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과 백 그리고 회색-341화 (341/591)

341화

아리아 공주에 대한 예우를 국회에서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국회에서는 전혀 엉뚱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은 전혀 상상도 못한 발언이었다. 내과의사 출신으로 칸다하르에 지역구를 가진 알파프라 하원의원이 이상하게 발언했다. 왕실 내명부 직제법제정 특별위원회에서 비공개 조건이다.

“위원장님, 모하르 샤 전하는 지금까지 많은 여자를 접했습니다. 제가 아는 여자만 해도 5명이 넘습니다.”

“그래서요.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거요?”

하원의원이지만 특별히 왕실의 부주치의로 임명된 사람이다. 주치의는 이후 산부인과 여의사로 정한다고 해서 공석이었다. 알파프라 하원의원은 아주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후계구도에서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전하는 어쩌면 무정자증 환자인지 모릅니다. 이건 산부인과 의사들이 모여 토론한 공통된 의견입니다.”

핵폭탄에 속하는 너무 심한 발언이라 다른 의원들은 기겁하고 있었다. 위원장이 놀란 와중에 급하게 발언을 제지했다.

“뭐요? 면책특권이 있다고 전하를 모독하는 발언을 하다니 당신 제정신이요? 더구나 산부인과 의사들이 모여서 그런 이야기를 공론화 하다니 제 정신들입니까?”

“일단 정황이 그렇다는 겁니다. 다만 제가 이야기하자는 취지는 전하께서 만약 무정자증이라면 지금 전하가 제시하는 작위 책봉 방식은 문제가 많습니다.”

작정하고 시작한 표정으로 알파프라 하원의원은 이렇게 발언했다.

“무슨 문제요?”

“만약 저의 의사들 의견이 사실이라면 전하로 인해 왕자를 낳지 못하게 됩니다. 그럼 아리아 공주님은 영영 왕비가 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런 이유로 전하께서 제시한 작위 수여 방식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아리아 공주님은 빈으로 책봉되어야 타당하다는 이야기죠, 그래야 만약 그런 문제가 생겨도 두 분 사이의 양자를 누군가 들여 후계자의 승계가 순조롭다는 겁니다.”

다소 황당한 이야기지만 듣고 보니 그럴듯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을 공론화하기는 아주 곤란한 문제다. 하지만 알파프라 의원은 다시 건의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 심각하게 논의해 봐야 합니다.”

“뭘 논의하자는 거요? 당신 말은 내가 충분히 이해했으니 이제 그만합시다. 더 하게 되면 전하께 너무 불경스러운 말이 됩니다.”

사태가 점점 이상한 쪽으로 돌아가자 위원장은 발언을 제지하며 말렸다. 하지만 알파프라 하원의원은 기어이 하고 싶은 말을 토해 버렸다.

“위원장님, 힘들지만 전하와 공주님은 모두 종합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대부분 의사들이 같은 생각일 겁니다.”

위원장은 듣다 보니 큰일이다 싶어 크게 외쳤다.

“의원! 내가 그만하자고 했어요. 당신! 더 하다가 이런 발언이 외부로 세어 나가면 정말 큰일 납니다.”

이런 이야기는 비공개로 했다지만 김수훈의 귀에 들어갔다. 자신도 여자들과 접해도 단 한 명도 임신을 안 하게 되자 그런 의심이 약간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하원의원이 그런 문제를 말했다는 것이 별로 기분 좋을 일은 아니었다.

“별 미친놈이 다 있네. 별것 다 가지고 시비야.”

이런 돌출 발언도 있었지만 김수훈이 제시한 왕실 내명부 직제에 관한 법령은 국회에서 85프로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원안대로 내명부의 직급은 별정직으로 정1품부터 종9품까지 있고 왕실 내부의 일은 내규로 정한다고 했다.

의사출신 하원의원의 이런 발언으로 인해 국가정보부 내에 별도로 5과와 6과가 생기게 되었다. 5과는 왕실, 6과는 귀족을 담당해 보호와 관리를 위한 정보수집과 감찰활동을 전담하게 되었다.

다른 귀족은 별로 관심 밖이고 김수훈의 여자에 대한 문제를 주로 다루는 부서다. 그러니 아리아 공주나 상궁들이 해당되고 있다. 또한 사만다나 제니퍼 한국에 있는 여자들도 해당된다. 의사출신인 의원의 돌출 발언으로 인해 왕실 보호법이 신설되었다. 너무 과하게 왕실에 대해 비판하거나 혹평하고 유언비어를 퍼트리면 형사 처벌하는 법이다.

이런 사건이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의 사정정국은 점점 심해져 공직사회 전체를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김수훈은 한국으로 가서 서울올림픽이나 구경하고 박천태와 이은혜를 만나보려고 했지만 떠날 수 없었다.

사정정국의 여파가 대법원장과 대법원판사들이 사직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들 후임자를 수상과 협의해 선정해야 하는 등 업무가 많아졌다. 또한 4명의 공주와 약혼한다고 결정되자 그에 대한 회답으로 각국에서 특사가 번갈아 찾아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특사 동궁으로 찾아와 김수훈에게 건의했다.

“전하, 본궁 뒤에 공주님의 거처가 있어야 합니다. 그 건립비를 가져 왔으니 받아 주세요.”

“지금 동궁에 있는 숙소를 쓰면 되는 것 아니오?”

“전하,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예의에 어긋나니 본궁 뒤편에 반드시 공주님들의 처소가 있어야 합니다.”

“알았어요. 터는 넓으니 새로 지으면 되죠.”

결국 일정한 규모의 토지는 똑 같이 배려해 주고 잘 짓던 못 짓던 건축비는 해당 나라에서 돈을 들여 걸립하기로 했다. 각기 500평씩 배려하고 공주의 경우 10명이내의 시녀와 상궁을 둘 수 있다는 새로운 내규를 정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일로 인해 김수훈은 한국으로 가지는 못하고 말았다. 텔레비전을 통해 서울올림픽 경기를 구경하며 지냈다. 이제 어느덧 가을이라 찬바람이 불고 이곳은 점점 빠르게 추워지고 있었다.

국왕은 가을 환절기가 되자 더욱 나빠져 또다시 카불 병원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시팔르 비서실장과 하파르 수상이 찾아와 김수훈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전하, 폐하가 또 고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가지고 있는 양위 서류를 국회에 넘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니오, 사람 목숨이 그렇게 쉽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요. 그러니 급하게 서두르지 마세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앞으로 묘지 공사는 서두르세요.”

“알겠습니다.”

“동양에서는 미리 묘지 만들면 장수한다니 한 번 믿어 봅시다.”

“예.”

가을에도 대규모 식목행사가 있었다. 조림사업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 김수훈은 그런 식목행사를 군인들이나 공무원들과 같이 다녔다.

군인들이야 주로 헬기를 타고 높은 산까지 가서 나무를 심고 있었다. 그런 일을 끝내자 폭풍같이 몰아치던 사정 정국도 끝나 안정되었다.

이제 당분간 자기가 없어도 나라는 잘 돌아가게 되었다. 특히 수상을 비롯한 각료들이 전보다는 적극적으로 국정을 챙기니 안심이다.

막상 다시 한국으로 떠날 생각을 하자 여전히 자기만 바라보고 사는 사만다가 문뜩 보고 싶었다.

“한번 만나고 떠나야겠네.”

아무튼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김수훈은 9시가 되자 사만다의 집으로 전화했다.

“사만다, 동궁으로 들어오시오. 내가 할 이야기가 있소.”

“지금요?”

“그렇소. 지금 들어와야 금패가 있어도 북동문도 출입이 가능하지 않소. 금패도 없이 들어와야 하니 빨리 오시오.”

“알았어요.”

4대문(大門)은 7시 통금, 나머지 모든 소문(小門)들은 8시가 통금이다.

유일하게 김수훈의 특별 출입증인 금패를 소지한 사람만 북동문을 통해 11시까지 출입이 가능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모르지만 급했다. 사만다는 정신없이 벗었던 옷을 입고 승용차를 몰아 왕궁의 북동문 쪽으로 내달렸다.

승마장을 거쳐 승용차를 몰고 북동문에 도착하자 우네비가 금패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 앞으로 소지하랍니다.”

“고마워요. 우소용 마마.”

이제는 후궁 첩지를 받은 상궁이라 하대는 곤란했다.

바른 걸음으로 우네비와 같이 동궁의 침실로 갔다. 김수훈은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 맞이했다. 사만다는 이내 만나자는 의미를 알았다.

‘전하가 또 떠나실 생각이군.’

떠나기 전에 자신을 진하게 한 번 안아주고 가려고 불렀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이제 이런 식 이외에는 접하기 힘들다.

사만다는 아주 차분한 자세로 입고 있는 정장인 투피스를 벗었다. 정갈하게 옷걸이에 걸었다. 일을 빨리 끝내고 다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만다는 이제는 이런 식으로 사랑해야 하는 처지다. 더구나 지금 본궁에는 아리아 공주가 기거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부스럭부스럭

조용한 방에는 사만다의 옷 벗는 소리가 천둥같이 크게 들리고 있었다. 옷을 다 벗고 나자 슬며시 방안의 불은 빨간 빛으로 바꾸고 나서 조용히 이부자리로 들어갔다.

사만다는 김수훈의 옆에 가지런히 누었다. 아무 말도 안하고 자기 옆에 옷을 벗고 누운 사만다를 보며 김수훈은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꼭 이런 식으로 만나야 하나? 다른 방법은 없나?’

순간 김수훈은 ‘내가 과연 이 여자를 사랑해서 만나나?’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은 잠시 스치는 것이다. 젊고 미인인 여자가 마음대로 하라는 뜻으로 옆에 누워있자 본능적으로 행동이 앞서게 되었다.

부스럭! 부스럭!

김수훈이 드디어 몸을 움직이자 사만다의 몸은 본능적으로 약간 움츠러들었다. 전과 달리 자주 접하지 못하다 보니 은근히 두려움이 생겼다. 그녀의 몸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경직되었다. 슬며시 손을 움직여 사만다의 커다란 가슴 주변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언제 만져도 탐스럽고 단단한 가슴이다.

“아잉!”

수즙은 듯 신음을 토하며 사만다는 봉긋한 가슴을 손으로 살짝 감추었다.

하지만 김수훈이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자 슬며시 가슴을 가린 손을 살며시 내렸다. 잠시 망설이다 김수훈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그저 사랑스럽고 마냥 좋은 내 사랑이다.

김수훈은 이제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린 사만다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너무 세게 만지면 터질까 겁난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가끔은 작은 돌기를 손가락으로 살짝 비틀고 있었다.

“아흑! 아흐윽!”

그때마다 강한 자극으로 인해 사만다는 몸을 움찔거리며 놀라고 있었다. 전보다 예민해진 사내를 너무 잘 아는 몸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파르르하며 사만다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사만다는 김수훈의 손길이 몸을 지날 때마다 전신은 감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부드러운 애무를 받으며 점차 뜨거운 열기에 휩싸이고 있었다. 전에는 마냥 격하더니 이제는 부드러움으로 자신을 서서히 녹이고 있었다.

사만다는 유일한 내 사랑이기에 꼭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는 듯이 토했다.

“전하, 사랑해요.”

“나도.”

조금 전에는 사랑에 의문을 가졌지만 지금 이 순간은 이 여자를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수훈의 손이 서서히 내려가 팬티에 도착했다. 사만다는 자기 팬티를 편하게 벗기게 하기 위하여 슬며시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고 있었다.

그러자 김수훈의 손길은 아주 바빠지고 있었다.

허겁지겁.

아래에서 나도 급하다고 껄떡거리며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두 사람은 완전히 벌거벗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면서 서서히 몸을 달구고 있었다. 뜨거워진 열기로 인하여 점점 몸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손으로는 여자를 달구기 힘들다는 듯이 입술을 동원했다. 뜨거운 입술이 지나간 자리는 더운 열기로 인하여 김이라도 날듯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윽! 전하! 저 좀!”

여자는 이미 남자의 목에 가늘고 연약한 두 손을 꼭 감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낸 소리인지 모르지만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여자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 아주 작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아파요.”

신음 소리는 너무 작았다. 그래서 말한 사람이나 들은 사람이나 뇌리에 전혀 남지 않았다. 이윽고 사만다는 사내의 몸이 깊숙하게 진입하자 더운 입김을 급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학! 하악!”

뜨거운 열기로 감싸지는 두 사람의 몸은 점점 김이 서리고 있었다. 방은 온돌이라 약간 Em거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안 전체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이제 떠나면 언제 다시 이런 황홀한 시간이 올지 모른다. 사만다는 더욱 심하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서러움으로 인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윽고 사내의 빠른 공격에 파정을 하자 사만다는 큰 비명소리를 토해 내고 말았다.

“으아아악!”

사만다가 아주 길게 신음을 토하는 순간.

“허억!”

김수훈도 짧은 숨을 내쉬며 토해 내고 있었다. 순간 그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사만다의 늘어진 몸에서 잘게 파문이 계속일고 있었다. 그때마다 가끔 진저리치면서 사내의 몸에 매달렸다.

“으으음, 너무 좋아요.”

너무 행복하다는 듯이 사만다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입술을 벌려 말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 속이 아주 편해지고 있었다. 이런 순간이 있어 힘든 기다림이 억울하지 않았다. 사만다의 몸은 계속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사만다의 몸에서 일어나 후폭풍으로 생긴 여운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었다. 사만다는 이런 잔 떨림을 음미하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려 지금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토해내고 있었다.

“전하, 너무 행복해요.”

하지만 이런 행복한 순간도 이제는 여유롭게 즐길 수 없다. 사만다는 잠시 누워 있다 급하게 화장실로 가고 있었다. 지름이 4미터는 되는 원형인 커다란 욕조에는 따뜻한 물이 가득했다.

풍덩 몸을 담그고 싶지만 그런 호사는 이제는 자기 차지가 아니다. 사만다는 급하게 사워하고 몸을 닦고 옷을 입었다.

옷은 다시 가지런히 입는 순간. 어느새 들어온 것인지 우네비가 김수훈의 몸을 물수건으로 닦고 새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있었다.

잠옷을 입힌 우네비가 가볍게 고개 숙이고 밖으로 나가자 김수훈은 눈길로 앞에 앉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사만다는 바로 앞에 앉으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전하, 떠나기 전에 하실 말씀이라도?”

사만다만 겨우 들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지시했다.

“내가 없는 동안 예편한 장덕수와 만나는 군인들을 잘 살펴.”

“예? 무슨 일이 있나요?”

전부터 야심이 많아 늘 경계하는 인물이다. 장덕수는 야심이 많은 만큼 능력도 뛰어났다. 그래서 빠른 시간에 특전부대를 정예 화된 강한 특수 군대로 만들었다.

그는 여전히 김수훈이나 사만다의 경계대상인 주요 인물이다.

“사만다, 아무래도 장덕수가 너무 오래 특전사령관을 한 것 같아. 조금 일찍 예편시켜야 했는데. 내가 유럽에서 오래 있는 바람에 예편 시기가 약간 늦었어. 특별한 징후는 아직 없지만 아무래도 조심하는 것이 좋아. 그리고 왕궁 외궁으로 배치하는 특전부대는 보병 수색대로 교체해보고.”

“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조심할게요.”

“그래서 내가 금패를 주는 거요.”

“예, 잘 알았어요.”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나 자신이 멀리 떠나게 된다. 사실상 최고통수권자로 어린 아리아 공주뿐이라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그나마 믿는 사람은 사만다가 유일하다. 델타 궁전에 하산이 있지만 무슨 문제야 카불에서 벌어지게 되니 일이 터진 다음에 개입이 가능하다. 그때는 너무 늦어 이런 당부를 하고 있었다.

“금패는 사실 왕궁내의 모든 기관을 통괄할 위력이 있는 패니 그렇게 아시오.”

“아, 그런 내규가 있나요?”

“그렇소. 그러니 당신 믿고 내가 떠나는 거요.”

“잘 알았어요.”

김수훈은 떠나기 전에 사만다에게 별도의 신분패를 넘겨주고 떠날 생각으로 만난 것이다. 말뚝 박기는 한 여자에 한한 것이 아니다. 땅에도 박고 사람에도 깊이 박아 놓고 떠날 생각이다.

칸다하르 출신 하원의원의 발언은 그냥 나온 소리가 절대 아니었다. 뭔가 의도적으로 한 말로 이해하고 있었다.

“칸다하르에서 주둔하던 장덕수가 자주 만나던 하원의원이니 뭔가 이상해.”

사만다는 가볍게 김수훈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서둘러 북동문을 통해 조용히 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나가고 나자 이제까지 유일하게 열려있던 왕궁의 문은 완전히 2중으로 굳게 닫히고 있었다.

철컹! 철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