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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그리고 회색-542화 (542/591)

542화

저택의 응접실에서 만난 네 사람은 간단하게 차려진 다과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산, 리비아에 델타타이거 조직원이 있냐?”

“넷! 그곳에도 많습니다.”

“그 조직으로 연락해서 카다피와 내가 비밀리에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할 수 있어?”

“폐하, 카다피 대통령을 직접 만나려고요?”

“그래, 만나볼 생각이다.”

한창 미국의 공격을 받아 수도인 트리폴리가 파괴되고 있는 리비아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을 만난다고 하니 걱정되어 급히 물었다.

“폐하, 어디서 만나시려고요?”

“장소는 어디고 상관없어.”

하산은 잠시 생각하다 비밀리에 만들어 음성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원을 동원하기 보다는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이 빠르다고 판단했다.

“폐하, 카다피 주변에 고위관료인 조직원이 있기는 해요. 폐하, 트리폴리의 조직원을 동원하기 보다는 제가 직접 카다피 대통령을 만나 협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네가 직접 트리폴리로 간다고?”

“예. 아무래도 그것이 제일 좋다고 판단됩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듣던 니살론 안보수석이 급하게 나서며 말했다.

“폐하,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전쟁이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비정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공격으로 후끈 달아 있을 카다피를 폐하께서 직접 만나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니살론의 말에 옆에 있던 스카레일 경제수석도 동조했다.

“폐하, 제 생각도 같습니다. 절대로 카다피를 직접 만나시면 안 됩니다. 만약 이런 사실이 행여 라도 미국정보부에게 노출되면 미국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스카레일이 하는 말의 뜻은 미국 내의 매파 조직에서 제거하고 싶은 사람은 카다피도 되지만 모하르 샤 국왕도 포함된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전쟁 중인 카다피 대통령과 비밀 회동을 어디서 하던 리비아 국경지역에서 하면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속된 표현으로 미국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두 사람 모두를 제거해 버리는 비밀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산도 같은 생각이라 다시 의견을 말했다.

“폐하, 제가 트리폴리로 가서 카다피 대통령을 직접 만나 협상해보겠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고 있는 트리폴리로 간다는 하산의 말에 이번에는 스카레알이 나서서 반대했다.

“폐하, 그 방법도 안 됩니다. 하산 후작님도 트리폴리로 가시면 너무 위험합니다. 미국은 지금 완전히 확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왕국의 실질적인 2인자인 하산이 잘못해서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전쟁은 미국이 원하는 그대로 크게 확산된다는 이야기다.

김수훈은 듣고 보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하산이 리비아로 가서 무슨 일을 당하면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미국에서 일을 저지르던 리비아에서 하산을 제거하든 반드시 큰 전쟁으로 번지게 되니 평화를 생각하는 김수훈의 의도와 전혀 다른 전쟁으로 변할 수 있었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수훈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빨리 카다피를 내가 만나 협상해야 리비아를 미국에게 빼앗기지 않는다고.”

“폐하, 꼭 하셔야 되는 일입니까?”

“그렇소. 자칫하면 아랍진영이 둘로 쪼개진다고.”

김수훈은 자기가 카다피를 만나려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카다피를 만나려는 이유는 미국이 지상군들을 투입해 트리폴리를 점령하기 전에 카다피를 만나 아랍연합군에게 항복하라고 권해볼 생각이다.

무조건 항복하는 방식이지만 상생하는 제안이다.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 경우처럼 자유선거라는 형식을 빌려 권좌를 보장해 준다는 조건이다. 물론 변수가 발생해 카다피가 타국으로 떠날 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망명을 받아주어 신변보호 해준다는 조건도 포함된 협상을 해볼 생각이다.

“아무리 머리가 이상해도 카다피 대통령은 지금쯤 미국보다는 아랍연맹에게 항복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판단할 것이오.”

“그렇겠네요. 미국에게 각을 세우고 덤비다가 혼이 단단히 나고 있지만 그래도 자존심 때문에 항복은 죽어도 미국에게 하기 싫을 거니 차선책을 택할 가능성이 높겠군요.”

김수훈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을 졸지에 바보로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역으로 미국의 클린턴을 바보로 만들 생각을 구상하고 있었다.

‘클린턴이 나를 상대로 장군을 선포했으니 내가 외통수인 멍군으로 받아 주지. 아마도 재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될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김수훈은 계속해서 카다피를 왜 만나야 하는지 설명했다.

미국의 지상군이 투입되면 반드시 카다피를 무슨 죄를 적용하던 군사재판으로 회부하고 권좌에서 축출할 것이다. 이쯤에서 자신이 카다피를 만나 적당히 타협하자는 조건을 제시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지 않고 미국의 손에 카다피가 제거되고 리비아가 점령당하면 북d아프리카의 모든 아랍 국가들은 자연히 미국과 밀착된 친미정권이 들어선다는 설명이다.

중동과 북유럽에 분포된 아랍권을 하나로 뭉치게 할 구상이 완전히 깨진다는 판단이다.

김수훈이 반미 사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동이나 북아프리카는 자기 영향력 아래에 두고 싶은 야망이 생긴 김수훈은 미국이 자기 밥그릇에 수저를 들이 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리비아를 미국에게 넘기면 도약할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반드시 리비아를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라크처럼 하면 주민들의 불만도 없고 카다피도 전과 같은 권력은 누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타협의 여지는 있어.”

“그렇겠군요.”

김수훈의 구상에 동조는 하지만 세 사람은 다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까지 김수훈은 이집트 군대와 영합해서 카다피와 전쟁한다고 주장했다. 돌연 그런 생각을 너무 쉽게 버리고 이제는 전혀 다른 평화 안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다 결국 니살론 안보수석이 직접 트리폴리로 가서 카다피를 만나기로 결정했다.

“가는 코스는?”

“폐하, 수단 국경을 넘어 리비아의 남쪽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알았소. 그럼 그렇게 하시오. 국경지역에서는 지프차로 이동해야 되겠군.”

“넷!”

수단에는 카말이 있으니 충분히 신변보호는 해줄 것 같아서 승낙했다.

이미 리비아 전역은 미국에게 제공권을 빼앗긴 상황이니 육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 중요한 사안이라 무선이나 유선통신으로 카다피와 접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드시 믿을 만한 사람이 직접 찾아가 카다피를 설득해야 된다.

나살론은 조심스럽게 염려하는 사안에 대해 물었다.

“폐하, 미국에서 리비아의 공격하는 명분으로 내세운 항공기 납치범들은 어떻게 처리하죠?”

“분명이 항공기 납치범들을 리비아에서 보호하고 있을 거요. 그러니 카다피 대통령에게 전해요. 지금 당장 납치범들을 모조리 죽여서 흔적을 지우라고 전하세요.”

아주 냉혹하게 하는 지시에 나살론은 당황해 즉각 응수했다.

“폐하,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나요?”

잠시 생각하던 김수훈은 이내 답해 주었다.

“카다피가 그것이 어렵다고 주방하면 이웃한 다른 나라로 빼돌려 버리라고 하세요.”

“외국으로 도피를 시키라고요.”

“그렇소. 그들이 리비아에서 있었다는 흔적이나 모든 기록을 사그리 지워버리라고 하세요. 내 생각은 내륙국가인 차드가 제일 적당합니다. 만약 미국에서 그곳까지 추적하면 사방으로 도망칠 탈출로가 있으니 그곳이 제일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곳은 미국의 영향력이 제일 약한 나라니 안전하다고 보고요.”

“그렇군요. 꼭 그들을 치워야 하나요?”

김수훈은 다시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반드시 리비아에서 그래야 조치를 해야 미국이 주장하던 리비아를 무자비하게 공격한 명분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더 이상 리비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는지요. 미국은 여론으로 정책이 결정되는 나라라 명분 없이 계속 전쟁을 할 수 없어요. 더구나 명분 없는 전쟁을 계속하면 반드시 재선에서 승리를 하기 어렵고요. 그러니 미국의 클린턴은 철군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군요.”

“물론 미국에서 주장하는 생화학 무기도 보유하고 있다면 모조리 치워야 합니다. 그런 작업을 하려면 별로 시간이 없어요. 서둘러야 합니다. 미국이 공격한 명분만 사라지면 카다피는 반드시 선거를 다시해도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처럼 재집권이 가능합니다.”

“그렇군요.”

이런 결정이 나자 니살론은 즉시 일어서며 말했다.

“폐하, 지금 바로 떠나겠습니다.”

“알았소. 내가 카말에게 연락하지.”

“넷! 저도 포트수단으로 가서 카말의 도움 받을 생각입니다.”

김수훈은 급하게 친필로 카다피 대통령에게 넘겨줄 편지를 쓰고 국왕의 인장과 아랍델타연맹의 연합군 총사령관 직인을 찍어서 넘겨주었다.

“가지고 가시오. 이 편지야 수석비서관의 신분만 보장해 달라는 부탁이니 그렇게 아시오.”

“넷!”

“조심하고요.”

니살론은 급하게 국왕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서둘러 저택에서 떠나고 있었다.

그가 신속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조금만 늦으면 미국의 정보망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행보가 미국의 정보 조직에 의해 드러나더라도 미국 정부에서 대처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지금은 분과 초를 다투는 전쟁 상황이라 평화 시처럼 한가하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움직이는 외교를 펼칠 수 없었다. 어떤 나라가 먼저 발 빠르게 움직여서 자국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냐가 관건이다.

일단 카다피를 만나 평화협상을 제시할 협상 사절이 정해져 떠나게 되자 김수훈은 카말에게 지시했다.

“카말, 혹시 모르니 조직원을 동원해 안전을 보장할 대책을 마련해.”

“넷, 폐하, 그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델타타이거 조직원에 속한 리비아 장교들에게 연락해 정상적으로 경호부대에 포함되어 움직이도록 해보겠습니다.”

“알았어.”

델타타이거 조직은 이미 아랍권의 모든 나라들에 대해 상당한 조직을 이루고 있었다. 권력 주변의 정치인이나 군부, 경찰, 행정, 문화계 등에도 조직원들이 있었다. 그리고 정보부 조직 내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갑작스럽게 델타타이거의 음성적인 조직이 커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글로벌 기업집단으로 성장한 TIB는 이미 아랍권의 모든 나라에는 지사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지사를 통해서도 델타타이거 조직원들이 확대되었다.

재력이 많고 다국적 직원들이 근무하는 회사라 델타조직원 가족들이 기업에 취업하며 자연히 델타타이거의 조직도 늘게 되었다.

지난번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모사드 정보조직에서 운용하던 자료를 획득했다. 모사드에 협력했던 아랍의 정보원들 약점을 잘 아니 그들도 자연스럽게 델타타이거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형태로 조직에서 흡수했다.

김수훈은 하산에게 추가해서 지시했다.

“하산, 터키에도 조직원들이 있지?”

“넷!”

“그러면 터키 조직원들에게 연락해. 몸조심하라고.”

“예? 몸조심을 하라고요?”

“그래, 터키가 매우 위험하니 몸조심이 최고라고 전해.”

김수훈은 어제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현상은 바로 가까운 지역에서 지구 내부가 용트림하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분명히 터키에서 큰 화산활동이 일어나 지진이 일어날 거야.’

지구 내부도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한번 용트림을 시작하면 빨리 방출해야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인 자신은 내부가 끓어오르면 어느 정도 의지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구는 그렇지 않으니 반드시 금명간 대규모 화산이 터지거나 지진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분출하게 되는 장소로는 아무래도 제일 화산 활동이 심한 터키가 유력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꼭 그쪽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그저 선무당이 이야기하듯이 경고해 주고 있었다.

“폐하, 그럼 저는 터키를 거쳐 그쪽을 다녀서 귀국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넷!”

수단의 카말에게야 전화로 연락만 하면 된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한 하산도 저택을 떠나 급하게 터키로 가고 있었다.

김수훈은 자신이 지금 중대한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구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실은 그야 말로 알아도 발설해서는 안 되는 판도라 상자와 같았다.

그것을 전혀 모르고 그저 자신을 추종하는 델타타이거 조직원의 안전 때문에 함부로 발설해 버렸다. 또한 자신의 신체에 대한 비밀스러운 현상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람이란 아는 것으로 머리가 쏠리듯이 그는 아프리카는 잘 모르고 중동지역만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몸에서 생긴 이상한 현상으로 감지한 화산활동이 금명간 일어날 곳으로 반드시 터키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김수훈은 남아 있는 경제 수석에게 별도로 지시했다.

“스카레알 수석은 지금 즉시 러시아로 가서 옐친 대통령을 만나 천연가스 송출량을 두 배로 늘리라고 하세요.”

“폐하 두 배로요? 그런 물량을 판매할 곳이 있나요?”

“무조건 터미널의 저장 탱크를 채우고 파키스탄으로 공급하는 물량을 대폭 늘리세요. 한국에서 중앙지역에 크게 비축 시설을 만들어 준공을 앞두고 있으니 사가게 될 겁니다. 그리고 중국도 이제는 원유나 천연가스를 수입해가는 실정이니 중국으로 공급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미국이 갑작스럽게 리비아를 공격하자 국제 원유가는 또다시 요동치고 있었다. 그래서 원유가는 배럴당 40달러이던 것이 무려 60달러로 오르고 있었다.

고유가로 인해 성장이 둔화되던 세계 경제는 또다시 얼어붙어 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원유수출과 천연가스 수출이 둔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상해에서 당한 피해 복구를 신속하게 하고 있으니 금명간 에너지 소비량이 대폭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김수훈은 시바 섬에서 지내며 미국과 리비아간의 전쟁 상황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무렵 일본으로 떠난 아리아 왕후는 지브릴 왕자와 같이 일본 왕실을 방문했다. 재난을 당한 나라에 대한 수재구호품 전달과 더불어 위로의 말을 전하려고 찾은 것이다.

공교롭게 미국의 영부인인 힐러리도 일본으로 와서 구호품을 전달하고 왕궁을 방문했다.

일본의 아키히토 국왕부처와 기념촬영하려고 길게 늘어서고 보니 아리아 왕후의 큰 키로 인해 그림이 너무 어색했다. 마치 성인과 아이가 같이 서있는 모습이라 사진사는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쩝! 하필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오다니.’

170센티미터의 큰 키에 더구나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으니 더욱 그랬다. 사진사가 매우 난감해 하자 아리아 왕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슬리퍼를 가져오세요.”

“아! 예.”

결국 아리아 왕후는 굽이 전혀 없는 슬리퍼를 신고 계단에서 일본 국왕 부부는 계단 위에 서고 아리아 왕후는 계단 아래에서 서는 방법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촬영을 끝내고 나서 아리아 왕후와 힐러리 여사는 같이 리무진에 올라 호텔로 가게 되었다.

화가 나서 일본으로 날아 왔지만 힐러리 여사는 남편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부다처제로 인해 아리아 왕후도 자기처럼 속 깊이에서는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판단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왕후님은 남편의 외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세요?”

“외도요? 제 남편이 외도를 하다니요? 그런 일은 전혀 없는 데요. 모두 정상적으로 부인들과만 만나는데 외도라고 하시니 제가 듣기에 너무 이상하군요.”

설마 이렇게 응수할 줄은 모르고 물어보고 보니 자신은 남편의 외도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사실만 실토한 셈이었다. 그래서 힐러리는 급하게 변명을 하고 있었다.

“제 이야기는 왕후님 이외의 여자와 국왕이 만나는 것을 어찌 생각 하냐는 겁니다. 그런 때는 어떻게 속을 달래죠?”

뭔가 쓰린 속을 달래는 비법이라도 있나 싶어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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