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4화
아리아 왕후는 이어도에서 식목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심는 나무는 해송, 무궁화, 대추야자나무다. 대추야자 나무의 경우는 아리아 자신이 아랍 출신이라 선택한 것이다.
20여 그루의 대추야자나무를 심으며 아리아 왕후는 이장인 김수관에게 말했다.
“이것 나중에 열매가 열리면 간식거리로 적당할 겁니다.”
“그렇군요.”
나무들을 감싸거나 포장한 끈에는 모두 그린조경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곳 이어도로 보내진 묘목들은 모두 그린 조경에서 기부한 것들이다. 물론 다른 기부자들도 많았지만 반 이상이 그린조경에서 생산된 묘목들이다.
이곳에는 해수를 정화하는 작은 시설도 있다. 빗물을 받아 정화하는 시설도 있었다. 일단 주민들이 살기에는 어려움이 전혀 없는 섬이다.
물론 많은 보급품을 200킬로미터는 떨어진 제주도에서 날라 와야 하니 사람이 살기에는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다.
방파제 시설로는 500미터가 시설되어 있어 대형 해군함정도 정박이 가능했다. 많은 어선들도 대피할 수 있으니 그런대로 지낼 만한 곳이다.
아리아 왕후는 이곳에서 지내는 병사들에게 가지고온 위문품을 전달했다. 식량이 모자라기 쉬운 곳이라 대부분 장기 보관이 가능한 라면이나 건과류를 가져왔다.
“고생되지만 수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왕후님이 직접 찾아와 주셔서.”
이곳에서 모든 행사를 마친 아리아 왕후는 다시 수송헬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남편이 살았던 부여도 가봐야 하고 청양의 산소로 가서 간단하게 제사도 지낼 생각이다. 그것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중국의 재해 지역인 상해시를 가볼 생각이다.
북쪽을 향해 멀어지는 수송헬기를 보며 지휘관이 크게 외쳤다.
“자!자! 일하자고.”
“넷!”
수송헬기가 섬을 떠나고 나자 군인들은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들이 섬에서 작업하는 동안 바다에서도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에는 수심이 100미터가 되던 지역이 이제 융기되어 20-50미터나 혹은 10미터 정도로 수심이 낮아졌다. 그로 인해 넓은 지역이 암초지대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지역이 사방 10킬로미터나 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이 지역은 이제는 큰 선박이 함부로 다닐 수 없는 암초지역으로 변했다. 그 때문에 새롭게 해도들이 제작되고 있었다.
끼리릭! 풍덩!
바지선에 가득 실려 운반된 많은 구조물들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잠수부들이 바쁘게 물속으로 들어가 정확하게 투하 된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풍덩! 풍덩!
조류가 급한 곳이라 정확하게 안착해야 한다. 조류에 떠밀려 이동하지 않게 서로 연결도 해야 되기 때문에 작업은 오래 걸리고 있었다.
본래 고기아파트인 어초는 대부분 철근시멘트로 만들어 바다로 투하된다. 하지만 이곳 해역에 투하되고 있는 어초들은 슬래그로 제작되었다. 슬래그란 제철소에서 철을 생산하며 남게 되는 찌꺼기를 말하며 이곳은 광양 제철소에서 생산된 어초를 운반해 투입하고 있었다. 시멘트 어초는 시멘트에 함유된 독성 물질로 인해 효과가 좋지 않았다. 슬래그로 만든 해초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많은 제철소에서 나오는 슬래그로 어초를 만들어 바다에 투입하고 있었다.
“순서대로 잘 내려.”
“예.”
수심이 깊은 곳에는 몇 단을 겹으로 쌓아야 하니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이곳 이어도 해상은 본래 좋은 어장이다. 이제는 인간의 힘이 투입되어 더 좋은 어장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초는 흔히 정사각형으로 만들어 아파트처럼 몇 층을 올리는 구조물이다. 또한 패선이나 폐 자동차 등을 가라 안게 해서 만들기도 한다.
이런 작업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김수관은 꿈에 젖어 있었다.
“여기서 회집을 운영하며 살아도 돈 좀 모아서 살겠어.”
특별히 한국의 최남단 섬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200킬로는 항해해야 하는 먼 곳이라 기대만큼 관광객이 올지가 의문이다.
이장이자 부두의 관리인인 김수관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해녀들이 가지고 다니는 도구들을 챙겨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 그는 직접 해삼이나 기타 어물을 채취하고 있었다. 이장이면서 예비군 분대장인 그는 해병대 출신이다. 그래서 해군에서 배운 잠수 실력으로 남자 해녀로 생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풍덩! 풍덩!
물속으로 들어가 보니 심해에서 자라는 해초만 보였다. 아직은 해수면 가까이에서 자라는 미역 등이 별로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심한 지각 변동으로 인해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야 생태계가 자리를 잡겠군.”
지각 변동으로 인해 급격하게 변한 곳이라 조금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연은 그 회복력이 의외로 빠르다. 공사로 인해 오염물이 바다로 흘러가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으로 보였다.
김수관은 본시 서귀포 대정읍 출신으로 술집에서 술을 먹다 만난 제임스라는 외국인 때문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 사람은 꼭 마피아 두목 같아. 미인도 끼고 다니고 부하들도 여러 명을 달고 다니고. 제임스 자식은 아무래도 회장이라는 것도 뻥이고 사기꾼 같아.’
분명이 외국인이나 한국어를 무척 잘하는 제임스라는 사내는 눈에 확 띠는 미녀를 대동하고 대정읍의 바닷가 회집에서 만났다. 의외로 같이 술을 먹자고 해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제임스라는 사람은 자기에게 이어도로 가서 살아보라고 권했다.
본시 모험을 좋아하는 김수관은 현재 사는 형편이 별로라 그 말에 귀가 솔깃했다. 이어도에서 거주할 주민 공모에 늦게 신청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 자기가 당첨될지 몰랐다. 의외로 제임스라는 사내는 영향력이 있는지 자기가 이장으로 선정되었다. 기대하고 막상 오기는 했지만 들뜬 기분과는 달리 살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살면서 큰 돈벌이를 하기에는 현재로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처음 흥분된 날이 며칠 지나고 나자 은근히 걱정이다.
‘썩을 내가 귀가 너무 얇아.’
은근히 너무 먼 곳으로 왔다고 생각하며 어느새 후회하고 있었다. 제임스는 분명히 도와준다고 말했지만 처음 만난 외국인을 믿은 자신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잡념을 가지고 부두를 바라보는 중 멀리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유람선이 보였다.
“어라, 태극기인데.”
그 순간 부두 옆의 부두 관리실이자 살림집에서 그의 아내인 유정숙이 튀어 나오며 외쳤다.
“여보! 대박 터졌어요.”
“뭐? 쓰리고 했어?”
그의 아내는 본시 요즈음 유행하는 PC 방에서 알바 하던 여자다. 이제 막 여고 졸업한 19살인 어린 아내는 할 일 없이 PC방을 다니다 만나 해결하고 결혼했다.
물론 결혼 조건은 평생 컴퓨터 게임만 하며 살게 해준다고 유혹했다.
여자를 꼬일 경우야 남자들은 다들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막상 결혼하면 아내에게 밥도 시키고 빨래도 하게 한다. 하지만 어린 아내는 다른 일은 전혀 안하고 여전히 PC에만 매달려 살고 있었다.
뭐라고 조금이라도 나무라면 이혼한다고 설치니 대책이 없었다.
아내는 계속 즐기는 월드판타지 게임이 너무 싱겁다고 하더니 요즈음은 사이버머니 모으는 재미로 밥도 안하고 고스톱만 치고 있었다.
젊은 아내는 이곳으로 오기를 싫어했으나 이곳에서도 PC 게임을 얼마든지 한다고 말하자 이혼한다는 발언을 취소하고 따라왔다.
쓰리고가 자주 터지면 그날은 밤일도 허락하고 밥도 가끔은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아내가 고스톱을 치면 누구보다도 쓰리고가 자주 터지기를 기다리는 해바라기 처지다.
“뭐가 대박인데?”
“여기로 주민이 등록하는 사람은 매달 백원씩 이장 조를 냅니다.”
“그래서?”
“일시불로 내면 연간 천원이고요.”
이런 아내의 말에 김수관은 짜증을 냈다. 이어도로 이사 온 기념으로 진하게 한번 하자고 하자 고스톱에 목을 매는 아내는 쓰리고 터지면 하자니 미칠 노릇이다.
“그래서 그게 어떻다고? 주민이 21명이라 연간 받아봐야 2만원에 불과한데. 당신하고 나 빼고 반장인 당집 아줌마 빼주면 그것도 안 되는데.”
상주하는 사람이야 그보다는 많았다. 우선 등대지기도 있고 각종 기계장비를 돌보는 연구원이나 기술자가 있다. 레이더 기지에는 20명의 군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소대 규모의 해병대가 주둔하니 거의 100명이 상주하게 된다.
젊은 아내는 생글거리며 신이 나서 말했다.
“오빠, 여기 이어도리 주민은 이미 1만명이 넘었어요.”
“뭐라?”
졸지에 이장조로만 돈을 받아도 앉아서 1백만원이란 월 수익이 들어오게 되었다. 오지의 이장이라고 관공서에서 보내주는 지원금도 있으니 한방을 기대하고 늘 컴퓨터만 만지는 아내 말대로 대박이 터진 것이다.
“아싸! 돈 벌었네.”
할 일 없던 실업자 부부 처지로 이런 정도면 대박은 분명했다. 너무 좋아서 품에 안겨 키스를 퍼 붙는 젊은 아내의 탱탱한 엉덩이를 어루만지는 순간.
빠르게 다가온 유람선이 부두에 도착했다.
“어! 제임스 회장님이 오시네.”
조금 전에는 제임스 자식이라더니 다시 만나게 되니 호칭은 금방 변했다.
자기를 이곳으로 보낸 제임스라는 사내는 유람선에서 아내보다 10배는 예뻐 보이는 젊은 여자와 같이 내리고 있었다.
유람선이지만 여객선이라 배에는 여러 가지 중장비들이 실려 있었다. 장비들은 이곳에 들어온 굴삭기에 끌려 이동되고 있었다.
“뭐지?”
달달달.
신형경운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섬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서 누가 농사지을 일이 있나?”
온통 바위와 자갈만 가득한 이곳으로 경운기를 들여오니 이상했다.
제임스는 안나와 같이 제주도를 여행 중에 서귀포에서 김수관을 만났다. 그래서 자신이 한국에 뭔가 해줄 생각으로 김수관을 이어도로 보냈다.
몸에서 일어나는 어떤 강한 용트림을 느끼고 이끌림으로 이곳을 직접 찾아오게 되었다.
제임스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여러 가지 기부를 했다. 우선 그린조경회사를 통해 많은 나무를 기부했다. 그리고 이어도 1호라는 500톤급의 유람선이자 연락선을 기부했다.
거의 쾌속선 성능을 지닌 배를 기부해 대정읍, 가파도, 마라도, 이어도를 오가는 연락선이자 유람선으로 운행하도록 조치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는 정도야 상식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자신의 몸이 지구 내부와 상당히 밀접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실험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자기의 몸에서 떨림이 일어나 그곳을 파보면 지하수가 쉽게 터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제임스는 이곳 이어도로 와서 지하수를 파볼 생각이다.
혹시 몰라 천주교 신부로 버드나무가지를 들고 지하수를 찾는 사람과 같이 이곳으로 왔다.
“신부님, 한 번 찾아보세요.”
“예. 좋은 일이니 해봐야죠.”
신부는 우선 지형을 살피고 나서 버드나무를 가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러시아 출신인 안나나 경호원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신부를 졸졸 따라 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안전한 지역이라 경호는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섬을 구경이나 하려는 것이다.
제임스는 다시 만난 김수관에게 다가가 말했다.
“마라도 1호의 지분 30퍼센트는 여기서 사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이 가능한 마을 기금으로 되니 그렇게 알아.”
“넷!”
물론 유람선을 운영해서 이득금이 남아야 배분은 가능하다.
이곳에서 떠날 때 같이 떠나야 하기 때문에 유람선은 이내 다른 작업 선으로 변했다.
“마을 사람 다 불러와.”
“넷!”
김수관이 제임스의 지시로 주민들과 같이 유람선에 오르자 그곳에는 수많은 플라스틱 통들이 있었다.
“회장님, 저건 뭐죠?”
“씨조개들과 치어들이야.”
“여기서 방류하려고요?”
“그래.”
500톤 규모의 선박에 가득 실려 있던 플라스틱 통에 담긴 치어나 씨조개를 수심이 10미터 이하인 지역에 살포와 방류를 하고 있었다.
그저 바다에 부어 버리거나 뿌리면 되는 작업이지만 이틀이나 걸리고 있었다.
밤이 되어 부두로 돌아와 정박하고 제임스는 숙소인 마을 회관으로 오게 되었다. 낮에 바다로 나가서 작업을 도울 때는 아무 이상이 없던 몸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었다.
‘허, 내가 또 왜 이래?’
처음에는 잔 떨림이 일어나더니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결국 제임스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따라 섬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바위산 중턱인 해발 20미터 지점에서 강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었다.
“내일은 여기 뚫어 보세요.”
“넷!”
단단한 바위산이기는 하지만 간혹 무른 돌로 이루어진 부분도 있었다. 제임스는 벌떡거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잠을 청했다.
도통 잠이 오지를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자는 안나의 벗은 몸만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미치겠네. 경호원들도 같이 자는데 강제로 덮칠 수도 없고.’
아래는 너무 부풀어 아플 지경이라 제임스는 이곳으로 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제력 하나도 견디다 보니 새벽 무렵에 잠이 들었다.
그래서 날이 새도 늘어지게 잠자고 있었다.
잠을 자는 그의 귀에 괴이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드르르르륵.
마치 지진이라도 나는 듯이 소리가 나며 바위를 뚫는 기계음 소리가 요란했다. 이곳으로 들어온 신형 경우기의 모터 힘으로 지하수를 개발하려고 작업 중이다.
한참을 크게 소리 내던 기계음이 들이지 않더니 커다란 고함소리가 들렸다.
“터졌다!”
“와! 와!”
그 소리와 동시에 제임스의 여전히 한껏 부풀어 올랐던 아래 물건에서 찔끔하는 파정이 일며 그대로 수그러들었다.
“후! 터져서 다행이네.”
자리에서 일어난 제임스가 소리 나는 곳으로 가보니 의외로 뜨거운 온천수가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라? 온천이네.”
“넷! 온도가 40도를 넘습니다.”
그냥 지하수와 온천을 비교하는 수치는 보통 온도로 기준 한다. 그래서 20도를 넘어가면 온천으로 분류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40도나 되는 온천이라면 아주 양호한 온천수가 나오는 것이다.
자기가 발견했지만 무슨 허가권을 가진 것도 아니라 제임스는 김수관에게 말했다.
“온천수도 터졌으니 이제 살만하게 됐으니 나는 그만 가보겠다.”
“감사합니다.”
제임스는 안나와 같이 유람선을 타고 제주도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이어도를 떠나고 있는 시점에 미국에서는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드디어 클린턴 대통령의 발목을 잡기 위한 공작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