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화
이은혜의 말에 김수훈은 어이가 없었다.
아주 오래전. 전생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분출하기 위해 핸드폰 대금 결제 버튼 누르며 보았던 여자가 떠오른다. 껌을 잘근 거리며 화장 요란한 여자가 내던 소리와 비슷했다.
막 여고 졸업생으로 보이던 어린 여자애는‘아저씨, 진한 밤 10만원, 오키?’하며 토했었다. 그때 인터넷 동영상에서 번개 미팅 조건을 흥정하며 들었던 느낌과 같았다.
너무 황당했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야 새로운 세상으로 떨어져 외롭고 힘들어 그런 소리를 했다지만 이제 검사까지 하고 있다. 그런 잘난 여자가 이러니 너무 이상했다.
바닷가를 나란히 걸어가다 멈추고 이은혜를 바라보았다.
오래전 윤수인과 처음 접할 때야 그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랬다. 하지만 검사하는 여자가 그렇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는 없다.
자주 들었던 요구지만 새삼스럽게 너무 이질적으로 들렸다. 그러니 김수훈은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당황하기 보다는 너무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마치 자기의 숫처녀 순결을 물건 취급하고 있었다. 지니고 있으면 처치 곤란한 물건이라 그냥 풀썩 구걸하는 거지에게 동전 하나 던져 주듯이 줘버린다는 말처럼 들렸다.
‘이 애는 정조라는 개념 자체가 없나?’
전에는 이런 소리를 들으면 그저 웃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은 표정으로 보아 그냥 웃고 넘길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다.
그런 소리를 듣고 나서 김수훈은 시선을 돌려 바다를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파도가 밀려오며 해변의 모래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밀어 올리면 다음에는 다시 다른 파도가 다가와 모래를 바다로 끌고 간다. 반복되는 파도의 움직임을 보며 김수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은혜와는 벌써 15년을 저 파도와 같이 끝없이 지금 같은 반복된 말을 들었다. 늘 들었던 말이라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들렸다.
구차하게 이런 저런 구실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은혜의 아주 단순한 말은 점점 거센 파도와 같이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김수훈의 가슴을 빠르게 요동치게 했다.
쿵쾅! 쿵쾅!
급격하게 뛰는 심장의 고동은 점점 탐욕스러운 욕망으로 변하고 있었다.
‘좋아! 오늘 네가 원하는 대로 깔끔하게 해결해 주지.’
속이야 그렇지만 눈빛은 여전히 이은혜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김수훈은 이제 통치자가 되고 이후로는 포커페이스가 저절로 생겼다. 속마음은 외부로 잘 나타나지 않는 그런 포스를 지녔다.
황당한 표정으로 걷던 걸음을 멈추고 자기를 바라보는 김수훈을 보며 이은혜는 생각했다.
‘내가 말을 너무 노골적으로 했나?’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된 수순이다. 이은혜로는 꼭 통과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과 같았다. 그러니 이은혜는 오늘이 15년을 기다린 날이다. 아니 전생을 포함하면 성징이 생긴 15살 이후로 계산해도 무려 30년은 벼르고 벼른 결전의 날이다.
살아온 나이로 계산하면 무려 45년이다. 반세기를 기다린 너무 중요한 날이다.
이은혜는 폭력조직을 단속하며 거기에서 만난 여자들을 기소하며 들었던 소리가 뇌리에 아직도 쟁쟁했다.
‘첫사랑이 후지면 인생이 우리처럼 후져요.’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단속에 걸린 여자들은 하나같이 처음 개통식을 이상한 남자와 잘못해서 인생이 배배 꼬였다고 하소연했다.
이생으로만 계산해도 무려 15년을 이 사내 생각만 하며 굳게 지킨 숫처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자신은 절대로 아니었다. 다른 남자 생각을 전혀 안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남자고 이 남자 보다 잘나고 멋진 남자는 없었다.
처음에야 외롭고 너무 힘들어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었다. 하나의 정신적인 지주와 같이 생각하던 남자였다. 처음은 그렇게 시작된 외골수인 짝사랑이었다.
그러던 것이 차츰 풋풋한 첫사랑으로 변했다. 이제는 아주 쇠기둥처럼 가슴에 깊이 박혀 요지부동이다. 이은혜는 다른 남자가 ‘노인으로 보이네. 너무 어려 보이네.’ 하며 구구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그것은 모두 변명이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내 마음은 오직 당신 하나니 제발 나 좀 봐 달라.’는 이은혜 방식의 애절한 사랑 고백이다.
그렇게 해서 너무 잘난 사내의 옷자락 한쪽은 꽉 부여잡고 아직까지 버티고 있었다.
자신은 본래 잘하던 공부 실력으로 새 삶을 살았다. 석사 세 개에 박사 하나 먹었다. 덤으로 수석미녀검사라는 마패하나도 옆구리에 찼다. 그런 와중에 잘 빠진 몸매와 서울법대 얼짱인 얼굴값으로 연예인으로 활동해 돈도 좀 벌었다.
그 외에 이룬 것이 여러 가지가 있기는 했다. 중학졸업출신인 아비를 대학원도 졸업시키고 다선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바람기가 다분한 다방 마담 수준급인 어미를 한국에서 말마디는 하는 여성단체 회장으로 만들고 학사 하나는 뀌어 차게 해줬다. 가끔은 대학으로 가서 강의도 해 이제는 미모를 지닌 여교수님 소리도 듣게 해줬다.
가족 전체가 나서서 시작한 부동산 투기도 아주 합법적인 방법으로 잘 해서 돈도 많다. 무남독녀니 아비나 어미 재산은 모두 자신 것이나 진배없다. 아비인 이덕배는 국회부의장이다. 재벌 2세인 울산출신 국회의원 다음으로 재산이 제일 많은 정치인이다.
이만하면 자신도 전생보다 스펙을 많이 높였다.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원 정도야 전국구나 지역구를 가리지 않고 얼마든지 할 여건도 된다. 물론 법에 국회의원은 26살이 넘어야 한다니 아직은 멀었다. 대학교수자리야 이미 여러 대학교에서 특강 해달라고 사정하는 정도라 언제라도 차지할 수 있는 받아 놓은 밥상 자리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부산지검에서의 검사생활을 끝내면 바로 청와대 사정담당 비서실로 가게 된다고도 한다. 이만하면 현재 한국에서는 제일 잘나가는 여자다.
이은혜는 이런 자신의 새로운 삶을 생각하며 김수훈을 바라보았다.
‘휴! 나는 깜도 안 되는 너무 잘난 남자야.’
이 사내를 보면 아무리 호기를 부려도 주눅이 들었다.
전생에 지방대 출신으로 중소기업 다니던 조금 잘생긴 스펙을 지녔던 이 사내의 새로운 삶은 너무 달라졌다.
제일 먼저 소설로 세계로 널리 이름을 날렸다. 이어서 뛰어난 무술로 세계를 휘어잡았다. 아주 짧은 야구선수생활로 일본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미국의 용병으로 힘든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것도 소련이라는 세계 2위인 전력을 지닌 막강한 나라와의 싸움이었다. 그러더니 결국 한 나라의 왕을 홀라당 집어 먹어 버렸다. 물론 너무 가난해 그리 욕심나는 나라는 아니다. 그래도 인구가 3천만명이 넘는 나라의 통치자다.
이상한 통치 방법으로 해외에서 이민도 과감히 받아들이고 어린 여자애들은 마구 끌어 들였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인구수도 해외에서 사는 아프칸까지 합치면 이미 4천만명에 육박한다고 했다.
입헌군주제라고 가면을 쓰고 있지만 절대 왕정국가에도 없는 완전 1인 독재인 그런 통치를 하고 있다.
더구나 자신은 교인도 아닌 이슬람 종교까지 틀어쥐고 꼼짝 못하게 한다. 경제까지 한손으로 요리하니 이 사내야 말로 ‘짐이 곧 국가다.’하며 큰 소리 칠만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은행에서 무슨 경제 성장률이네 적자나 흑자냐 하는 통계 자체를 산출해보려고 안한다. 이유는 그런 통계 자체가 하나마나인 요상한 나라기 때문이다.
당장 자기와 제일 비교되는 것은 남녀관계다. 자기는 남자 하나에 매달려 헤매는 동안. 이 사내는 나이도 위아래 할 것 없이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잡식성으로 여럿을 해결했다.
가만히 보니 팔자는 이 남자도 아주 드세다. 아내들인지 애인인지는 구분이 모호하나 벌써 다섯이나 저승길로 보내 버렸다. 그렇게 하고도 여전히 줄줄이 여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그런 여자들 중에 자신도 포함되지만 그래도 전생도 서로 아는 처지라 특별하기는 했다.
‘이 남자와 사귀는 여자는 단명(短命)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그러니 저승으로 가서도 하렘을 만들 준비를 단단히 하는 남자가 틀림없었다.
이은혜는 자기의 삶과 김수훈의 삶을 돌아보며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순간 눈이 마주치자 잘생긴 눈 속으로 자신이 급격하게 빨려 들어가는 착각이 일어났다. 취음제인 마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래서 여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모양이야.’
머릿속으로 복잡한 생각을 하지만 몸은 어느새 본능적으로 사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은혜 넓은 사내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속삭였다.
“오빠, 나 내일 병가 냈어요.”
“뭐? 병가?”
자기가 생각해도 참으로 멋대가리 없는 연애 멘트다. 하지만 무슨 말이고 해야 될 것 같았다. 자신의 지금 상태를 제일 잘 표현한 말이다.
전에 손맛은 봐본 사내의 물건이 너무 크다.
‘너무 겁나는 대포야.’
각오야 단단히 했지만 오늘밤 일이 성사된다면 내일 출근하기 어려울 것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래서 병가부터 내고 득달같이 여기로 달려왔다.
시간도 별로 없다. 아무리 미국 국적인 타이거 김 여권으로 입국했다지만 지금쯤은 청와대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호텔로 갈수도 없다. 그렇다고 리무진은 마음에 안 들었다. 그거야 가끔 간식거리라면 모르지만 개통식을 그런 식으로 하면 인생이 너무 꼬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은혜는 무슨 사명감이나 과거 고향이라 부산지검으로 자청해서 온 것이 아니다. 박천태가 부산에서 장시간 잠수를 탄다는 것을 알고 김수훈을 기다리기 위해 와있었다.
자신도 그렇지만 박천태와 김수훈 사이는 부부나 애인이나 형제보다 더 깊은 사이다. 박천태만 잡고 있으면 김수훈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부산지검에서 부산의 폭력조직을 상대로 한바탕 휘저어 버렸다. 결국 박천태가 자기와 만나 협상했다. 외국으로 갈거니 그만 단속해 달라고. 그래서 비밀리 출국하게 하는 방법으로 김수훈이 박천태가 걱정되어 부산으로 달려오도록 유도했다.
“오빠, 우리 집으로 가요.”
“우리 집?”
“예, 전에 오빠와 같이 저술한 책의 인지대가 지금도 저에게 와서 마련한 집이에요.”
벌써 10년은 지난 이야기다. 그러니 인지대가 어떤 식으로 정산되는 지 이 사내가 알리는 없다. 너무 부자가 되어 그런 소소한 돈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 대충 인지대 핑계로 두 사람의 공동공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디냐?”
“근처 바닷가요.”
“알았어! 걸어서 가도 되냐?”
“예, 여기서도 보여요.”
이은혜는 북쪽으로 보이는 백사장 끝을 손으로 지목했다. 커다란 해운대 관광호텔이 보이자 김수훈은 이상해서 물었다.
“집이 해운대 관광호텔이냐?”
“아뇨, 해운대 관광호텔 옆에 있는 작고 하얀 건물요.”
“알았어. 그럼 걸어서 가지. 리무진 키는 나에게 줘라.”
“예.”
김수훈은 바닷가에서 모래를 모아 마치 성처럼 높이 쌓았다. 두 사람은 히히 거리며 모래성을 쌓았다.
순간 이은혜는 평생소원 한 가지를 또 해보는 기분이 들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날뛰는 폭력배 단속하며 그녀가 전생에 제일 부러웠던 연인끼리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은 모습이라 그렇다.
‘이게 연애라는 거야.’
아주 사소한 행동이지만 사랑하는 사내와 같이 해보는 모든 것이 마냥 좋았다. 이은혜도 그렇지만 김수훈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전생에도 연애다운 연애를 못해보고 제니퍼와는 약간 해본 연애지만 이은혜에게서 또 다른 감정이 생기고 있었다. 이은혜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나고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이 애도 나를 진짜 좋아하는 거야.’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자 저절로 입술이 심심해졌다.
쪽!
“어마!”
모래성을 쌓는 이은혜의 이마에 입술을 대며 유난히 크게 소리를 내자 이은혜가 모래를 던지며 화를 냈다.
“오빠, 얄미워!”
두 사람은 국왕이나 검사는 이제 벗어버렸다. 그저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두 사람 모두 너무 서로 딴 길을 가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바보 같이 산거야.’
그러나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그래서 조금 마음이 급해졌다.
김수훈은 모래성의 제일 위에 자동차 키를 올려놓고 가볍게 수신호 했다. 경호원들이 자신이나 주변을 쌍안경으로 보고 있으니 이런 동작이 뭐를 뜻하는지 알 것이다.
그러자 이은혜가 급하게 수첩을 꺼내 전화번호를 적어 키 옆에 놓았다.
“뭐냐?”
“비상시에 경호원들이 오빠에게 연락해야죠. 집 전화번호에요. 차에 카폰이 있으니 급하면 연락할 겁니다.”
두 사람은 이런 준비를 해 놓고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해변을 천천히 걸어 북쪽으로 향했다. 보기에는 가까워도 상당히 먼 거리다. 물론 천천히 걷고 또 때로는 모래사장에 앉아 대화도 나누었다. 또한 진하게 키스도 나누었다. 그저 좋으니 저절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흡!”
진한 키스가 처음은 아니나 그때보다 더욱 감미롭다. 뜨거운 열정으로 인해 두 사람의 가슴은 봄비가 내리듯이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지금 신혼여행 온 느낌으로 이런 과감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어둠이 짖게 깔린 후에야 작은 집에 도착했다.
별장식으로 지어진 집으로 담장도 따로 있으나 분명이 구조상 해운대 관광호텔에 딸린 건물로 보였다.
“은혜야? 혹시 저 호텔 네 것이냐?”
“예, 제 앞으로 된 호텔이죠.”
경치 좋은 곳을 일찍 싸구려로 사서 나중에 국회의원인 아비의 권력 힘으로 규제 풀어 커다란 관광호텔 턱하니 지어 잘 운영되고 있었다. 호텔 주차장에 있는 수많은 고급승용차만 봐도 운영 상태는 잘되는 지 알 수 있었다.
“호텔에 카지노도 있냐?”
“예, 나중에 천태가 돌아오면 카지노 규모도 늘려서 직접 관리할 겁니다. 물론 지금도 천태가 내세운 바지 사장이 운영하고 있지만.”
“그랬구나.”
집은 큰 규모는 아니라지만 아주 고급스런 가구로 치장되어 있었다. 조금은 아랍 풍으로 치장된 모습을 보며 김수훈이 물었다.
“왜? 이렇게?”
“오빠가 아랍에서 왕을 하니 저도 그쪽에 아무래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요즈음 한국은 이런 치장이 상류층에서 유행입니다.”
부부침실 방으로 꾸며진 커다란 방에는 큰 침대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김수훈과 같이 있는 커다란 유화도 한 점 걸려 있었다. 완전히 두 사람의 신혼살림집으로 꾸며졌다.
두 사람은 욕실로 따로 들어가 가볍게 샤워해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다. 욕실은 화장실이 달린 것과 그렇지 않은 두 곳이나 있었다.
엷은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은 이은혜가 약간 붉어진 볼을 김수훈의 가슴에 비비며 속삭였다.
“오빠, 저를 안아서 침대로 데리고 가줘요.”
이 역시 늘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소원 중에 하나다. 이은혜는 비록 결혼은 못하더라도 해보고 싶었던 것은 다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결혼식이야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일이 성사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런 사진은 찍어 볼 요량이다.
키가 크지만 몸이 너무 가벼워 김수훈은 슬며시 단단한 엉덩이를 툭 치며 말했다.
“너, 운동하는 다이어트 어지간히 해라. 그러다 어디 애나 들어서게 생겼냐?”
“어머, 오빠, 저 임신하라고요?”
“왜? 싫으냐?”
“저, 아직 임신은 너무 빨라요. 나중에는 몰라도 아직은 화려한 싱글이 더 좋아요.”
이 소리에 김수훈은 약간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안고 있던 이은혜를 다소 거칠게 침대위에 던져 버렸다.
“어마! 화 났나보네. 세상에나 임을 봐야 뽕을 따는데, 벌써 아이 욕심을 다 내고.”
이런 소리를 듣자 조금은 자중하던 김수훈은 후끈 달라 올라 침대로 뛰어 올라가 우악스럽게 덮쳤다.
“어마! 오빠, 천천히요. 짐승 같이······. 너무 급해요.”
토해내는 멘트는 참으로 허술하고 조잡하지만 남자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이은혜는 말이야 청산유수로 마구 토하지만 몸은 완전히 얼어 있었다.
달달달달.
두려운 몸짓으로 몸을 자꾸 웅크리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지 생각했다. 하지만 무려 45년을 독수공방하던 여자로 사내의 무지막지하게 생긴 대포 공격은 무서웠다. 그것도 시작과 동시에 길게 이어질 것이라 은근히 겁을 집어 먹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