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화
소련제 T-72전차들 뒤에는 수많은 군용트럭들이 탄약을 싣고 따라가고 있었다.
T-72전차를 조정하는 아프칸 병사가 은근히 걱정되어 전차장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차장님, 이러다 우리도 이라크와 전쟁에 참전하는 것 아닙니까?”
전차장은 정색하며 답했다.
“무슨 소리야? 바스라 근처까지만 이동해주고 우리는 빠르게 철수해야지.”
“아하, 지금 가는 곳이 바스라 쪽입니까?”
“그래,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잖아. 너는 가는 방향도 모르고 전차를 조종 하냐?”
“제가 조금 방향 감각이 둔해서요.”
“너는 아무래도 조종수 보다는 포술 담당이 적당하겠다.”
수많은 T-72전차가 꼬리를 물고 이동하고 있었다. 갑자기 무전으로 대공 경계령이 발령되었다.
“대공!”
“헉! 속히 위장망 처라!”
병사들이 급하게 전차를 세우고 위장망을 치기에 정신이 없었다. 병사들은 투덜거리고 있었다.
“에이, 또 훈련시키네.”
아프가니스탄 병사들로는 마지막으로 대규모로 부대를 편성해 전개 훈련을 겸해 이동 훈련을 하는 셈이었다.
이동 중에 낮에는 적의 정찰기 때문에 위장해야 하니 더디기만 했다. 그래도 능숙한 아프가니스탄 조종사들에 의해 유도 되는 터라 무사히 바스라 근처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인계를 끝난 아프가니스탄 병사들을 버스를 타고 이동해 귀국하고 있었다.
인수한 전차나 장갑차등이 많고 화포도 많아 그들은 세 번 이상을 이동했다.
자연히 길눈이 어둡다는 병사들도 아주 지형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전차장님, 이제 그냥 눈 감고도 가겠네요.”
“그러냐? 아무튼 졸지 말고 조심해.”
“넷!”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수한 T-72전차 행렬은 낮에는 조용히 은폐하고 주로 밤에만 이동하고 있었다. 이런 이동 중에 간혹 지도에 뭔가를 보고 표시하는 전차장들이 있었다.
이들은 군인이지만 델타타이어 부대원으로 소속이다. 언젠가는 이란과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니 적의 지형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항공사진이나 다른 정보들도 중요하지만 직접 사람이 살핀 지형지물들도 중요했다.
“다리가 튼튼한지 확인해야 되는데. 시간이 없군.”
이런 생각을 하자 일부로 우회도로로 들어가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전차 구난차도 같이 판매하고 있으니 설사 개울에 빠져도 문제는 없었다.
이런 적진을 살피는 조사는 아주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아주 조심하는 행동이라 같이 T-72전차나 포탄을 싫은 군용 트럭을 타고 가는 병사들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전차장님, 길도 잘 아시는 분이 왜 여기로 들어갑니까?”
“착각해서 그렇소.”
구구하게 변명하며 태연히 우회도로를 통해 이동하는 전차도 있었다.
주로 큰 도로가 아닌 우회도로로 슬며시 길을 잃어 버렸다는 식으로 해서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모조리 기록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인수 방법은 두 나라 모두 완전히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는 이란에서 무기 대금으로 받은 원유는 한국으로 판매했다.
울산과 해주에 거대한 정유 공장을 소유한 SK 정유회사나 기타 정유회사에서 사가고 있었다.
김수훈은 기업의 오너들에게만 정보를 알려주었다. 비밀을 지키는 조건이었다. 무기가 이란으로 모두 인계되면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된다는 정보다. 분명 유가가 오르니 전보다 한국의 모든 정유회사에서는 많은 원유 수송선을 동원해 사가고 있었다. 전에는 한국으로 향하는 원유 수송선이 하루에 한 대 꼴이라면 하루에 두 대 정도가 떠나고 있었다. 그래서 원유 수송선은 꼬리를 이어 갈 정도였다.
원유 수송선을 타고 가는 선원들이 계속 이어지는 원유수송선을 보며 말했다.
“정부에서 원유 비축을 많이 하려는 모양이네.”
“그야 그렇지. 경제 규모도 커지고 나라에 여유자금도 많으니 원유 비축량도 늘리려는 거야.”
이미 중앙지역인 비무장지역에 대규모 비축 기지를 만들어 두고 있었다. 그래서 원유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있었다. SK정유회사에서는 해주와 원산 공단에도 거대한 정유공장을 세워두고 있었다.
이란에서 인수해 다시 판매한 원유 대금은 모두 K1A2 전차나 장갑차 그리고 탄약 대금으로 처리되었다. 한국화약에서 탄약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아직은 준공이 멀어 우선은 한국에서 완제품을 사와야 된다.
이제 아프가니스탄 육군의 주력으로 변한 K1A2 전차는 모두 분리해서 모하르델타로 보내고 있었다.
정확한 K1A2 전차의 수는 극비문서를 다루는 안보비서관 그리고 국방부 장관과 일부 장성급 알고 있었다.
모하르델타 제1군 사령관인 임종광 중장은 다소 이상한 방법으로 무기를 교체하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허, 미국의 눈을 속이고 이웃 나라를 완전히 속이고 있군.”
이렇게 말하자 슬라만 중장이 조용히 충고했다.
“사령관님, 이래서 우린 다들 아프가니스탄의 델타를 블랙홀이라고 부릅니다. 군 고위층인 저도 폐하께서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니까요.”
“그렇군요. 아무튼 폐하의 의중을 알려고 해야 머리만 아픕니다.”
“사령관님, 이번에는 전차 20대를 수리소로 보냈습니다.”
“이제 그만 보내도 되지 않나요?”
“아닙니다. 더 보내야합니다.”
멀쩡한 K1A2 전차를 다시 정비한다고 보내 분해해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내고 있었다. 내륙국가라 파키스탄을 거쳐야 하니 이런 방법 이외에는 없었다.
그 바람에 모하르델타에서는 의외로 K1A2 전차가 성능이 보잘것없다고 소문이 나고 있었다.
“또 K1A2 전차가 수리소로 갔다고?”
“예, 어제도 20대 보냈습니다.”
얼마 쓰지도 않고 자꾸 수리소로 보내지고 있다. 또 못 쓴다고 폐기 처분해 고철이라고 말하고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되기 때문이다.
사실 ‘눈 가리고 아옹’하는 방식이다.
워낙 많은 물자가 들어오고 나가는 모하르 델타 지역이라 이런 위장들이 가능했다. 또한 아직도 모든 하역이나 선적 등을 수기(手記)로 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른 기록인 주민등록이나 여권기록은 전산화를 철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군수 장비에 대해서는 수기로 기록하고 그나마 서류도 바로 폐기해 버리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부정이 개입될 여지는 많았다. 하지만 이런 작업에는 모두 델타타이거 부대원들이 배치되고 있으니 그런 일을 벌일 장성들은 없었다.
한국에서 모하르델타 지역으로 보내는 방법은 다양했다. K1A2 전차를 분리해서 자동차 운반선으로 기계류 부품이라고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파키스탄의 항구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컨테이너로 가지고 가는 것은 뭐죠?”
“대형 트랙터 괘도입니다.”
“저건 또 뭡니까?”
“저건 대형버스에 장착할 엔진입니다.”
아직 항만 시설이 없으니 파키스탄의 항구를 통해 들어가는 군수품인 화물들은 이런 식으로 위장되었다. 더구나 울산에서 수많은 철강 제품이 수송되는 가운데 포신들이 이동되기도 했다.
조립이 가능한 정도로 분리되었다. 운반된 K1A2 전차 부품은 모하르델타 지역에 새로 건설 중인 공항에서 군용수송기로 아프가니스탄으로 델타 공단으로 나르고 있었다.
낮에 도착해도 밤에만 하역하고 있었다. 수송기로 운반된 전차 부품들은 델타대우자동차로 가져가 조립해 역시 밤에 다시 실전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런 무기 교체가 벌어지는 가운데 드디어 여름이 한창일 무렵. 이란과 이라크 국경에서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쏴아!
여름이라 그런지 많은 비가 내려 주위가 어두워진 밤.
이라크의 바스라 시는 이제 지루한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고 해서 느긋한 분위기다. 전쟁에서 크게 위력을 발휘한 것은 소련에서 들여온 스커드 B 미사일이다. 사거리가 300킬로나 달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바스라에 있는 전선 사령부.
사령부 내에 있는 커다란 벙커에서 이라크의 바스라 수비대 장군들이 한가하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소련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더 들여와야 되는데.”
“하지만 이제 소련도 돈을 더 달라고 하니 대량으로 매입하기 힘들다고.”
“그래도 이란과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더 들여오는 것이 좋지요.”
“위에서 알아서 도입하겠지.”
이라크 장성들은 오직 스커드 B 미사일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오래 전에는 스커드 B 미사일을 북한에서 약간 들여왔었다. 명중률이나 사거리가 별로지만 싼 맛에 사왔다. 그러나 제2 한국 전쟁으로 북한이 완전히 몰락 직전으로 패전했다. 완전히 패망 직전인 북한에서는 무기 생산을 중단했다. 그래서 북한제 스커드 B 미사일을 사오지는 못하고 있었다.
가격 차이는 많이 나지만 소련도 너무 경제가 어려워 식량 배급도 힘들다 보니 스커드 B 미사일을 전보다 싸게 판매해 많이 도입해 사용했다.
한가하게 잡담을 나누는 중. 국경 지역에서 오는 전화나 무전기가 요란했다.
따르릉!
“뭐야?”
“이란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T-72 전차 수백 대가 일시에 몰려옵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해 후퇴해야겠습니다.”
“이란에 T-72 전차가 많다니 잘못 본 것 아닌가?”
한쪽에서는 더욱 다급하게 무전기를 향해 큰소리로 명령하고 있었다.
“목숨 걸고 사수하라!”
“사수하라.”
아무리 무전기로 사수하라고 외쳐도 무전기에서는 별다른 연락이 다시 오지 않았다. 이미 전멸했던가 아니면 도망친 상태로 보였다. 그로부터 불과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이라크의 바스라 전선 사령부도 위기감이 들어 비상을 걸었다.
에에에엥!
크게 사이렌을 울리며 비상을 걸고 있지만 이미 전선 사령부 건물 주변으로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과과광. 콰광!
사령부의 대형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쾅, 과광!
요란한 폭음과 함께 바스라 동쪽 국경으로 향하는 도로 쪽에서 포성이 들렸다. 방심하던 이라크군은 허둥대다 당하고 있었다.
한가하게 있던 바스라 주민들이 다들 놀라서 동쪽의 도로를 바라보자 이란의 T-72 전차들이 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헉! 저건 무슨 전차야?”
“T-72 전차입니다.”
무전으로 전방 초소에서 보고는 받았지만 설마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뭐야?”
수도인 바그다드의 수도 방위사령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T-72 전차다. 하지만 최전선인 이곳에는 저런 T-72 전차는 없었다. T-72 전차는 수도 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이란이 도대체 언제 T-72 전차를?”
“소련에서 우리를 속인 모양입니다.”
“죽일 놈들이네. 싸우고 있는 양쪽으로 무기를 팔아먹다니.”
수없이 몰려오는 T-72 전차를 바스라에 배치된 T-64 전차로는 도저히 대항하기 어려웠다. 파괴력이나 전자 장비나 혹은 방어력에서 너무 차이가 나고 있었다.
“후퇴하라!”
바스라에 있던 전선 사령부는 신속하게 바그다드 쪽으로 후퇴하고 있었다. 방심하다 아란의 T-72 전차부대에 그대로 당한 것이다. 스커드 B미사일 공격에 힘을 전혀 못쓰던 이란 군대가 T-72 전차를 앞세우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콰광! 쾅!
일제히 품어대는 T-72 전차포에 의해 수많은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수세에 몰린 이라크는 다급해 RPG-7등 휴대용 대전차 무기로 도시 게릴라처럼 대항하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몰려오는 T-72전차로 인해 바스라는 쉽게 점령되고 있었다.
유엔의 중재로 평화협상을 파리에서 하던 중에 벌어진 대대적인 공세다. 그로인해 이라크는 속수무책으로 이란에게 중요한 도시인 바스라를 점령당해 버렸다. 그로 인해 수많은 군인들이 포로로 잡혔다. 점령단한 도시 전체 주민이 포로와 같은 신세로 변해 버렸다.
콰광! 쉭!
바그다드 근처에 있던 미사일 B기지에서 요란한 굉음들이 동시에 들렸다.
기습공격을 당해 바스라를 점령당했다. 독이 오른 이라크 사담 후세인은 불 같이 화를 냈다. 보유한 모든 스커드 B 미사일을 이란의 공장 시설은 물론 유전지역을 향해 쏘아대라고 명령했다.
“한발도 남기지 말고 쏴!”
“넷!”
“소련으로 연락해 최대한 스커드 미사일을 보내 달라고 하고. 그리고 T-72 전차도 보내 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악에 바친 외침으로 인해 거의 동시에 100여기 스커드 B 미사일이 이란 전역을 강타했다. 이로써 다소 잠잠하던 이란 이라크 사이의 전쟁은 또다시 과열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원유가는 급상승하고 중동 지역은 전보다 더욱 치열한 전쟁판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라크는 계속 바그다드를 향해 T-72 전차들이 몰려오자 수도방위군이 보유한 T-72 전차를 총동원해 방어에 나서고 있었다. 한번 수세로 몰리자 이라크 군은 지형에 익숙한 자국에서 싸우면서도 지리멸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 게릴라처럼 활동하는 병사들 때문에 전세는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양쪽 군대는 바스라를 두고 T-72 전차끼리 싸우는 치열할 전차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한쪽이 유리하지 않은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과광, 과광.
그로 인해 두 나라의 많은 사업시설이나 도시들은 파괴되고 있었다. 더구나 상대방이 무기를 사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유전에 대해 공격하자 그 피해는 막대했다. 길에는 집을 읽은 어린 아니나 부모를 잃은 아이가 눈만 동그래져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들 배가 고파 길에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이란이 점령한 곳에서는 살인은 물론 강간 약탈 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강간당해 정신이 이상해진 여자들이 검은 차도로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알몸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또한 그러자 때로는 알몸에 폭탄을 감고 군부대로 뛰어드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었다.
바스라는 처참한 죽음만이 가득한 도시로 변하고 있었다.
이런 두 나라의 전쟁 와중에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에게서 빼앗아 보유한 T-72 전차는 물론 구형인 T-64 전차까지 모조리 팔았다. 덤으로 포탄은 물론 군용트럭까지 팔고 대부분의 소련제 무기를 이란에게 넘겨 버렸다.
7월에 시작된 이란의 대대적인 공세는 무려 한 달간 지속되고 있었다. 양국은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전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모하르 델타의 해변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대형 준설선이 가동되고 있었다.
커다란 준설선은 이미 항만 건설을 위한 준설을 시작했다. 바다에는 아주 긴 방파제가 건설되고 있다. 방파제 끝으로 연결된 지역에는 해수 집수장이 건설되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국왕은 김수훈의 전화를 받고 모하르델타 구역을 대폭 늘렸다. 가로 15킬로미터 세로 6킬로미터 지역으로 새로 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을 가진 사람은 그 지역으로 마음대로 들어가 살수 있다는 조건이다. 그리고 원전이 건설되는 지역에서 4킬로미터 지점은 모두 초지를 조성하고 나무를 심는 등의 시설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조치는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에 대한 환경피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결국 아랍에미리트 국경까지 모하르델타 지역으로 정하고 그 끝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려면 암반 지역까지 파 들어가야 한다. 모래층이 두꺼워 보통 20미터 지하까지 파야 한다. 그 때문에 바닷가에서는 한창 터파기인 토목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초대형 굴착기와 불도저들이 한국에서 들어와 공사하기에 바빴다. 원 역사에 전혀 없는 대형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끼리릭. 부르릉. 덜컹, 덜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