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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그리고 회색-557화 (557/591)

557화

전용비행기로 돌아오게 된 김수훈은 보잉 747항공기에 설치되어 있는 위성통신시설을 이용해 그레이 왕궁에서 지내는 아리아 왕후에게 연락했다.

의외로 아리아 왕후는 결혼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즉시 답했다.

“카산드라를 리야드로 보내죠.”

“왜? 시녀장을 보낸다는 거요?”

“약혼할 공주들에게 인장과 예물을 보내야죠. 왕가의 법도에 후궁의 경우는 반드시 입회인이 있어야 해요. 그러니 오후 늦게 약혼식을 하세요.”

“알았소.”

김수훈은 이어서 한국에 있는 윤수인에게도 연락해 설명했다. 그러자 윤수인도 이렇게 될 줄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쉽게 답했다.

“알았어요. 공주들이 자라면 모하르 령을 통치하게 하면 되겠네요. 백화 할멈을 보내죠.”

“왜 보내려는 거요?”

“지금 같이 있는데 폐하를 만나고 싶어 가겠답니다. 그리고 후궁을 들일 때는 반드시 입회인이 필요해요.”

“알았소.”

윤수인은 이미 다른 여자가 많으니 두 명이 더 늘어 난다고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정도로 가볍게 응수하고 있었다. 진짜 속으로야 심정이 어떤지는 당사자만 아는 일이다.

아프가니스탄 왕국의 왕실은 완전히 조선시대 궁중법도를 준해 운용하고 있었다. 윤수인이 왕비로 책봉된 이후로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오백화는 윤수인의 시녀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김수훈은 아내들에게 아랍공주와 약혼 문제에 대해 연락을 해주고 나자 TIB 건설회사로 연락했다.

사우디에서 세울 두 개의 발전소에 대해 지시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 설계팀을 지잔 지역으로 보내도록 하시오.”

“넷! 즉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을 끝내고 나자 김수훈은 집무실에서 앉아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그토록 반대하던 조혼을 스스로 하게 되는 형국이라 난감했다.

“후우! 이제 겨우 14살이니 답답하군.”

김수훈이 이렇게 한숨을 토하자 옆에 있던 화이트아이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폐하, 감축 드립니다.”

“뭐? 감축이라니?”

“폐하! 앞으로 왕가가 더욱 번창하게 되었으니 감축해야죠. 시간은 빨리 흐르니 사우디공주님들도 쉽게 자라게 될 겁니다.”

화이트아이의 답변은 결국 두 공주가 여자구실 할 수 있는 시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서로 생각하는 바가 틀리다 보니 이렇게 많이 어긋나는 말을 토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나이가 어리다고 딴 소리를 할 수 없었다.

‘일이나 하는 것이 머리가 덜 아프겠네.’

다다다닥. 다닥.

김수훈은 많은 자료가 담겨있는 CD를 노트북의 CD룸에 교체해 넣어가며 자판을 두드리며 검토하고 있었다. 전용비행기에는 아직 중형컴퓨터를 설치하지 못했다. 컴퓨터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보다 나은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아직은 뒤로 미루고 있었다.

김수훈은 복잡해진 머리를 식힐 겸 노트북 컴퓨터로 사우디의 남부에 위치한 지잔 지역을 자료를 살피고 있었다. 또한 그곳에 세울 발전소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김수훈은 이번 기회에 재생에너지 부분에 투자를 해볼 생각이다.

‘한국이나 아프칸에 대규모로 공장을 세워야 되겠어.’

지금부터 대규모로 재생에너지 분야로 투자해 석유산업으로 한계에 달하게 될 기업이나 나라발전을 모색해볼 생각이다.

실무진들이 알아서 두 개의 발전소의 설계는 하겠지만 중요한 지침들은 직접 정해 줘야 되니 여러 가지로 자료를 검토해 보고 있었다.

밤이 깊어 자료 검토를 모두 끝낸 김수훈은 화이트아이를 품에 안고 누워 있었다.

젊고 건강한 몸이니 김수훈은 품에 안긴 화이트아이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화이트아이의 탐스러운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가슴을 부드럽게 만지던 김수훈은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일 약혼하는데 이래도 되나?’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다. 전생에서 각인된 일부일처제에 대한 관습이 남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품에 안겨 뜨거운 입김을 토해내는 여자를 그냥 놔둘 상황은 아니었다.

품에 안긴 화이트아이는 어느새 더운 입김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뜨거워짐과 동시에 아래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김수훈은 자신의 불찰이지만 압둘라 총리의 압박으로 인해 결혼을 하게 되자 약간 분노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불쾌한 심정을 토해내기라도 하듯이 화이트아이의 몸을 강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침실에서는 화이트아이의 약간 처절한 비명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있었다.

“아흐윽! 폐하! 아흐윽!”

다른 때보다 더욱 오래 들리는 절규처럼 들리는 커다란 비명소리로 인해 항공기에 같이 있는 시녀들은 잠을 설치고 있었다.

뒤척뒤척.

침대에서 몸을 이리 저리 뒤척이며 한숨을 토해내는 소리가 들렸다. 어찌된 일인지 침실 문을 약간 열어놓고 정사를 벌이니 농밀한 행위로 인한 소음이 그대로 들리고 있었다.

“아흑! 아흑!”

간드러진 신음소리가 들리자 시녀들의 몸도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미 이런 소리가 뭐를 뜻하는지 잘아는 시녀들은 한숨을 토해내며 자신들의 몸을 스스로 어루만지며 애태우고 있었다.

‘오늘은 편하게 잠자기 틀렸어.’

여러 명인 시녀들은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불안한 표정으로 기내를 거닐고 있었다.

오백화가 늘 칭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국왕을 옆에서 수행하며 같이 다니는 시녀들은 모두 정신이 조금 이상한 잡년들이다.

국왕의 침실에서는 다시 커다란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흑! 아흐윽!”

시녀들은 모두 손아귀를 늘씬한 다리 사이에 밀어 넣으며 온 몸을 비비꼬며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도 국왕과 저렇게 온몸이 녹아나는 기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처지라 더욱 그랬다.

뜨거운 열기가 사라진 공항의 구석에 있는 계류장은 밤이 지새도록 뜨거운 열기로 휩싸이고 있었다.

다음날 오전에 카산드라가 그레이 왕궁에서 지내는 놀렌 주치의를 대동하고 도착했다. 그녀는 그레이 왕궁에 있는 보석공장에서 만든 각종 예물들을 가지고 왔다.

놀렌 주치의는 막간을 이용해 시녀들의 건강 검진을 하고 있었다. 시녀들을 위해서가 아니고 모시는 국왕에게 병이라도 옮길지 모르니 하게 되는 점검이다.

건강 검진을 끝낸 놀렌과 카산드라는 화이트아이에게 경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검진 과정에서 모하르 국왕과 자주 과격하게 접한 사실이 완전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폐하의 요구가 있어도 너무 과하면 안 됩니다.”

“알았어요.”

오후가 되자 오백화가 쌍비를 대동하고 도착했다.

전용비행기로 들어온 오백화는 약간 붉은 빛을 머금고 국왕 옆에 서있는 화이트아이를 보자 즉시 눈치를 챘다.

“폐하, 잡상을 거두셨군요.”

“잡상이라뇨?”

“승은상궁을 거두셨다는 말입니다.”

오백화의 평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김수훈에게 예속된 잡귀신 들린 시녀를 취했으니 승은상궁으로 칭해야 된다는 뜻이다. 오백화는 신기가 모조리 사라졌다고 하더니 관상이나 어떤 눈치는 전보다 더욱 좋아졌다.

‘늙은 생강이 더 맵다더니 눈치가 너무 빨라.’

어차피 나중에 다 드러나게 생겼다는 생각으로 김수훈은 흘리듯이 말했다.

“잡상으로 3명이 더 있어요.”

“그러셨군요.”

오백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조용히 말했다.

“폐하, 인생을 살면서 제일 큰 적은 자신에게 있고 다음에는 바로 측근입니다. 그러니 기왕에 거두신 잡상이면 가끔 배려를 해줘야 뒤탈이 없어요. 페하께서는 제가 하는 말을 꼭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알았어요.”

오백화는 시녀들을 대상으로 두고 조언했다. 실재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 있는 윤수인을 지금처럼 방치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김수훈 역시 오백화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아니 그저 묵묵히 자기 생각을 말했다.

“여기서 일이 끝나면 중국으로 갈 겁니다. 그때 인비와 같이 다닐 것이니 그렇게 아세요.”

오백화는 이런 대답을 듣자 기분이 좋아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카산드라는 표정을 약간 찡그리고 있었다.

두 여자 모두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왕비들을 대신해 국왕에게 은근히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처지다. 당연히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목적이야 국왕이 모시는 왕비와 자주 접할 기회가 생기도록 주선해주려는 것이다.

‘후유! 아내들이 많아지니 너무 복잡하군.’

서로 떨어져 살기 때문에 부인들 사이에 심한 암투는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은밀하게 견제하고 상대방을 감시하는 체제는 각자 운영하고 있었다.

김수훈은 그녀들을 대동하고 왕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여전히 이번 약혼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의중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어린애를 키워서 언제 써먹으라고.’

김수훈도 어느새 주변에 여자들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여자 문제에 대해 수시로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왕궁으로 들어온 김수훈은 파드국왕의 하렘에서 기다리는 있었다. 모하르 샤 국왕의 입회인 자격으로 참석한 오백화와 카산드라는 공주들이 대기하고 있는 방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폐하, 저희들이 공주님들이 기다리는 방으로 가서 직접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뭘 확인해요?”

“신부가 폐하와 약혼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오백화와 카산드라는 국왕이 공주들의 사진도 보지 못하고 겨우 이름만 알고 약혼한다는 소리에 이런 제안을 하고 있었다.

김수훈이 아무런 응수를 하고 있지 않았다. 카산드라는 조심스럽게 추가해서 설명했다.

“폐하, 저희가 알기로는 14살과 13살이라는 사우디공주들은 모두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어서 그럽니다.”

“뭐요? 문제라뇨?”

“사우디 공주들은 미모도 별로고 들리는 소문에는 약간 이상한 병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럴 경우 신부로는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니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마 그런 병든 공주를 나와 결혼시키려고 하겠어요?”

“폐하, 이번 결혼은 모두 사우디 왕가에서 정략적으로 결혼시키는 것이니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군.”

카산드라의 말에 김수훈은 어느새 동조하고 있었다. 카산드라는 국왕이 자기에게 동조하자 더욱 강한 어조로 건의하고 있었다.

“폐하, 정식으로 약혼하시면 설사 약혼자인 사우디공주들에게 건강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도 쉽게 취소할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합니다.”

압둘라 총리가 분명히 자격이 있는 공주들이라고 말한 것만 믿고 약혼을 승낙하고 참석했다.

김수훈은 신부들의 미모를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병든 여자를 장차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 생각이야 추호도 없었다.

“알았어요. 입회인 자격으로 참석했으니 가서 확인해 보세요.”

“예. 그럼 가보겠습니다.”

두 여자는 얼굴이나 질병에 대해 걱정하며 확인한다고는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두 여자는 공주들의 숫처녀감별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했다. 핑계만 생기면 사우디공주들과 결혼하고 싶지 않은 김수훈은 두 여자가 두 공주를 검사해서 적당한 구실을 잡아 주길 은근히 기대했다.

‘처녀막은 심하게 운동하다가도 자동으로 터지는 경우도 있다니 기대해 봐야겠군.’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공주들이나 그녀들을 양육하는 시녀들이나 크게 문제가 생길 중대한 사건이다. 남이야 어찌 되었건 일단은 자신이 최우선이라 해보는 약간 치졸한 생각이다.

신부 대기실인 방으로 들어간 여자들이 오래 기다려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뭔가 신부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처녀검사를 너무 오래 하네.’

지루하게 기다리다 보니 아랍의 관습이 떠올라 해보는 생각이다. 결혼과 약혼은 다르지만 때로는 결혼은 아이를 낳으면 하고 약혼과 동시에 동거하는 경우도 있는 아랍의 관습이 있었다. 그래서 약혼식에도 처녀 감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루할 정도로 오래 기다리고 신부 방으로 들락거리는 아랍여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신부 방으로 들어갔던 사우디 왕가의 여자들이 무척 당황해 급하게 움직이는 모습들도 보이고 있었다.

‘왜 저러지?’

이윽고 신부 방으로 들어갔던 카산드라와 오백화가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김수훈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폐하, 약혼하기로 한 서류를 볼 수 있나요?”

“왜? 그건 확인하려는 거요?”

압둘라 총리와 약속하며 받은 서류를 지참하고 있어 김수훈은 품에서 그 서류를 꺼내 보여 주었다. 서류를 자세하게 읽어보던 카산드라 시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폐하, 압둘라 총리님과 대화는 두 분만이 나누셨나요?”

“그렇소. 둘만 만났소.”

“그렇군요. 신부가 약속과는 약간 달라도 사우디 왕가에 항의를 못하겠네요. 구두로 한 말이고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증인도 없으니까요.”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는 김수훈은 급하게 물었다.

“신부가 다르다니 무슨 소리요?”

“폐하, 저희들이 신부 대기실로 가서 직접 신부를 확인하니 폐하가 알고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

“뭐요? 나이가 다르다고요.”

“예, 사우디공주님들은 폐하가 알고 있는 14살과 13살이 아닙니다. 이제 겨우 11살과 10살입니다.”

“뭐요? 그게 정말이요?”

14살과 13살의 나이도 너무 어리다고 불평하는 판국이다. 그보다 더욱 나이가 어린 여자들이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명천지에 이게 무슨 훼괴한 일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사우디 왕가의 여자들은 그 문제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폐하, 우리가 신부 나이가 다르다고 말하니 그 여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우리를 이상하게 생각하더군요.”

“그게 정말이요?”

“예, 거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가 보기에 나이만 약간 어리고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미모로 보나 체구로 보아 후궁으로 들일 정도는 충분합니다. 체구가 커서 14살이나 13살로 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압둘라 총리가 말한 공주들과 나이가 다르다니 어찌 생각하면 아주 중대한 문제다. 그러나 이미 서류에 사인을 했으니 압둘라 총리에게 나이만 가지고 탈을 잡기는 틀려버렸다.

‘늙은 살쾡이에게 내가 당했군.’

딱히 당했다고 말하기는 곤란했다. 나이를 속여서까지 자기에게 공주들을 두 명씩이나 시집을 보내려고 하니 뭔가 중요한 문제가 사우디 왕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나이를 속이려고 했는데 발견했다는 것이 신기해 물었다.

“카산드라는 어떻게 그런 내용을 쉽게 알았소?”

“덩치가 크다고 해서 여자가 모두 성이 성숙해지지는 않습니다. 아직 어린애의 몸들이라 쉽게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백화님이 눈을 부릅뜨며 강하게 묻자 겁에 질려서 그런지 순순히 실토를 하더군요.”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압둘라 총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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