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화
장보고급 잠수함은 수상배수량이 1250톤, 수중배수량이 1450톤 정도다. 이중 어뢰 실에는 8발의 어뢰발사관이 장착되어 있었다. 최대속도가 24노트로 잠항심도는 250미터에 달했다.
본래 장보고급 잠수함의 후기형으로 상당히 업그레이드된 잠수함이다.
한국은 조선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해군에서 필요한 군함들을 손쉽게 만들고 있었다. 여전히 함정에 장착하는 무기를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오고 있지만 날로 기술력이 향상되고 있었다.
함정판매 담당인 부사장은 자기 사무실로 안내했다.
“폐하, 잠수함 성능에 대한 자료를 우선 보시죠.”
“좋소!”
잠수함에 필요한 소나를 비롯해 백상어와 서브 하픈 등의 자료들을 보여 주었다.
“국산 어뢰의 성능도 아주 좋습니다.”
“그렇군요.”
“항속거리가 늘었군요.”
“예, 전반기에 만든 잠수함은 10000 마일지만 이제는 12000 마일까지 갈수 있습니다.”
20퍼센트나 항속거리가 길어졌다는 것은 대단한 차이다.
부상해서는 디젤엔진 4기로 움직이고 잠수 중일 경우는 전기추진 1축으로 이동한다. 한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의 충전 능력이 향상되어 잠수함의 기능이 향상된 것이다.
김수훈은 자료를 대충 살펴보다 급하게 말했다.
“같은 종류로 잠수함을 4척 건조해 주시오.”
산다고 말은 했지만 아마 나중에 연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장 사겠다고 말하자 놀랐다. 갑작스럽게 잠수함 4척을 주문한다고 하자 부사장은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폐하, 4척을 지금 주문하신다고요? 나중에 구매하실 생각이 아니고요?”
“그렇소. 최대한 빨리 건조해서 넘겨주시오.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리니 오만에게 넘겨줄 잠수함을 우리에게 넘기고 새로 건조해서 넘겨줘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비밀리에 리비아로 잠수함을 판매할 계획이라 김수훈은 당부했다.
“대신 내가 잠수함을 주문한 사실을 일체 비밀로 해야 합니다.”
“넷! 그렇게 하죠.”
잠수함 1-2척을 팔려고 외국으로 가서 로비하고 별 고생 다하던 때와 비하면 너무 쉽게 주문 받았다. 진짜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부사장이 급하게 물었다.
“폐하, 대금 결제는 어떻게?”
“일단 선급금으로 20퍼센트를 주고 중간에 50퍼센트를 주고 인도할 때 나머지를 넘겨 줄 거요.”
혹시라도 마음이 변할까 생각한 부사장은 급하게 말했다.
“폐하, 계약을 해야죠.”
“그러죠.”
김수훈은 간부가 작성해서 가져온 계약서 초안을 살펴보았다. 오만으로 판매한 금액보다 약간 내린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한국군에 납품한 가격보다 상당히 내렸군요.”
“양산 체제로 생산되니 단가가 내린 겁니다. 그래서 오만에서 사게 된 것이고요.”
자세하게 서류를 넘기며 들여다보던 김수훈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정도면 충분하군요.”
“폐하, 이 가격이면 아주 좋은 조건입니다.”
“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기는 하겠소?”
“예, 많이 남지는 않지만 남기는 하죠.”
전에 한국 해군과 오만해군의 계약서를 참고로 그대로 계약하기 때문에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인도 날짜를 내년도 말까지라 시간도 충분한 편이다.
부사장은 잠시 생각을 달리했다.
‘뭔가 급하게 잠수함을 사야 될 사건이 벌어진 모양이군.’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혹시 잠수함이 급하게 필요하신가요?”
“그렇소. 하루라도 빨리 잠수함 4척을 구매할 일이 있어서 그래요.”
“좋습니다. 정이나 그러시다면 한국 해군에게 넘길 2척의 잠수함과 지금 건조 중인 잠수함 2척을 여름까지 건조를 끝내 보내드리죠.”
“그렇게 해준다면 내가 가격을 조금 올려주겠소.”
“폐하,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동안 저희 조선소에서 많은 함정을 사가도록 주선도 해주셨으니 시세 그대로 받겠습니다.”
전에 비해 물가가 오르자 원가 상승 요인은 있지만 커미션을 한 푼도 넘길 필요가 없었다. 그런대로 적정한 가격에 계약되었다.
김수훈은 계약서에 아랍델타연맹 총사령관이란 직책으로 서명했다.
대우해양조선소로 찾아온 김수훈이 장보고급 잠수함을 4척 주문한 것은 리비아 정부에 직접 팔기 위해서는 아니다.
전에 이스라엘과 전쟁에서 탈취한 잠수함을 리비아에게 넘겨줄 생각이다. 현재 오만이나 아랍에미리트로 보내준 잠수함을 넘기고 그 대신 한국에서 생산된 장보고급 잠수함을 넘겨줄 생각이다
‘이 방법이 해군 전력 보강에도 좋아.’
같은 종류의 잠수함을 보유함으로 인해 아랍델타의 해군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마음대로 잠수함을 리비아로 넘길 수 있는 이유는 잠수함의 경우 모두 아랍델타연맹 연합군인 해군 장비이기 때문이다.
물론 군인들이야 오만과 아랍에미리트 해군이지만 전시작전권은 총사령관인 김수훈이 가지고 있었다.
김수훈은 계약을 끝내고 나자 서둘러 조선소를 떠나고 있었다.
“폐하, 어디로 가죠?”
“창원 공단으로 가자.”
“넷!”
창원 공단은 기계공업단지로 주로 이 지역에서 많은 군수 장비가 생산되고 있었다. 특히 항공기 생산 공장도 이곳에 있어 그에 관련된 산업도 발달된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군에서 필요한 전자통신장비도 많이 생산하고 있었다. 창원에 밀집된 기계공단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많은 기계류를 수출하고 있었다.
김수훈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K1A2 전차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한국에서는 K1A2 전차의 후기형인 K2 전차를 생산하기 위해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가동에 들어가고 있었다.
공장장을 만나 김수훈은 물었다.
“언제 양산체제가 가동되나요?”
“아무래도 2000년도 정도는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전자 장비가 계속 새로 개발되어 그 때문에 국방부에서 요구하는 기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전차로 알려진 K2 전차는 이제 미국의 주력 전차인 M1A2 능력을 넘는 정도로 개발하고 있었다. 한국은 이제 군사장비 생산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K2가 성능이 좋다지만 가격이 비싸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고려해서 되도록 절충안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은 우리의 K1A2도 당해낼 전차가 없으니 일부에서는 신형 전차가 필요 없다는 말도 있고요.”
“그런 생각이야 단견이죠. 설사 통일이 되어도 다음에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니 우수한 전차야 반드시 필요하죠. 중국의 전력은 북한과는 전혀 다르니까요.”
사업적인 이해도 있지만 군 장교 출신인 공장장은 은근히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폐하, 우리나라는 무엇 보다 항공기가 문제입니다.”
“지금 연구 중이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겠죠.”
“그야 그렇겠지만 그 분야에는 중국보다 많이 뒤졌습니다.”
아직 항공기 부분에서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곳 창원의 항공우주 연구소에서 신형 항공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자체기술로 전투기가 생산될 예정이다.
연구원 들 중에는 구소련의 붕괴되며 이주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로인해 한국은 항공기나 헬기 그리고 미사일 분야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전라남도 고흥에는 우주항공센터가 건립 중에 있었다. 아직은 기상, 통신위성이나 기타 첩보위성을 모두 러시아나 미국, 프랑스에서 발사하는 로켓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군수 공장들을 돌아보고 나자 김수훈 일행은 서둘러 김해국제공항으로 가게 되었다. 밤이 깊어 김해국제공항으로 돌아오게 된 김수훈 일행은 서울 김포공항으로 떠나고 있었다.
김수훈은 전용비행에 올라 이륙이 끝나자 집무실로 가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때 통신 암호 담당 장교가 급하게 집무실로 찾아와 보고했다.
“폐하, 모스크바의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러시아에서 리비아로 군수 장비를 보냈답니다.”
“어떻게 보내고?”
“상선으로 컨테이너에 넣어 발트 해를 통해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 할라마 대사가 가니 금방 해결되는군.”
지지부진하던 무기 구입 문제가 해결되었다. 러시아에서는 리비아에서 요구하는 대공자주포와 S-300V 지대공미사일과 토르 지대공 미사일을 인도하기로 했다.
이제 잠수함만 리비아로 보내면 카다피와의 약속을 모두 지키게 된다.
“폐하, 함재기의 경우는 인도하기 보다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함상훈련을 하고 보내느라 늦는 답니다.”
“알았어. 대사에게 먼저 중국으로 가서 근무하라고 연락해.”
“넷!”
할라마와 같이 중국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이것도 일정을 바꾸게 되었다. 아무래도 윤수인을 만나고 아들은 만나다 보면 계속 한국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서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전용비행기는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사관에서 보내온 대형방탄리무진에 오른 강변도로를 따라 이동해 남산 터널을 지났다.
김수훈은 빠르게 남산의 용호원으로 가게 되었다. 김수훈은 넓은 주차장에 도착해 리무진에서 내려 용호원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많이 변한 것 같군.”
“예, 주차장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전과 달리 화려하게 단청된 용호원은 크기는 그대로나 웅장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래서 다소 이상해 바라보니 주차장 부지를 깎아 내리고 석축을 쌓아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본인이야 자꾸만 자신의 거처이자 윤수인의 거처에 돈을 들이는 것에 대해 별로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래 사람들의 입장에는 전혀 달랐다.
사백호가 담이 높아진 모습을 보며 만족한 듯이 입을 열었다.
“폐하, 이제 경호하기가 조금 수월하겠네요.”
“그런가?”
“예. 반경 1킬로미터 주변에는 용호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고층 건물이 없으니까요.”
저격소총의 사거리가 무려 거의 2킬로미터에 달하니 하는 말이다. 고층 건물에서 용호원 안을 노린다면 충분히 저격이 가능하니 경호원으로는 늘 그것이 불안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고층건물이 보이는 쪽에 큰 나무를 심어 사계를 가리게 했었다.
특별히 문화재보존지구로 정해진 남산골은 한옥 마을이 들어서 있지만 간혹 대도로 옆에 고층 건물이 서 있었다. 그런 고층 건물을 정부에서 매입해 철거하고 단층인 한옥을 짓거나 아니면 작은 소공원으로 만들어 두었다. 그렇게 되자 남산골은 원 역사보다 한옥 마을의 규모가 더 커지고 잘 정비되어 있었다.
“주차장은 이제 밖인가?”
“아닙니다. 주차장은 현재 서계신 곳의 지하에 있습니다. 여기 주차장은 다시 울타리를 공사해 용호원의 정원으로 만들게 됩니다.”
“뭐? 그럼 이 아래가 모두 주차장이라고.”
“예,”
용호원 안으로 들어와 사랑채에 해당하는 비룡각으로 가자 윤수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윤수인이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폐하, 어서 오세요.”
“오래 기다렸소?”
“아닙니다. 마침 왕자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라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래요.”
지브링 왕자는 방학 중에 한국에서 윤수인과 지내며 한국 관광도 하며 지낸다고 한국에 와있었다. 한국으로 오자 아예 여기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주장해 다니고 있었다.
“지브릴이 말썽은 안 부리나?”
“말썽을 부리다뇨. 홍익 왕자는 공부도 잘하고 아주 성실합니다.”
“다행이군.”
용호원으로 와서 비룡각에서 다소 편하게 쉬고 있었다.
넓은 정원은 이제는 나무들이 완전히 자라 울창한 모습으로 변했다. 나무가 너무 크게 자람에 따라 일부 나무들이 사라져 보였다.
주변에 서서있는 여비서들을 보며 김수훈이 지시했다.
“경호원들과 같이 서울 구경이나 다녀.”
“구경요?”
“그래, 나는 당분간 여기서 나가지 않고 지낼 거니 그렇게 알고 관광을 다녀.”
“알겠습니다.”
아들도 같이 지내고 있으니 잠자리를 했던 여비서들과 한집에서 지내는 것이 다소 어색했다. 그래서 잠시 다른 곳에서 지내라는 지시다. 일부다처제인 나라 국왕으로 살고는 있지만 한국은 다르기 때문에 조금은 의식되었다.
여비서들도 그런 뜻을 알았는지 사백호를 만나 다른 숙소에서 지낸다고 보고를 하고 용호원에서 떠나게 되었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들이 늦게야 돌아왔다.
“아바마마.”
“그래, 학교에서 늦구나.”
“학원과 서당엘 다녀오느라고 늦었어요.”
“서당?”
“예, 제 스승님도 귀국해서 근처에 서당을 열어 학교를 끝나면 학원을 갔다가 거길 다녀요. 토요일에는 용호권 체육관을 다니고요.”
그레이 왕궁에서 지낼 때와는 다르게 지브릴 왕자는 한국으로 오자 한국식으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무슨 학원인데.”
“수학하고 영어요.”
“수학?”
“예, 저 지금 중1 수학을 배우고 있어요.”
그레이 왕궁에서 조기 교육을 시키는 바람에 지브릴 왕자는 또래 보다 다소 앞서는 학습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김수훈은 잠시 사랑채에서 아들과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지브릴 왕자는 학원에서 내준 숙제도 해야 하고 학교 숙제도 해야 한다며 이곳에 마련된 별도의 거처로 향했다.
오랜만에 아들을 만나 같이 지내려던 생각이 무산되자 김수훈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후우! 사는 것이 항상 이상한 모양이군.”
우울한 심정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두두둑. 쏴아아!
봄비가 유난히 굻게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려서 가뭄이 완전히 해소되겠군. 물 때문에 다투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한국은 봄비가 너무 내리지 않아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석유라는 자원 이외에 제일 흔하고 꼭 필요한 물을 가지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은 비록 반도국가라 외국과 물로 인해 분쟁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과 달리 국지성 호우로 인해 작은 지역에서도 극히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 지방은 물이 없어 고생하고 한쪽은 호우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