 안을 더 젖히며 들어온 귀두 끝이 어느 부분을 콱 짓눌렀다. 허리가 휘며 숨소리가 야릇하게 퍼졌다. 절여질 듯 제 향으로 빽빽하게 가득한 방 안에 보드라운 향이 감겼다. 연훤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빠져나오지도 않은 채 안으로 더 짓눌러 넣었다. 할딱할딱 내쉬는 숨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자꾸 새어 나오는 씨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랑이 녹진녹진하게 풀린 모습으로 제 배를 훑었다. 배가 가득 차서 볼록 튀어나온 것 같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시선도 흐릿하게 풀려 있었다. 연훤이 제 깊은 곳까지 넣고서 움직이지 않은 채로 숨을 삼켰다.
“흣-!”
나른한 숨을 뱉던 찰나에 아랑이 눈이 번쩍 뜨였다. 놀람? 아픔? 아니, 그 기묘한 감각에 대한 아찔함? 연훤이 제 아래에서 바르작거리며 움직이는 아랑을 품에 안았다. 퍼덕이는 몸을 껴안고 목덜미를 깨물었다. 아랑은 안에서 부푸는,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에 놀라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결합이었다.
“더, 넣, 흐윽, 넣으면, 안 돼애, 아… 아…!”
몸이 잘게 경련했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자극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발끝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흰 발끝이 이불을 밀쳤다. 그마저도 힘이 빠져 주륵 미끄러지는 것의 반복이었다. 이게 뭐야, 이게 뭐예요? 정신없는 와중에 엉엉 눈물을 흘리며 아랑이 물었다. 연훤은 중간에 정신이 돌아온 듯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입맞춤을 남기며 아랑의 몸을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
잘 지내고 있어? 먹먹한 소리 너머로 조금은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했다. 귀에 물이 들어간 듯 소리가 먹먹하게 들렸다. 아닌가, 물이 아닌가. 아랑은 꿈속에서 어둠 속을 걸었다. 찰랑찰랑, 물소리도 들린 것 같았다.
상양인, 그러니까 연훤의 희락기를 이틀 동안 다 떠안은 아랑은 결국 몸져누웠다. 열이 올라 밤새 끙끙 앓았을 정도라 궁인들과 태의들이 밤새 침궁을 들락날락했다. 방 안에는 아직 연훤의 열락의 향이 진하게 남아 있는 듯했다. 궁인 대신 아랑의 몸을 닦아 주려고 덮었던 것을 걷은 연훤은 색사의 흔적으로 가득한 아랑의 몸을 보고는 잠시 말을 잃었었다.
희락기가 아니라 방심하고 있었다. 대체 왜? 자신의 희락기만큼은 제어할 수 있는 약을 먹고 아랑을 품을 작정이었다. 온전히 그가 다 떠안기에는 그간 참았던 것이 다 터져 흐를 수 있었기에.
“…젠장.”
그만이라고 울었는데, 기억이라도 안 나면 모를까, 눈을 감으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지난밤의 일들에 두통이 다 일었다. 끄응 끙, 앓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진맥을 마치고 정리를 끝낸 이들이 모두 방을 나가고 남은 것은 누워 있는 아랑과 그 곁을 지키는 연훤뿐이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잠깐 자신의 진맥을 본 태의가 고개를 조아렸다.
“폐하, 혹… 희락기를 앞당기는 것을 취하셨습니까?”
“내가? 그걸 왜. 억제하는 것을 먹으면 먹었지….”
조심스러운 태의의 물음에 대답하는 연훤은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아 두통이 일었다.
연훤의 걸음은 침궁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흉흉한 시선에 주변에서 일을 보던 궁인들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조아리며 그 자리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 희락기를 당겨 주는 매향화 꽃잎입니다. 아까 궁인이 들고 나가는 것을 살핀 것인데 혹시 요 근래에 자주 맡거나 취하시진 않으셨는지요.’
아랑의 몸에서 나긋하게 묻어나던, 그 기묘한 향이었다. 하, 연훤은 짧게 웃음을 뱉었다. 누가 그랬는지 눈에 훤해 말도 안 나왔다. 절절매는 태의를 보내고 그 길로 궁을 나섰다.
“청선현-!”
벼락같은 소리에 겸과 함께 차를 마시던 선현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이름을 부른 뒤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요해진 연훤에 선현은 더 움츠러들며 겸의 뒤로 숨어들었다. 그래 봐야 작은 여인의 뒤에 숨은 것이었기에 우뚝 선 사내의 모습은 고스란히 다 보일 지경이었다.
“당장 나오지 못해?”
“폐하, 진정, 진정하시고….”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격식을 내던진 언사에 겸마저도 당황했다. 겸이 연훤을 진정시키며 뒤에 숨은 선현을 불렀다. 어릴 적 이후, 실로 오랜만에 있는 대치 상황이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어 일단 연훤을 끌어 앉혔다. 그리고 연훤은 앉자마자 매섭게 말을 내뱉었다.
“아랑에게 매향화를 줬어?”
매향화, 간혹 양인과 음인의 두 희락기를 맞추기 위해 종종 쓰이는 약재 중 한 종류였다. 선현은 겸의 옆에 붙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왜 줬는지 의도는 알겠지만 이상하게도 반갑지가 않았다. 주로 양인에게 쓰이는 것이며, 음인이 그것을 몸에 바르거나 약재를 푼 몸에 목욕을 하면 양인의 희락기까지 앞당겨 배태를 용이하게 돕는 용도였다.
나름 차근차근 아랑을 품을 작정이었던 연훤이었다. 양인의 희락기에 대해 더 알려 주고, 그때에는 네 거절도 못 들어주고 도망도 못 치게 된다고 그리 말할 작정이었는데.
“…하. 자유를 준다고 했지 않나.”
“그것! 그…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그게….”
“선현아….”
“누이, 누이, 나 진짜 그거 때문은 아니에요! 둘이 좋아하는 게 훤히 보이는데 미적거리는 게 답답해서….”
선현이 얼른 겸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앞에 있던 찻잔을 홀랑 입에 털어 넣은 연훤이 아무런 말 없이 방을 나섰다. 급히 왔다 저리 가버리는 것을 보니 화가 단단히 난 듯 보였다. 후궁으로 들어와 있기는 하나 그 전에 친우이기도 한 그였다. 긴말 없이 나가버린 모습을 보며 겸은 선현의 팔을 찰싹찰싹 때렸다.
궁을 나서자마자 연훤은 뒤따르는 궁인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평소와는 다른 거친 걸음에 더 조용해진 이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연훤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토록 원했던 정인이지 않나, 그러나 열이 올라 쌕쌕 숨을 뱉던 것이 다시 떠오르니 속이 상했다.
방 안에 도착하니 낮은 숨소리만 들려왔다. 가끔 끙끙 앓는 듯 신음이 나면 놀라서 얼굴을 살폈다. 오 태감이 오늘 일정을 이야기했지만 연훤은 손만 휘휘 저은 채로 물렸다. 이마 위에 올려진 젖은 천을 한번 뒤집어 주자 찡그린 눈가가 시원한 듯 흐물흐물 풀렸다.
다들 나가고 아무도 없는 방 안엔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이불 밖으로 나온 손이 유난히도 창백해 조심스럽게 쥐었다.
“…미안하다.”
괜한 마음에 속삭이며 연훤은 아랑의 손등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열이 올랐다가 내렸다가 해서 궁인들의 심장을 졸이게 한 아랑은 이틀이나 지나서야 눈을 떴다. 아직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에 멈칫하고, 입을 꾹 다문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연훤의 시선에 한 번 더 멈칫했다. 지난밤 일이 머릿속을 휙휙 스치고 지나갔다. 책자에서 한 번쯤 봤던 자세들도 했던 것 같았다. 괜히 목이 타고 더운 느낌에 물을 찾았더니 연훤이 아랑의 몸을 일으켜 자신에게 기대게 한 다음 물잔을 건넸다.
“손에, 힘이….”
길게 잠이 들었던 탓일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몇 번 죔죔 하고 있자 입가에 물잔이 닿았다. 꿀꺽, 하고 목울대가 움직였다.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마지막 바닥이 보일 때까지 쉼 없이 마신 아랑은 잔이 떨어지자마자 얕은 한숨을 뱉었다.
“아픈 곳은?”
연훤이 자연스럽게 아랑의 턱을 들어 올려 얼굴 여기저기를 살폈다. 안색을 살피는 것인지, 아랑의 반응을 살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평소라면 유연하게 농을 건넸을 연훤인데 드물게 굳은 얼굴이었다. 아랑은 그런 연훤을 한 번 보고 주변을 둘러봤다. 무언가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길래 연훤이 가벼운 손짓으로 주변을 물렸다.
연훤의 품에 기댄 아랑이 한숨을 폭 하고 뱉어내며 말했다.
“어제,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잘못했다.”
“그만하라고도 했고….”
“으음….”
곤란하고 난처해 보이는 얼굴이 보였다. 입술이 달싹거리며 머뭇거리는 움직임을 아랑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힘없는 손가락이 연훤의 턱과 입가를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연훤이 그 손을 감싸 쥐고 손끝에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움직임에 아랑이 살포시 웃었다.
“근데 그거는 뭐였어요?”
그거라니? 아랑의 손을 가만히 쥐고 주무르던 연훤이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랑의 입술이 머뭇거렸다. 다시 떠오르는 기억에 뺨이 발그스름해졌다. 기억의 마지막에 연훤이 제 몸을 탐하다가 깊게 들어와서는 단단하게 부풀어 짓누르던 감촉이 절로 떠올랐다. 연훤이 부르르 몸을 떠는 아랑을 토닥이며 물었다.
“그거라니?”
“안에… 안에 넣고 커진 거요.”
분명 연훤의 성기가 제 안을 짓누르고 있었는데, 생전 처음 느낀 감각이 다시 떠올라서 얕은 한숨을 뱉으며 연훤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제야 아랑이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챈 연훤이 재차 ‘음-…’ 하며 말을 삼켰다. 여태 아랑을 품을 때 결합이라는 걸 따로 알려 준 적이 없던 것이 떠올랐다. 안을 빠듯하게 채워 상대가 배태할 때까지 막고 있는 그 행위를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하나 말을 찬찬히 골랐다.
말을 고르다가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연훤은 제 손에 얌전히 얹혀져 있는 아랑의 손을 끌어다 제 아래에 가져다 댔다. 아랑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이해한 듯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슬그머니 손을 뺐다.
“아랑, 혹여 지내다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곳이 있으면 말해 줘야 한다.”
제 욕심껏 정인이라고 말했을 뿐, 아랑이 자신을 진정으로 정인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허나 여태껏 몸을 섞어온 횟수도 횟수이거니와, 본인의 희락기에 싸질렀던 정액이 그의 몸에 스며든 듯 얼마 흘러나오지 않았던 탓에 연훤이 걱정의 말을 남겼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아랑의 아랫배를 쓸었다.
연약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손끝이 느릿하게 옷 위를 둥글리니 아랑의 얼굴이 빨개졌다. 자제해야지, 했지만 아랑이 나긋하게 기대오며 은은하게 향을 뿌리는 게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어서 연훤은 홀린 듯이 굴었다.
“제가, 배태를 하면….”
늘 그것에 대해 입에 올렸던 연훤이 멈칫했다. 먼저 말을 꺼낸 아랑의 시선이 어딘가 초조하고 불안해 보였다. 불안해? 왜지? 연훤의 시선이 일순간 사나워졌다. 배태를 하기가 싫은 것일까, 자신이 억지로 밀어붙였던 것이 없잖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몸을 섞는 데에 아랑 또한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게 기억이 났다.
자꾸 욕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저만….”
“뭐?”
마지막 말이 스치듯이 지나갔다. 연훤은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 눈을 깜빡거렸다. 입술을 깨물었다 놓고 연훤의 손을 괜히 한 번 더 만지작거린 아랑이 입술을 달싹였다.
“저만 봐 주시면 안 되나요…?”
속이 울렁거렸다. 기분 나쁜 울렁임이 아닌 무언가 들떠서, 쿵쿵 뛰는 심장이 고스란히 다 느껴질 지경이었다. 눈꼬리를 휘며 네? 하며 대답을 재촉하는 아랑의 모습에 손이 먼저 뻗어나갔다. 뺨을 감싸고 열이 났던 탓에 까칠해진 입술을 핥았다. 보드라운 고백이 속을 긁으며 지나갔다. 본인만 봐 달라니, 연훤 자신이 뱉고 싶은 말이었다.
욕심으로 달게 굴었는데 어느 순간부턴 진심이 되어 그를 살피지 않았던가. 아랑은 그것까지 알 리 없었고 기억을 잃은 채 정인이라며 다정하고 음란하게 굴던 연훤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다른 곳에 가지 말고, 나만 봐 주세요.”
말랑하게 굴던 이가 단단하게 이야기를 하며 연훤의 손에 깍지를 꼈다. 그 시선이 너무도 올곧아 작은 죄책감이 생겼다. 애초에 거짓으로 말하지 말 것을, 허나 이걸 제 입으로 떠벌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 내 정인만 보는 게 당연한 거지.”
“…그렇지만 다른 곳에도 갔잖아요.”
“그건, 그건 내가 미안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으마.”
입술을 벌려 주련, 연훤이 이어 속살거렸다. 자연스럽게 부딪히는 입술을 핥았다. 젖은 소리를 내며 혀를 섞고 은연중에 흘러나온 달큼한 향을 삼켰다. 내 속에 전부 각인해서 새기듯이. 향을 탐하며 입술을 빠는 것은 어딘가 음란한 기분이 들게 했다. 연훤이 이불 위로 무너지는 몸 위에 올라탔다. 별다른 행위 없이 서로를 찾듯이 입만 애타게 맞췄고 또 혀를 핥았다.
자신들의 향이 서로에게 짙게 스며들 때까지, 계속 입술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