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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그리고 회색-394화 (394/591)

394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 4시. 현대식 시설로 관리되는 쿠웨이트 항구의 외항에서는 거대한 유조선 여섯 척이 동시에 출항하고 있었다. 커다란 유조선이 동시에 떠나자 항구는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모두 한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으로 중앙지역인 해주와 원산에 생긴 석유화학 단지로 가고 있다. 수복지구의 경제 발전을 위해 거대한 공단이 개성, 해주, 원산에 생겼다.

붕! 붕!

선박의 길이가 200미터나 되는 거대한 유조선이다.

뱃고동을 울리며 먼 바다를 향해 점점 멀어지는 유조선을 보며 천필우가 급하게 옆에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자네, 가족들은 모두 떠났나?”

“예, 아까 사우디의 주베일로 떠났습니다. 지금쯤 국경 지역에 도착했을 겁니다.”

“다행이군.”

이들은 쿠웨이트에서 지내며 원유를 선적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던 SK 정유회사의 직원들이다. 도대체 왜 쿠웨이트를 떠나 주베일로 철수하라고 지시하는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SK 그룹의 최 회장이 직접 지시해서 철수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더욱 이상했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떠났지?”

“예, 어제 밤에 떠났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앞으로 주베일 항구에서 계속 원유를 선적해 보내야 하니 이동하라는 명령이다. 하지만 주베일 항구에도 그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으니 이상했다.

“우리야 명령만 따르면 되는 거지.”

“그야 그렇죠.”

천필우는 옆에 세워놓은 4륜구동인 승용차의 운전석에 올라 외쳤다.

“이 대리, 빨리 가지고. 12시까지는 주베일로 가야하니까.”

“넷, 운전은 제가하죠.”

“그래, 빨리 가야 하니 네가 해라.”

운전석으로 대신 오른 젊은 직원은 아주 익숙한 솜씨로 운전해 빠르게 어둠을 가르며 항구를 떠나고 있었다. 두 직원들이 쿠웨이트 항구를 떠나고 1시간 정도 지나고 있었다.

이라크와 국경을 접한 압달라에는 국경초소를 지키는 병사가 졸린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끼리리릭. 부르릉.

아주 요란한 기계음이 들리고 많은 차량들이 이동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병사가 쌍안경을 들고 전방을 살피다 화들짝 놀랬다.

“저게 뭐야?”

전방 1킬로미터 부근에 수많은 이라크의 T-72 전차들이 보이고 있었다. 병사는 급하게 전화기를 들고 보고했다.

“이라크가 침공합니다. T-72 전차가 수도 없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사는 더 이상의 보고를 못하고 말았다.

쾅! 과과광!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전차에서 날린 포탄에 의해 작은 국경초소는 병사와 함께 파괴되어 날아가 벌이고 말았다.

국경 초소뿐 아니라 국경지역에 있던 여러 개의 군인들 막사가 공격당했다. 주둔지에 수많은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새벽 5시를 기해 이라크군이 전면전을 시작했다.

콰광! 쾅!

“으악! 으악!”

포탄이 떨어진 주변은 커다란 화염이 일어나며 비명소리가 요란했다. 원 역사에는 몇 개월 전인 전년도에 벌어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일순 이곳저곳이 불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아비규환으로 변하고 있었다.

쿠웨이트의 육군은 그나마 국경지대에 배치해 놓은 10여대의 M-1 전차로 대항하려고했다. 이라크의 T-72 전차에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유는 전차의 화력이 문제가 아니라 전차의 수에서 너무 밀리기 때문이다.

선두에는 T-72 전차를 앞세우고 후미에는 T-64 전차가 따르고 있었다. 전차의 수는 무려 500여대나 되었다. 넓은 사막의 개활지는 이라크의 전차로 인해 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과과광. 콰광!

후방지역에서 쏘는 야포의 무자비한 공격에 쿠웨이트의 방어선은 힘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전차를 비롯해 보병전투차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후퇴! 후퇴!”

이라크의 전차를 앞세운 기습적인 침략으로 쿠웨이트 군대는 변변히 대항해 보지도 못하고 후퇴하고 있었다. 미국제 휴대용 대전차 무기인 토우나 다른 장비로 대항해도 별로 소용이 없었다.

쉬이익! 쉬익!

하늘에서는 쿠웨이트의 F-16 전폭기가 날아와 수많은 전차를 제지해 보려고 폭격을 가했다. 하지만 전폭기의 수도 많지 않았다. 이라크의 30여대의 미그-23 전투기들이 날아오르자 황급하게 사우디 영공을 향해 달아나고 있었다.

쿠웨이트는 국토의 크기도 작고 인구도 많지 않다. 자연히 군대의 수도 적었다. 아무리 우수한 무기를 소지한 쿠웨이트 군대라고 하나 수에서 딸리니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라크의 침공소식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었다. 이어서 도로에는 수많은 피난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화롭고 부국이라고 자부심이 강하던 쿠웨이트는 하루아침에 처참한 신세로 전락하고 있었다.

쿠웨이트 항구를 떠난 천필우와 이대원은 아침 7시가 되어 국경을 통과했다.

두 사람은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기름을 넣으며 처음으로 이라크의 침공소식을 듣게 되었다.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필우 과장은 이대원 대리와 같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후! 우리 회장님, 정말 귀신이네.”

“아마 신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건 아닐 것이고. 이런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지.”

두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그룹의 회장이 직접 국제전화를 넣어 자신들을 모두 사우디로 철수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보낼 유조선은 이미 쿠웨이트 해역을 벗어나 멀리 떠났다.

“늦었으면 유조선까지 잡힐 뻔했네.”

“한진의 회장도 후유 했겠네.”

한진 해운회사 소속인 유조선이 전쟁의 와중에 재수 없어 폭격이라도 당하면 보험이 있다고는 하나 막대한 손해를 보니 해보는 생각이다. 승용차 안에서는 계속해서 쿠웨이트의 전황이 방송되고 있었다.

“새벽 5시에 불법적으로 침공한 이라크 군이 쿠웨이트 시티 주변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로 가는 고속도로에는 수많은 차량들이 줄을 지어 피난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국경 지역으로 피난민이 밀려오자 서둘러 주베일로 향하고 있었다. 가다가 잠깐 멈추는 사이에 급하게 달려온 피난 차량들로 인해 고속도로는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와글와글.

대부분 급하게 도망치느라 행색이 온전한 사람은 드물었다. 머리는 다들 부스스하고 눈은 공포로 질려 있었다.

간혹 가족을 잃은 어린 아이들이 길가에서 울고 있었다.

“엉! 엉!”

두려움으로 떨며 우는 아이들을 후퇴하는 경찰들이 그래도 챙겨서 달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쿠웨이트의 왕가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다는 소식이 들여오고 있었다. 쿠웨이트 방송국에서는 이를 두고 항의하는 방송이 나가고 있었다. 전에 늘 듣던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헉! 벌써 이라크 군대가 방송국을 장악한 모양이네.”

“설마요.”

두 사람이 꾸물거리는 사이에 피난 행렬은 이들보다 앞서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이들은 최대한 멀리 가려는 생각에 계속해서 사우디아라비아 내륙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이 이동하는 중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차나 장갑차들이 급하게 쿠웨이트 국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랍 델타 연합군인가?”

“아닌데요. 군복이 전혀 틀립니다. 저 부대는 사우디아라비아 육군의 기동군입니다.”

많은 돈을 들여 아랍권의 안전을 위한다는 아랍델타 연합군은 이라크가 침공해서 쿠웨이트를 완전히 장악하도록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천필우 과장과 이대원 대리는 밤이 되어 주베일에 도착해 보고했다.

“늦었습니다.”

주베일의 지사장이 호통을 치고 있었다.

“자네들은 지금 장난하나? 12시까지 도착하라고 했으면 정확하게 해야지. 두 사람 안전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걱정한지 아나?”

“죄송합니다. 오다가 길이 막혀서.”

“여기서 할 일은 없으니 빨리 모하르델타의 거기에 있는 아랍총괄지사 사무실로 가서 회장님께 직접 보고하게.”

“예? 회장님이 여기로 오셨나요?”

“직접 목격한 사실을 보고하라고.”

SK 그룹에서는 모하르델타에 아랍권의 모든 나라에 파견 나와 있는 현장 사무소를 총괄하는 지사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제일 큰 업무야 원유를 수입하는 일이다. 하지만 SK 그룹 에서는 건설회사도 와 있고 SK 텔레콤도 이곳에서 통신기기 수출을 위해 활동하고 있었다. 명령을 받은 두 사람은 즉시 모하르델타로 향했다.

그룹의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니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는 다들 놀라고 있었다. 전에도 사담후세인이 호언장담을 몇 번 한 일은 있었다. 쿠웨이트는 본시 이라크 영토라고 주장하더니 드디어 침략해 점령하니 세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속하게 사우디아라비아에 망명정부를 수립한 쿠웨이트 왕가는 이라크의 침략 행위를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모하르델타에 있는 아랍델타연합군 총사령부에는 작전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연합군부사령관인 할카마 대장이 흥분된 표정으로 외쳤다.

“1군 사령관! 그게 무슨 말이오? 군단을 이동시키지 못한다니?”

임종광 대장은 할카마 대장의 말에 연합군의 창설에 대한 서류를 보이며 말했다.

“아니, 할카마 대장은 지금 저 보고 위법을 하라는 겁니까? 여기 서류에 분명히 적혀 있지 않아요. 쿠웨이트는 아랍델타연합군이 자동으로 참전하는 나라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야 알지만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가 우리나라 영토를 침범할 수도 있지 않소. 전방으로 부대를 이동하자는 소린데 그것이 왜 위법이라는 거요?”

임종광을 이런 요구에 다시 서류를 보이며 말했다.

“그런 부대이동은 모두 총사령관의 명령이 있던지. 그도 아니면 아랍델타 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되는 군사작전이 아닙니까? 그건 본시 사우디아리비아 정부에서 하자고 주장한 규약이 아닙니까?”

“지금 시급한 상황에 그런 서류만 만지고 있으면 됩니까?”

“부사령관님,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건 어기면 안 되는 제일 중요한 약속입니다.”

임종광 대장의 주장에 다른 사령관들도 동조했다. 특히 슬라만 중장이 나서며 발언했다.

“폐하께서도 아무런 지시가 없어요. 만약 군대를 한발이라도 움직이면 반역에 해당되니 절대 이동은 안 됩니다. 아무리 급해도 그런 전례를 만들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오?”

“아니? 부사령관님은 군인입니까? 아니면 정치인입니까? 군인이면 명령에 따라야지. 정치적인 판단으로 함부로 군대를 움직이는 결정을 하나요?”

임종광이 이렇게 부대 이동을 거부하자 할카마 대장은 더 이상 부대 이동을 주장하지 못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전황을 기록하는 상황판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잘 못 판단한 거야.”

사우디에서는 막강한 군대를 보유한 아랍연합군이 자국에 주둔하게 되자 무력에 의한 쿠데타가 벌어질까 은근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인접한 아랍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아랍델타 연합군이 무력을 행사하면 버틸 능력이 있는 나라는 어디고 없었다. 그러니 자국의 어떤 왕자나 정치인이 적당한 명분을 가지고 임종광 1군사령관과 밀착되어 군사행동을 벌일까 염려했다.

그래서 모하르 샤 총사령관의 명령이나 혹은 아랍델타연맹의 총회결의로 아랍델타 연합군이 이동해야 한하는 제약을 두었다.

“이라크 군대가 쿠웨이트를 점령하고 그 힘으로 우리나라를 쳐들어오면 그때는 어떻게 한다는 거요?”

“그야 당연히 전면전을 해야죠. 그게 군사작전 명령이지 안습니까? 이라크도 바보가 아닌 담에야 사우디를 침공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임종광이 이렇게 말해도 할카마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는 이라크군이 사우디 영토까지 밀고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거 큰일이네.”

할카마 대장이 애가 달아 동동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파병 온 군인들은 느긋했다.

이때 그레이 왕궁에서 지내고 있는 모하르 샤 국왕으로부터 암호로 전통이 왔다.

“뭐라는 명령서요?”

“제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폐하도 달리 명령을 할 수 없죠.”

모하르 샤가 보낸 명령서는 군대이동은 절대로 하지 말고 오만으로 가 있는 특전부대원들만 모하르 델타 주둔지로 복귀시키라고 했다. 아랍 델타 연합군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카불과 델타방송국을 통해 간단한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아랍델타연맹의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영토에 대해 이라크 군대가 직접 침범하거나 혹은 단 한 발이라도 총알이나 포탄이 날아오면 즉각 아랍델타 연합군은 이라크에 대해 전면전을 하겠다는 교전 수칙에 대한 발표다. 그리고 그런 명령이 연합군 사령관들에게 내려졌다.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왕궁의 수목원에 간이 눈썰매장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처럼 신나게 썰매를 타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다. 아랍에서 벌어진 중대한 사태는 단 한마디도 안하고 마냥 좋고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방송을 보자 할카마는 즉시 외쳤다.

“나는 리야드로 폐하를 만나러 가겠소.”

“알겠습니다. 가셔서 파드국왕 폐하께 여기에서 논의된 사항은 잘 말씀드려 보세요. 부대이동을 원하시면 저희 폐하를 설득해 보라고요.”

총사령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오만으로 떠났던 특전부대원들의 이동명령은 즉각 시행되었다.

리야드의 왕궁에서는 파드국왕과 쿠웨이트의 알사바하 국왕 그리고 할카마 부사령관이 만나고 있었다. 총사령부에서 있었던 내용을 보고 받은 파드국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 제1군 사령관이 그렇게 답변하더라고?”

“넷! 절대로 국경지대로 군대를 이동 못한다고 합니다. 쿠웨이트는 아랍델타의 연맹에 속한 나라가 아니라 소용이 없답니다.”

“다른 부대장들도 다 의견이 같고?”

“넷! 그리고 성명서 역시 아주 애매합니다.”

“뭐가? 내가 보기에는 이상하지 않고 이라크의 준동을 경고하는 메시지던데.”

“폐하, 그렇지 않습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 합병을 시도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비난도 없이 그저 이어지는 방송으로 눈썰매를 타고 노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단순한 의미가 아닙니다. 이것은 쿠웨이트 사태에 대해서는 그냥 구경만 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보입니다.”

“뭐라? 자네가 보기에 그렇다고?”

“넷! 모하르 샤 국왕 폐하는 절대로 방송으로 그렇게 한가하게 노는 모습을 내보낼 분이 아닙니다. 분명히 의도적이고 강한 메시지가 담긴 방송입니다. 하필 왕비와 노는 모습은 제 생각에는 전에 공주님들을 보내는 결정에서 빠진 쿠웨이트 왕국에 대한 조롱이라고 판단됩니다.”

“뭐라?”

“폐하, 모하르 샤 국왕 폐하는 이미 어려서 예지력이 뛰어나 저서에도 이라크의 침공을 예상한 분입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비를 전혀 안한 쿠웨이트 왕가를 은근히 나무라는 의사 표시가 분명합니다.”

이런 대화를 듣던 쿠웨이트의 알사바하 국왕은 얼룩이 퍼렇게 질리고 있었다.

재력이 많고 든든한 후원세력인 미국과 사우디가 있다. 가난한 나라의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동쪽 작은 나라서 온 모하르 샤 국왕을 무시했었다. 하는 행동이 여자후리기에 능하고 꼭 사기꾼 같아 보인다고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아랍 국가들이 공주를 바치며 매달리는 것을 오히려 비웃었다.

‘다들 바보들이야. 저런 이상한 놈이 뭐가 좋다고.’

‘제3의 전쟁’이란 공상소설에서 이미 나와 있는 이라크 침공이다. 바보가 아닌 담에야 사담후세인이 그런 짓을 벌이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판단은 모두 잘못 되고 말았다. 사담 후세인은 오히려 예언서에 나와 있는 전쟁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합병을 시도하고 있었다.

참으로 황당하지만 아무도 예측 못한 사태다. 사실 황당하기는 파드국왕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저서의 내용 중 일부만 믿었다. 하지만 광기가 있는 것인지 사담후세인은 오히려 그 책의 내용에 아주 충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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