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과 백 그리고 회색-547화 (547/591)

547화

독신자 아파트를 향해 무차별로 사격을 가한 범인들은 두 명으로 조사되었다.

뉴욕 경찰서에서 사건 현장을 보호하라고 지시 받아 아파트를 지키고 있는 경찰들이 아파트 입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예 몰살 시킬 생각으로 사격한 모양이야.”

“그렇지는 않을 거야. 분명 누군가 노리고 저격하다 실패하자 사격을 무차별로 한 것일 거야.”

“범인이 누구인지 윤곽이 잡히기는 했나?”

“잡기는 어떻게 잡아.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는 범인들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치밀하군.”

“정황으로 보아 내 생각에는 분명이 특수부대원 출신들이거나 아니면 그런 부대 출신으로 마피아 조직에서 암살범으로 활동하는 녀석들이 확실해.”

“쉽게 잡기가 어렵겠군.”

두 경찰들은 여전히 범인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시민들의 관심은 이제 범인들 채포에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핑크러브라는 아파트에서 사는 여자들에 대해서만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그 이야기로 대화를 풍성하게 하고 있었다.

“여자들만 모여 사는 독신자 아파트야?”

“그렇다고 하네. 그래서 핑크러브 아파트라고 하더군.”

미국 정부에서 북아프리카에서 리비아를 상대로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섹스 스캔들이 터진 핑크러브 아파트가 더욱 관심이 많았다.

“알고 보니 핑크러브 아파트에서 사는 여자들이 다들 조금은 이상한 여자들인 것 같아.”

“뭐? 그게 정말인가?”

독신녀들이 집단으로 사는 핑크러브 아파트는 야릇한 이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쏠리게 했다. 다소 진하게 생각한 청년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혹시, 그 아파트는 고급 창녀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닌가?”

“설마!”

“설마라니 사람이란 끼리끼리 모여 사는 거야.”

“듣고 보니 그도 그렇군.”

청년이 말한 것과는 다르지만 그런 여자들이 그 아파트에 산다는 것도 널리 알려졌다. 연예잡지에서 아파트에서 사는 여자들의 신상 털기를 하자 알려지게 되었다.

고급 호텔에 유부남들과 자주 들락거린 여자들이 있었다.

핑크러브 아파트에서 사는 여자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모인 독신녀들은 다들 깊은 사연들이 있었다.

대기업의 여직원은 회사의 고급간부인 임원들의 애인이라고 드러났다. 또는 리포터로 활동하던 신참 여자 아나운서가 방송국 PD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널리 퍼지고 있었다.

그로인해 핑크러브아파트에 대한 난사 사건은 ‘핑크러브 스캔들’이란 제목으로 언론에 시리즈물처럼 계속해서 보도 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수많은 유언비어가 소리 없이 퍼지고 있었다.

입소문이란 늘 그렇게 약간을 부풀려지거나 또는 추측으로 창작되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소문은 뉴욕 경찰들의 무기력한 대응에도 말들이 많았다.

“범인이 모조리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출동이 늦었다는 거야.”

“그렇다면 분명 현재 권력을 가진 사람의 지시를 받은 것이 틀림이 없어.”

소문은 점차 소설에 더한 소설로 부풀려진 상태로 창작되어 퍼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언론에 의해서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었다.

핑크러브 아파트에서 시작된 섹스스캔들은 의외로 제일 먼저 사격을 당한 세일러 기자부터 터졌다.

“연방경찰, 하워드 상원의원 미모의 여기자와 부적적한 거래 포착!”

세일러가 고급 창녀라고 호텔에서 근무하는 주차요원이 신문사에 제보를 해서 드러났다.

공화당의 다선 상원의원인 하워드 의원이 이번 저격소총 난사 사건으로 인해 신문사 여기자와 불법적인 거래가 있다고 뉴욕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사생활이라 불륜사실이 문제가 될 것은 없으나 국회에서 국방부의 기밀 자료가 유출되어 그와 관련이 있다고 조사를 받게 되었다. 서류는 두 가지로 하나는 중국에 대한 미군의 대응 전략에 관한 사항이다.

중요한 기밀이 세어나간 정황을 포착한 중앙정보국(CIA)에서도 유출 당사자에 대해 추적하던 중이다. 국방부의 중요한 자료를 유출한 중대한 사건이다.

국가기밀에 속한 비밀을 국방부에서 알고 하워드 의원이 이를 언론사 여기자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더구나 넘기는 과정에 여기자의 몸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러운 정치인들의 짓이군.”

“그 놈들은 입으로만 국민을 위하는 거야.”

대선이 있는 해이다. 졸지에 자기당의 중진 의원이 국가의 중요 문서를 유출하고 섹스스캔들에 휘말리게 생긴 공화당은 당황했다.

“큰일이군.”

“뭔가 대비를 하자고.”

국민들의 여론이 공화당을 비난하는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게 되었다. 백악관 주변에서 가끔 흘러나오던 인턴여사원과 클린턴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 조사에 매달리게 되었다.

민주당의 약점을 잡아 맞불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의 모처에서 모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당의 지도부에서 비밀회의를 하며 의원들에게 권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대선에서 무조건 패배하게 됩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라도 공화당도 같다는 정황을 잡아서 언론에 유포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직접 나서면 안 되니 각자 지인인 언론사 기자들을 책임지고 동원해야 합니다.”

“그래요. 이미 많이 문제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 백악관의 인턴직인 여직원들 뒤를 모조리 추적하라고 합시다.”

“예, 그렇게 하죠.”

“백악관만 목표로 하면 안 됩니다.”

“그야 당연하죠. 여자를 좋아한다고 소문난 정치인들은 모두 조사를 합시다.”

이로 인해 워싱턴 정가에서는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비밀스런 사생활이 노출되어 떠돌기 시작했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자료가 모조리 언론사의 기자들을 통해 만천하로 공개된 것이다.

그러자 열 받은 민주당 정치인들도 자신들이 아는 비밀들을 언론사에 제보해 주었다.

언론사 기자들이야 전에는 이런 정보를 접하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살판이 났다.

“두고두고 우려먹을 기사가 넘쳐나니 너무 좋네.”

“위험한 전쟁판에 가지 않아도 기사거리가 많으면 좋은 거지.”

언론사 기자들이 신명이 난 이유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에서 서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상대 진영의 정치인들에 대한 섹스스캔들 자료를 마구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국민들은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섹스스캔들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놈이 그놈들이군.”

“그러니까. 젊은 애들이 투표를 안 하지.”

미국은 졸지에 특정인이 아닌 정가와 재계의 유명 인사들이 동시다발로 섹스스캔들에 휘말리는 총체적인 대형 섹스스캔들이 터지고 있었다.

이런 소문이 퍼지는 와중에 드디어 권력의 심장부인 백악관에서 인턴사원과 대통령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현재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는 페리존스라는 여직원과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오럴섹스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집무실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워낙 급했던 모양이군.”

다른 곳도 아닌 집무실에서 벌어진 섹스스캔들이라 사람들은 더욱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로 인해 다소 수세로 몰리던 공화당 정치인들은 살아남게 되었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합니다.”

“옳소!”

백악관 앞에서는 여성 단체들이 나서서 클린턴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더티 빌은 물러나라!”

“빌! 나도 한번만 아이스 바 먹어보자!”

젊은 여성들이 벌이는 시위는 비키니 차림으로 하니 더욱 이슈가 되고 있었다.

드디어 섹스스캔들은 미국의 권력 심장부를 강타하고 있었다.

빌 클린턴은 정상적으로 국정에 대한 업무를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코너에 몰리고 있었다.

아직은 당사자 누구도 시인하지는 않았으나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소문으로 백안관의 집무실에서 벌어진 섹스 행각은 널리 번져나가고 있었다.

대선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던 힐러리 여사가 또다시 외유를 떠나고 있었다.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고 심하게 다투고 이혼하자며 별거를 선언하고 미국을 떠나버렸다.

“이번에는 어디를 간다는 거야?”

“몰라, 북유럽으로 갔다고만 하니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

미국의 영부인인 힐러리 여사가 언론에는 전혀 알리지 않고 잠적해 버렸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출마도 못하게 생겼네.”

“당연하지. 당장 힐러리와 이혼하게 생겼으니 대통령 출마는 꿈꾸기 어렵지.”

워싱턴정가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났다.

어떤 정치인이고 기회만 되면 백악관 주인이 되고 싶어 했다. 내부에서 빌 클린턴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는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핑크러브 아파트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더 큰 이슈가 떠오르자 언론에서 그 사건을 작게 보도하거나 보도를 하지 않고 있으니 자연히 흐지부지 되고 있었다.

뉴욕의 슬럼가에 있는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카말이 두 명의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속히 아프리카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도록.”

“넷!”

“최소한 몇 년은 숨어서 지내야 할 거야.”

두 명 모두 흑인으로 슬럼가에서 흔하게 보이는 청년과 모습이 똑 같았다. 카말의 지시에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부지게 답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동안 산속에 들어가 무술이나 연마하며 지내죠.”

“알았어. 가족들은 염려 말고. 내가 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민을 보내 줄거니 그렇게 알아.”

“감사합니다.”

본래 두 명의 부하들은 소말리아 반군 게릴라 출신이다. 특별히 사격 솜씨가 뛰어나서 이번 작전에 동원되었다.

카말은 미국 마피아 조직을 동원하려다 직접 부하를 이끌고 들어와 사건을 지휘했다.

작전은 아주 간단했다.

두 명의 부하들은 아무런 내용도 모르고 있다. 그저 왜 이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뉴욕에서 소음저격소총으로 핑크러브를 공격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두 사람은 신속하게 카말이 넘겨준 달러를 받고 아지트인 이곳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카말도 아지트에 남아 있는 흔적을 모조리 지우고 집을 나서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르윈스키를 계속 미행하던 사내 두 명이 보였다.

“회장님, 우린 어디로 가죠?”

“우선 오대호를 구경하고 로스앤젤레스로 간다.”

“로스앤젤레스요?”

“그래 로스앤젤레스를 들려 한국으로 갈 생각이야.”

범행 현장인 뉴욕을 떠나 오대호도 구경하고 나중에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제니퍼의 양부인 레이드 진을 만날 생각이다.

“회장님, 한국을 가보시려고요?”

“그래야지, 폐하가 태어난 성지를 찾아가 보는 거야 당연히 내가 할 일이지. 가고 싶으면 같이 가고.”

부하들은 신이 나서 답했다.

“저희도 한국을 가보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에 같이 가보자고.”

“넷!”

한국으로 간다는 말에 두 명의 부하들은 이내 얼굴이 매우 밝아지고 있었다. 이들은 이슬람 종교를 믿지만 델타타이거 조직원이며 아울러 델타교라고 부르는 새로운 종교의 추종자들이다.

카말의 심복인 팔레스타인 출신들이다.

이슬람 종교에서 하나는 종파로 분류되던 델타파는 이제 델타교로 불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교주도 없고 특별히 어떤 종단이나 지도자도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모하르 샤 국왕을 추종하고 그의 정신, 그의 정치적 성향, 그가 행동하는 습관을 그대로 추종하는 부류를 델타교인이라고 부른다.

아프리카와 아랍권에서는 델타교인들이라고 부르고 극동지역인 한국, 일본, 대만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신룡교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교주가 있는 신룡교를 믿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아무튼 이슬람교를 믿으며 모하르 샤를 추중하는 세력은 모두 델타교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회장님, 가시면 꼭 칠갑산을 가보실거죠.”

“당연하지. 그곳이 본시 폐하께서 몸을 일으키신 성산이 아닌가?”

김수훈의 살아온 행적은 이제 많은 부분이 세계로 널리 알려졌다. 평범하던 김수훈이란 아이가 칠갑산에서 괴이한 사건과 함께 산삼을 먹고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칠갑산은 델타교인들은 성산으로 부르고 있었다.

“거시 가서 산삼도 사갈 생각이다.”

“그렇군요.”

흔히 한국에서는 장뇌삼을 이들은 산삼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한국산인 진짜 산삼은 이제는 어지간한 재력으로는 구경하기가 어렵다. 전에 비해서 한국산 산삼은 가치가 높이 평가되어 발견만 하면 대부분 중동의 왕족들이 고가로 사가고 있었다.

그래서 장뇌삼 가격도 오르고 덩달아 인삼이나 홍삼가격도 대폭 올랐다.

한국으로 가서 잘하면 사먹기 힘든 인삼을 싸게 사먹을 기회가 생긴 두 부하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한국으로 가서 삼계탕을 많이 먹게 해주세요.”

“알았어. 나도 그런 생각으로 한국으로 가는 거다.”

포트수단에서 큰 기업을 소유한 거부가 된 카말이다. 그는 인근 국가인 소말리아는 물론 아프리카의 무장 단체들과 연결된 막후 실력자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업인이지만 어둠의 세계에서 그는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마약밀수 조직의 대부다.

생산자가 있으면 소비자도 있고 또한 중간 상인도 있다.

주된 소비자인 미국을 상대로 그는 각종 마약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그 공급처가 바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 레이드 진이다.

이들이 뉴욕을 떠나고 나자 슬럼가의 허름한 집은 이내 철거되고 있었다.

쾅! 쾅!

대형 굴삭기가 여러 대 들어와서 건물을 부수자 불과 한 시간도 안 되어 돌덩어리로 변했다.

낡은 아파트나 단독 주택을 때려 부수고 새로 높은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공사와 더불어 카말의 그나마 있던 흔적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단독주택 자리에 동양인 여자가 건장한 사내들과 같이 나타났다.

“우리가 조금 늦었군요.”

“그렇군요. 분명히 여기서 전화를 했는데 집이 완전히 철거됐으니 더 이상 추적이 힘들겠군요.”

“그렇지요. 아무튼 범인들은 아주 지능적입니다. 아지트가 철거되는 것을 알고 여기를 택했군요.”

전화번호를 빌려준 사람은 이미 멀리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러니 얼굴을 아는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이미 이곳에서 지내던 사람들은 모조리 어디론가 떠났으니 추적을 해봐야 소용이 없게 되었다.

동양인 여자는 의외로 미국에서 지내는 이은혜 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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