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7)

2

아랑은 귓속도 물에 잠긴 듯 먹먹한 감각에 끙, 하며 앓는 소리를 흘렸다. 자신이 눈물을 흘렸던가. 눈가가 물기로 축축했다. 바스락거리는 이불의 감촉이 드러난 맨살에 닿을 때마다 간지러웠다. 간질간질, 무언가 자신의 몸을 기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몸에 뭔가 닿으면 찌릿했다. 그 찌릿찌릿한 느낌이 아랫배를 징징 울리고, 숨어 있던 구멍에서 울컥하며 애액이 쏟아져 내리게 했다.

속옷이 흠뻑 젖어 들었다. 자신이 실례를 한 것일까, 울음이 났다. 베개를 끌어안으니 연훤의 향이 남아 있어 아랑은 킁, 킁 숨을 들이켰다. 천이 눈물로 젖었지만 아랑곳 않고 숨을 들이켰다. 아래가 더 난잡하게 벌렁거리는 것 같았다. 남자의 손가락이 자신의 아래를 헤집어 줬으면 좋겠다.

처음은 그냥 열이었다. 아침에 눈을 다 뜨기도 전에 쾌락에 이끌려 헐떡이고, 입을 맞췄었다. 아랫배를 절절하게 긁어대는 시원한 향을 흠뻑 마시며 다리를 벌렸다. 부었구나. 남자는 짧게 말을 하며, 자신의 은밀한 곳에 입을 맞춘 뒤에 젖꼭지를 잡아 비틀었다. 꼿꼿하게 남성기를 훑으니 말간 액이 투둑투둑, 배 위를 질척하게 적시기까지 했다.

“으, 흐으응….”

이불 뭉치가 다리 사이에 꽁꽁 감쳐 들었다. 비비적거리는 애타는 움직임에 자신의 남성기가 꼿꼿하게 서는 기분이 들었다. 구멍이, 간지러웠다. 연훤, 연훠언… 흐느끼듯 끊임없이 남자를 불렀다. 대체 언제 오는 것일까. 손이 슬금슬금 내려가 남성기를 만졌다. 손이 뜨거운지 제 살덩이가 뜨거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속옷을 어설프게 헤치며 다리를 벌렸다.

어떡하지, 드러난 살결에 찬 공기가 닿았다. 부르르 몸을 한차례 떨고 몸을 움찔거렸다. 애액이 주룩 흘러 비문까지 적셨다.

보드라운 고환을 살살 만지던 손이 아래를 더듬었다. 아랫배가 바르르 당겨오기까지 했다.

간지러워서 울음이 났다.

‘여기는 내 것만 무는 것이야.’

연훤이 엄한 표정으로 제 가랑이 사이에 손가락 두 개를 꽂으며 말했었다. 다른 것도, 네 손조차도 함부로 들어가면 안 돼, 하며 단호하게 속삭이던 말소리가 그리웠다.

“연훤, 연, 훠언, 연훤 니임… 하앙… 아….”

공기까지 뜨겁게 느껴질 만큼 점점 따끈하게 열이 올랐다. 관자놀이를 타고 뜨거운 눈물이 주륵 흘러내릴 정도였다. 겁이 나 아래를 함부로 만지지 못해 애액을 훔쳐다 남성기를 문질렀다. 미끌미끌한 감촉에 허리가 떨렸다.

몇 번의 움직임에 귀두 끝에서 허연 액이 비죽 솟아올랐다.

이게 아니야, 잘게 사정한 아랑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연훤이 침궁으로 향하는 회랑을 바삐 걸었다. 폐하, 폐하 하며 뒤따르는 오 태감의 부름도 무시한 채였다. 가까워질수록 짙은 향기가 물씬 풍겼다. 이렇게도 진했던가. 자신을 따르는 이들 중에 양인이 섞여 있었는지 예를 차리지도 못한 채 코를 틀어쥐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양인들은 침궁 밖으로 물러서라.”

연훤의 목이 잠긴 듯 낮아져 있었다. 사나워진 눈매가 긴 복도 끝을 훑었다. 저 끝에 있다. 저 끝에 내 다디단 꿀이 있구나. 처음 겪었던 그 애매했던 희락기가 아닌 진짜 희락기이리라. 아직 정해 놓은 것도, 알아 놓은 것도 없이 맞닥뜨린 일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폐하…!”

“내가 부르기 전까지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

“하오나, 하오나… 아직 준비된 것이 없사옵니다.”

“그대가 준비해 둬라, 아랑은 희락기가 끝나고 나서 귀인으로 올릴 테니.”

“대신들의 반발이 클 것입니다.”

연훤이 비웃음 서린 웃음을 지었다. 그림 같은 웃음이라 모르는 사람이 그저 지나가듯 보았다면 홀린 듯이 서버릴 얼굴이었다.

“황후까지는 안 바랄 테니, 홍등을 켤 명분을 만들라는 게 아니냐.”

오 태감이 절절매는 소리를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이미 연훤은 마음을 정한 뒤였다. 일단은 귀인, 그리고 그다음에 어여쁜 일을 했다 하며 첩지를 올리면 될 것이다. 연훤이 문 앞에 이르러서야 자신을 뒤따라온 오 태감을 돌아보았다. 눈치가 좋고 손과 발이 빠른 궁인 하나가 조용히 병을 넘기자 오 태감이 그것을 공손히 연훤에게 내밀었다.

“침궁에 홍등을 달아. 내가 나와서 따로 지시를 하기 전까지. 알겠느냐, 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덜컹. 문이 열렸다. 하아, 하는 나른한 숨소리가 살풋 들려오는 것 같았다. 등 뒤로 손끝이 닿고 그 손끝이 몸에 감겨들었다. 옷 너머로도 뜨끈한 열기가 다 느껴질 지경이었다. 연훤은 강한 향에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연, 훤 님….”

흐느끼는 목소리를 들으며 몸을 돌려 흐트러진 아랑을 봤다. 눈매에는 물기가 그렁하고 뺨이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몸 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연훤은 매달리는 손을 감싸 쥐었다 놓으며 그 허리를 끌어안았다. 문이 단호하게 닫혔다.

들어오며 문을 닫는 순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은 단 타액을 삼키듯 입을 맞췄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다가 휘청이는 몸을 연훤이 가볍게 안아 올렸다. 두 다리가 연훤의 허리에 자연스레 감기고 두 팔이 떨어지기 싫다는 듯 그의 목을 감쌌다. 조금만 만져도 폐하, 폐하 하며 부끄러워하고 애타게 우는 모습만 보여 주던 아랑의 적극적인 모습에 연훤은 조금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빨리 뜨끈한 품속으로 파고들고 싶었다.

단단한 두 팔이 아랑을 안정적으로 받친 채로 침상을 향해 걸어갔다. 두 입술은 여전히 붙어 서로를 쪽쪽 빨고 있는 상태였다. 한 번씩 비껴나갈 때마다 더운 숨을 뱉었다. 입술이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어룽어룽 맺히던 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주룩주룩 흘렀다. 바싹 붙은 몸은 진정할 줄 모르고 들썩거렸다. 부푼 앞섶을 연훤의 옷 위로 문지르며 아랑이 헐떡였다.

아랑은 숨을 헐떡이며 연훤의 옷깃을 잡았다. 허우적대는 손을 잡아 주며 연훤이 능숙하게 허리끈을 풀어 옷을 하나하나 벗어 내렸다. 아랑의 벌어진 다리 사이에서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남자가 훤히 드러난 아랑의 맨다리를 쓸어 올렸다. 아랑의 체온도, 연훤의 체온도 뜨끈하게 열 올라 있었다.

“아랑, 혼자 했니?”

속살거리는 음성이 음란했다. 귓가를 웅웅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혀끝으로 질척하게 핥아 올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아랑의 달큼한 향에 맞춰 묵직한 향이 내려앉았다. 야하게 뒤엉키는 것 같기도 하고 깊게 잠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연훤의 손이 젖어 있는 아랑의 아래에 어설프게 감겨 있는 속옷을 치우고 가볍게 남성기를 쥐었다. 흥분감에 부푼 살덩이가 손에 착, 하며 감겨왔다. 아래는 이미 애액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연훤의 향을 맡은 아랑이 숨을 헐떡이며 그의 손에다가 허릿짓을 했다. 빨리, 해방하고 싶다는 것과 당장 무언가를 원한다는 애타는 얼굴로.

“흐응, 아니이, 네…, 으응, 아! 아니, 거기, 아냐… 흑!”

아랑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로 헐떡거렸다. 허벅지를 느리게 문지르며 주무르는 손길에, 애가 탄 아랑이 그의 손등을 잔뜩 할퀴기까지 했다. 주륵, 정액이 울컥울컥 손을 타고 흘렀다. 정액이라기보다는 애액에 가까운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이리도 몸이 다르구나. 연훤은 주저 없이 아랑의 입술을 머금으며 흥건히 젖은 손으로 유두를 만졌다. 아랑은 애가 탔다. 당장 아래에 무언가 넣고 문지르고 싶은데 자신을 만져 주는 이 남자는 당최 그걸 해줄 기미가 안 보였다.

왜지. 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정리되지 않았다.

“아냐, 거기, 아니야, 빨리 해줘요, 나, 할래애….”

아랑이 다리를 좀 더 활짝 벌리는가 싶더니 연훤의 몸을 감싸듯 허리를 감아왔다. 두 성기가 비벼졌다. 아랑은 그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몸을 끌어안는가 싶더니 또 간지러움을 참지 못한 손이 자신의 남성기를 당겼다. 아래로 고개를 처박아야 보이는 여성기가 씨물을 조르고 있었다.

붉고 통통하게 부푼 곳에 연훤의 귀두 끝이 툭, 툭 닿았다 떨어졌다. 고환을 찌르기도 하고 부러 아래 살결 위를 살짝 짓누르기까지 했다. 느긋하게 아랑의 가슴을 빠는 연훤의 등 근육이 유연하게 물결쳤다. 연훤은 아랑의 마른 허리를 문지르고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놨다. 그의 입술이 아랑의 몸 선을 따라 내려왔다. 솜털 같은 움직임에도 움찔대던 아랑의 성기가 주륵, 하며 아랑의 배꼽 주변을 빠는 연훤의 턱을 적셔놨다.

조금은 풋풋하고 비릿한 향이 섞여 들어 웃음이 비죽 새어 나왔다.

남성기는 몇 번 건들기만 해도 액이 울컥 솟았다. 자극을 참지 못하는 몸이라 그런가. 골반 위며 털이 하나도 없는 치골 위까지 꼼꼼히도 잇자국을 내놓은 연훤이 아랑의 귀두 끝을 잘근잘근 물어 주고는 고개를 내렸다.

여성기에 연훤의 혀끝이 닿았다. 연훤은 두 손으로 아랑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더운 숨을 뱉었다. 울컥하며 애액이 흘러나오면 기꺼이 그것을 다 집어삼킬 것같이 굴었다. 처음에는 보드라운 입맞춤이었다. 남성기를 가볍게 쥐고 흔들어 주는가 싶더니 허리가 살짝 들린 틈을 타, 그 공간에 이불 뭉치를 더 깔았다. 붕 뜬 허리에 두 다리가 연훤의 어깨에 얹혔다. 아랑은 작은 자극에도 다리 사이에 연훤의 얼굴을 가두며 바짝 조여왔다. 혀로 쓸어 올리면 놀란 몸이 움츠러들며 그를 꼭 죄어왔다.

연훤은 쿨쩍거리는 소리를 내며 비문을 문질렀다. 만일을 위해서. 연훤이 고개를 살짝 비틀며 흥분으로 부푼 음핵을 혀끝으로 스치듯이 문질렀다.

“힉, 아, 아아…!”

제발, 더요, 안 돼요, 더, 헐떡이는 말소리가 줄어든 지는 오래였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는 거친 숨소리와 신음만이 흩어졌다. 쪼옵, 살을 당기듯 빨아내며 연훤이 혀끝을 쑤셔 넣었다. 혀에 감기는 보드라운 살결이 한껏 움칠거렸다. 연훤은 그 미묘한 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타액을 삼키며 쩝쩝 소리를 내었다. 일부러, 아랑이 들으라는 듯이.

“아랑-.”

진득하게 애무를 하던 연훤이 가랑이 사이에서 아랑을 불렀다. 그에 반응하듯 두 다리가 움찔거렸다.

“간지럽지?”

스륵, 몸을 일으킨 남자가 아랑의 몸을 바짝 끌어당겼다. 조금만 삐끗하면 언제든지 속살을 헤집을 수 있는 모습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쓸어 넘겼다. 너무 울어서일까 히끅,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도 작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간지럽지, 하고 물어오는 연훤의 말이 빨리 인식이 안 돼 숨을 헐떡이다가 아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간지러웠다. 어디가? 자신의 여성기가. 빨리 혀가 아닌 더 단단한 걸로 안을 벌리고 싶었다. 자신의 손가락도, 그의 손가락도 그 역할은 해주지 못할 것이었다.

“네 여기에 넣어 줘?”

“응, 으응, 네, 하으, 으응 제발… 간지러워… 할래….”

몸이 더 바짝 붙었다. 이성을 잃고 달려들지 않는 것이 용할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잘 받아 삼키렴, 응? 아랑. 내 귀인.”

잘 받아 삼키면 영영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잔뜩 씨물을 부어 납작한 배가 통통하게 부풀 때까지 해야지. 연훤의 머릿속이 음란한 생각에 젖어 들었다. 문득 비좁아 보이던 아랑의 여성기가 눈앞에 어른어른했다. 연훤이 혀를 짧게 차는가 싶더니 아랑에게 속살거렸다.

손을 내린 연훤이 움찔대는 살결 위를 문질렀다. 움츠러드는 다리를 막고 미끌미끌한 애액을 손에 흥건히 적신 채로 좁은 구멍 위를 문질렀다. 다 들어갈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근데 한 편으로는 이 향인이, 아랑이 자신의 것을 물고 헐떡일 것을 생각하니 뒷골이 당겨왔다.

“아프면 여기를 물어. 아랑.”

마치 네 이름은 아랑이라고, 다시 되새겨 주듯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선선히 말하며 웃은 연훤이 ‘애먼 혀 깨물지 말고.’라며 나른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아랑의 눈이 홉뜨이고 입이 벌어졌다.

연훤의 귀두 끝이 좁은 구멍 위를 짓눌렀다.

“아, 아아… 아, 아… 하으윽….”

뻐끔뻐끔하던 입 틈새로 힘이 주룩 빠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중간중간 숨이 막혀 컥, 컥 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버거웠다. 이상한 열기에 눈이 돌아 빨리 넣어 달라 재촉한 탓일까.

연훤은 아랑의 모습에 짧게 혀를 차고는 건네받았던 향유 병을 두 다리 사이로 쏟았다. 이불보는 이미 다 젖은 지 오래였다. 모든 게 다 미끄러웠다. 연훤이 향유를 제 성기 위에 슥슥 느리게 문지르는가 싶더니 곧 아랑의 여성기와 비문을 동시에 문질러 왔다.

“힉, 응, 연훤 님, 거기, 말구….”

두어 번 뒤로 관계했던 일이 떠올랐는지 아랑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보채왔다. 희락기는 자궁구가 있는 곳이 아니면 해소가 안 될 텐데.

연훤이 웃었다. 아무렴 어떤가.

“안 돼.”

음습한 음성이 울리고 푹- 하며 묵직한 소리가 느껴졌다. 들렸다기보다는 온몸으로 느껴진 것에 가까웠다. 헉, 컥, 아랑이 고개를 한껏 젖혀 숨을 삼키려 들었다. 연훤은 그 젖혀진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받쳐 들며 쉬- 하고 아랑을 달래왔다.

연훤은 연훤대로 괴로웠다. 비좁은 살이 그의 성기를 우물거렸다.

퍽, 퍽-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귀두를 겨우 물고 안 된다며 눈물을 흥건히도 흘리더니 얕은 움직임에 사정을 한번 하고서는 그 벌어짐이 좀 더 유연해졌다. 빠듯하기는 똑같지만.

“이리 좁은데, 응? 어떻게 아기를, 헉, 품을 수 있을까, 응?”

“흑, 아, 아! 아아, 몰라요, 몰라아… 안… 아!!”

도망치려는 몸을 끌어안고 추삽질을 했다. 좁은 곳에 길을 내기 위해 연훤의 성기가 아랑의 안쪽 이곳저곳을 쑤석거렸다. 반 밖에 못 들어간 살덩이는 그 끝만 번들번들했고, 드러난 곳엔 푸른 핏줄이 돋은 게 고스란히 보여 흉흉할 지경이었다. 참으면서 이불을 잡아 뜯는 손등에는 아랑이 긁어놓은 손톱자국과 푸른 핏줄이 툭툭 돋아 있었다.

“아, 안돼, 나, 안 들어가아….”

“들어가잖아, 응? 아까도, 훅, 좆대가리만 겨우 물고 안된다고, 응?”

근데 더 들어갔잖아. 연훤은 아랑의 귓가에 속삭이며 귓바퀴를 깨물었다. 품 안에 가두듯 안으며 조금씩 더 파고들었다. 철벅거리는 소리와 찌걱대는 마찰음이 쩍쩍 달라붙었다. 흰 피부가 열꽃으로 울긋불긋했다. 아랑은 다리를 벌리는가 싶더니 오므리기도 하고, 또 힘겨우면 벌려서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굴었다. 처음엔 뻑뻑하던 안이 연훤의 움직임에 따라 점점 부드러워졌다.

조금씩 들어가는 깊이가 깊어졌다. 겉에서 아무리 싸질러 봐야 소용이 없다. 아프다고 몸짓으로 표현하면 연훤이 손끝으로 유두를 문지르며 아랑의 가슴을 빨았다. 이미 그 주변엔 잇자국이 흥건했고 아랑의 아랫배도 그가 싸질러놓은 말간 액이 드문드문 말라붙고 있었다. 연훤이 헐떡이는 아랑을 보다가 몸을 뒤로 뺐다. 툭, 하고 빠져나온 성기 끝에 느른한 액이 맺혀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구멍이 움찔거렸다.

“왜…? 흐으, 안아요, 안아 주세요….”

연훤은 나른한 웃음을 머금으며 그 주변을 툭, 툭 두드리고만 있었다. 애가 단 아랑만 숨을 헐떡이다가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활짝 벌어진 다리는 다물릴 줄 몰랐다. 뻐근하게 당기는 아랫배가 느껴졌지만 이대로는 깊게 들어가지도 못하고 앞에서만 깔짝거릴 것만 같았다.

물론 한 번 더 해달라고 하면 다시 삽입해 주려고 했었다.

“윽.”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연훤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아랑의 울먹거리는 얼굴을 보던 찰나였기에 연훤은 휙 달려드는 몸을 예상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누워버렸다.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아랑이 그의 배 위에 앉았다. 배 위에 닿은 여린 살이 슬금슬금 문질러졌다. 물기와 한번 싸질렀던 정액이 뒤엉켜 그의 배 위를 어지럽혔다. 아랑은 아래를 앞뒤로 움직이며 연훤의 배에 닿는 여성기를 문지르기도 하고, 살짝 몸을 숙이며 음핵까지 닿게 해 빙글빙글 움직이기도 했다.

“흐응, 하앙….”

숨을 할딱이며 앞으로 넘어지지 않게 짚고 있던 아랑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슬금슬금 몸을 내리니 까슬한 음모가 닿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랑의 두 뺨에 홍조가 돌고, 입가에는 야릇한 미소가 맺혔다.

“아랑.”

“할래…, 넣을 거야… 응-!”

빳빳하게 선 성기가 뒤로 슬금슬금 몸을 물리던 아랑의 꼬리뼈를 툭 쳤다. 비문 위를 비비적거리는가 싶더니 한 번 몸을 들썩이자 단단하고 번들거리는 연훤의 남근 위로 여성기의 음핵이 비벼졌다. 아니, 아랑이 스스로 가져다 댄 것이나 다름없었다. 스윽스윽, 살이 스치는 소리와 찌걱거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연훤이 낮은 한숨을 내쉬며 아랑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얕게 허리를 쳐올렸다. 삽입되지 않은 성기가 갈라진 여성기 틈에 갇혀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삼키고 있었다.

몸을 숙이면 단단한 배 위로 아랑의 남성기가 쓸리고, 여성기는 잠깐 맛본 흉흉한 것을 되찾으려 들었다.

“도와줄까?”

짙어진 향기에 머리가 띵할 정도였다. 연훤은 향에 휩쓸리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눈물을 머금으며 ‘연훤 님-.’ 하고 애처롭게 불러오는데 듣기만 해도 쌀 것 같은 음성이었다.

“으응, 도와주세요….”

아랑이 몸을 납작하게 숙이며 입을 맞춰왔다. 쫍, 쪽, 여린 짐승이 애정을 갈구하듯 움직였다. 연훤은 아랑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몸을 돌렸다. 아랑은 순식간에 그의 아래에 깔린 채로 혀가 빨렸다.

“응, 하아…!”

쫍, 평소보다도 더 깊은 입맞춤에 숨이 절로 헐떡거렸다. 혀가 아랑의 입천장을 문지르고, 쪽쪽 거리며 타액을 살라 먹었다. 우둘투둘한 감각에 허리가 절로 찌릿한 것 같았다. 벌어진 다리 사이에 자리한 연훤의 허벅지는 단단했다. 아랑이 자신의 다리를 그 허벅지에 비비적거리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그의 손이 다시 아래를 문질렀다. 통통하게 부푼 음핵이 엄지로 문질러지고, 막힌 입 틈새로 가느다란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곳이 벌렁거리는 것 같았다. 내밀한 곳에 있는 포궁구(胞宮口)가 야릇한 움직임에 애닳아 씨물을 조르는 기분이었다. 꾸욱, 삽입은 순식간이었다. 한 차례 머금어 봤다는 것인지, 귀두 끝부터는 매끄럽게 쑥, 밀려 들어갔다. 아까와 같은 추삽질은 없었다. 가볍게 묶어 뒀던 연훤의 머리카락이 비처럼 사르륵 흩어지며 쏟아졌다. 긴 머리카락. 아랑은 혼미한 와중에 널브러져 있던 손을 끌어와 그의 머리카락 끝을 가볍게 잡았다.

촉, 하며 떨어지는 입술이 번들번들했다. 짙어진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제는 모르겠다, 빨리 정액을 가득 머금고 잠들고 싶었다. 손에 감기는 머리카락은 보드라웠다. 아랑이 그것을 살짝 쥔 채로 입술 위를 부비는 것을 보며 연훤은 느리고, 아주 천천히 여성기 안을 잠식해 들어갔다. 좁은 곳에 길을 내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빠듯하고 뻑뻑한 곳을 애써 헤집으며, 연훤은 그 끝을 향해 눌러 들어갔다. 꾸욱, 하고 누르면 흠칫한 아랑의 아래가 벌름거리다가 몸이 한차례 들썩이며 남성기에서 희끄무레한 액을 흘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숨을 크게 쉬는 것마저도 허락되지 않은 것 같아서 헉, 헉 하며 짧게 끊기는 숨만 들려왔다. 아랑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여기엔, 내 것만 넣는 거야.”

“연훤… 것만? 싫어….”

칭얼거리듯 고개를 도리질하는 아랑에 연훤의 표정이 ‘얘 봐라?’ 하는 표정이 되었다. 아랑이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물기 흥건한 눈매로 아래를 흘긋 쳐다봤다. 아랑의 한 손은 여전히 연훤의 머리카락을 쥐고, 남은 손이 슬금슬금 내려가며 애액이 흥건한 배 위를 문질렀다.

“너무, 커서….”

“하-.”

우물대는 말을 기다렸더니 기껏 하는 말이 커서 싫다는 거였다. 알 수 없는 고양감에 연훤이 웃고는 아랑의 입술 위에 입을 맞췄다.

“안됐네. 너무 커서.”

휙, 하고 몸이 당겨졌다. 느리게 길을 내던 것을 멈춘 그가 갑작스럽게 안을 파고들었다. 하악, 하며 한껏 젖혀진 고개와 빠듯하게 죄이는 내벽의 감촉에 침을 삼켰다. 연훤은 희게 드러난 목덜미를 핥았다. 배를 감싼 아랑의 손 위를 덮었다. 어째서일까, 납작한 배 아래에 볼록하게 뭔가 닿을 것만 같았다.

“힉, 흐읏….”

연훤은 바들바들 떨리는 몸에 입을 맞췄다.

“아랑, 네 희락기는 내 것이야.”

“흐으, 아… 희락…?”

아릿한 통증에 떨리는 몸을 끌어안았다. 희뿌옇게 물기가 차올라서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뚝뚝 흘렀다. 아랑은 여린 짐승마냥 연훤의 몸에 뺨을 부비고 입술을 갈구했다.

“이 끝에 뭐가, 하아, 뭐가 있는지 알아?”

“몰라, 몰라요, 흑, 커서, 아… 아파아….”

뒤로 살짝 물리는가 싶더니 다시 툭, 하며 안으로 더 깊이 물려 들어갔다. 우둘투둘한 그 끝은 포궁구일 것이다. 연훤은 너무 깊다며 버둥거리는 몸을 안고 추삽질을 했다. 연훤의 단단한 허벅지에 아랑이 자신의 허벅지를 재차 비벼왔고, 뒤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에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따라왔다.

“힘을, 빼, 착하지?”

“으응, 하앙, 아, 아…!!”

철벅철벅 젖은 소리가 방안 가득 울렸다. 쩌억 쩍, 하고 달라붙은 내벽 살결이 부드럽기 짝이 없었고, 씨물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허우적대는 손을 깍지 껴 잡으며 안으로 더 거세게 쳐올렸다. 느긋함을 가장했던 그의 얼굴에는 인내심이 사라지고 없었다. 좁은 안쪽으로 남근이 쑥쑥 밀려 들어왔다.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진 탓에 그 주변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흐윽, 헝, 하아… 하으….”

“내, 정인, 아랑, 하, 젠장, 좁아.”

금방이라도 사정감이 몰려왔다. 오래 참은 탓에 그 끝이 저릿하고 간지러웠다. 애액이 흥건하게 고여서 이미 찌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좁디좁은 틈새로 액이 뭉글뭉글 새어 나와서는 엉덩이 뒤를 적셨다. 옆으로 축 늘어져 흔들리는 다리를 하나 들어 제 팔에 걸치니, 남근을 문 내벽이 더 우물거렸다. 미치겠군, 오돌토돌한 내벽 살결이 고스란히 다 느껴질 정도였다. 내벽이 자신의 성기를 쭉쭉 빨아당기는 듯한 기분에 연훤은 짧게 혀를 차며 깊은 허릿짓을 했다. 포궁구가 생각보다 깊었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닿을 수도 없는 곳이었다. 쭈웁 쭙, 하고 빨아당기는 게 고스란히 느껴질 것 같았다.

이래서, 향인이 귀하군.

향도 평범하지 않은 데다, 색사에 사람을 정신 차리지 못하게 했다.

“주세, 요, 흐윽, 빨리, 주세요… 아, 아!”

무얼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깍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연훤이 그 손을 당겨 손가락을 깨물며 놓고는 아랑의 골반을 당겼다. 미끄러진 다리가 두 팔에 걸쳐지며 허리가 들렸다. 푹, 푹 들어가는 흉기가 번들번들했다. 검붉은 데다 핏줄이 툭툭 돋은 그것이 아랑의 내벽을 슥슥 긁어댔다.

“아아, 아! 아, 아으응, 흑…!”

헉, 헉- 더운 숨소리가 뒤엉켰다. 쑤석거리는 움직임을 견디지 못해 허리가 벌벌 떨렸다. 빨리, 한 번 그 끝을 맛본 포궁은 들어오는 양인의 것에 씨물을 달라 조르고 있었다.

“아… 하아…!”

울컥하며 귀두 끝에서 정액이 터졌다. 울컥대며 포궁구까지 깊숙이 들어간 그 끝이 제집을 만난 것마냥 울컥울컥 액을 쏘아댔다. 뜨거운 액이 꿀렁일 때마다 아랑의 몸이 잘게 경련했다. 참을성 없는 남성기는 사정감을 참지 못한 채, 제 몸을 어지럽혔다. 다른 사내의 정액보다도 묽은 액이 흩뿌려졌다.

“여기, 안 만졌는데 사정한 거야?”

귓가에 쪽쪽 입을 맞추며 그가 물었다. 아랑은 나른한 탈력감에 숨을 헐떡이며 그 입술을 쫓아 빨았다. 쪽쪽, 벌어진 다리 사이에는 여전히 그가 들어와 있었다. 정액을 머금은 구멍이 좆대에 틀어막힌 상태라는 것은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하느작거리는 손을 뻗어 두 뺨을 잡아 매달리니 연훤이 나른하게 웃었다. 자신을 귀여워하는 게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아랫배가 간질간질했다. 순간적으로 식었던 열기가 다시 훅, 하고 불붙는 느낌이었다. 아랑은 연훤의 남근을 꾹꾹 죄었다. 더 빨아당기고 싶다는 듯이 굴었다. 순한 눈매가 야릇함을 머금으며 다시 입술을 비벼댔다. 입이 달았다. 쿵쿵, 하고 아랫배가 후끈하게 달아오른 기분이었다.

“더, 해요. 연훤….”

연훤의 얼굴에 사나운 미소가 맺혔다.

*

까만 어둠인 것 같기도 하고, 푸른 물결 같기도 했다. 텅 빈 공간 속에 아랑이 멍하니 서 있었다. 익숙한데 낯선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갑작스레 바람이 휘잉, 하고 불었다. 아. 다리 위는 선뜩하게 무서웠다. 자신은 왜 여기까지 왔던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훅 꺼지듯이 물속으로 잠겨 들었다. 숨이 막히고 점점 가라앉았다.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랑.’

물속을 울리는 소리였다. 뭐지, 귀가 저절로 쫑긋거렸다. 부글거리며 물거품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죽기, 싫은데. 턱, 막히는 숨에 자신도 모르게 힘껏 움직였다. 아니,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아랑-.”

“학, 흐윽, 읏….”

콜록, 콜록, 잔기침을 하는 몸을 달래는 손길이 다정했다. 뭐였을까, 하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데 쪽, 하며 입술에 말캉한 숨이 닿아 왔다. 흐릿한 시야에 조금 흐트러진 모습의 남자가 보였다.

“연, 훤 님…?”

“귀엽네, 응? 이 상황에 잠도 잘 자고, 말이야.”

훅, 하고 덥고 야릇한 향이 끼쳐왔다. 그제야 아래가 벌어지는 빠듯한 느낌이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척추를 타고 찌릿한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것을 기점으로 모든 감각이 확 일깨워졌다. 아래를 오물거리며 남자의 것을 집어삼키고, 사정한 애액으로 이불보가 흥건히 젖어 미끈거렸다. 손길 닿는 곳마다 화끈거렸다. 아랫배가 저릿하게 당기고, 아직 무언가 부족한 갈증을 느낀 곳이 움찔, 하고 힘을 줬다.

퍽, 하는 얕은 허릿짓에 힉, 숨을 삼킨 아랑은 제 뺨 옆에 짚고 있던 손목에 이마를 부볐다. 아직도 몸에 따끈따끈한 열이 올라 있는 것 같았다.

“연훤 니임….”

벌어진 가랑이 사이가 홧홧했다,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따끈하게 열이 오른 것 같기도 했다. 칭얼거리듯 불러오는 음성이 기꺼워져 웃으며 입술을 머금었다. 익숙하게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두 혀가 엉켜들었다. 빼꼼히 내민 아랑의 혀를 연훤이 빨기도 하고, 그 끝을 입술로 물기도 했다. 갈증이 이는 사람처럼 타액을 꼴깍꼴깍 삼켰다. 열이 올라 있는 연훤의 손이 느릿하게 몸을 쓰다듬다가 골반을 잡으며 잠시 멈췄던 추삽질을 했다. 철벅 철벅, 배 속을 더부룩하게 꽉 채운 액이 비좁은 틈새로 왈칵 새어 나왔다.

한 번도 제대로 열린 적 없었던 여성기 안으로 연훤의 것이 다시 깊게 푹 파묻혔다. 파들파들 떨리는 몸을 한껏 끌어안았다. 안아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아랑이 애가 타서 연훤의 이름만 계속 불러댔다.

어디가 간지러운지 몰라서 손을 내려 꼿꼿하게 남성기를 쥐었다. 주무르는 손길은 서툴기 짝이 없었고, 연훤은 나른한 눈길로 그 손짓 하나하나 다 내려다보고 있었다. 얕은 절정에 내벽이 왈칵 조여들었다.

“쉬이, 그러면 안 돼, 아랑.”

“흑, 왜에… 왜, 아, 그러지 마아….”

정신이 다시 야릇하게 젖어 들었다. 사정을 하는 손길을 제지하며 깍지를 껴, 당겨왔다. 쪽, 쪽 손끝에 입술을 부비고 속살 깊이 파묻은 곳에서 그의 좆이 느릿하게 빠져나왔다.

투욱, 묵직함이 고스란히 허벅지 위에 느껴졌다. 싸지른 정액과 향인의 체액이 뒤섞여 번들거렸다. 벌어진 좁다란 구멍에서 꾸물꾸물 허여멀건 액이 흘러나와 뒷구멍을 적셨다.

“흐으응, 안 그럴게요, 제발, 그러지 마아….”

비척비척 일어난 몸이 연훤의 몸에 기댔다. 열 오른 몸을 감싸 안으며 손자국이 난 엉덩이를 한 차례 더 움켜쥐었다. 아랑은 연훤에게 바짝 붙은 채로 그의 몸 위로 입술을 부볐다. 살금살금 그의 허벅지 위를 차지하고 앉은 아랑이 허리를 들썩거렸다. 꼿꼿하게 선 아랑의 남성기가 연훤의 배 위에 나른한 흔적을 남겼다.

벌어진 두 다리 사이에서 액이 뚝, 뚝 떨어졌다. 새어 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듯 움찔, 하며 아래가 확 조여들었다가 풀렸다.

“씨물을 그렇게 흘려대서 되겠느냐.”

‘응? 정인께서 너무 야속하구나.’ 속살거리는 목소리를 귀에 담으며 아랑은 남자의 성기 위에 엉덩이를 비볐다. 그러면서 들어올 듯 들어오지 않는 살덩이에 애가 타 어쩔 줄 몰라 했다.

“짐의, 나의 아이를 가져다오, 아랑.”

‘내, 귀여운 정인아.’ 하며 속삭여 오는 말이 다 무엇일까 싶었다. 아랑이 눈물을 뚝뚝 떨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말이 다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은 남자였고, 다만 남들과 조금 다른 몸을 가졌을 뿐이었다. 아랑은 당장의 쾌락에서 벗어나고 싶어 고개를 재차 끄덕거렸다. 아랫배가 간지러운데,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빨리요, 애가 타는 듯 쪼듯이 입술을 부비며 그의 목을 한껏 끌어안았다.

바깥에서는 오 태감과 다른 궁인들이 침궁 안의 방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한 채로 주변을 서성거렸다. 궁인 하나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공 공, 어찌하면 좋습니까….”

“폐하께서 나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네.”

“하오나, 벌써… 사흘째이옵니다. 홍등이 사흘째 켜져 있으니 침궁 시종들한테 무례할 정도로 물어보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들 함부로 입 놀리지 말라고들 하여라, 곧, 폐하께서 나오실 테니.”

쾅!

“폐하…!”

“목욕물을 준비해.”

“예, 예….”

“그리고, 미음과 가볍게 마실 차도 같이.”

얇은 자리옷을 걸친 채 나왔던 연훤이 다시 문안으로 들어갔다. 사나운 기운이 사라져 있었다. 그제야 미리 챙겨두었던 것들을 들고선 문 앞에서 조용히 고했다.

“폐하, 소신, 오 태감이옵니다. 준비를 위해 들어가도 되겠사옵니까.”

휘장이 드리워진 침상 안에서 무언가 속살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소리는 누군가를 달래는 듯 굴었고, 꿀이 뚝뚝 떨어질 듯 다디달았다.

“들어와라.”

“예-.”

그제야 오 태감 뒤를 따르던 궁인들이 조용한 걸음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진득한 색사의 향이 가득 고여 있었다. 얼마나 짙을 정도였냐면 평범한 범인이 와도 그 향을 피부로 다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묵직한 향이었다.

“폐하, 휘장을 걷겠나이다.”

“조용히 걷어라.”

가물가물 눈을 감았다 뜨는 아랑을 살피며 연훤이 말했다. 궁인이 휘장을 조심스레 걷자, 사흘 만에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연훤의 몸이 아랑의 몸 위를 가리듯 덮고 있었다. 눈가가 발긋해져서는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눈을 가물거렸다. 연훤이 일어나야지, 하며 작게 속살거리자 살살 고개를 저으며, 기대고 있던 연훤의 팔뚝에 뺨을 부비기도 했다. 드러난 피부에는 울긋불긋한 울혈이 가득 남아 있었다. 당장 그들의 시선이 닿았던 곳은 어깨와 목덜미였다.

조용히 뒤따라왔던 궁인이 침실 한쪽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곁에 마련된 욕탕에 물을 데우러 들어간 것을 확인한 연훤은 제 아래 깔린 아랑을 내려다봤다. 사흘이었다. 첫째 날은 이성을 겨우 잡고 있었고, 한 번 싸지르고 난 뒤에는 짐승같이 흘레붙었다. 탐하다 못해 뒷구멍까지 탐해서 두 곳에서 액이 줄줄 새어 나올 정도였다.

그래도 부족한 듯 굴어 연약하고 좁디좁은 여성기 안을 다시 비집고 들어갔었다. 뜨끈한 내벽이 살덩이를 죄어오는 감각이 짜릿하다 못해 선득했었다. 이 비좁은 곳에 씨를 품게 하면 어떨까, 사나운 심정이 차올랐다가 아랑의 칭얼거림에 이내 정신없이 추삽질을 했었다.

정신을 놓고 색사를 치른 것 또한 처음이었다. 중간중간 물만을 섭취한 채로 침상 위를 뒹굴었다. 마주 보고 하다가, 다시 옆으로 누워 짐승이 한쪽 다리를 드는 것처럼 아랑의 한쪽 다리를 당겨 제 팔에 걸친 채로 안을 치댔다. 마지막 즈음엔 결합을 할 것 같은 기색이 느껴져서 자신도 모르게 여성기 안에서 쑥 빠져나왔었다.

그 짓거리까지 했다면 아무것도 먹지 못한 몸이 까무러쳤을지도 몰랐다. 본인의 희락기가 아니고서야 내켜서 해본 적이 없었던 결합이었다. 빼지도 못한 채 옴짝달싹 못 하고 향인의 몸 안에 씨물을 잔뜩 싸질렀을 것이다.

아직은 아니지.

“폐하…?”

우물거리는 입술이 발갛게 부르터 있었다. 그리도 애처롭게 이름을 부르더니 다시 또 폐하였다. 연훤이 찡그리듯 웃으며 가물가물 감기는 눈꼬리 끝에 입을 맞췄다.

“연훤이라고 불러야지.”

“네에….”

잠이 엉킨 한숨이었다. 오 태감이 때에 맞춰 목욕물이 준비되었다며 다가섰다. 연훤이 걸치고 있던 자리옷을 아랑에게 덮어 준 채로 안아 올렸다.

곁방에 준비된 탕에는 꽃잎이 둥둥 떠 있었다. 뽀얀 연기가 허공을 채우고 습한 기운이 몸을 감쌌다. 연훤은 아랑을 안은 채로 탕 안으로 들어갔다. 얕게 흔들리며 꽃잎이 흐드러졌다. 아랑은 연훤의 품에 안겨 축 늘어진 몸을 추슬렀다. 연훤은 가물가물 감기는 눈가에 입술을 대고는 ‘아랑’ 하며 불렀다.

“으응….”

“쉬이-, 안의 것을 빼야지. 아랑.”

앞에도 뒤에도 남자의 정을 가득 품은 채였다. 느릿하게 깜빡이던 눈이 놀라서 확 떠졌다. 나른하게 웃고 있는 연훤과 눈이 마주친 아랑이 입만 벙긋거렸다.

한 팔로 아랑을 단단히 잡은 채로 남은 손이 아래로 파고들었다.

“아, 연훤 님, 잠깐…!”

“왜, 계속 품고 있으련? 안의 것은 빼야 할 텐데. 앞에는 품고 있으면 배태(胚胎)할지도 모르겠구나.”

“제, 제가요?”

그럼. 네가. 하는 눈빛으로 아랑을 쳐다봤다. 아래를 파고들려던 손이 아랑의 허벅지를 가만가만 쓸었다. 배태라니, 색사 중간의 가벼운 농으로 들었던 아랑은 연훤의 진지한 모습에 입을 벙긋거렸다.

“허나, 제 몸은….”

“그래, 네 몸은 사내지. 그런데 여인과 같은 부분 또한 있지 않은가?”

‘귀한 향인이기도 하지.’ 연훤은 뒷말을 삼켰다. 아랑의 입이 꾹 다물렸다. 원래 있었는지도 모르는 곳이었다. 연훤의 손에 살아났고, 연훤의 손에서 쾌락을 알게 됐다. 아랑은 아직은 혼란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를 감쌌다. 겁먹은 여린 짐승마냥 구는 모습에 입안이 달았다.

연훤은 손을 느릿하게 내리며 비문을 문질렀다. 잔뜩 드나들었던 탓에 아래가 말랑하게 부어 있었다. 움찔움찔 죄어드는가 싶더니 쉬이 손가락을 삼키고, 살짝이 긁어내는 움직임에 울컥하며 덩어리진 정액이 빠져나왔다.

“신경 쓰지 말거라, 아랑.”

“허나, 연훤 님, 저의 몸은, 남들과 달라서….”

“그래서 귀하다 하지 않았니, 내 정인아.”

스윽, 내벽을 더듬는 손길이 야살스러웠다. 흠칫, 하며 움츠러드는 이마에 입술을 댔다.

연훤은 아랑과 욕탕에서도 따끈하게 몸을 섞고는, 기절하듯 잠이 든 아랑을 안고 나왔다. 시립해 있던 궁인들이 두 사람의 몸을 닦아 주고, 새 자리옷을 받아 아랑에게 입힌 후 침구가 바뀐 침상 위에 그를 눕히며 이불을 덮어 주었다. 며칠 혹사당한 탓에 얼굴이 해쓱해 보이나, 피부는 반질반질했다.

“오 태감.”

“예, 폐하. 신 여기 있사옵니다.”

“아랑의 첩지는 어찌 되었는가.”

“두 분 비마마께서 도움을 주셨사옵니다.”

“겸과 선현이?”

“예, 일단은 두 분 마마께서 후궁전을 돌보고 계시니….”

오 태감의 말에 연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태감이 연훤의 고갯짓을 보며 품에서 곱게 접힌 비단을 꺼내 들었다. 아마도 아랑의 첩지가 적힌 내용일 것이었다.

“큰마음 먹고 내려준 첩지군.”

답응이 아닌 귀인이 될 것. 아주 짧고 간결했다. 그의 아비인 유백이 조금, 아니 아주 가끔 짜증스러울 때가 있지만 그의 딸인 유겸은 확실히 일 처리가 완벽했다.

“그냥 귀인은 흔하니, 봉호를 내릴까.”

“폐하….”

“하하, 당장은 아니니 걱정 말라.”

“이제는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연훤이 삐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흘긋 곤하니 잠든 아랑을 내려다봤다. 우물대던 입술이 곧 잠잠해졌다.

“글쎄…, 황후로 만들어 주려면 역시 배태를 시켜야겠지.”

흘리듯 한 말에 오 태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후라니! 어디서 온 이인 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아는 것이라곤 향인인 게 전부인 남자를.

농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어 오 태감은 그를 보필하고 처음으로 당황을 했다.

연훤은 손을 뻗어 아랑의 아랫배가 있을 위치를 느릿하게 문질렀다. 으응, 하는 신음에 금방 손을 거뒀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나른하게 웃음을 머금은 채였다.

“이대로라면 내 희락기는 아랑이, 아니 귀인이 온전히 책임을 지겠군.”

안타까우나 즐겁다는 음성이었다. 몸이 달아오르는 향인와 음인의 희락기와는 다르게, 양인은 오로지 배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희락기를 겪는다. 그것을 위해 결합을 하기도 했다. 이번처럼 이성을 잃고 결합까지 할 뻔한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지만.

“다행이지 않니, 이런 나에게도 짝이 생겼으니.”

이불 위로 올라온 손을 당겨 입을 맞췄다. 그저 혼자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말은 어딘가 고요하고 쓸쓸한 음성이었다.

*

이러다간 색욕에 물들 것만 같았다. 이것을 뭐라고 해야 하지, 진한 탈력감인지 나른한 후희인지 알 수 없었다. 아랑은 손바닥으로 느릿하게 제 얼굴을 쓸고 이불 속으로 폭 파묻히며 끙끙 앓는 소리를 삼켰다.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아랫배가 징, 하고 울렸다.

희락기, 짐승의 발정기와도 같은 밤을 여러 날 겪고 난 뒤로 그는 거침이 없었다. 달콤하게 속살거리는 밀어, 은밀하게 다가오는 속곳을 헤집는 손길. 아무것도 닿지 않은 아래가 절로 움찔거렸다. 삽입을 하지 못하면 집요하게 입술로 지분거리며 빨아왔다. 혀가 몰캉하니 찔러 올 때도 있었고, 혹은 뒷구멍을 느릿하게 핥기까지 했다.

“으응….”

옷에 쓸리는 유두가 아렸다. 조곤조곤하게 말로 핥으며 결국에는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커다란 손바닥이 아랫배를 은밀하게 쓸며 배가 나왔다며 짓궂은 소릴 해댔었다.

텅텅 비어 있던 머릿속엔 온통 색사뿐이었다.

“마마, 기침하셨나이까.”

“응-.”

이제는 손님, 아랑 님이 아닌 마마가 되었다. 귀인마마, 하고 궁인이 재촉하듯 불러오면 아랑이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간이 욕탕이 들어왔다. 가림막이 쳐지고 연훤이 붙여 준 궁인 하나가 재빨리 아랑의 어깨에 자리옷을 걸치게 했다. 움찔, 밤새 연훤의 정을 품고 있었던 탓에 작은 움직임에도 느른하게 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랫배가 따끈따끈했다.

‘배태라니, 농을 치시는 것일까.’

이런 몸이라서? 첨벙, 하며 작은 물보라가 일었다. 자신은 여인도 아닌데. 아랑은 양인과 음인을 모르는 탓에 단순한 생각으로 끝을 맺었다. 여인이 아니라서. 그리고 자신의 몸이 정상은 아니라는 것.

“내가, 좋은가….”

물에는 향낭이 동동 떠 있었다. 몽글몽글하고 보드라운 향이 방 안 가득 차올랐다. 이런 호사라니, 남들이 알았다면 선대 황후들 또한 이런 귀한 혜택은 보지 않았을 것이라 반발할 것이었다. 물속으로 흐릿하게 비치는 몸을 봤다. 온통 잇자국 천지였다. 잘게 깨물고 부드럽게 핥아 오면 그곳이 찌릿거렸다.

짧은 머리카락이 습기에 젖어 축 늘어졌다. 아랑은 가볍게 물을 떠 얼굴을 문지르고 머리를 쓸어 넘겼다. 오늘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해야지. 이제는 옷이 닿을 때도 몸이 저절로 움찔거렸다.

“마마, 차를 올릴까요?”

“아니, 괜찮아요, 아, 괜찮아.”

어설피 말을 하며 몸을 문질렀다. 배앓이를 할 텐데. 몸속의 정을 빼 주는 것은 대부분 연훤이 해 주었다. 오늘처럼 급한 일정이 아니었다면, 오늘은 간이 욕탕이 아닌 곁방의 욕탕 안에서 했었을 일이었다.

그 남자의 손가락보다는 조금 가는 손가락이 아래를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음… 조금 이따가 부를게.”

“예, 마마.”

혹시라도 소리가 새어 나올까 봐 입술을 우물우물 씹었다. 아랑은 탕조 벽에 비스듬히 기댔다. 하, 으응-, 가벼운 신음이 살짝 흘러나왔다. 발긋하게 달아올라 있을 혹사당한 곳은 침입자의 움직임을 다 막지도 못한 채 손가락 하나를 꿀떡꿀떡 삼켜댔다. 스윽, 아래로 긁어내는 시늉을 하니 고여 있던 정액이 왈칵 비어져 나왔다.

“우-….”

아랑은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몸서리를 쳤다. 미끄덩한 액이 덩어리져 나오더니 더운물에 스르륵 뭉개졌다. 손가락이 깔짝거리며 안을 문질렀다. 노곤노곤한 감각에 작은 신음을 꼴딱꼴딱 삼키며 남성기를 살짝 문질렀다. 안타깝게도 애타는 마음만 커졌다.

옷을 갈아입은 아랑의 두 뺨이 발그스름했다. 아랑은 촘촘한 빗처럼 생긴 옆꽂이로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고 궁인이 가져다준 냉차를 마셨다.

조용한 방 안은 심심했다. 이상하게도 글자가 눈에 익지 않아 궁인들이 가져다 놓은 것을 가볍게 톡 밀치고는 면경대 앞으로 가 앉았다. 단단한 사내의 모습도, 부드러운 여인의 모습도 아닌 애매한 행색이었다. 아랑은 자신의 뺨을 만지작거리고 짧은 머리카락으로 인해 드러난 목뒤를 문질렀다. 어딘가 혼자 동떨어진 모습인데도, 자신을 대하는 이들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듯이 움직였다.

아마, 연훤이 다디달게 말하던 정인은 아니었겠지. 그래도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서 믿었다.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하나뿐이었으니까.

아랑은 멍하니 자신의 배를 문질렀다. 납작하고 말랑한 배가 옷 아래 스쳤다. 배태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귀인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 이후로 아랑은 조금 바빠졌다. 조용한 낮이면 희고 순한 조랑말로 말을 타는 연습을 하거나, 붓을 잡고 무언가 그리는 것까지 했다.

비록 지렁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못난 선이 죽죽 그어졌지만. 태성국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아는 연훤은 아랑을 살며시 꼬셔다가 배움을 목적으로 몸을 탐했다. 연훤이 내는 문제를 맞히지 못하면 내내 아래로 연훤의 것을 넣은 채 헐떡이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연훤이 반은 농으로, 반은 진담으로 던진 말이었으나 순진하게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란 아랑의 모습에 정녕 진담이 되어버렸다.

“내 좆이 빠지겠구나, 응? 어찌 이리 집중을 못 해, 아랑.”

질 나쁜 음담을 하면서도 안을 질척하게 찔러왔다. 여성기보다도 뒷구멍에 얕게 삽입해서는 살살 쳐올리다가, 정답을 말하나 싶으면 상이라며 깊숙이 집어넣어 예민한 곳을 문질러 주기까지 했다.

“흐, 아아, 힘, 힘든, 아, 하앙….”

“나라에, 후, 양인과, 헉, 내가 또, 무엇이 있다고 하였지?”

“음인, 흐으응, 음인이, 하… 있다고,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 하아, 범인이….”

은근히 떠본 말을 모르는 듯해 태성국인들의 태생부터 알려 주던 참이었다. 양인과 음인, 뗄레야 떼어낼 수 없는 사이고, 황제인 자신은 그 양인 중 상양인이라는 것.

이미 옷은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아랑이 눈물 어린 눈을 깜빡거리며 숨을 헐떡이고 연훤의 등허리를 할퀴어놨다. 무의식중에 아랑이 해 놓은 행색을 확인한 연훤은 사나운 웃음을 흘리며 내벽을 더 헤집을 뿐이었다. 여태껏 희롱당했던 여성기는 애처롭게 애액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내, 것이다, 아랑. 응? 한눈팔아선, 안 돼, 제길….”

사나운 시선을 마주했다. 아랑은 고개를 쉴 새 없이 끄덕이곤 연훤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무렴 어떤가, 기억이 없어도 자신의 것이라고 알려 주는 이가 있었다. 그거면 됐다, 그거면.

연훤이 이를 세워 아랑의 목덜미에 짙은 순흔을 남겼다. 보드랍게 깨무는가 하면 혓바닥으로 뭉근하게 문지르며 목선을 따라 올라가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기까지 했다.

“황제의, 빈들은, 어찌 되느냐.”

“황후, 황후마마와… 하앙… 아, 잠깐, 잠까안….”

다시 전립선을 푹 찌르는 움직임에 아랑이 손을 뻗어 연훤의 아랫배를 더듬었다. 단단한 복근이 손끝에 닿았고, 그 열기에 손바닥이 다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황후와, 비빈, 그리고 그 이하의 후궁들.

“그래, 그리고? 응?”

멈추라며 내뻗은 손을 당겨 입술로 물었다. 그 수가 많았다. 자신에게 어찌나 달게 굴던지, 황제의 짝은 하나뿐인 줄만 알았었다. 아랑이 말을 하다가 별안간 뾰로통해져 입을 삐죽거렸다. 색사의 열기로 두 뺨이 벌겋게 달아올라 애가 달아하더니. 연훤은 입을 꾹 다무는 아랑을 지그시 내려다봤다.

“아랑?”

“흥….”

눈을 살포시 내리깔고 입술을 삐죽이는 게 행여 질투라도 하는가 싶어 웃음이 났다. 설마, 연훤은 몸을 숙이며 아랑에게 입을 맞추려 들었다. 그것을 아랑이 손으로 막아, 닿는 것은 말랑한 손끝뿐이었다.

“아랑, 왜 그러니? 응?”

“연훤은, 황제 폐하시죠….”

“음, 그렇지?”

슬금슬금 내려온 커다란 손이 아랑의 옆구리를 쓸고 엉덩이를 느릿하게 주물렀다. 땀이 바작바작 배어 나와 머리가 헝클어진 것을 정리해 주며 연훤은 아랑을 가만히 살폈다. 뺨에 손이 닿으면 또 살짝 기대오는 게 우스웠다. 뭔데 이렇게 날 가지고 노나, 하는 생각이 잔뜩이었다.

“그럼, 마마님 많으시면, 흐, 하앙… 아, 그러면, 그러며언….”

“무슨 말을 하나 싶었더니.”

퍽, 하고 살이 부딪혔다. 아랑의 좁디좁은 비문에 꽂은 채로 빙글빙글 문지르듯 돌렸던 그가 불현듯 남근을 빼내 다시 안으로 처박아 넣었다. 그리곤 다시 비명 같은 신음이었다. 아니, 꿀에 젖은 채로 뚝뚝 흐르는 것 같은 음성이었다. 실로, 아래로 애액을 잔뜩 흘려 뒤를 적시는 탓에 움직임이 더욱더 미끄러웠다.

“아, 아아, 제발, 연훤 님, 아…!!”

말이 뛰듯 힘차게 움직이던 살덩이가 돌연 쑥, 하고 빠져나왔다. 아랑의 몸이 부들부들 떨며 잘게 경련했다. 할딱이며 숨을 내쉬는데, 평균 남성의 것보다는 조금 더 보드라워 보이는 남성기 끝에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자꾸 그리 어여삐 굴면, 내가 참지를, 하아… 못하잖아.”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것이 연약한 속살을 재차 가르며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파정을 조르는 듯한 움직임에 연훤의 아랫배가 절로 조여들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자지러질 곳을 아는 자의 눈빛이 야릇하게 빛이 났다.

*

황제의 침실에 머무는 이에 대해 소문만 무성해지고 있는 날이었다. 그 소문이란 대략 이러했다. 황제 폐하께서 짝을 찾지 못해, 꽁꽁 숨어 있던 음인을 데려다가 납치를 했다는 이야기가 하나, 그의 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후궁전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 둘, 또 다른 말은 황제가 그 상대를 억지로 탐하고 있다는 것이 셋이요, 후사를 그에게서 본다고 말했다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쯤 되면 기연훤의 침대 사정이 궁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입을 단속한다고 하나, 보는 눈들이 많았고 연훤 또한 숨기려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더 알 수 없는 소문만 커졌다. 그리고 그 소문을 키우는 이들 중에서는 연훤의 최측근이나 다름없는 선현과 겸이 있었다.

“쯧쯧, 애가 닳네, 닳아. 아버지는 왜 이리 멍청한 소리를 해댄담.”

선현은 심부름꾼이 가져온 편지를 가볍게 태우며 손을 탁탁, 털었다. 흥흐흥, 콧노래도 가볍고 마음도 가벼웠다. 오래도록 기다렸던 자유가 아닌가? 꽃이라고 불리는 그이를 잡아도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

“그런데 머리카락 한 올 안 보여 주다니.”

약았다, 약았어. 홀로 지내는 방 안에서 치졸하게 구는 나라님을 욕을 하며 선현이 자신의 궁인을 불렀다. 궁인이 붉은색의 보자기에 꽁꽁 싸맨 네모진 무언가를 가져왔다. 어떻게 전해 주지, 본 적 없으니 누구인지 알아야 말이지. 연훤에게 상대가 보고 싶다고 졸라도 봤지만 자신만 볼 거라며 고개를 쌩하니 저었다.

‘아니, 짝인 걸 대체 어찌 알아보오?’

‘보면 안다.’

혼자 좋고, 혼자 알려고 하는 연훤의 심보가 다시 생각나 입을 툭 하고 내밀 뿐이었다.

선현은 늘 그렇듯이 겸에게 들러 차를 한잔하고 담소를 나눈 뒤에 어슬렁어슬렁, 비마마답지 않은 행동으로 정원을 거닐었다. 늘 가는 방향이 아닌 황제의 침궁과 조금은 가까운 곳에서 거닐었던 데에는 혹시나 궁금해하는 이를 보게 되지는 않을까 싶어 그랬던 마음도 있었다.

선현의 걸음이 우뚝 멎었다.

기묘한 분위기의 남자였다. 어딘가 가슴께를 찌르르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확 불을 지필 듯이 구는 것 같기도 했다. 뭘까. 자신이 아는 음인의 분위기와는 묘하게 다른 느낌인 것 같았다. 여인인가 싶어 자신도 모르게 눈가를 찡그리며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영락없는 사내였다.

눈이 마주쳤다.

*

아랑은 자신의 두 손 위에 가지런히 놓여진, 붉은색 보자기를 봤다. 연훤과는 다른 우아한 행색에, 자신과 비슷한 듯 보이는 복장이나 조금 더 화려한 장신구를 한 사람이었다. 뒤따라온 궁인이 다급히 ‘청비마마를 뵙습니다.’ 하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였다.

‘그대구나?’

호기심 어린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어딘가 모르게 장난기 어린 얼굴을 한 그가 아랑에게 손을 내밀라 말했다. 아랑은 순순히 손을 내밀었다. 두 손을 아주 공손하게. 어리둥절한 시선을 본 선현은 하하, 하고 웃으며 붉은 보자기를 툭 올려 주며 아랑에게 들릴 듯 말 듯 말했다.

‘혼자서 보렴. 그리고 폐하께 여쭈어보시게. 꼭 그래야 하네.’

혼자 보라니. 조금 찜찜했다. 이곳에 대해 배워가며 황제에게는 후궁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비마마라니, 그 많은 후궁 중 하나며, 직첩 또한 낮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주는 걸 과연 자신이 봐도 되는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아랑은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매듭을 풀었다.

-춘화도(春花圖)

선현이 그에게 던져 주고 간 것은, 야한 책이었다.

모든 궁인이 물러난 뒤였다. 아랑은 연훤이 가져다 놨던 그림책을 몇 번 뒤적거리다가 흘끔, 뒤를 살폈다. 글을 배우고 있어 몇 가지는 가볍게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외운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드는 것과 같았다. 그런 것 때문일까, 아랑은 그 책의 이름을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평범한 내용이 아닐 것임을 알았고, 남들 몰래 봐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었다.

탁. 보고 있던 책을 덮고 창밖을 살폈다. 아직 해가 뜬 낮, 이 시간에는 자신이 따로 누군가 부르지 않으면 구태여 들어와 훼방을 놓지는 않을 것이었다. 침상 위로 살금살금 올라가 이불 귀퉁이 아래 숨기듯 뒀던 책자를 다시 꺼냈다.

팔락, 책장이 펼쳐졌다. 처음은 그저 밀월을 즐기는 듯 보이는 그림이었다. 둘 다 사내인 모습도 있었고, 둘 중 하나는 여인이 있는 것도 있었다. 옷을 꽁꽁 싸매고 있는가 하면, 옷고름을 풀며 수줍은 듯 구는 그림도 보였다.

책장을 넘기던 아랑이 멈칫했다. 그림 속의 인물이 맨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었다. 사내의 뒤통수가 다른 남자의 고간에 처박힌 채로 무언가 하는 듯 구는 그림이었다. 움찔, 제 아래가 절로 움찔거렸다. 눈앞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숨이 달게 흩어지는가 싶더니 아랑이 혼자 파드득 놀라며 탁, 하고 책을 덮었다. 왜 황제의 후궁 되는 분께선, 자신에게 이런 것을 준 것일까. 연훤의 후궁일 것인 분명한 사람이 주고 간 책을 계속 보자니 기분이 다시 가라앉는 것 같았다.

가슴께가 찌릿찌릿했다. 뭐지, 싶어 제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리고는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어딘가 불만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가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딘가 심통이 난 모습이었다.

눈가며 두 뺨이 발긋하게 달아오른 채로 색색 숨을 내뱉다가 책을 다시 귀퉁이에 숨겼다. 간질간질한 흥분이 아닌 이상한 짜증이 어룽어룽 치밀었다. 이불로 그 책을 덮어 눈길도 주지 않고 고개를 휙 돌렸다. 어째서인지 이 모든 행동들을 들키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랑이 침상 위로 풀썩 누웠다. 연훤이 곁에 있었다면 달구나, 하며 목덜미를 빨 것 같은 향이 폴폴 날렸다. 단 숨을 뱉는 본인은 못 느끼겠지만 아랑의 향은 이미 방안을 눅진하게 적시고 있었다.

업무를 끝마친 연훤은 짧게 한숨을 뱉었다. 무성한 소문들은 뒤로한 채 침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자신도 모르게 설핏 웃는 게 느껴져 입술을 가볍게 문지르곤 말문을 열었다.

“오 태감, 아랑…, 귀인은 오늘 무엇을 했지?”

“폐하께서 주신 서책을 읽으시느라, 바쁘셨다 하옵니다.”

“귀엽긴, 행여나 그에게 찾아온 놈들은?”

오 태감이 머뭇거렸다. 답지 않은 행동에 연훤이 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기울였다. 얼른 말하라는 듯 싸늘한 시선에 오 태감이 결국 말문을 열었다. 어차피 비밀이 될 수 없는 말이었으므로.

“청비마마님과 마주치셨다 합니다.”

*

침궁에 이른 연훤은 속으로 혀를 찼다. 호기심이 많은 녀석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렇게 빨리도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문 곁을 지키고 있던 궁인에게 고갯짓을 하자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벌떡 일어서는 인기척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

“아랑.”

이름이 입안에서 구르는 것이 달기도 달았다. 향의 농간인가 싶어 숨을 잠시 참으면 말간 얼굴이 자신을 올려다봤다. 시선을 끄는 얼굴에 낮은 숨이 뱉어졌다.

“연훤 님?”

“그래, 짐이 왔는데, 잊은 것은 없는가?”

연훤이 눈을 가늘게 떠 웃으며 물었다. 잊은 것, 아랑은 금세 얼굴이 확 달아올라 입술을 달싹거렸다. 빨간 입술이 자꾸 눈앞에서 어룽거려 연훤은 아랫배가 당기는 기분이 났다. 중증이군, 단단히 붙잡고 있던 이성이 고삐를 휙 하고 풀 것만 같았다. 아랑은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연훤의 품으로 파고들며 발뒤꿈치를 들었다. 츄웁, 입술이 맞붙으며 젖은 소릴 냈다.

연훤이 말랑하게 벌어지는 입술을 빨고 혀를 비볐다. 점점 뒤로 젖혀지는 아랑의 고개를 연훤이 그의 목덜미를 잡으며 뭉근하게 문질렀다. 꼴딱꼴딱 삼키는 타액마저 달았다. 점점 빨개지는 뺨이 보였다.

“흣, 하아, 하….”

“코로, 숨 쉬라니깐.”

연훤이 뒤늦게 숨을 헐떡이는 아랑을 보며 말했다. 진짜, 어디서 이런 게 이제야 나타나서는. 연훤이 그런 생각을 하며 가까워진 아랫도리를 꾹 눌렀다. 옷 위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살덩이에 아랑이 움찔 몸을 떨며 입술을 다시 벌리려는 순간.

꼬르륵-.

“-흡.”

“아, 아니….”

꼬륵, 꼬르륵. 자그마하게 울리는 소리에 연훤이 참지 못한 웃음을 삼켰다. 아랑의 두 뺨이 새빨개졌다. 꼬르륵 울리는 배를 감추며 몸을 돌리는 것을, 연훤이 헛기침을 하며 품에 껴안았다.

“아랑, 배가 고프면 말을 했어야지.”

“아니, 그게 아니라아….”

보드라워 보이는 귓바퀴마저 빨갰다. 솜털이 송송 나 있어서 괜히 더 괴롭히고 싶은 심정이었다. 식사를 하도록 하자, 연훤이 작게 속살거리자 아랑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작은 소란과 함께 이른 식사가 끝이 났다. 입이 짧았던 아랑이 무슨 바람이 불어선 꾸역꾸역 몇 수저 더 먹더니 이내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상을 물리며 아랑을 가볍게 당겨 안는 손길이 부드러웠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는 평온하게 쉬는 시간이었다. 닿는 손길에는 음란함이 없었고, 가볍게 입술을 부비는 행동에서 나른한 애정이 묻어났다. 낯간지러운 행동에 멈칫했던 연훤은, 다디단 향을 뿜는 목덜미에 코를 묻으며 숨을 삼켰다. 곤두선 신경도 누그러뜨리는 향이었다.

“머리가 좀 길었구나.”

“으응, 그래도 여전히 짧지요?”

길었다 한들 귀를 살짝 가릴 정도였다. 앞머리가 포슬포슬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살짝 넘겨 주면 그건 그 모습대로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엔 신뢰와 애정이 가득했다. 기분이 이상할 정도였다. 눈을 뜨고 자신에게 다정하게 다가온, 하나뿐인 사람. 입술을 섞고 몸을 섞고, 은밀한 곳까지 훔쳤을 때는 이미 하나밖에 안 보일 정도였다.

“어여쁘구나.”

어딘가 어색하지만, 서투른 표현에도 아랑은 그저 웃었다. 익숙해지지 않던 이름에도 어느덧 익숙해져 연훤이 나지막하게 속삭일 적에는 아래를 적실 것만 같은 아찔함이 있었다.

“정녕, 제가 어여쁩니까?”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나.”

아랑이 연훤의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어찌 이리 구는가. 연훤은 아랑의 손짓을 가만히 받으며 허리를 쓸었다.

“아랑. 누가 너에게 뭐라 하던?”

그 말에 아랑이 고개를 살살 저었다. 자신에게 뭐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그의 다른 정인으로 보이는 후궁을 마주쳤을 뿐. 어째서일까, 아까 전까지만 해도 다디단 향을 품으며 웃어대던 아랑이 조금은 시무룩한 얼굴이 되어선 그의 옷깃만 쓸어댔다. 뭘까.

“연훤 님, 저는 연훤 님의 정인인가요?”

우물대는 입술이 보였다. 여태껏 내 정인이다, 하며 공들였건만.

“그럼, 내 정인은 너뿐이다, 아랑. 여기로 짐의 씨물을 품고, 배태할 수 있는 것은 너 하나뿐일 것이야.”

배태. 아랑의 그 말에 제 아랫배를 감쌌다. 어쩐지 눈매가 서러워 보였다.

“폐하, 자꾸, 자꾸 그리 말하시면 어떡해요….”

사내인데, 양인과 음인에 대해 공부를 하여도 아직은 모르는 것이 더 태산인 아랑이었다. 자신에게 농을 치는 것일까. 귓바퀴가 달아올라 있었고, 뭉근하게 흐르는 향은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연훤은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뭘까, 뭘 놓치고 있었지. 순하게 대답을 해주던 아랑이 무엇인가 불만인 듯 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에 아랫도리가 절로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아랑. 아랑, 무슨 일이 있었구나. 그렇지?”

“으으응, 아니요, 그렇지 않아….”

아랑을 안아 드는 손길이 가벼웠다. 아랑이 번쩍 흔들리는 시야에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연훤을 불렀다. 익숙하게 침상 위로 아랑을 눕히려던 연훤은 뒤로 누우며 아랑을 제 몸 위에 앉혔다. 아랫도리가 딱 맞붙는 느낌에 아랑이 멈칫하며 엉덩이를 띄우는 게 느껴졌다.

연훤은 웃으며 아랑의 골반을 잡아당기며 아래를 뭉근하게 문질렀다.

“오늘, 청비를 봤다지.”

“아-.”

품에서 벗어나려 바르작거리는 움직임이 멈췄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입술을 뻐끔거리는 게 빨리 빨아달라고 조르는 것 같았다. 자꾸 비비적거리는 움직임에 결국 연훤이 몸을 일으켰다. 훅 다가선 몸은 열기로 따끈따끈했다.

“아랑, 행여 질투한 것이냐.”

질투. 멍하니 눈을 끔뻑이던 아랑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말을 잃은 듯 어, 어… 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갑작스레 얼굴이 확 달아올라선 그의 품에서 벗어날 듯이 굴었다.

“아니, 왜, 응? 자꾸 비비적대고 움직이면 짐이 괴롭지 않느냐.”

“아, 아니이, 흣, 놔, 놔요, 놔주세요.”

예쁘게 뻗은 손이 얼굴을 감추려 들었다. 연훤은 아랑의 지금까지의 반응이 청비를 보고 나서의 질투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자꾸 속에서부터 웃음이 푸슬푸슬 흩어졌다. 손끝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 같았다.

옷을 헤치는 손은 재빨랐다. 늘씬한 아랫배를 쓸고 음모 한 올 없는 샅의 보드라운 살을 문질렀다. 자꾸 부딪히는 연훤의 남근 탓에 말랑하던 살덩이가 덩달아 부피를 키우고 있었다.

“정인이 너 말고 더 있을까 봐 그랬어? 응? 얼른 이야기해 보아.”

“아, 하읏, 아, 폐하아….”

“저런, 또. 자꾸 피하려고 폐하라 칭하는 것이지. 봐줄 줄 아니.”

금방 자세가 바뀌며 아랑의 옷자락이 흐트러졌다.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두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연훤이 얼굴을 가린 손등 위로 입술을 내렸다. 쪽, 쪽. 다디단 소리였다.

질투였어. 아랑은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선현을 마주하고 느낀 감정이 질투였다니.

“다리를 더 벌려 보렴, 응? 기분이 나아지게 아래를 빨아 주마.”

남자는 다정하게도 음란한 소릴 내뱉으며 웃었다.

결국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간 아랑은 연훤과 침상에서 뒤엉켰다. 늦은 시간까지 치러진 색사에 혼절하듯 잠이 든 아랑의 몸을 연훤이 가볍게 닦아 주고는 품에 안은 채 잠이 들었었다.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떴는데도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먼저 눈을 뜬 연훤은 곤하게 잠이 든 아랑을 찬찬히 바라봤다. 입술이 달싹거리는 것을 보고, 뺨을 쓸며 작게 칭얼거리는 소리도 들었다. 무게감이 느껴지지도 않는 팔이 연훤의 허리에 둘러져 있었다. 아랑이 작게 몸부림을 칠 때마다 부드러운 살결이 쓸렸다.

흥분을 못 참고 엉엉 운 탓인지 눈가가 불긋하게 물들어 있었다. 밤새 한 것은 잊어버렸다는 듯이 발기한 성기가 아랑의 몸에 닿았다. 부스럭거리는 비단 이불 소리, 느릿하게 움직인 연훤이 아랑의 몸 위로 올라타며 두 다리를 벌렸다. 자신의 것보다 작아도 기능을 한다는 듯, 빳빳하게 선 아랑의 남성기를 손에 쥐었다.

연훤은 귀두 끝을 문지르고 고환을 살살 주무르며 손을 아래로 더 내렸다. 쩌억, 하는 느낌과 함께 아랑의 아래가 벌어졌다. 포동포동한 살결 위를 꾹꾹 짓누르니 울컥, 하며 안에서 머금고 있던 씨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느릿느릿, 그 기묘한 간지러움에 아랑의 몸을 뒤틀었다.

“으응….”

한숨 같은 신음이 달았다. 목덜미에서부터 나긋하게 풍기는 향이 축축하게 감겨드는 기분이었다. 연훤이 자신의 남근을 잡고 귀두 끝으로 아랑의 아래를 느릿하게 찔렀다. 뭉근하게 감기는 피부가 보드라웠다. 안에서부터 향이 점점 짙어지는 기분에 정신을 다잡을 수 없었다. 애액으로 미끌거리는 연훤의 귀두 끝이 여성기 주변을 문지르고 조금 더 아래로, 비문으로 내려가 그곳을 지그시 눌렀다. 빠끔, 하고 벌어지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듯이.

두 사람의 몸을 덮고 있는 이불 탓인지 열기가 더해져 홧홧해지는 것 같았다. 연훤이 아랑의 목덜미며 쇄골, 그리고 유두를 쪽쪽 핥으며 아래를 치근거렸다. 달큰한 향이 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즈윽, 아래를 기어코 벌리고 들어갔다. 아랑의 몸이 들썩였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연훤이 느릿하게 몸을 움직였다.

“흐….”

약한 숨소리가 색색 새어 나왔다. 움찔거리며 조이는 힘에 연훤이 손을 내려 아랑의 남성기를 쓸었다. 자신의 손에 쏙 들어오는 게 우스웠다. 사내라고 발딱 세워서는.

“아랑.”

느릿하게 꾸욱 누르며 들어갔다. 파드득 튀는 몸과 학, 하며 터지는 숨, 그리고 힘겹게 떠지는 눈꺼풀에는 졸음이 가득했다.

“아, 아…?”

“조금만 힘을 풀어 보렴.”

“아, 흣, 잠까아… 아….”

정신도 못 차릴 만큼 야릇한 아침이었다.

*

아랑의 입이 삐죽하니 튀어나와 있었다. 눈가는 발긋했고, 비죽 튀어나온 입술도 부르터 있었다. 한마디로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방석에 겨우 몸을 앉혔는데, 그 움직임이 조금 어정쩡했다.

“아랑, 그 입은 나더러 핥아 달라고 내민 걸까.”

“너무해요.”

“일어났는데, 너무 추웠어.”

연훤의 변명에 아랑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치, 이런 날씨에? 하는 것처럼 아랑이 마시고 있는 냉차를 한 번, 그리고 연훤을 한 번 올려다봤다. 연훤은 잠시 말을 잃은 듯 웃으며 제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가벼운 차림새를 한 아랑을 보니 괜히 아랫배가 찌릿했다. 짐승이 따로 없군, 홀로 자신을 질책하는 것도 잊지 않으며 연훤이 아랑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짧아서 금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보드라운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알아, 추운 날씨 아닌 거.”

“허벅지가, 아파요.”

“또?”

“거… 기도… 아프고….”

뺨을 만지는 손에 살포시 부비고는 나른한 숨을 토해냈다. 어찌 이리도 평화로울 수 있을까. 거기가 아프다며 빨갛게 물들인 아랑의 얼굴을 더듬었다. 연훤이 엄지로 아랑의 입술을 살짝 눌렀다가 그 위에 입을 맞췄다.

“그럼 오늘은 참아 보도록 하지.”

오늘은, 말이었다.

연훤이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방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아랑은 나른하게 앉아 있다가 무언가 생각 난 사람처럼 침대 위를 엉금엉금 기어갔다. 모퉁이에 빼꼼히 보일락 말락 하는 책자를 집어 들었다.

어째서 가랑이 사이를 자꾸 핥으시는 걸까. 남자, 연훤을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움찔거렸다. 아랑은 입술을 꾹 물었다가 책장을 넘겼다. 너무나 다양한 자세가 세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아랑의 눈이 더 동그래졌다. 괜히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 뒤를 빼꼼히 살피고는 남은 책장을 마저 넘겼다.

펼쳐진 책장에 한 남자가 두 다리를 벌리고 있고, 다른 남자가 그 사이에 고개를 박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 장을 더 넘기니 입에 남근을 물고 있는 것까지 세세하게 나오며 글로 설명하는 것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책을 나한테 주신 거지.”

이상야릇하고 찜찜한 기분에 아랑은 책을 덮어 있던 곳에 두고 이불로 폭 하고 덮어버렸다.

돌아서니 온몸이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밤새 애태우던 몸짓과 아침에 잠에서 깨기도 전에 사내를 품고 눈을 떴던 게 절로 떠올랐다. 얼굴이 확 달아올라서 아랑은 두 뺨을 착착 때리고는 침상 곁에 있는 종을 울렸다.

“마마, 부르셨사옵니까.”

“정원에 나갈 거니 준비해 주, 아니 준비해 줘.”

“예.”

혹시나 마주치면 여쭤볼까. 그에 대한 답을 줄지는 알 수 없었다. 아랑은 궁인이 들어올 동안 느릿하게 배를 문질렀다. 아직도 아랫배가 징, 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정원에 나간 아랑은 청비 선현과 딱 마주쳤다. 귀인인 아랑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책 한 자 더 본 게 있어서 할 수 있었던 행동이었다.

“일어나시게.”

“…네.”

선현은 무언가 즐겁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 기대? 설렘? 호기심도 있는 것 같았다. 선현은 대답을 듣고도 별다른 말 없이 아랑을 요모조모 살피기에 바빴다. 밤새 운 탓에 발긋한 눈가에, 연고를 바른 입술은 반들거렸다. 손을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두 손만 꼭 잡은 채였다.

“귀인, 봉호는 아직이던가.”

“예, 마마.”

곁에 선 상궁이 답을 했다. 선현이 제 턱을 가만히 문지르더니 웃으며 뒤에 선 자신의 궁인에게 손짓했다.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보따리였다.

“자네, 두 손 펼쳐 보겠나?”

“예?”

선현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올리자 그 위에 다시 금색 보자기로 예쁘게 묶인 무언가가 폭, 하며 내려졌다. 이건 또 무엇일까. 비마마면 폐하의 후궁인데 왜 자신에게 이리 해주는 것일까.

“힘내게. 꼭 폐하를 자네 품에 끼고 있어야 한다네.”

“예… 에?!”

“아이구, 마마, 제발…!”

“아니, 뭐 어때? 응? 귀인께서 아주 귀한 미인이시니 폐하께서 그리 정신을 못 차리지 않나.”

옆에 선 궁인이 황망하다는 듯 얼굴을 가렸다. 선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활짝 웃었다.

“알겠나? 다른 대신들 입에서 새로운 후궁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못하게 하란 소리야. 뭐… 배태까지 해주면 아주 금상첨화겠군.”

뒤에 이어진 말을 듣지 못한 아랑은 벙벙한 표정으로 선현을 봤다.

“최대한 빨리, 응? 난 이곳을 얼른 벗어나고 싶으니까. 어… 뭐, 모르는 거 있으면 뭐든 물어봐, 동생.”

아랑을 제멋대로 동생이라 부르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린 그였다.

그리고 정원에는 선현이 준 보자기를 손에 든 아랑과 그를 따른 궁인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

달그락, 뚜껑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뭘까. 예쁘게 꾸며진 작은 항아리 같기도 하고. 뽀얀 우윳빛을 띠는 도자기의 뚜껑을 열자 은은한 향을 풍기는 말린 꽃들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작은 쪽지에는 ‘목욕할 때 사용할 것’이라며 적혀져 있었고. 이번의 보자기 선물은 그것이 다였다.

“마마, 목욕물이 준비되었습니다.”

“응, 알았어, 알았네.”

아랑이 궁인을 따라 들어갔다.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조였다. 꽃잎을 뜯어 물 위에 띄워 둔 것이 눈에 띄었다. 아랑은 손에 쥔 작은 도자기를 만지작거리며 궁인에게 말했다.

“혼자서 할게.”

“예, 마마.”

머뭇거리는 행동으로 보아 마지못해 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연훤의 명을 우선적으로 받기 때문일까. 한쪽으로 걸려 있던 주렴이 차르륵,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아랑은 곁에 있는 협탁에 도자기를 올리고 옷을 벗었다. 발밑으로 옷이 툭, 툭 떨어지며 몸에 울긋불긋 새겨진 순흔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목덜미 아래에서부터 차례대로 탐하듯 내려오는 잇자국이 괜히 간지럽게만 느껴졌다. 아랑은 달그락, 하며 뚜껑을 열었다.

말린 꽃잎을 손끝으로 한 번 집어 물에 올리니 뜨거운 물에 사르륵 풀리듯 꽃잎이 펼쳐졌다. 나긋나긋한 향이 공간을 채우는 것 같았다.

첨벙- 물이 찰랑거렸다. 아랑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꽃잎이 출렁거렸다. 몸에 닿는 꽃을 당겨 만져도 보고 물로 쓸어도 냈다. 도대체가 용도를 알 수 없었고, 그저 향기만 향긋한 것 같기도 했다.

여인도 아닌데.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물이 따끈따끈해서 졸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나른한 숨을 뱉으며 고개를 젖혀 기대고는 눈을 꿈뻑꿈뻑했다. 졸면 안 되는데.

스르륵, 아랑의 시야가 천천히 닫혔다.

*

“이런, 이러고 잠들었구나.”

나지막한 웃음소리와 함께 몸이 부유하는 게 느껴졌다. 누구… 선득하게 닿는 공기에 몸을 웅크리며 아랑은 자신을 안아 든 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등을 감싸는 손이 단단했다. 수런수런 말소리가 들렸지만 잠이 든 아랑에게는 그저 간지러운 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다. 궁인이 보송한 천을 아랑의 몸 위로 덮어 주었다. 그래도 아직 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아랑을 품에 안은 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안아 들어 방으로 향했다. 침상 위는 이미 물기를 닦을 천으로 다 깔아둔 상태였다.

“모두들 나가거라.”

“예, 폐하.”

연훤은 말랑하게 감겨든 몸을 안고 침상 위에 올랐다. 춥다고 인상을 찌푸리며 품으로 파고드는 아랑의 이마 위로 입술을 내리며 쪽 소리를 냈다.

뭐라고 이렇게 가슴을 술렁이게 하는가.

코끝에 향긋한 향이 스쳤다. 아랫배가 시큰하게 당겨오는 향이었다. 이런 향을 두라고 한 적은 없었는데. 킁, 킁. 귓가며 목덜미에 연훤의 코끝이 스쳤다. 달달한 아랑의 체향에 야릇한 꽃향기가 어룽져 있었다.

갑갑한 정복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가벼운 자리옷 차림새가 된 연훤이 아랑의 몸 위를 덮었다. 자는 이를 범하다니 짐승 새끼가 따로 없군. 자신의 상황이 우스워 헛웃음을 터뜨렸다.

“유두를 이렇게 뾰족하게 세워선 어찌하려고 그래, 응?”

속살대는 음성이 더웠다. 말랑한 아랑의 손과는 달리 약간 거친 느낌이 나는 손길이 아랑의 가슴을 문질렀다. 추워서 오소소 소름이 돋은 것일까.

“흐응… 응….”

잠결에도 약하게 신음하며 아랑이 두 다리를 비비적거렸다. 자신이 꾸준히 몸을 탐했던 탓일까. 손길이 닿을 때마다 얕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아… 폐하아….”

유두를 둥글둥글 만지며 살짝살짝 꼬집다가 입으로 한껏 베어 물었다. 달달한 과즙이 터지듯이 신음이 터져 나왔다. 늘씬하게 뻗은 배를 따라 내려가 아직은 말랑한 남성기를 손에 쥐었다. 어쩔까. 느릿하게 골반을 쓸며 엉덩이를 쥐었다. 마른 몸에 잡히는 살집이 부드럽고 탄탄했다.

“아랑, 자느냐.”

손짓이 느려지자 숨소리가 다시 느릿해졌다. 연훤은 품으로 파고드는 몸을 끌어안으며 체향을 깊게 들이켰다. 같이 잠이 들까. 그 향이 너무 부드러워서 나른하게 눈이 감기는 듯했다.

*

청비가 준 말린 꽃은 양인의 주기를 앞당긴다는 소문을 가진 약제였다. 본디 그런 약제는 달여 마시거나 다른 약제와 섞어 사용하는데, 청비가 준 것은 그 자체로도 향기로워 체향이 옅은 음인들이 자주 애용하는 것이었다.

그걸 아랑이 알 리 없었다. 그리고 주기가 당겨지는 줄도 모르는 채 꽃향기 섞인 아랑의 체향을 흠뻑 마신 연훤은 아랑을 볼 때마다 아래가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꿀에 푹 젖은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아, 흐, 달구나, 응? 이리 달아서 어찌해.”

“연훤, 하아… 응, 연훤 님, 제바알….”

날이 갈수록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큰 손이 몸을 쓸어 올 때마다 아랑의 몸이 흠칫 튀었다. 앞은 지난밤 혹사를 한 탓에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연훤의 귀두 끝이 축축했다. 아니, 아랑의 음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것일 수도 있었다. 연훤이 아랑의 몸을 덮으며 입술을 훔치고, 혀를 달게 빨고, 목덜미를 깨물며 젖꼭지를 비틀 때마다 밑을 느리게 툭툭 쳤다.

여린 속살에 푹 파묻히고 싶었다. 희게 드러난 목덜미를 핥고 깨물자 가느다란 숨소리가 색색 새어 나왔다. 느릿하게 비문을 쓸어내는 움직임에 허리가 절로 긴장됐다. 아랑은 눈물로 얼룩진 시야 너머로 보이는 사내를 쳐다봤다. 열기로 달아올라 붉어진 눈가가 보였다. 다정하게 웃음을 그리던 눈매가 흥분으로 사나워져 있었다.

어떡하지, 어떡해.

“빨리, 해주세요….”

저릿한 흥분에 져버린 것은 아랑이었다. 이미 사내의 손을 탄 몸은 조금만 견디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닿는 곳곳이 간지러웠다. 아니, 뜨겁게 데일 듯했다. 긴 한숨을 토해낸 연훤이 아랑의 여린 여성기가 아닌 움찔대는 비문을 꾹, 하며 짓눌렀다.

시야가 트였다.

“아, 하, 으윽-!”

즈윽, 하고 살이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훅 끼쳐오는 향이 못내 기꺼웠다. 아랫배를 뜨끈하게 달궈놓는 것 같았다. 푹, 하고 젖은 소리를 내며 밀려 들어오는 살덩이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그의 양물이 밀려 들어올 때마다 아랑의 벌어진 입에서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줄줄 흘렀다. 할딱할딱 뱉어지는 숨소리가 침실을 가득 채웠다.

멈추는가 싶었던 그가 느릿하게 허릿짓했다. 응, 으응 가느다란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연훤은 제 아래에 흐트러진 아랑을 느릿하게 훑어봤다. 희고 낭창한 몸이 자신의 흔적을 달고서 들썩거렸다. 판판한 아랫배에 옴폭하게 들어간 배꼽. 그리고 그 아래 아랑의 남성기가 흥분으로 바짝 서서 애액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귀엽기도 하지, 바싹 마른 것 같은 입술을 한 번 핥은 그가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흥건한 뺨을 닦아 주며 벌어진 입술을 덮었다. 말랑한 혀가 감겨 비벼진다. 연훤이 퍽, 퍽 안을 짓이길 때마다 숨이 거칠어졌다. 입술이 떨어지고 목덜미를 핥자 혀끝까지 다디단 향이 감겨들었다. 짙고 나른한 향이 폐부를 가득히 적셨다.

“아-!!”

예민하게 부푼 곳을 쓸었더니 아랑의 고개가 휙 젖혀졌다. 덜덜 떨리는 손이 연훤의 팔뚝과 등을 잔뜩 할퀴어댔다. 아랑의 골반을 잡고 있던 연훤의 손끝이 아랑의 등허리를 훑었다. 내벽이 꽉 죄는 느낌이 들었다.

네게 묶이고 싶다.

선득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

달그락,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후우- 긴 숨을 토해낸 겸은 탁자 위를 토독토독, 느릿하게 두드렸다. 방은 부드러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비치된 가구들이 그랬고, 그것을 감싼 비단들 또한 그랬다. 홀로 앉아 차를 마시던 그가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사박사박, 작은 걸음 소리가 들렸다.

“마마, 청비마마 드셨나이다.”

“들이게.”

앞서 가벼운 걸음보다는 묵직한 걸음이었다. 문이 열리며 머리를 느슨하게 땋아 내린 해사한 청년이 보였다. 선현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웃음이 걸리면 아이마냥 부드러워졌다. 꽁꽁 얼어 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흩어지는 게 느껴졌다.

“누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며 맞은편에 앉을까 하던 선현은 겸의 곁을 차지하고 앉더니 풀썩 그녀의 무릎 위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겸의 입가에 간지러운 미소가 걸렸다.

“또, 어린애처럼.”

“그치만 누이는 내 누이이니까.”

“남들이 보면 후궁 둘이 흘레붙는다 한대도.”

겸의 나지막한 말에 선현의 눈빛이 순간 사나워졌다. 겸의 손끝이 그의 어깨를 느릿하게 토닥였다. 가문도 다르나 두 사람의 아비는 황제를 위해 움직였던 사람이었다. 비록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두 사람이 궁 안에서 살게 되었지만.

황제는 그날 약조했었다.

‘내가 정인을 만나면 너희에게 자유를 주마.’

이때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향을 거부하는 황제. 선현 자신도 음인이지만 편히 생활을 하기 위해 향을 억제하는 약제를 먹으며 지내고 있었다.

“누이, 다 끝나면 같이 살까. 못난이 황제님은 정인이 생겼으니 그냥 두고, 응?”

찰싹, 어깨를 두드리는 손이 가벼웠다. 웃음도 솜털마냥 흩어졌다. 선현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이 가벼워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했다.

“농은, 너도 정인을 만나야지.”

선현은 스윽스윽,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는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겸의 얼굴은 씁쓸했다. 하다못해 자신이 양인이라도 되었다면 그러마, 하고 대답할 수 있었을까, 누이, 누이 하고 따르던 꼬마는 어른이 되어서도 누이, 누이 하며 자신을 따랐다. 때로는 같이 폐하의 흉을 보고 농을 치고.

자유를 얻어 같이 살게 되어도 과연 네 몸이 견뎌줄 수 있을까. 그 씁쓸한 생각이 입가에 자꾸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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