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화
신복일은 이제 여자라면 진저리가 나서 급하게 시바 섬으로 들어갔다. 섬을 개발할 기반공사를 해놓고 모하르의 총독관저로 이동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거기가 제일 좋아.’
그곳으로 가면 한국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 있는 문화공간이나 편이시설은 모두 있었다. 아덴이 큰 항구이기는 하나 여전히 낯설기만 한 곳이다.
옮기려는 제일 큰 이유는 수많은 여자들 때문이다. 많은 여자들 중에 누가 자기에게 진드기 짓을 할지 모른다.
신복일이 제일 겁나는 여자는 40대인 영화감독이다. 그녀가 자기를 만나러 다시 찾아올까 겁내고 있었다. 두 번이나 이혼한 여자로 지금 혼자 산다니 더욱 겁났다.
“50명 중에 제일 독종인 여자야.”
섬으로 같이 들어간 여자들 50명 중에 대략 25-30여명이 신복일과 접했다. 그러나 신복일은 거기로 간 여자들은 모두자기와 접했다고 판단했다. 단 한사람 제너퍼만 예외로 생각했다.
얼굴과 체구가 거의 비슷하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신복일은 반복해 접한 여자도 다른 여자로 생각했다.
하루에 보통 초저녁과 새벽. 그리고 낮에도 가끔 접했다. 그래서 수리 계산으로 최소한 한 달 사이에 60-70번은 했다고 계산했다. 그래서 총 50명이니 모조리 자기와 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들의 성노예였어.’
검은 차도르 속에 숨겨진 아랍 여성들의 용광로처럼 뜨거운 열정을 너무도 절절하게 체험했다.
때로는 어둠 속에서 벌어진 일도 많았다. 얼굴도 모르고 일을 벌였으니 영화감독처럼 아주 특별하지 않으면 도무지 어떤 여자인지 잘 모른다.
‘그 여자에게 걸리면 그 때는 나는 코가 낀다고.’
어쩌다 나이 많은 여자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스탈일이 전혀 아니고 너무 우람한 몸매에 진드기 같은 여자다. 하룻밤에 진기를 쏙 빼먹어 버렸었다. 그런 늙은 여자와 잠자리는 너무 끔찍한 지옥인 고행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다리가 저절로 후들거렸다.
‘아무튼 뚱뚱한 년이 더 진드기야.’
신영복은 그런 처절하고 치욕스런 지난 일이 정말 싫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라도 철저하게 지우기 위해서 시바 같은 섬을 사그리 갈아엎을 생각이다.
아덴 항구에서 급하게 수소문해 공사를 담당할 업자나 감독할 직원도 채용했다. 장비나 건자재도 구입하고 단종 건축업자들도 모으고 인부도 모았다. 중장비는 아예 구매하는 방법으로 구했다.
“갑시다.”
요트에 직원들과 생필품을 가득 싣고 시바 섬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바지선에 대형 굴삭기가 실려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한 달 간이나 성노예처럼 지내던 곳이라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자기가 처음 시작한 개발 사업이니 어느 정도의 끝은 보아야 된다. 그런 생각에서 개발에 필요한 기반 공사는 끝내고 떠나려고 했다.
섬을 통째로 샀으니 자기가 마음대로 선 그으면 도로고 그곳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니 해볼 만한 사업이다. 토목과 건축사로써 이런 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다.
‘지난 흔적 하나도 남기지 말고 사그리 뒤집어 버려야지.’
아무튼 이런 속이야 혼자만 아는 일이고 부지런히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시바 섬은 섬 전체 둘레가 15킬로 미터정도 된다. 약간 반달형인 섬은 아덴에서 보면 해발 50미터 높이의 바위산만 보이고 남쪽으로는 비탈을 이루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고급호텔 보다는 리조트가 좋겠네.”
남쪽으로 보이는 해변에는 1킬로미터에 달하는 100미터 정도 폭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생각보다 주변에 많은 물고기가 모이는 곳으로 바다 낚시터로 유명하다. 돌이 많은 곳이라 농사터는 거의 없다, 이곳에 10여 가구만 살고 있었던 이유는 식수로 사용할 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수 부족 문제를 제일 먼저 해결해야 관광지로 개발이 가능했다.
신복일은 제일 먼저 지하수 개발업자를 불러와 지하수 개발을 착수했다.
“지하수가 나오는 곳을 확인해 파고 그 다음에 공사합시다.”
“예. 보아하니 지하수는 조금 깊이 들어가야 할 것 같군요.”
“얼마를 깊이 파던 많이만 나오게 하세요.”
“넷!”
신복일은 같이 들어오게 된 토목 공사업자를 불러 바위산 이래에 저수지를 만들게 조치했다.
“큰 저수지는 만들 생각 말고 작게 만드세요. 물이 부족해서 바위산에서 흐르는 물만 조금씩 가두면 됩니다.”
지하수가 오염이 안 되었으면 그것을 식용으로 쓰기로 했다. 건수인 저수지의 물은 공업용수로 사용할 생각이다. 전기가 공급되기 어려운 지역이다. 전기는 별수 없이 경유를 사용하는 자가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며칠 지나지 않아 지하 100미터 지점에서 지하수가 터졌다.
“압력으로 보아 많이 나오게 될 겁니다.”
“대행이군요.”
작은 물웅덩이를 보강하는 차원의 몇 개의 소형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대형 굴삭기를 10여대 들어와 공사하니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주한 어민들이 사는 곳에는 우물인 약수가 있었다. 그곳은 그대로 약수터로 보강공사하고 집을 헐어내고 건물을 짓기 위한 터를 다듬었다.
쾅!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10대의 대형 굴삭기가 동시에 공사하고 있었다. 너무 쉽게 100채의 작은 방갈로를 지을 터는 만들어 지고 있었다.
이곳 섬을 휴양지로 개발하기 때문에 TIB 아덴리조트라는 새로운 회사가 설립되었다. 예멘 정부에서는 섬 전체를 아덴리조트로 매각해 개발하게 되었다.
기본 토목설계를 끝내고 아주 기초적인 토목공사가 끝나자 모하르 령에서 ST 건설회사 직원들이 찾아왔다.
신복일은 그들에게 자기가 구상한 계획을 설명했다.
“500개 룸이 있는 리조트를 세우고 100개의 방갈로만 세우면 되는 거요. 해변 선착장은 조금 크게 만들어 요트 정박시설도 함께 만들면 더 이상은 공사하면 안 됩니다. 추가로 시설공사하면 식수 자체가 문제되니 그 점을 명심해요.”
“예, 그렇게 하죠.”
최대한 자체적으로 전기를 충당할 생각으로 당부했다.
“모든 건물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하도록 설계하세요.”
“잘 알겠습니다.”
“바위산 제일 높은 곳에는 등대를 겸한 통신시설과 전망대를 만들고, 길이 2킬로미터의 8차선 도로를 겸한 간이 비행장을 시설해야 합니다.”
직원들과 계속 같이 지내며 개발 구상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중. 다행히 여기까지 찾아오는 여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TIB 회사가 설립되며 등장한 신복일이 새로운 인물로 차츰 부각되었다. 어린 나이에 개발공사를 진두지휘하게 되자 아랍의 왕족들도 그제야 그에 대해 관심을 두었다.
“어린 사람이 큰일을 추진하네.”
아랍공주들을 모하르 샤 국왕과 결혼시키려다 실패한 국왕들이다. 특히 쿠웨이트 국왕은 다소 늦게 아랍델타연맹에 합류했다. 그래서 자신의 딸인 공주를 모하르 샤 국왕과 결혼시키기는 틀렸으니 자연히 새롭게 나타난 신복일에게 관심을 두었다.
“신 이사라는 청년이 특이하네.”
“폐하, 모하르 샤 국왕과 아주 친한 친구라고 하네요. 아마 어려서 상당히 친했던 청년 같습니다.”
“범이 고양이하고 친하지는 않지.”
“폐하, 그건 불변에 법칙이 틀림없습니다.”
“그 청년의 과거 행적을 잘 조사해 보게.”
신복일은 이런 사실은 전혀 모르고 시바 섬에서 떠나고 있었다. 여전히 사막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제니퍼를 만나 작별했다. 멀리 사막에서는 수많은 낙타들이 동원되어 길게 이어지는 대상 행렬을 촬영하고 있었다.
“저는 이제 모하르로 갑니다.”
“어머! 그래요. 시바 섬의 개발 계획은 인계가 끝났나요?”
“예,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총독 관저로 가서 근무하게 됩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요. 덕분에 영화촬영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네요.”
영화촬영이 순조롭다는 것은 그만큼 여자감독이 여배우들을 들들 볶는다는 반증이다. 그런 제니퍼의 응수에 신복일은 속으로 기겁했다.
‘헉! 촬영 빨리 끝내고 나를 잡으러 오려는 거 아냐?’
겁에 질린 신복일은 정신없이 제니퍼에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아덴을 떠나 급하게 모하르 령의 총독관저로 가게 되었다.
태국에서 지내는 모하르 샤 국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에게 TIB 회사 종합기획실 이사 이외에 총독 보좌관이란 직책을 수행하라는 지시다.
“어떤 자리죠?”
질문을 받자 데라둘라 행정차관은 대략 설명했다.
“폐하께서 연락하시기를 모든 건설 현장을 다니며 잘못된 곳을 찾아보라는 지시입니다.”
“모조리요?”
“예, 모하르 령 전체를 점검하랍니다. 안전점검도 하고 과다하게 공사비 나간 곳이 있나 조사하고요. 혹시 부실공사도 있나 철저하게 점검하라는 지시입니다.”
신복일은 혼자서 하기가 너무 버거우니 한국에서 새로 5명의 직원을 불러왔다. 먼저 제일 먼저 공사가 끝났다는 항만 시설부터 확인하고 다녔다.
그는 모하르 령에서 제일 겁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가 무서운 이유는 그의 지적을 받으면 그것으로 그 부실 공사한 회사는 미래가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허! 하산 같은 이상한 사람을 여기다가 또 만들었네.”
“정산한 장부를 모조리 제조사 한다니 걸리는 사람 죽었네.”
수많은 공사가 일시적으로 벌어졌으니 부실이나 또는 부정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바쁘게 모하르 령에서 각종 공사현장 전체를 홀라당 뒤집으며 지내는 동안. 태국으로 간 김수훈은 역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태국의 방콕에 도착한 김수훈은 우선 제 1 기갑군단의 이동을 지시하고 제임스를 만났다. 이제는 태국에서 아주 유명한 인사로 변해 숨어 지내는 입장이 아니었다. 군부나 관료들과도 유대관계가 아주 좋았다.
방콕 시장이 제임스를 김수훈에게 소개했다.
“폐하, 타이픈 투자 회사의 제임스 회장입니다.”
그러자 김수훈은 태연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인사했다.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여기서 계속해서 투자하신다고요?”
“예, 푸켓과 방콕에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처음 만나는 사이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약간 트릭을 쓰고 나서 같이 다니며 방콕의 산업 시설을 돌아보았다. 다른 공장 시설을 돌아보고 나중에 슬며시 제임스가 하는 사업장을 보고 싶다고 해 타이픈 전자회사를 찾아가게 되었다.
방콕 시가지에서 다소 떨어진 저지대에 세워진 공장 시설을 보고 김수훈은 기절하듯이 놀랬다.
‘헉! 여기는 물구덩이가 되는 곳인데. 죽을 자리에 터를 잡았네.’
방콕도 물난리로 크게 당하는 곳이지만 거액을 투자한 푸켓 역시 대규모의 쓰나미로 인해 아작 나는 곳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튼 불안한 곳에 터를 잡고 있었다. 김수훈이 일본에서 투자하다가 다른 투자처를 찾는 이유는 쓰나미와 지진 때문이다.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최저성장률인 침체의 늪으로 깊이 빠지게 된다. 더구나 부동산 대란도 일어나니 여러 가지로 불안했다. 모르면 잘되는 기업자금을 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일본에서는 자금을 최대한 해외로 빼내고 있었다.
“푸켓에서는 언제 철수할 거냐?”
“앞으로 5년만 운영하고 호텔을 팔아야죠.”
“그럼 푸켓은 별로 걱정 아니네.”
다행이 푸켓은 쓰나미가 일어나기 전에 돈을 회수한다니 별로 걱정은 아니었다. 전자공장을 세운 방콕이 대홍수가 그 후에 터지니 은근히 걱정이다.
조용히 둘이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자회사서 뭐를 만드냐?”
“가전제품이죠. 냉장고 선풍기 텔레비전 등 잡다합니다.”
“전자회사를 지금 팔면 사겠다는 사람은 있고?”
“예, 얼마든지 공장을 산다는 사람이야 많죠. 그런대로 잘 돌아가는 전자회사니 태국기업인들도 많이 욕심내고 있어요.”
이런 대답에 김수훈은 안도하게 되었다. 아직은 그런 대홍수가 나기까지는 20년은 남았다. 그러나 전자회사는 사실 시설비가 많이 드는 회사다. 한번 세우면 그곳에서 계속 시설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혹시 다른 곳으로 옮길 터는 있냐?”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하죠. 하지만 여기가 여건이 제일 좋습니다.”
자꾸 이전이나 매각을 이야기하자 제임스는 그제야 느낌이 좋지 않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 터가 문제가 있나요?”
“그래, 문제가 많이 있는 곳이야. 나중에 여기 대홍수로 인해 수몰되어 완전히 물에 잠겨 버리는 곳이다. 그러니 전자제품 공장은 수몰되면 그냥 끝장난다.”
제임스는 눈이 커지며 매우 놀라며 답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저는 쓰나미만 태국에서 일어나는지 아는데요.”
“너는 그때 감옥에 있어서 잘 모르는 모양이다. 이 지역은 대홍수가 나서 완전히 수몰되어 공장지대 전체가 끝장나는 사건이 벌어진다고.”
“진짜요?”
“내가 너에게 뭐 하러 거짓말을 하냐? 아무튼 기후 변화가 있으니 안날 수도 있지만 그 시기가 오히려 빨라질 수도 있어.”
“듣고 보니 그러네요. 환경변화야 정확히 알 수가 없죠.”
“아프가니스탄의 델타 사막에서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 변화도 있었으니까. 여기도 언제 대홍수가 날지 장담을 못한다.”
“그러네요.”
자연도 변화가 오고 있으니 자기들이 알던 자연현상과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김수훈 말대로 대홍수가 나면 그냥 조금 잠기는 지역이 아니고 지붕 꼭대기까지 잠기는 저지대는 틀림없었다.
“여기가 제일 낮은 지역이지?”
“예. 그래서 토지 가격이 쌌던 모양이군요.”
후에 벌어질 일이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휴, 어쩌지. 새운지 얼마 안 되는 공장을 옮기기도 그렇고. 어쩐지 찜찜하더라니.”
두 사람은 이마를 마주하고 고민했다.
“어쩌죠?”
“마음이 영 찜찜하니까 사업에도 의욕이 떨어지거나 여러 가지로 문제가 생길 거다. 차라리 그래도 돈 조금 남겨도 산다는 사람 있을 때 깔끔하게 팔아버려라.”
“알았어요.”
결국 새 공장을 이전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세상의 일이란 뜻대로 되는 법이 없으니 쉽게 팔릴 것으로 판단하던 전자공장은 팔리지 않고 있었다.
“어쩌죠?”
“그럼 이전을 생각하고 다른 곳에 새로 공장 세워.”
김수훈은 아예 다른 고지대에 전자 공장을 새우라고 권하고 있었다.
“그럼, 어쩌려고요?”
“네가 전자 공장에 더 투자하면 그 때는 사려는 사람이 나오게 될 거야. 네 말대로 입지조건이 좋으니 그 전자회사 공장을 사려고 할 것이고.”
“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새로 세우는 공장은 컴퓨터 부품을 만들어라.”
두 사람은 사람이 벌이는 사건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