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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그리고 회색-357화 (357/591)

357화

김수훈은 다른 사람을 국왕으로 추대하라는 생뚱맞은 지시만 내리고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동궁으로 들어온 김수훈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끝내고 식사하고 나면 하루 종일 북동쪽에 있는 묘역만 찾아가고 있었다. 묘지 조성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오래 못가니 묘는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의술에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고 진맥할 줄 안다. 김수훈은 자하르 샤 국왕의 임종이 다가 왔다는 것을 의사들 말이 아니어도 잘 안다.

‘이제 백약이 소용없는 정도군.’

김수훈은 묘역 공사장에서 매일 같이 인부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서둘러야 하니, 빨리 마무리 하라고.”

“넷!”

김수훈이 국왕으로 등극하지 않고 이런 행동만 하자 아리아 공주는 은근히 불안해 미칠 지경이다.

“왜? 저러시지 두 상궁이 혹시 나 때문에 죽었다고 저러시나?”

무슨 생각인지 말해야 아는데 도무지 말을 안 하고 있다. 이제 무르기도 곤란한 국왕 등극을 안 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니 이래저래 불안한 사람들은 많아졌다.

특히 한번 쫓겨났던 실루엔 정보부장은 이런 새로운 소식을 접하자 기절할 듯이 놀랐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소름이 짝 돌았다.

“허걱! 나보고 국왕을 하라니. 폐하는 내가 반역이라도 꿈꾼다고 생각하는 거야? 공연히 이상하게 말해서 사람 너무 불안하게 만드네.”

하산의 무서운 칼날이 금방이라도 자기 목을 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루엔은 몸조심이 최고라고 판단했다. 아직도 반역사건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어떤 모략에 걸려 자신도 그 사건에 연루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걸리면 사형이라고.’

모반죄는 공범이라고 해도 최고형인 사형이다. 이미 모반죄에 걸려든 수많은 사람들이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다. 이제 집행을 명하는 법무장관과 수상의 사인만 되면 다들 죽게 된다. 이런 상황에 그들 중 누가 자기도 쿠데타 중 협조했다고 이상하게 말하면 재수 없이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시기다.

‘어떤 놈이 시기 나서 이상하게 말하면 바로 죽은 목숨으로 변한다고.’

겁에 질린 실루엔 부장은 자신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최대한 경계하고 있었다.

정치적인 연결고리가 떨어진 많은 사람들이 실루엔을 정점으로 모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보다는 자기 목줄이 달린 곤란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불안했다.

놀기를 너무 좋아하니 사람 사귀기도 좋아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교분이 있었다. 물론 그들 중 다수가 반역사건에 연루된 사람도 있었다. 본시 반역사건이란 미묘해 조금만 이상하게 말해도 법망에 걸리기가 쉽다.

자연히 실루엔은 정치권과 간격을 두고 정보부 일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정보부장이란 사람이 있는지 그런 기구가 있다는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자중하게 되었다.

델타에 있던 하산도 이런 놀라운 소식을 듣자 실루엔을 슬며시 찾아와 경고했다.

“부장님, 폐하께 불가하다는 상소문이라도 올렸나요?”

“아뇨? 그런 것 올려야 하나요?”

“뭐, 국왕이 되고 싶다면 그런 것 올리지 않아도 되겠죠.”

“뭐요?”

“잘 생각해 보고 처신하세요.”

이 소리에 실루엔은 그야 말로 소름이 돋았다. 등줄기가 또 다시 서늘해지고 있었다. 정보부장 자리고 후작이고 다 때려치우고 이탈리아로 가고 싶은 생각이 문뜩 들었다.

실루엔은 구구절절 그런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내가 감히 무슨 그런 반역을 꿈꾸겠소?”

“부장도 왕위 계승 서열에 들어간다고 부하들에게 자주 말했다고 하던데요.”

이런 소리까지 듣자 실루엔은 충성서약서를 길게 적어 김수훈에게 읍소하며 바치게 되었다.

실루엔과 달리 정치적으로 노련한 하파르는 달랐다. 국왕으로 대신 등극하라는 대상으로 지목된 하파르 수상은 김수훈이 왜 이러는 지 금방 눈치 챘다.

‘폐하께서 나를 심하게 나무라시는군. 국회의원 수를 안 줄인다고 이런 식으로 질책하는 거야.’

하파르 수상은 더 이상 국왕의 생각을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들 초조해 있는 가운데 시랄로 비서실장과 알두란 수석비서관을 만나 협의 했다.

“폐하께서는 국회를 새로 구성하고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일 생각이오.”

“그래서 페하께서 그런 이상한 소리를 했어요?”

“물론 꼭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폐하께서는 일단 선거법을 바꾸어 새로 구성된 의회에서 다시 재추대해야 국왕으로 등극하실 생각 같습니다.”

“아하, 그런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군요.”

다들 김수훈의 의중을 잘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파르 수상은 김수훈이 입국해서 제시한 생각을 자세하게 말했다.

“폐하께서는 처음 입국하시어 나에게 상원의원 70인 중 국왕 추천 20명, 하원의원 130명 중 30명은 전국구 의원으로 선출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 말에 알두란 수석비서관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는 선거법이군요. 더구나 지역구 하원의원 수가 100명이라 의원들의 반발이 심하겠어요.”

“그래도 추진해야 됩니다. 폐하는 정치권의 쇄신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전국구를 만든 거죠?”

알두란의 물음에 하파르 수상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건 폐하가 말씀하신 내용은 아니지만 내 짐작으로 의원내각제이니 지역구 의원으로 내각을 구성하기 보다는 전국구 의원으로 전문직 능력을 살리라는 뜻이라고 판단합니다. 입각한 의원이 혹시 너무 자기 지역구에 편중되게 투자할까 염려해서요.”

“아하, 그런 의미가 있군요.”

“전국구 30명을 3개 정당으로 나누어 차지해도 최소한 10명은 되니 어떤 정당이던 30퍼센트만 차지하는 정당은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죠. 국왕폐하의 추천으로 상원의원 20명도 있으니 각료 임명에 별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신 겁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개정을 추진하죠.”

결국 수상과 수석비서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김수훈이 입국과 동시에 말한 그대로 국회의원을 대폭 줄이는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왕의 의중이 줄이는 쪽이라는 말에 다들 더 이상 반발은 못했다. 더구나 쿠데타 세력에 협조한 사항을 가지고 나무란다고 하자 다들 기겁하고 말았다.

의원들도 반역사건에 동조한 혐의를 씌우면 걸려들게 되어 있으니 살 떨리는 일이다.

‘몸조심 해야지. 이번에 찍히면 끝장이라고.’

상황이 미묘한 때 국회의원으로 쉽게 당선될 기득권만 주장할 한가한 처지가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은 혁명이나 다름없이 스스로 자리를 버리는 선거법을 바꾸고 국회는 해산됐다. 전국은 새로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 열기로 뜨거워졌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자하르 샤 국왕의 병은 더욱 깊어져 결국 총선이 시작될 무렵 사망하고 말았다.

“폐하! 흐으윽!”

임종을 지키던 왕비와 아리아 공주가 비명을 토하고 있었다. 옆에서 임종을 본 김수훈은 즉시 시팔르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국장으로 준비해요.”

“예, 폐하!”

또 다시 그레이 왕궁은 슬픈 통곡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국장기간을 5일로 잡아 장례식은 진행됐다. 많은 조문 사절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파르 수상은 조금 한가해 비서실을 찾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위원장 실에서 쉬고 있는 김수훈을 만나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폐하, 어차피 외국에서 조문 사절단도 오니 이참에 장례식이 끝나면 간단하게 등극을 하시죠.”

자기가 바라던 정치권의 개혁을 밀어 붙여 목적을 달성했다. 김수훈은 언제 남에게 국왕자리를 양보했냐는 듯이 태연하게 응수했다.

“수상, 아무래도 그게 편하겠죠?”

“예, 등극 행사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충성 서약하기로 했습니다. 그리되면 꼭 국회에서 의결해 재추대를 안 해도 같은 효과는 충분히 거둘 겁니다.”

하파르 수상의 권유에 그제야 김수훈은 슬며시 승낙했다.

“그럼, 상중이니 결혼은 나중에 해도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아리아 공주님과의 결혼은 언제고 폐하께서 마음이 내키실 때 하시면 됩니다.”

김수훈이 등극을 자꾸 미루고 있는 이유를 하파르 수상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나는 국회를 완전히 물갈이 하자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도 온전히 정이 가지 않는 아리아 공주와 당장 결혼하기가 싫다는 것을 알았다.

국상을 당했다는 핑계로 결혼식을 뒤로 미루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이런 제안을 했다.

김수훈은 반역사건에 대한 조사 자료를 들추어 보다 슬며시 물었다.

“수상께서는 쿠데타 사건은 어디에서 기인된다고 봅니까?”

“이번의 경우를 보면 고위직 관리들이 더 많은 권력을 위해 벌인 사건이라고 봐야죠.”

“저도 그렇게 판단합니다. 어느 특정인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죠. 그래서 이번에 새로 국회가 구성되면 바로 정부 기구나 국왕 직속기구도 약간 바꾸어야 된다고 봅니다.”

김수훈의 이런 말에 하파르 수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기구를 두시려고요?”

“수상으로 같은 국회의원을 감찰하거나 조사하기 힘들 겁니다. 특히 사법부는 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국가감사원과 같이 국가기강원을 두어 국가정보원을 포함해 3원을 둘까 합니다. 그리고 왕실비서실, 왕실경호실, 왕실민원실로 3개실을 두어 운영하면 어떨까 생각되네요.”

다른 기관이야 약간 명칭만 바뀌는 것이나 국가기강원을 새로 만들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왕실민원실 역시 왕실 이름으로 국민들의 고충을 직접 해결해 준다는 뜻이었다.

“폐하, 꼭 두 기관이 필요한가요?”

“예, 살다보면 어렵고 때로는 억울한 경우를 당하는 사연들이 있어요. 관료들이 그런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면 왕실민원실로 탄원할 겁니다. 그래서 그런 업무만 전담하는 부서를 두려고 합니다. 왕실비서실에 속해도 되지만 내 생각에는 따로 두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조사하는 국가기강원도 하위직은 검찰에서 하도록 놔두고 고위직만 다루면 별로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알겠습니다. 국회가 개원되는 즉시 기구를 만들도록 하죠.”

김수훈은 쿠데타가 일어나고 보니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런 감찰기구를 두기로 했다. 이런 제도는 사실상 의원내각제라고 하지만 총통제와 같았다.

장례식에서 안장 절차를 마치자 크지는 않지만 묘역이 잘 조성된 것을 보고 아리아 공주가 말했다.

“폐하, 고마워요. 그동안 여기서 이런 준비를 했군요.”

“선왕과 내가 약속을 이미 했지 않소. 아무튼 나중에 조각상도 만들어 추가로 세우고 그러면 지금보다 더 보기가 좋을 거요.”

그레이 왕궁에서는 드디어 장례식이 끝나고 나자 바로 모하르 샤 국왕의 즉위식이 있었다.

여름이 시작되어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크게 해자를 겸한 호수를 파두어 그레이 왕궁은 그렇게 무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와글와글.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가지고 왕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파르 수상은 하얀 비단 천에 써진 국회의원 후보들의 추대서를 바치고 있었다. 꼭 이런 형식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본시 외국 출신이라 나중이라도 정통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필요한 절차였다.

‘폐하께서 여전히 그런 문제에 상당히 신경을 쓰시는군.’

더구나 외국인이라고 해서 반대하며 쿠데타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예민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편으로는 이런 절차를 거치면 외국에서도 이상한 말이 나올 수 없으니 필요하다고 느꼈다.

‘폐하는 역시 노련한 분이야.’

1989년 7월 1일의 장례식 이후에 이어서 하는 즉위식이라 아주 간단하고 검소했다. 그레이 궁전의 본관 대 연회장에서 수많은 국내외 귀빈들이 모여 진행됐다. 초대형으로 지어진 넓은 홀이라 2천여명이 모여도 공간은 충분했다.

모하메드 하비브 아만알라 샤 2세라는 긴 이름의 국왕으로 등극한 것이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왕조가 탄생한 것이다. 줄을 지어 축하 사절로 변해 찾아온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폐하!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인 압둘라가 조문사절을 겸해 축하사절로 찾아 왔다. 그의 딸도 후실로 보내기로 해서 서로 장인과 사위 사이다. 이제는 온전하게 국왕으로 등극한 상황이라 전과는 위상이 사뭇 달랐다.

한국에서는 국무총리가 사절도 왔다. 의제인 박천태와 이은혜 그리고 윤수인도 찾아왔다. 더구나 미국에서 제니퍼가 그녀의 부모와 같이 찾아오자 사람들은 다들 긴장했다.

“폐하가 저 여자들과 나중에 결혼하려고 그러나?”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 줄 모르나? 얼마 전에 왕위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다더니 취소하고 등극 하셨잖아.”

일반 국민들이야 국왕의 변덕이 너무 심한 것인지 정치적 술수인지 잘 모른다. 아리아 공주와 결혼식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만천하로 알려진 공식 애인 사이인 제니퍼가 즉위식에 나타나자 다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즉위식 비용은 배우 하는 저 여자가 다 내놨다고 하던데.”

“그건 저 여자가 소유한 영화사에서 즉위식 장면을 촬영해 비디오로 제작하는 계약금으로 비용을 모두 감당한 거야.”

“그런 방법도 있나 보군.”

다들 긴장해서 관심을 두고 지켜보았으나 즉위식에 참석한 여자들은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리아 공주는 여자들은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철렁 내려 않고 있었다.

‘다들 미인이네. 큰일이야.’

뭔가 특단의 조치를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왕이 죽어 슬픔에 잠길 겨를도 없었다. 온 신경은 즉위식에 참석한 여자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녹녹해 보이는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쟁쟁한 여자들이고 부자다. 어찌 보면 모하르 샤 국왕에게 빌붙어 사는 자신이 제일 초라해 보였다.

아랍권의 국가들의 사절들도 여자들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아리아 공주를 포함해 4명이니 전에 황위를 칭하려고 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공주는 왕비로 봉하고 저 여자들을 황비나 황후로 삼을 생각했군.’

많은 해외사절단의 축하를 받으며 식이 끝났다. 본관으로 찾아 왔던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떠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왕궁을 떠나며 모두 답례품으로 모조품인 고려청자를 선물로 받아 가고 있었다.

즉위식을 끝내고 나자 김수훈은 본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동안 본궁에서 거주하던 아리아 공주는 서궁으로 가서 홀로된 왕비, 소피아 셋이 같이 지내게 되었다.

압둘라 왕자는 이제 모하르 샤가 국왕으로 등극했으니 딸들을 이곳으로 보낼 생각이다. 그는 다른 나라의 왕자들과 같이 본궁의 집무실로 찾아 왔다. 사우디의 파드국왕의 특별 지시도 받아 독촉을 안 할 도리가 없었다. 압둘라 왕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폐하, 이제 아랍 공주들과 결혼식을 해야죠.”

“결혼요? 아직 제가 상중이라 결혼식은 나중에 할 생각입니다.”

또 뒤로 미룬다니 답답한 압둘라 왕자가 다시 재촉했다.

“당초 약속에는 즉위식하면 바로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때야 지금처럼 국왕께서 돌아가시어 상중이 될 줄 누가 알았나요. 아리아 공주와도 결혼을 못한 처지니 더 기다려 주세요.”

위치가 달라졌으니 더 권하거나 채근 질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위험성이 많다. 대략 이런 정도만 주지시키고 떠나게 되었다. 그들이 모두 떠나고 나자 김수훈은 국회의원 선거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하파르 파가 승리해야 편한데.’

다른 정파가 승리하면 새로 여러 가지를 구상해야 하니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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