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과 백 그리고 회색-589화 (589/591)

589화

에티오피아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유럽지역에서는 김수훈과 다이애나 비와 섹스 스캔들이 크게 일어났다.

‘다이애나 비와 모하르 샤 국왕과 열애 중!’

‘카이로 공항에서 만나 모하르 샤 국왕의 전용비행기로 에티오피아의 모처로 이동해 뜨거운 밀월여행!’

처음 두 사람 사이를 보도한 언론은 프랑스다. 프랑스는 영국과 묘하게 자주 외교적인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남미에서는 영국과 포클랜드에서 전쟁을 벌인 아르헨티나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유럽과 남미에서는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하는 내용이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커다란 천막을 이어 지어 놓고 함께 지내자 약간 오해가 생기고 있었다. 또한 국왕의 여비서들이 수시로 다이애나 비가 지내는 천막을 드나들며 돌보고 있었다.

많은 여자들이 다이애나 천막에서 나와 국왕 천막으로 들어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멀리서 이를 바라보는 기자들은 밤에는 다이애나 비가 김수훈의 천막 안으로 드나든다고 판단했다.

기자들이 가까운 곳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호를 위해 지근 저리는 많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으니 먼 곳에서 살피니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다.

블루아이가 팩스를 들고 와 급하게 보고했다.

“폐하! 유럽 신문들에서 계속 이상하게 보도를 하네요.”

“무슨 보도?”

블루아이가 두 사람 사이가 내연관계라고 보도된 신문을 보여 주었다. 프랑스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에서 팩스로 보내준 내용이다.

내용을 자세하게 읽어보던 김수훈은 대수롭지 않게 응수했다.

“별로 중요하지 않군. 그냥 추측성 보도야.”

“폐하! 계속해서 유럽의 언론사들이 신문으로 보도하며 이제 TV방송에서도 나가고 있습니다. 자꾸만 폐하를 비난하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할일 없으니 가십성 기사 거리로 쓰는 정도지.”

“그렇지 않습니다. 뭔가 대처를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냥 봐두라고 영국과 프랑스가 서로 외교적으론 다투니 쓰는 기사인데.”

국왕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이런 문제를 그냥 넘기면 안 된다고 판단하는 사백호는 은근히 걱정했다.

“폐하! 아무래도 뭔가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사이가 아니면 그만이지. 그런 정도의 가십성 보도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지.”

다이애나와 스캔들이 났다는 보고를 받은 김수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언론사는 너무 조용하군.’

학습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미국의 주요 언론사에서는 보도하기를 자제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연히 추측성 기사 내용으로 함부로 보도했다가 거액의 소송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어 관망하고 있었다.

‘미국은 제니퍼가 막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다이애나 비도 여비서로부터 이런 보도에 대해 자세하게 보고를 받았지만 그런 기사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기사는 자주 접해서 그런지 태연하게 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섹스 스캔들 보도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응수하지 않자 유럽의 신문들은 점점 큰 사건으로 다루고 있었다.

섹스 스캔들 보도들이 연일 유럽 언론사들 사이에서 경쟁하듯이 내보내고 있었다. 그런 외부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었다.

김수훈이 이동 중에 지목한 소규모의 지하수 개발은 계속 진행되어 보고되었다.

“폐하, 이제 5곳에 지하수가 개발 되었습니다.”

“수고 많았군요. 다른 지역을 다니며 계속 개발하세요.”

“넷!”

김수훈은 지하수 개발 업자에게 추가로 지시했다.

“20곳 정도에서 지하수를 개발하고 소말리아로 가세요.”

“알겠습니다.”

에티오피아로 와서 활동하던 단비 팀은 다시 소말리아로 떠나 그들과 합류하라는 뜻이다. 단비 팀은 이제 아프리카 북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소말리아 지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게 되면 서북부 아프리카 지역인 알제리 등지로 이동할 생각이다.

드디어 2월 초가 되어 지하 깊숙한 곳에서 많은 지하수가 나왔다.

쏴아아!

거대한 물줄기가 지상 50미터까지 힘차게 품어지고 있었다. 드디어 가뭄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지하수를 개발한 것이다.

“만세! 나왔다!”

“와! 물이다.”

모하르 샤 국왕이나 여비서 그리고 주민들은 모두 지하수로 인해 몸이 흠뻑 젖어 버렸다. 지하수가 터지기를 옆에서 기다리던 다이애나 비의 전신은 터져 나온 지하수로 인해 흠뻑 젖어 버렸다.

그녀는 물이 품어져 나오는 순간 너무 놀라 옆에 있는 김수훈의 품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러자 김수훈은 엉겁결에 몰에 젖은 다이애나를 껴안고 말았다.

그러나 다이애나는 이내 실수를 느끼고 품안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고스란히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살피던 사진기자들에게 찍히고 말았다.

지하에서 품어져 나온 물은 사방 100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몸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던 일이 드디어 성공했다.

“와! 와!”

높이 품어져 나온 지하수로 인해 주변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원주민들도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좋아했다. 그들은 이런 놀라운 현상에 대해 다들 열광했다.

“알라의 생명수를 찾아준 알라의 대리인이여! 감사합니다.”

“그분은 너무 위대한 대왕이야.”

원주민들은 어느새 모하르 샤 국왕을 알라의 대리인으로 칭송하고 있었다. 원주민들에게는 물은 곧 생명수라 더욱 경이롭게 보이고 있었다.

가뭄으로 물이 너무 부족해 사람이나 가축이 죽어가는 가운데 거대한 지하수가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며 한없이 품어져 나왔다. 원주민들의 눈에는 이런 모습이 모두 기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알라의 축복이야.”

“신은 우릴 버리지 않았어!”

너무 기뻐서 다들 광란의 도가니에 휩싸이고 있었다.

갈증으로 죽어가던 대지의 모든 생물들이 살아나게 되었다. 가축들도 물이 나오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목을 적시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아랍권 전역으로 자세하게 보도되었다. 그러자 아랍권 전체는 또다시 흥분했다. 모하르 샤 국왕이 전지전능한 신 같은 존재라고 칭송했다. 계속된 거대한 지하수 개발은 물이 너무 귀한 아랍권에서는 진짜 경이로운 대사건이었다.

아랍권 전체가 열광하는 가운데 김수훈은 아주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다른 곳보다 더 깊은 곳에서 지하수가 품어져 나오자 김수훈은 은근히 기대했다. 개발 업자를 따라 다니는 수질 검사 요원에게 조용히 물었다.

“물의 성분은 어떤가?”

“폐하, 지하수라 수질이 좋기는 하지만 별로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식수로 쓰도록 조치하고 끝내면 되겠군.”

“폐하, 여기에 음료수나 맥주 공장을 세우는 것은 어떤가요?”

음료수나 맥주 공장을 세우면 단순히 식수로 공급하기 보다는 보다 부가가치가 높게 이용이 가능하니 해보는 말이다. 그러자 김수훈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식수로 사용하도록 조치하고 우린 떠납시다.”

김수훈은 에티오피아로 찾아와 그런대로 원주민들에게 호의적인 인상을 남기는 성과는 거두게 되었다.

“인근 오지 마을까지 물을 공급하도록 조치하고 떠납시다.”

“넷!”

지하수가 확실하게 나온다고 판단했다.

김수훈은 그 동안 사방으로 10킬로미터까지 배관시설을 해놓았다. 지하수가 터져 나오자 인근 오지마을 전체로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도 시설이 가동되었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고위 관료들도 도착해 개통식이 진행되었다.

“폐하, 너무 감사합니다.”

“다행이 대규모 지하수가 개발되었네요. 앞으로 에티오피아 정부도 물이 부족한 오지 마을에 대해 지하수 개발에 힘을 쓰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동안 에티오피아의 오지에서 모하르 샤 국왕과 같이 대민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던 다이애나 비는 관료들이 타고 온 헬기로 떠나고 있었다.

다이애나 바는 떠나기 전에 모하르 샤 국왕을 찾아와 말했다.

“폐하, 제노바에서 열리는 창립총회에 꼭 참석해 주세요.”

“그건 아직 장담하지 못합니다.”

다이애나 비는 무척 아쉬운 표정으로 작별했다.

“폐하를 꼭 다시 만나고 싶은데요. 제가 할 말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겠죠.”

“언제고 유럽으로 오시면 제가 반드시 찾아뵙죠.”

다이애나 비는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는 말을 토하고 있었다.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이애나 비는 헬기로 오르고 있었다. 그녀가 탄 헬기가 멀리 떠나고 나자 김수훈은 그제야 사백호에게 지시했다.

“우린 지프티로 이동하지.”

“넷!”

아무리 유럽언론사들의 보도에 신경을 안 쓴다고 했지만 이혼녀인 다이애나 비와 계속 같이 다니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른 코스를 통해 귀국하기로 했다.

다이애나 비가 젊은 나이에 죽게 되어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여자라 호기심은 약간 있었다. 하지만 김수훈의 눈에 미모가 혹해 탐날 정도 여자는 아니다. 그저 평범한 아이가 둘이나 딸린 이혼녀에 불과했다.

‘공연히 더 이상 구설수에 올릴 필요가 없어.’

많은 부인들이 있어 여자 문제에 대해 그러려니 하지만 다음 왕위를 이을 찰스 왕세자의 부인이던 여자와 스캔들은 그에게도 좋은 결말이 생길 것 같지 않았다.

지프티를 경유해 모하르 령으로 도착했다.

집무실에서 그동안 밀린 업무를 보고 있던 김수훈은 사우디의 압둘라 총리를 만나게 되었다.

총독 관저로 찾아온 압둘라는 은근히 걱정된 표정으로 말했다.

“국왕, 유럽에서 다이애나 비와의 염문설로 매우 소란스러운데 괜찮겠소?”

“연예잡지기사야 항상 그렇지요.”

연예잡지 기사들은 더욱 노골적인 표현으로 기사를 쓰고 있었다. 다이애나 비가 가뭄 끝에 맞게 된 단비 맛에 흠뻑 취해 촉촉하게 젖었다고 야릇한 기사를 쓰고 있었다. 물론 지하수로 몸이 젖어 볼륨이 그대로 드러난 선정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도 되었다.

“국왕, 이런 이상한 사진도 같이 내보내고 있지 않소.”

“그들이야 항상 그런 기회를 노리고 찍는 것이죠. 그것은 단순한 해프닝이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않아요.”

“국왕, 그러나 그 문제를 자꾸만 유럽에서는 이슬람 종교와 기독교 종교 간의 갈등으로 유도하려는 무리들이 있으니 신경이 써지죠.”

“그런가요? 나중에 한번 살펴보죠.”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사진까지 등장했다. 에티오피아에서 다이애나 비와 같이 거의 한 달을 같이 보낸 것은 점점 유럽에서는 큰 사건으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만약 다이애나 비가 일부다처제인 아랍권의 국왕 후처로 들어간다면 문제가 자못 심각해진다는 예측성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국왕! 내가 알기로는 영국 왕실에서 이런 문제를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니 은근히 걱정이오.”

생각지 않은 말을 듣자 김수훈은 웃으며 답했다.

“공연히 신경 쓰실 일이 절대 아닙니다. 그보다 저를 만나자는 것은?”

“국왕이 제안한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한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4곳에 해보기로 결정해서 만나자고 했소. TIB 건설에서 책임지고 건설해 주시오.”

“좋아요. 믿고 맡기신다면 해보죠.”

“1차라 4곳에 만들어 보아 성과가 좋으면 계속 늘려볼 생각이오.”

“그래요? 잘 생각했습니다. 태양광 발전소 경우 시설 자금이나 전기 생산 원가는 비싸게 들지만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압둘라 총리는 다시 심각한 어조로 다른 제안을 했다.

“우리나라도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할 생각입니다.”

“어디에 하시려고요?”

“지다 쪽이 제일 좋다고 봅니다.”

“그 지역이 인구 밀도가 높으니 전력 수요가 많아서 군요.”

“그렇소.”

석유 자원이 많은 사우디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한다는 것은 그들도 차츰 석유 자원이 앞으로 고갈된다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굳이 사우디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하려는 이유는 사우디아리비아 정부도 은근이 핵을 보유하고 싶은 야망이 있어서다.

원자력 발전소와 핵무기 보유야 약간 차이는 난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운용하다 보면 핵무기 개발이야 다음 단계로 쉽게 넘어 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수훈은 정중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원자력 발전소는 관리가 어려우니 제 생각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영토에 건립하더라도 TIB 전기에서 일괄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김수훈의 조언에 압둘라 총리는 심각하게 생각하다 수긍했다.

“좋소, 국왕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겠소. 그렇게 하죠.”

“사우디 영토 안에 있는 발전소는 자회사로 운영하면 됩니다.”

아랍권의 세력이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이미 유럽에서 만든 유럽 연합보다 결속력이 더 단단한 국제 기구로 변해 있었다. 이런 사실에 대해 서방 세계인 유럽이나 미국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아랍연합에서 공동으로 핵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결정하고 있었다.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라 묵시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아랍 국가들은 모하르 령을 중심으로 핵우산의 보호를 받자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를 먼저 협의한 압둘라 총리는 이어서 자신의 국토 개발 사업에 대해 말했다.

“우리 사우디에서도 녹지 사업도 계속 추진해볼 생각이오.”

“좋은 생각입니다. 녹지사업은 어려운 지역에서 처음 시작하시기보다는 해안가의 여건이 좋은 지역부터 하시면 됩니다. 제가 연구진을 바로 보내 드리지요.”

“고맙소.”

이라크의 사담후세인은 조금 일찍 김수훈의 제안을 받아들여 녹지사업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로인해 이라크의 사막을 비롯한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변에는 많은 대추야자나무가 심어졌다. 그로 인해 식량 증산도 하며 국토의 녹색화 사업은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는 일찍 녹색 사업에 힘쓰고 있었다.

아라비아 반도와 인접한 이집트는 물론 리비아 그리고 시리아 등도 녹색 사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거창하게 지구의 온난화 방지 대책이나 그런 구호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주민들이 사는 주변을 최우선 녹색단지를 만듦으로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압둘라 총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제일 중요한 문제를 거론했다.

“우리도 유로화처럼 통화를 통일하는 것이 어떤가요?”

“저는 그것은 반대합니다. 자칫 한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면 아랍권 전체의 경제적인 문제로 확대됩니다. 그러니 아직은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페르화를 그대로 사용하는 정도로 유지해야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런 정도가 제일 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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