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의 내면에 커다란 벌레가 있었다.
센터의 S급 에스퍼 가이드 형제인 현서인과 현이원.
높은 매칭률과 계약 덕분에
서인은 이원의 전용 가이드로 일하고 있었다.
한데 어느 날, 서인은 이원의 능력을 빌려
잠든 동생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았다가
자신을 억지로 범하고 감금하고 싶어 하는
동생의 어두운 내면을 발견하는데…….
「난 형밖에 없고, 형도 나밖에 없고. 그래서 형이 나 지켜 준다고, 그랬, 잖아.」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얽혀들었다. 곱지 않은 눈빛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이원은 이원이 아니었다.
「계속, 계속하자. 형.」
「아, 하으…… 흑, 아, 아으, 아…….」
몸이 힘없이 흔들린다.
악몽이었다.
▶잠깐 맛보기
“형이 나 자꾸 밀어내니까 너무 힘들어.”
“미안.”
“난 형밖에 없는데 형은 다른 사람 만날 거라고 생각하니까…… 버려진 거 같고, 그래.”
저 말을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 그런 것을 보았는데도. 충격적인 장면이 자꾸만 머리를 맴돌았다. 이원의 안으로 밀려들어 가던 서인의 힘이 몇 번이고 멈췄다.
“형, 나 진짜 형 사랑해.”
“…….”
“나 버리지 마, 응?”
고개를 들자 퀭한 눈동자가 보였다. 검은자 안에서, 서인은 여전히 이원에게 억지로 각인을 당하고 있었다. 서인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동생이다, 동생이야. 피가 이어진 동생이다. 다른 생각 하지 말자. 제 가이딩을 고치면 괜찮을 것이다.
부러 힘을 깊게 밀어 넣지 않았다. 정가혁이 말했던 것처럼 지나치게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근데 형.”
“……응.”
“우리 약속 어긴 건 아니지?”
죄를 지은 사람처럼 숙이고 있던 목덜미가 따끔하게 아려 왔다. 가까이 다가온 이원이 서인을 꽉 끌어안은 탓이었다. 심장이 쿵, 쿵, 세차게 뛰고 있었다.
“난 형 믿어.”
“…….”
“믿으니까…… 난 약속 어기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