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화
깊고 어두운 밤······.
어둠만 가득한 한 밤중에 윤수인을 품에 안고 잠을 자던 김수훈은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헉!”
곤하게 자다 깬 그는 잠시 어리둥절해 방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방안에는 한식 고급전통가구들이 가득했다.
인비의 처소인 방은 황토 온돌로 만들어 장작으로 불을 때는 구조다.
김수훈은 꿈속에서 바다 속으로 깊이 빠지는 바람에 매우 놀랐다.
더듬 더듬.
침대 옆의 스탠드의 조명을 키고 이어서 리모컨을 찾았다.
번쩍! 번쩍!
창호지를 바른 창문이 환해지며 이어서 커다란 굉음이 들렸다. 너무 크게 울리는 소리로 인해 창호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대지를 갈라놓으려는 듯이 우렁차게 들리는 큰 소리다.
쏴아아!
우르르르 광! 우르릉! 콰광!
폭우와 함께 연달아 변개와 천둥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상대에서 태풍이 올라오고 그로인해 봄비가 많이 내린다고 발표는 했지만 이런 정도로 내릴 줄은 몰랐다.
‘봄에 무슨 태풍을 동반한 호우지?’
한국은 이미 제주도 상공에 기상통신 위성을 고정해서 배치해 놓았다.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발생하는 저기압인 태풍이 올라오면 그 모습을 자세하게 촬영해 보내오고 있었다.
새로 한국의 행정구역으로 포함된 이어도에는 고성능 레이더가 있는 기상관측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한국은 전보다 더욱 정확하게 태풍의 진로를 예측할 수 있었다.
김수훈은 너무 많이 내리는 폭우로 인해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들고 있던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팟!
어둡던 방안이 환해지며 텔레비전에서 마침 기상 특보가 나오고 있었다.
젊은 남자 리포터가 다소 흥분된 표정으로 외쳤다.
“제주도 서남단에 상륙한 태풍은 지금 서귀포 지역에 시간당 80밀리미터 이상의 폭우를 퍼부었습니다. 태풍은 계속 남해안의 목포 인근 해상을 따라 북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이미 400밀리미터 이상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많은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화면에서는 엄청난 폭우로 인해 제주도 전역에서 산사태와 침수 사태가 벌어지는 현장이 나오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내린 많은 폭우로 인해 한라산 골짜기는 모두 계곡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급하게 흐르는 급류로 인해 나무들이 뽑혀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왔군.’
인류의 문명········.
지구를 정복해 거대한 문명을 이루며 살고 있는 인간의 힘은 대단했다. 그러나 그 인간들도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는 무기력할 때가 많았다.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은 지구의 환경 변화로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많아지자 많은 자금을 들여 수해를 방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최고 300밀리미터를 예상하고 마련된 수해 대책은 무기력했다. 시간당 80밀리미터 이상을 기록하며 내리는 폭우로 인해 그저 하늘만 원망할 뿐이었다.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던 태풍은 이미 목포를 지나고 있었다.
젊은 여자 리포터가 우비를 쓰고 시가지를 배경으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여기는 목포입니다. 목포는 지금 태풍으로 인해 가옥들이 쓰러지고 부두에 정박한 어선들이 수없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침수 피해가 우려되니 빨리 고지대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봇대가 쓰려져 가옥이 부서진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화면에는 이미 폭우로 인해 도심의 곳곳에서는 하수구가 철철 넘치고 있었다. 오염된 시커먼 물이 길에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 커다란 가로수들이 강풍에 의해 힘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한차례 진한 정사로 인해 완전히 벌거벗은 몸으로 늘어져 자고 있던 윤수인은 눈을 뜨며 말했다.
“폐하, 왜 일어났어요.”
“천둥소리에 놀라 깼소.”
번쩍! 과과광!
윤수인은 여전히 천둥소리가 크게 들리자 살며시 김수훈의 품에 안겼다.
팟!
유난히 크게 들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텔레비전이 꺼졌다. 스탠드의 작은 조명도 꺼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1분도 되지 않아 스탠드에 불이 들어 왔다.
김수훈은 한손으로 윤수인의 커다란 가슴을 주무르며 리모컨을 조작하고 있었다.
채널을 돌려 델타 방송을 틀자 델타방송국에서도 한창 기상특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아랍계인 남자 아나운서가 유창한 한국어로 방송했다.
“국민 여러분 너무 놀라지 마세요. 남부 델타 사막 주변에 드디어 시간당 50밀리미터가 내리는 호우가 발생했습니다. 산간 지방에 있는 등산객들은 속히 안전한 곳으로 피하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금비가 내렸습니다.”
한국은 100밀리미터 이상이 내려야 호우라고 보도한다. 아프가니스탄은 50밀리미터가 내리면 호우라고 칭할 정도로 여전히 강수량이 많지 않은 나라다.
그래서 비가 많이 내리면 모두 금비라고 칭하며 좋아하고 있었다.
“델타 사막에 2차로 하게 된 녹지사업도 이번 비로 차질 없이 진행될 겁니다.”
사정업무를 해야 한다던 하산은 어찌된 일인지 델타사막에서 나무만 심고 있었다.
‘사정 업무는 누가 하는 거야?’
잠시 텔레비전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도되는 뉴스를 보던 김수훈이 텔레비전을 끄고 말했다.
“이번 비로 남해안에서는 피해가 많겠군.”
“그렇겠죠. 봄 가뭄은 이번 비로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하나 상당히 피해가 많겠어요.”
“북한은 이번 태풍에서 영향을 안 받게 되니 다행이군.”
“그야 모르죠. 남한보다 북한은 가뭄이 더 심하다던데.”
잠시 이런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으니 김수훈은 윤수인의 몸 위로 슬며시 오르고 있었다. 가볍게 입술로 목덜미를 애무하다 가슴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흑!”
가볍게 가슴의 분홍빛 작은 돌기를 빨자 윤수인이 가슴을 불쑥 내밀며 신음을 토했다. 작은 신음 소리와 더불어 다소 진득한 소음이 들리고 있었다.
번쩍! 번쩍! 과광! 쾅! 쏴아아!
밖에서는 많은 비가 내리며 천둥번개가 일어나고 있었다. 방안에서는 윤수인이 내는 신음소리와 더불어 격한 호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앗! 아흑!”
김수훈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윤수인의 신음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방안의 열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식을 줄 모르고 있었다.
윤수인은 계속된 공격으로 인해 이제 제 정신이 아니었다. 분명 밖에서 시녀들이 듣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의 감창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었다.
전방위 공격에 이어 측방위 드디어 후방위로 자세가 변하자 더는 참기 어려워 크게 외쳤다.
“어마, 나를 또 죽이네.”
좋기는 하지만 너무 과하고 심한 후위공격에 윤수인은 실크 요를 틀어쥐고 처절하게 외마디를 지르고 있었다. 연달아 파정해 버려 힘을 대부분 소진했다. 그러나 후위자세가 되자 힘주어 엉덩이를 위로 추켜올리고 호응하던 윤수인은 완전히 펴지고 있었다. 완전히 배를 요에 밀착하고 엎드린 자세로 공격당하고 있었다.
퍼벅! 퍼벅!
완전히 펴진 윤수인을 공격하는 김수훈은 여전히 파정을 못하고 공격을 계속했다. 전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방출되지 않고 있는 몸이라 김수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뱀을 잡아 먹은 효과가 이제 나타나는 모양이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정사는 오래 지속되었다. 용호원에서 저녁에 먹은 휴전선에서 발견된 400년 된 산삼의 효과인지도 모른다. 휴전선의 일부 지역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그곳을 지나던 등반객이 우연히 발견한 산삼이다.
윤수인은 무려 4억원을 주고 산삼 2뿌리를 샀다. 그런 산삼 달인 물을 김수훈은 그저 냉수 마시듯이 한 번에 마셔 버렸다. 어제 밤에는 산삼 효과가 정말 좋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과해서 그런지 윤수인은 흐릿해 지는 의식 속에서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도 힘이 넘치는데 내가 바보짓을 했어.’
그래도 거액의 들인 산삼 효과를 제일 먼저 만끽하고 있으니 그렇게 심한 후회는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적기에 달거리가 끝나서.’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가 안생기자 은근히 걱정인 윤수인은 어쩌면 ‘산삼 효과를 볼까?’ 하는 혼자만의 부푼 기대를 하고 있었다.
진하고 오랜 시간의 공격으로 인해 윤수인은 그저 엎어져 있었다. 가끔 엉덩이를 씰룩 거리는 정도의 미세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으으윽! 아흐윽!”
아직은 아래서 퍼지는 감각이 느껴질 정도로 정신은 있으니 전류가 흐를 때마다 크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윤수인의 비명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심하게 내리는 폭우 소리와 천둥소리로 인해 외부로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퍼버벅. 퍼벅!
이윽고 오랜 시간이 지나 ‘괴과광“하는 커다란 천둥소리와 동시에 무섭게 질주하던 김수훈은 파정을 끝내고 그제야 뒤에서 슬며시 내려왔다.
이미 완전히 실신 상태에 이른 윤수인은 그대로 펴져 깊은 심해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과과광! 쏴아아!
태풍은 한반도의 중부를 지나 원산지역으로 진로가 예상되고 있었다. 태풍이 북상함에 따라 폭우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북상한 태풍의 위력은 강했다. 드디어 서해안의 태안 지역을 상륙해 경기도 지역을 강타하며 지나고 있었다. 폭우를 동반한 태풍으로 인해 중부와 남부 지역에는 엄청난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가끔 중단될 때도 있지만 시간당 4-50밀리미터를 기록하는 폭우는 계속되고 있었다.
새벽. 시간상으로 날이 서서히 밝아질 때이지만 먹구름으로 인해 여전히 어둠만 지속되고 있었다.
번쩍! 과광!
근처에서 큰 천둥소리 났다. 너무 큰 소리에 의해 다시 잠에서 깨어난 김수훈은 방안에 곱게 접어놓은 운동복을 입고 방안에서 나왔다. 그가 방안에서 나오자 눈이 벌게진 시녀들이 급하게 인사했다.
“폐하, 기침하셨는지요.”
“밤새 비가 많이 오던데 혹시 하수구 막힌 곳은 없냐?”
“넷!”
“지하차고를 만들며 배수 시설을 추가로 해서 아무 피해가 없습니다.”
“조금 전 큰 소리는 뭐냐?”
“번개가 근처의 건물 피뢰침을 때리는 소리입니다. 두 번이나 그런 일이 벌어져 지금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시녀의 말에 슬며시 용호원 밖을 바라보자 주변은 모두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아마도 낙뢰로 인해 근처의 변압기나 기타 송전시설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여전히 번갯불이 사방에서 번쩍거리고 있었다.
‘낙뢰가 아주 심하군.’
김수훈은 혼자 자고 있을 지브릴 왕자를 살피러 천천히 걸었다.
안채의 동쪽에 있는 거처로 찾아가자 그곳에서 근무하는 시녀가 급하게 인사했다.
“폐하!”
“왕자는 자나?”
“예, 오늘은 토요일이라 어제 조금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그래?”
지브릴 왕자가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늦게 잠이 들었다는 소리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남다르게 살게 된 김수훈은 아들이 그저 평범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살기를 바랐다.
자신과 달리 이미 왕자로 태어난 지브릴이다. 그러니 평범한 아이로 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또래와 어울려 친구들을 사귀며 살길 바라고 있었다.
커다란 침대에서 누워 자든 지브릴은 보통의 아이와 같이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뭘, 먹는 꿈을 꾸나?”
김수훈은 침대 모서리에 않자 물끄러미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을 자면서 아들은 계속해서 뒤척이고 있었다. 간혹 잠꼬대도 중얼 거리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
잠꼬대는 주로 게임 상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토해내고 있었다.
‘녀석! 게임에 너무 푹 빠졌군.’
김수훈은 잠든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바라보다 슬며시 컴퓨터에 접속했다.
부팅이 되고 이어서 윈도우 바탕화면에서 게임 폴더를 보고 찾아들어가고 있었다.
잡다한 게임들이 많았다. 그리고 자주 접촉하는 게임을 보던 김수훈은 약간 놀라고 있었다.
“어! 온라인 게임이네.”
아직은 가정까지는 온라인 게임이 완전히 보급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용회선을 깔은 PC 방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성행하고 있었다. 대도시까지는 연결되고 소도시까지는 망이 아직 연결되지 못했다.
자신이 살던 시절에 비하면 캐릭터의 모습도 조금 어설퍼 보이는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게임이다. ST 소프트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이런 정도로 잘 팔리나?’
김수훈은 게임의 순위가 궁금해 인터넷으로 접해 확인했다.
‘어라, 이런 정도로 국내와 일본 그리고 아시아에서 1위네.’
정확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나 아무튼 인터넷에서는 국내와 일본 그리고 아시아 전체의 컴퓨터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기 순위가 나와 있었다.
한동안 컴퓨터를 만지고 있는 가운데 시녀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폐하, 왕후님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잠시 게임에 접속해 아들이 뭘 하고 지내는지 자세하게 살피던 김수훈은 방으로 들어온 시녀의 말에 방에서 나왔다. 지브릴의 방에는 별도로 전화기가 없었다.
쏴아아! 후두두드.
정원에 있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줄기로 인해 커다란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미 날이 훤하게 밝아 시녀들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밖은 여전히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사랑채로 돌아와서 아리아와 통화하게 되었다.
아리아 왕후는 통상적으로 지브릴 왕자의 건강이나 학교생활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김수훈은 그가 아는 범위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런 정도의 관심에 만족한 아리아 왕후는 매우 고마워했다.
“고마워요. 왕자를 보살펴서.”
“아니오. 내가 보살피나? 인비가 보살피는 거지. 내가 살펴보니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소.”
“알았어요.”
“그런데 왜 아침 일찍 전화를 한 거요?”
“폐하, 저 임신한 것 같아요.”
전화로 들리는 아리아의 들뜬 말에 김수훈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뭐요? 그게 정말이오.”
“예, 놀렌 주치의가 검진해 임신이 확실하다고 해서 카불병원으로 가서 다시 종합검진을 받아 확인했어요.”
지브릴 왕자 출산 이후에 아이가 없더니 아리아 왕후가 드디어 둘째를 임신했다.
“앞으로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