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화
무스카트를 떠나 해안을 따라 서북쪽으로 가다 바닷가에서 잠시 리무진을 세웠다. 차에서 내려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습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어! 아주 시원하네.”
아무리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도 좁은 차량 안보다는 밖이 좋았다. 멀리 보이는 섬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이 안사는 나무나 풀이 전혀 없는 바위다.
여기 섬들은 한국에 있는 섬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있는 삭막해 보이는 섬들에 비하면 한국의 섬은 너무 환경이 좋은 옥토들이다.
바위로만 이루어진 섬들을 바라보며 김수훈이 신복일에게 물었다.
“복일아, 뱃사람 신밧드가 어디 출신인지 아냐?”
“신밧드 고향요? 잘 모릅니다.”
“너는 아랍에 대해 공부 더 해야겠구나.”
“아랍에서 생활한지 오래 되지 않았으니 배워야 되겠죠.”
“신밧드는 오만출신이라고 전해진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자 신복일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아하, 그렇군요. 신밧드가 오만 출신인지 저는 오늘 처음으로 알았네요.”
“아라비아나이트에 나오는 신밧드 모험 이야기가 전해 주는 것처럼 본시 오만사람들은 해양민족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그런 문학작품이 전해지는 것이고.”
“그러내요. 여기서는 바다를 이용해서 멀리 인도까지 갈수 있으니 아무래도 그렇겠네요.”
김수훈은 오만왕국을 왔던 기념으로 뭔가 하나 해보고 싶었다.
ST 레포츠 소그룹에 속한 ST 영화사를 통해 오만왕국에서 ‘신밧드의 모험’이란 영화를 찍어 보도록 해볼 생각이다.
“복일아, 신밧드 모험을 성인영화로 찍으면 성공 가능성이 있으려나?”
“아동용인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 성인영화로 촬영해서 성공할지는 저야 모르죠. 더구나 영화 사업은 저야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니 판단할 수 없지요.”
“배도 크게 전통기법으로 건조해서 문화기획 상품으로 만들어 볼까한다.”
“그러려면 투자를 많이 해야 되겠네요.”
“그렇겠지.”
김수훈이 해보려는 ‘신밧드의 모험’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많이 유명해진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성인용으로 영화를 찍어 볼 생각이다. 그가 살던 시절의 영화인 ‘캐리비언 해적’ 같은 정도로 제작해볼 생각이다.
영화는 꼭 성공하라는 보장을 못하는 투자 위험성이 높은 사업이다.
돈이 풍족해지자 김수훈은 자신이 평소 한 번쯤 찍어보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전에는 무조건 이익을 추구해서 사업했다면 이제 조금 변한 것이다.
‘이래서 제니퍼가 항상 여왕이 나오고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찍는군.’
어찌 되었건 돈줄인 제작자의 취향이나 어떤 의도가 영화의 작품 속으로 녹아들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취양에 따라 사업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김수훈은 본능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고 있었다.
“배를 만드느라 투자가 많이 드니 단편 영화 보다는 모험 극이니 아무래도 시리즈가 적당하겠네.”
“그렇겠네요.”
이제 모하르 령에도 TV방송국이 생기게 되었다. 아랍사람들이 쉽게 공감하는 내용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생각이다.
본시 판타지 소설가 출신이니 김수훈은 상상력이야 풍부했다. 그래서 오만왕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이런 구상을 하고 있었다.
‘영화 보다는 TV의 시리즈가 더 재미있기는 할 거야. 내용도 풍부하게 넣을 수도 있고.’
이제는 서로 상당히 밀착된 이라크라고 판단했다. 바그다드가 주된 배경인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로 장기 시리즈를 제작해볼 생각이다.
김수훈이 판타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바로 아라비안나이트 때문이다. 고아인 처지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아라비아 이야기에 매료되어 결국 소설을 쓰게 되었다.
잠시 자신의 과거 행적을 떠올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사업구상을 하고 있었다.
‘아랍어로 방송하면 모든 나라들이 쉽게 시청하게 될 거야.’
아랍권이 한 덩어리 되어 힘을 합치자고 해서 만든 모하르 령이다. 그곳의 TV방송국은 많은 아랍국가에서 공감해 볼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전쟁 이후에 다소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하던 김수훈은 새로운 사업 거리가 생기자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모하르로 돌아가야겠다.”
“폐하, 아랍에미리트 방문은 안하시고요?”
“가는 길이니 잠깐 들려서 가면 되지.”
다소 느긋한 일정으로 움직일 생각으로 이동하다 이들은 빠르게 서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에도 잠수함 2척을 넘겨주기 위해 가는 것이다.
일행은 신속하게 이동해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로 가게 되었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는 섬으로 육지와 인공제방으로 연결된 지역이다. 아랍에미리트는 공화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7개 토호국(에미리트)가 합쳐진 연합국가다.
그래서 토호국군주인 국왕이 지배하기 때문에 왕국으로 칭하고 있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제일 큰 규모의 토호국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토호군주들이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모든 경제는 아랍의 산유국들이 그렇듯이 아랍에미리트는 대부분 국가재정을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충당하고 있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큰 부를 이룬 아랍에미리트는 모든 도시가 바둑판 모양이다.
아부다비 항구에 정박 중인 잠수함 2척을 인계하자 이곳에서도 축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김수훈은 아부다비 국왕에게 정정하게 말했다.
“저는 급한 일이 생겨 속히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요? 무슨 일입니까?”
“·······.”
막상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사업 때문에 바쁘다고 할 수 없었다. 적당한 핑계가 생각나지 않아 침묵했다. 그러자 상대방도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저 흘리듯이 중얼거렸다.
“아마 이스라엘 문제 때문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아직도 해결할 일이 많습니다.”
전쟁 보상금을 받지 않은 대신 약탈이나 압수라는 명목으로 이스라엘의 알속을 빼먹었다. 핵무기 10기, 잠수함 6척, 중거리미사일 5발, 모사드의 방대한 정보자료, 조기경보기 2대를 챙겼다.
그중에 잠수함은 사우디 2척, 오만 2척, 아랍에미리트에 2척을 주었다. 조기 경보기 2대는 사우디아리비아 공군에게 넘겼다. 모두 아랍델타연맹 보유 장비로 해당국에 임대형식으로 넘겨주었다.
약간 특이한 형태로 김수훈은 막강한 육해공군의 전력을 지니게 되었다.
아부다비 국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스라엘에서 미국에게 돈을 주지 못한다고 버티는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우리가 인수할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란의 스커드 미사일 때문인가요?”
“비록 명중률은 선전보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현존하는 방어용 지대공 미사일로는 최고니 보유하는 것도 좋죠.”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스라엘 정부와 제가 협상을 해보죠.”
이스라엘을 난도질해 영토는 반 토막으로 잘라냈다. 중요한 전략적인 무기들은 차지해버려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김수훈은 약탈해서 나누어 주고 먹은 것을 잘 소화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육군 보다는 공국과 해군력에 치중하고 있었다. 이제는 바다로 국경을 이루는 이란과 사이가 원만하지 않으니 영공과 영해 방어에 치중하고 있었다.
아부다비 국왕은 추가하여 자기 생각을 말했다.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사면 연합군 방공부대 소속으로 해놓겠소.”
“아, 그래요. 그렇다면 이스라엘 측이 쉽게 매각할 수도 있겠네요.”
“꼭 부탁드립니다.”
“알았습니다.”
사실 이란이 미사일로 공격한다면 모하르 령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생겼다. 이웃한 아랍에미리트가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을 보유한다면 모하르 령도 어느 정도는 방어가 된다.
“이스라엘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시스템이 2기나 모두 인수해 보기로 하죠.”
김수훈은 그나마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신형무기마저 싼 가격으로 인수해 사실상 완전히 무장해제 시키고 있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자기들 공군기와 같은 기종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 공군기인 F-16 파이팅 팰콘을 팔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전후 복구를 위해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송금이 단절된 상태니 결국 쓸모가 없어진 무기들을 현금주고 사간다니 아랍국에게 팔기로 했다.
두 국왕은 잠시 이스라엘이 보유한 무기 처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헤어졌다.
바닷가를 따라 나있는 고속도로를 질주해 모하르 령으로 향했다.
방탄리무진 안에서 김수훈이 신복일에게 권하고 있었다.
“복일아, 오만 공주가 싫으면 아랍에미리트 공주는 어떠냐? 미국에서 학교를 다녀 다른 아랍 여성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던데. 처가가 돈도 많으면 좋지 않냐?”
이래저래 아랍여자라면 별로 느낌이 좋지 않은 신복일은 고개를 저으며 응수했다.
“폐하, 저 아랍여자와 결혼은 싫다니까요.”
“그런데 왜 오만서는 그랬냐?”
“그거야 제가 술 취하자 폐하가 절 놀리려고 벌인 일이죠.”
“지랄하네,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두 사람은 오만에서 시녀와 있었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전에는 보이지 않던 대추야자 나무가 마치 가로수처럼 줄지어 서있었다.
김수훈이 항상 조림을 강조하니 심게 되어 이제는 열매가 열릴 정도로 자라고 있었다.
모하르 샤 국왕이 오만 왕국의 방문은 끝내고 출국하고 나서 무스카트에서는 신복일이 거론되었다.
오만 국왕이 시녀장에게 지시했다.
“그 애를 불러와라.”
“예!”
눈이 쑥 들어간 시녀가 부름을 받고 왔다. 하룻밤을 너무 진하게 보내자 얼굴의 살도 빠졌다.
“너, 왜 보고하러 안 왔냐?”
“폐하, 저 하루 종일 아파서 누워 있었습니다.”
“그래, 네가 보기에 신복일이란 청년은 어떻게 봤냐?”
오만 국왕의 물음에 시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평하고 있었다.
“폐하, 공주님과 그분과 결혼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뭐라? 왜?”
공주와 결혼하면 안 된다고 하니 급하게 반문했다. 그러자 시녀는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제 얼굴을 보세요. 하룻밤 만에 제 얼굴이 이렇게 반쪽으로 변했어요.”
“그렇군. 그만큼 그 청년이 뛰어나다는 소리냐?”
“힘이 너무 좋아서 문제가 많아요. 제가 보기에 나이가 어린 공주님은 그 청년과 결혼하게 되면 단명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뭐라? 그 청년과 결혼하면 공주가 죽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힘이 너무 좋은 그런 분과 여리신 공주님이 결혼하시게 되면 제가 보기에 큰일이 납니다. 저 같은 여자나 적당하지 다른 여자는 견디기가 아주 힘들어 보입니다.”
시녀가 하는 말을 듣던 오만 국왕은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고 있었다.
‘사내가 욕심나서 차지하고 싶으니 감히 나를 상대로 허튼 수작을 부리네.’
많은 여자와 사람들을 경험한 오만 국왕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밖으로 내색할 수는 없었다. 국왕이란 아랫사람이 허튼수작을 부려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알고도 속아 주는 것이 제왕이 아랫사람을 다루는 방법이다. 물론 시범케이스가 필요할 때 단칼에 베어버리기 위한 비축용이다.
더구나 어린 시녀의 허튼 수작에 일일이 반응하면 제왕의 체통이 서지 않으니 그냥 모른 척 넘어가고 있었다.
‘신 보좌관은 더 지켜봐야 하겠어.’
공주와 신복일 보좌관과 결혼시키는 문제는 미루기로 했다. 사내가 정력이 너무 강하면 여자들이 주변에 많아진다. 어린 공주에게 좋다고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알았다. 약속했으니 하렘에서 떠나도록 해라.”
“예. 폐하 감사합니다.”
시녀는 국왕이 주는 달러를 받고 별궁에서 떠나게 되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모하르 령이다. 자기를 죽일 것같이 녹여주던 사내가 사는 그곳으로 가서 살고 싶어서다.
그리고 모하르는 신흥 개발지역이니 그곳에서 장사하면 돈은 벌게 생겨서다. 이제 모하르 령은 아랍의 경제, 문화, 정치, 군사, 교통의 요충지가 되고 있었다.
오만과 아랍에미리트를 들려 모하르 령으로 돌아온 김수훈은 신복일에게 지시했다.
“복일아, 여기서 할 일은 대충 끝난 것 같으니 너는 파키스탄으로 가서 파이프라인 공사장을 살펴봐라.”
“알겠습니다. 바로 떠나죠.”
“가서 공사를 잘하는지 점검하고 여기로 돌아와라.”
“넷!”
아직도 공사 중인 파키스탄 지역의 공사장으로 보내 공사를 재촉해 볼 생각이다. 올해 안에 끝내야 모든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이다.
신복일이 파키스탄으로 떠나자 김수훈은 임종광 사령관을 불러 지시했다.
“사령관은 이스라엘로 가서 무기들 반출에 대해 확인하세요.”
“알겠습니다.”
“패트리어트 시스템 2기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사간다니 그쪽으로 넘기세요. 나머지 무기는 이라크와 이집트로 넘기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F-16 전폭기는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필요하다니 적당한 수만 남기고 넘기도록 하세요.”
이스라엘은 무장해제 수준으로 보유군대의 수와 군 장비를 줄이기로 종전평화 협정 채결에서 합의했다. 그로인해 많은 무기들이 이제는 폐기하거나 다른 나라로 판매해야 된다.
김수훈이 그런 무기를 모두 이집트와 이라크에게 판매하라는 이유는 두 나라는 여전히 주변국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경우는 쿠르드 반군, 이란, 터키와 사이가 좋지 않아 무기들이 필요했다.
“사령관, 판매되는 무기는 이라크와 이집트 이외에 다른 나라로 반출은 안 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집트의 경우는 이웃한 수단에서 내전이 자주 발생하니 아무래도 보유해야할 무기가 많이 필요했다. 또한 리비아와 사이도 좋지 않으니 싼 가격으로 파는 무기를 기회에 구매하려는 중이다.
“이스라엘이 두 번 다시 무력으로 주변국을 공격할 생각 자체가 사라지게 무장력을 없애도록 하세요.”
“예, 철저히 조사해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소국으로 대단한 무력을 지녔던 이스라엘은 완전히 약한 나라로 변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모든 군대의 신형장비는 아랍델타연맹의 총사령관인 모하르 샤 국왕의 승인이 있어야 보유가 가능하다.
이스라엘이 보유한 무기들에 대한 처리를 끝내고 나자 김수훈은 그제야 한국으로 연락했다.
“백화 할멈, 시간 있으면 바그다드로 잠깐 놀러오지.”
“예? 바그다드요?”
전화를 받는 오백화는 다른 나라에서 만나자는 말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사담 후세인의 정신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김수훈은 다시 말했다.
“내가 꼭 할멈에게 알려줄 중요한 일이 있으니 바그다드로 오라고. 나는 바로 이라크로 갈 거니까.”
“알겠습니다. 아씨를 모시고 가죠.”
“아니야, 수인은 몸도 좋지 않다니 그냥 혼자 오라고.”
“상제님, 수인 아씨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할멈 혼자 오라고.”
“알겠습니다. 상제님이 연락해주니 이제야 안심입니다. 즉시 가겠습니다.”
영영 결별할 줄 알았더니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자 오백화는 매우 반가워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5월이 되었으니 중대한 사건에 대해 말해줄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 일이 안 벌어지면 진짜 골치 아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