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과 백 그리고 회색-505화 (505/591)

505화

사백호를 비롯한 경호원들은 빠르게 호텔 내부에 대해 보안검색을 시작했다. 급하고 부산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산한 모습을 보며 김수훈은 조용히 지시했다.

“사백호, 너무 요란 떨지 마.”

“넷!”

사백호는 대답이야 하지만 대충 점검할 수는 없었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지시하고 있었다.

“철저히 살펴. 투숙객 명단도 가져오고.”

“넷!”

김수훈 일행이 갑자기 찾아오자 호텔에 있던 여자들이 슬며시 사라지고 있었다. 일부 투숙객들은 러시아 경찰에 의해 서둘러 떠나기도 했다. 아마도 외국인이 보면 조금은 문제가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사백호는 호텔을 경비하기 위해 긴급히 출동한 러시아 경찰과 대화를 나누며 호텔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는 상당히 긴장한 표정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었다.

다른 때는 경호원의 일부가 먼저 도착해 보안 검색하고 숙소를 정했다. 하지만 예정보다 하루 일찍 이곳으로 도착하니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후다닥!

배가 불룩한 중년 남자가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급하게 얼굴화장이 요란한 여자와 호텔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누군가?”

“일본인입니다. 창녀와 투숙하다가 급하게 떠나는 겁니다.”

“그래? 그 방으로 가서 확인하고 봉인해.”

“넷!”

밤에 투숙객들을 모두 내보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살벌한 러시아 경찰들의 모습에 놀라 호텔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비게 된 방들은 모두 경호원들이 안전점검하고 봉인했다.

사백호는 약간 초조한 기색으로 직접 이곳저곳 위험하다고 보는 곳을 확인하고 있었다.

우당탕!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러시아 경찰들이 2층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던 사백호를 비롯한 경호원들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왜? 큰소리가 나는 거야?”

“차장님, 룸에서 마약이 나온 모양입니다.”

“뭐?”

러시아 경찰들에 의해 두 명의 중년여자와 한 명의 젊은 여자가 수갑을 차고 호텔을 떠나고 있었다. 졸지에 호텔에 투숙하며 마약을 복용하다 갑자기 들이 닥친 러시아 경찰의 불심검문에 채포된 것이다.

“허! 여자들이 모여 마약을 하다니.”

사백호가 말하는 의미는 세 여자가 한 방에 투숙하며 마약을 먹고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한 평이다.

“재미 좋았겠네.”

이런 실없는 소리를 토하지만 사백호는 조심스럽게 건물 외부도 살피고 있었다.

호텔 밖에는 러시아의 경찰이 까맣게 몰려와 있었다.

컹! 컹!

탐색견이나 기동타격대의 박스 카와 여러 가지 중장비들도 보였다. 경찰이 호텔 주변을 지키고 그 외부에는 러시아 육군이 장갑차를 몰고 와 외곽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일단 호텔 안을 검색한 경호원들은 빠르게 호텔의 외곽 지역도 살피고 있었다.

“차장님, 이상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더 확인해.”

“넷!”

사백호의 명령에 경호원들은 서로 임무를 교대해서 확인하고 있었다.

사백호가 긴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곳 블라디보스토크는 과거 구소련의 특수부대 출신들인 러시아마피아들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마피아는 돈만 받으면 무슨 짓이고 벌여 악명이 자자했다.

이미 10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국왕은 구소련군과 죽고 죽이는 살벌한 전쟁을 했었다. 그러니 러시아의 마피아들 중에 개인적으로 모하르 샤 국왕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니 여기 러시아는 국왕으로는 적지나 다름이 없었다.

‘폭탄 테러나 저격을 조심해야 한다고.’

더구나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마피아 활동이 아주 왕성했다. 또한 제일 조직력도 단단하고 잔악하다고 소문난 지역이다. 이래저래 사백호의 걱정은 늘고 있었다.

호텔의 카운터에서는 투숙객 명단을 받아든 경호원이 빠르게 노트북을 만지고 있었다. 스캐너를 이용해 사진도 입력시키고 명단을 입력시켜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가명을 사용하면 소용이 없지만 이런 절차는 보안 검색의 기본이라 수행하고 있었다.

조용하던 호텔은 밤이 깊어 번잡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호텔로 오게 된 김수훈은 5층으로 된 호텔의 제일 위층에 있는 특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50평은 되는 큰 공간의 구석에 커다란 침대가 보였다. 방안으로 들어오자 네 명의 시녀들은 빠르게 들고 있는 휴대용 전자기기로 방을 살폈다. 시녀들의 표정은 매우 긴장해 있었다.

시녀들이 들고 있는 전자기기는 공항에서 몸을 수색하는 금속탐지기다. 한국의 삼성전자에서 만든 금속탐지기는 성능이 아주 좋아 해외로 수출되고 있었다.

디디디디.

작은 소음을 내며 금속탐지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기계는 폭탄도 찾은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두 대의 금속탐지기로 방안을 확인한 시녀들이 보고했다.

“이상 없습니다.”

시녀 두 명은 폭발물이나 기타 위험물이 있는지 확인했다. 남은 두 명은 빠르게 침대와 방안의 기물들을 들추어가면서 육안으로 확인했다. 그런 작업이 끝나고 나자 다른 기계를 들고 온 남자 경호원이 빠르게 방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디디디디.

남자 경호원이 가지고 온 전자기기는 도청장치를 찾는 기계다. 방안을 모두 살핀 남자경호원도 보고했다.

“이상 없습니다.”

이런 작업이 끝나고 경호원이 물러나자 시녀들은 그제야 침대를 다시 정돈하고 말했다.

“폐하, 준비 끝났습니다.”

“알았어. 수고했어.”

김수훈은 시녀들의 보고를 듣고 나자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었다. 팬티 차림으로 침대로 들어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막상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김수훈은 방안에서 서성이며 다시 보안 검색을 하기 위해 기물들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시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가서 자라.”

“아닙니다. 저희는 비행기 안에서 충분히 잤습니다.”

시녀들의 대답은 사실이다. 그녀들은 오래전부터 업무의 특성상 필요하다면 어디고 쉽게 잠이 드는 습성을 지녔다. 마치 기계작동과 같이 긴장을 풀면 서서도 잠을 자게 된다.

남자 경호원들도 그렇지만 시녀인 근접경호원들은 국왕을 보호하기 위해 특화된 신체를 지녔다.

김수훈은 여전히 이은혜의 일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아 뒤척이고 있었다. 그러자 옐로우아이가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폐하, 마사지를 해드릴까요?”

“무슨?”

“발 마사지 하시면 시원해서 잠자기가 편안할겁니다.”

“그래? 그럼 해봐!”

김수훈이 허락하자 옐로우아이와 화이트아이가 다가와 얼른 발을 잡고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극으로 인해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몸이 나른해지고 있었다.

이윽고 마사지를 받던 김수훈이 스르르 잠이 들었다.

국왕이 잠들자 블루가 작은 목소리로 지시했다.

“이제 나가봐.”

블루와 옐로우는 방안에 남아 소파에 앉고 두 시녀는 방에서 나가고 있었다. 두 시녀들은 방문 앞에서 보초를 서는 경호원들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잠드셨어요. 잡소리 나지 않게 조심해요.”

“넷!”

경호원들의 근접경호원인 시녀들보다 직급이 한 단계 낮았다. 시녀들은 군인인 중위의 신분이지만 경호실의 팀장급에 해당되고 있었다.

새벽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어난 김수훈은 몸이 아주 개운했다. 어제의 다소 찜찜하던 몸이 아주 상큼하다고 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발마사지가 좋긴 좋은 모양이네.’

김수훈은 침대에서 일어나 팬티 바람으로 용호권의 기본 동작을 수련하고 있었다.

“톳! 톳!”

가볍게 호흡을 토해내며 장권을 치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어서 발치기도 해 몸에서 약간 땀이 나도록 연습을 하고 나서 사워를 하고 옷을 입었다. 여전히 외부로 나가 돌아다니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다. 김수훈의 이런 새벽운동 습관이야 경호원을 비롯한 지근거리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었다.

톡! 톡! 토도독!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자 블루아이가 문을 열었다. 바로 옆방에서 잠자던 신복일과 사백호가 들어왔다.

그러자 김수훈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앉아.”

“넷!”

“빈속이니 인삼차 한잔 씩 하지.”

김수훈의 말에 엘로우아이가 빠르게 인삼차 세 잔을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세 사람은 뜨거운 인삼차를 조금씩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폐하, 본국에서 경호팀을 더 보냈습니다.”

“그래? 몇 명이나?”

“40명이 추가로 오게 됐습니다. 시녀는 8명이 옵니다. 아무래도 러시아에서 오래 시간을 보낼 것 같아서요.”

“다른 것은?”

“할라마 대사께서 여기로 온다고 합니다.”

할라마 대사는 한국 대통령이나 미국과 러시아 대사를 통해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있다. 그 결과를 직접 보고할 모양이다. 아마 직접 보고해야할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에서는 연락이 없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 블라디보스토크에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폐하께서 그 항공모한을 방문했으면 하더군요.”

“그럼, 가봐야겠군. 간다고 연락해.”

“넷!”

러시아에서는 한국 해군에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함재기로 수호이-33으로 구매협상을 시작하자 김수훈에게 위용을 보여줄 모양 같았다.

“폐하, 고려인 모임의 회장들이 면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오전에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만나도록하지. 여기서.”

“알겠습니다.”

“그 외에 다른 보고할 것은 없나?”

“이집트와 리비아의 상태가 전보다 악화되고 있어 서로 전차부대를 국경지역으로 집중 배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보고에 김수훈이 약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할일 어지간히 없는 사람들이야. 잘 타협해서 사이좋게 나누어 파먹으면 될 일을 꼭 전쟁으로 해결하려고 하다니 다들 제 정신은 아니야.”

김수훈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전력으로 보아 양국은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기는 힘든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전력 분석을 하고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양쪽 모두 소모전으로 전쟁을 벌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아랍델타연맹 회원국인 이집트를 돕자니 별로 영양가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연합군을 보내서 아예 리비아를 밀어버려?’

리비아도 석유 매장량이 많은 나라다. 그러니 이라크처럼 확 밀어버리고 그곳의 차지해 원유를 파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자신의 안위는 물론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나 정부가 테러집단의 표정이 될 수 있다. 이제 돈도 풍족해지는 판국에 그렇게 하기는 조금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임종관 사령관에게 연락해. 정식 작전명령으로·······. 아랍연합군 제 1군단을 시나이반도로 전진 배치하라고.”

“넷!”

이런 대화를 끝으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끝냈다. 그리고 호텔 주방으로 가서 시녀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이 들어오자 세 사람은 식사를 하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개, 너 러시아 여자 몇 명이나 해결 했냐?”

김수훈이 갑작스럽게 묻자 신복일은 얼굴이 벌게지며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우물거리는 신복일을 보며 김수훈이 다시 말했다.

“물개, 너 별짓 다하고 사는지 내가 잘 알아. 너 엄살 그만 떨고 오만 공주와 결혼해라.”

“폐하, 저는 아랍 공주나 여자는 싫다니까요.”

“지랄을 해요. 아니 너 꼭 내 입으로 말해야 되냐?”

“뭘요?”

“어라, 이제 완전히 모르쇠 작전으로 딴전도 피우네.”

“폐하, 저는 아주 정직하게 삽니다.”

신복일의 이런 대답에 김수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랄을 해요. 너 러시아로 와서 그동안 해결한 여자가 벌써 30명이 넘고, 더구나 그 중에 어린 여고생도 둘이나 있으면서 오리발 내밀거야?”

“예? 여고생요?”

“그래 여고 1학년인 친구를 둘씩이나 네가 해결했다고 하더라. 그러니 좋게 말할 때 오만 공주와 결혼해라. 안 그러면 미성년자 해결했다고 러시아 경찰에 찔러버려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게 할 거니.”

이런 협박에 신복일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고개를 숙이고 사정했다.

“폐하, 또 왜 이러세요. 아니 아랍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죽어도 싫다는 저를 왜 그런 여자와 결혼을 억지로 시키려고 하는지 도통모르겠습니다.”

“잔말 말고 시베리아 수용소로 끌려가기 싫으면 빨리 결정해. 나는 친구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폐하, 저를 왜 감시하고 그러세요?”

“누가 감시를 해? 네가 자랑하고 떠들어서 내가 아는 거지.”

김수훈이 이러는 이유야 우선 아랍왕국 중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왕자 요구에 호응하여 제일 먼저 지난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나라가 오만 왕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수훈은 친구로 불리는 신복일에게 오만 공주를 떠넘길 생각이다. 신복일의 뒷조사를 일부러 시켜서 그의 행적을 소상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신복일은 이미 자작인 귀족이다. 그래서 실루엔 후작이 이끄는 왕실 감찰원의 조사대상이라 행적은 보고되고 있었다. 더구나 국왕과 자주 만나서 같이 지내니 특급 감시와 보호 대상이다.

해외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에서도 신복일의 행적은 항상 감시와 보호대상에 속한다. 2중 3중으로 그의 행적은 모조리 국왕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죽어도 아랍여자와는 결혼하기 싫다고 하는 신복일은 김수훈의 말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너, 더 버티면 내가 인터넷으로 네가 해결한 러시아 여자들을 모조리 공개한다. 그러면 너는 그냥 그날로 죽은 목숨이야. 너는 네가 해결한 어떤 여자들인 줄은 알고나 그 짓을 하냐?”

“예? 어떤 여자들이라뇨?”

“인마, 네가 처녀로 알고 데리고 놀던 여자는 러시아마피아 애인이야. 한 명의 경찰 부인이고. 하나는 군인 부인인지 너는 몰랐냐? 너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어? 아무리 여자가 좋아 해결해도 그렇지 좀 뭘 알아보고 해야지.”

이런 말에 기겁한 신복일은 드디어 한숨을 토했다.

“알았어요. 폐하가 결혼하라면 해야죠.”

결국 러시아에서 여자들과 정사를 벌이다가 약점이 단단히 잡히자 승복하고 말았다.

사실 신복일은 러시아 여자들과 달콤한 연애를 한 것은 아니다. 모두 전화로 연락해 매춘했다. 러시아는 경제가 어렵게 되자 드디어 공직자들의 부인까지도 매춘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로 투자하기 위해 찾아온 모하르 샤 국왕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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