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화
취객이 너무 술 취해 완전히 정신을 잃어 쓰러지면 경찰관들은 해결해 준다. 경찰은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항상 소지하고 있는 신분증을 확인한다. 술 취해 길에 쓰러진 사람을 집까지 경찰차로 곱게 모셔서 데려다 준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너무 심하니 얼어 죽을 염려 때문이다. 지금은 추운 겨울이라 더욱 그렇다.
먼 타국으로 와서 사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남모르는 많은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 부인과 이혼했거나 혹은 회사에서 강제해직을 당했거나 때로는 범죄를 저지르고 멀리 도망친 경우도 있었다.
‘오직하면 쓰러지게 술을 퍼먹나?’
경찰들은 다들 측은지심으로 취객을 돌보고 있었다. 이것 하나로 봐도 델타에 사는 주민들은 참으로 좋은 세상을 만났다.
사사삭, 사사삭.
인근 바위산에서 내려온 감은 복장의 대원들이 빠르게 이동 중이다.
어둠을 뚫고 몰래 접근한 대원들은 곳곳에 있는 비닐하우스 사이를 가르며 빠르게 이동했다.
이미 도상으로 많은 연습을 해 이곳 지리에는 모두 훤했다. 대원들은 델타 궁전으로 올라가는 지하 통로가 있는 입구로 접근했다.
쉿!
다들 몸을 숨기고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바위산 아래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불과 한 시간 전에 알려온 정보원들이 알려온 그대로 출입구에는 보초가 없었다.
출입문은 허술하게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푸식!
외부에서 잠가 놓은 낡은 시건장치에 소음 권총을 발사하자 문은 쉽게 열렸다.
“바보 같은 놈들, 이게 무슨 철옹성이야.”
대장인 두알랑은 혼자 말을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에는 폭이 2미터 높이가 1.5미터 정도인 인공으로 만든 긴 터널이 보였다. 검은 통로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이나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손전등을 켜고 좁은 통로를 따라 급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빨리!”
빠른 속도로 24명의 대원들이 통로를 지나 돌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다다다다.
조심한다고 했지만 모두 돌계단이라 둔탁한 발자국 소리가 작게 들리고 있었다.
통로는 반원을 그리며 위로 오르는 형태였다.
정보에 의하면 이 통로 끝에 도착하면 여자들이 수감되어 있는 지하 감옥이 나온다.
다들 긴장한 상태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일단 여자들을 구하고 나면 거동을 못하고 있는 모하르 샤를 인질로 잡을 계획이다. 그 후 델타 공항으로 이동해 철수하거나 아니면 2진으로 출발한 수송 헬기를 타고 탈출할 계획이다.
‘이상하네. 너무 허술해.’
아무리 생각해도 다소 무리한 작전이지만 지금 상황에는 어쩔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대원들은 이윽고 인공으로 만든 통로가 아닌 천연동굴 지역에 도착했다. 지금까지는 일방 통로지만 이제는 갈림길이 많았다.
다들 진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이곳은 조금 흐릿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두알랑 대장은 품에서 급하게 동굴지도를 꺼내 살피고 있었다.
“저쪽이다.”
대원들은 대장을 따라 사주 경계하며 4미터 높이에 가로로 3미터 되는 통로를 따라 급하게 이동했다.
컹! 컹! 크르응!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개소리에 놀란 두알랑은 소리치는 개를 향해 빠르게 소음 총을 발사했다.
푸식! 푸식! 캥! 캐갱!
옆에 서있던 부하도 개들을 향해 소음 권총을 쏘았다. 개들은 모두 10마리나 되었다. 모두 목에 굵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푸식! 푸식! 캐갱! 캥!
작은 소리를 내며 대원들을 향해 짖어 대던 개들은 머리에서 붉은 피를 토하며 쓰려졌다.
다다다닥!
이제 더욱 마음이 급해진 대원들은 다시 좁은 통로로 빠르게 이동했다. 드디어 지하 감옥에 앞에 도착했다.
“여기다.”
지하 감옥에는 앞에는 다소 넓은 공간이 있었다. 지하 감옥은 커다란 천연광장의 벽 쪽을 인공으로 쪼아내어 나란히 만들어진 곳으로 문에는 자물쇠도 없었다.
덜컹!
“헉! 속았다.”
후다닥 감옥 문을 열자 안에는 여자들이 없었다. 이상한 문향인지 글인지가 써진 종이가 마주 보이는 벽에 크게 붙어 있었다.
“空城計”
중국 글이라 읽을 수는 없지만 느낌으로 조롱하는 글로 보였다.
4개의 지하 감옥을 확인해 보나 모두 텅텅 비어있었다. 특공대장인 두알랑은 이런 사실에 참담한 표정으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함정에 걸렸어!”
옆에 있는 부하 역시 무착 당황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장, 이제 어쩌죠? 위로 올라가 싸우나요?”
이미 자신들이 올 걸 알고 있으니 싸워야 승산이라고는 단 1퍼센트도 없었다. 군인으로 자존심 상하지만 항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여기서 그냥 몰살이기 때문이다.
“후! 승산이 전혀 없어. 항복해야지. 싸워야 죽음뿐이야.”
특공대로 투입된 이들은 이제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태로 항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를 증명하듯이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천정 쪽에서 생생하게 들렸다.
“저! 정보요원인 레아그린입니다. 지젠느 특공대 대장님, 매복이니 무모하게 싸우지 마시고 무기를 모두 버리고 항복하세요.”
레아그린은 이곳에 잡혀 있는 프랑스 정보부 요원인 대학원생이다. 델타 궁전으로 침입한 특수부대원들은 프랑스의 헌병특공대 지젠느 (GIGN)다.
“대장님, 2진으로 오는 구조 헬기도 모두 포획됐어요.”
찌지직 소리가 크게 나며 2차로 오게 된 SH-60 수송헬기 조종사인 미군이 영어로 말했다.
“우리도 잡혔으니 항복해요.”
완전히 퇴로도 끊겼다. 구하려는 여학생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구출작전은 완전히 실패했다.
특수부대 창설 이래 단 한 번의 실패가 없었다. 이를 자랑으로 알던 프랑스의 헌병특공대 지젠느 (GIGN) 의 명성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이다.
완벽한 작전 실패와 더불어 적의 매복으로 꼼짝 못하게 당했다.
“대장님, 전하께서 화내시기 전에 빨리 무기 버리세요.”
다그치는 레아그린의 목소리에 다들 무기를 버리고 있었다.
철컹. 철컹!
그러자 레아그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거기 바닥에 무기를 버리지 마세요. 5호 방으로 가서 차곡차곡 잘 정돈해 놓으세요. 몸에 무기가 될 만한 것과 다른 장비도 모조리 벗으세요. 속옷만 남기고 군화도 벗고요.”
이런 소리로 보아 자기들의 행동을 감시 카메라로 모두 살피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항복하자.”
“넷!”
아무리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들인 특공대원이지만 살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자살과 같은 전투를 무모하게 할 의지는 추호도 없었다.
다시 레아그린의 말소리가 들렸다.
“5호 방에 무기 넣고 속옷만 입고 다 벗고 8명씩 들어가서 문 닫으세요.”
별 수 없이 시키는 대로 무기를 5호방에 진열하듯이 모조리 벗어 놓았다. 모두 속옷 차림으로 각자 8명씩 감옥으로 들어갔다.
철컹! 철컹!
다들 들어가자 그제야 밖에서 감옥의 문이 걸리고 있었다. 자동으로 시건장치가 작동하는 감옥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8명의 SH-60 수송헬기 조종사와 8대원들이 일단의 사내들에 의해 끌려왔다. 4개의 감옥에 4명씩 추가로 감옥에 집어넣었다.
두알랑은 끌려온 미군 조종사에게 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요?”
“헬기장에 우리가 모두 착륙하자 주변에서 비트 파고 매복하고 있던 적들에게 대항도 못하고 포획됐소.”
미국과 프랑스 군대가 합동으로 벌인 이번 구출작전은 완전히 실패했다. 델타에서는 이미 자기들이 어디로 침투해 착륙해 공격을 시도할 것을 모조리 예측하고 있었다.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는 온전한 패배다.
“다들 무사한 거요?”
“예, 포획되는 과정 중에 반항하려던 대원 한 명이 약간 다치기는 했지만 다행이 큰 부상은 아니요. 우리 조종사들은 다들 무사합니다.”
“끌려오며 하는 말은 없었소?”
“가기들끼리 말은 주고받더군요. 바보들도 아니고 이런 무모한 작전을 한다고요.”
사실 두알랑 대장은 이번 작전을 반대했었다. 이유는 이곳 델타 궁전은 전시에 만들어진 지휘소라 완전히 요새화된 곳으로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보부에서 다른 방법이 없고 마침 비밀 통로를 통해 안전하게 안으로 잠입할 방법이 있다고 주장해 작전을 펼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설사 사실이라도 해도 직접 와보니 너무 적을 무시했다. 이곳은 완전히 감시카메라로 보안 장치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 요새였다.
‘여기사는 모하르 샤가 전자기술이 최고로 발달한 일본에서 오래 살던 사람임을 우리 프랑스 정부에서는 까맣게 잊었던 것이 큰 실수야.’
적진으로 들어와 이제 포로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정규전이 아닌 적진으로의 침입이라 포로 대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대원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최고의 부대원이라는 자부심은 오늘로 끝장이 났다. 다들 나무로 만든 침상에 앉아 한숨만 쉬고 있었다.
“대장님, 우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우리도 여자들처럼 군사재판을 받고 노예가 되나요?”
“그야 모르지. 여기서 잡혔으니.”
이제는 모하르 샤라는 다소 괴팍하고 기이한 행동을 벌이는 인물에게 자기들의 목숨 줄이 걸려 있었다.
이들이 한숨을 쉬는 동안 제일 위에 있는 김수훈은 바쁘게 무전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국방장관, 미국과 프랑스가 동시에 작전을 시작했어.”
“특공대원들은 잡았나요?”
“모조리 포로로 잡았지. 수상에게 연락해서 미국과 프랑스 대사들을 당장에 델타 궁전으로 보내라고 해.”
“예. 미국에서 전폭기를 보낼지 모르잖아요.”
“그렇게 무모하게 덤비지는 않을 거야. 혹시 폭격이 있을지 모르니 우선 델타 지역만 방공경계태세 하달하고.”
“넷!”
이런 명령이 하달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궁전 아래의 델타 시에서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었다.
에에에엥!
“전 주민은 공습에 대비해 안전한 곳으로 모두 대피하기 바랍니다. 이것은 연습이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한 밤중에 발령한 방공경계 태세 발령됐다. 낮처럼 환하게 밝았던 델타 시를 비롯한 주변은 모두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완전히 등화관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모닥불 피우고 술 마시던 사람들도 정신이 번쩍 들어 집으로 내달린다.
“사람하고는. 금방 해롱거리더니.”
방공경계태세는 준전시 상태다. 조금 전과 같은 경찰의 호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술 퍼마시고 배회하면 무조건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고 즉결심판으로 조금 과한 벌금형이다. 주정이라도 하면 더욱 가중되어 정식 재판이다. 감옥으로 들어가는 준전시 상태니 걸리면 작살이라 집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후다다닥.
멀리 보이는 어둠에서 빠르게 달리는 사내들의 발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어차피 민방공 훈련도 가끔 해봐야 하는 판이니 이참에 방공경계령을 발령하게 했다. 또한 축제가 너무 길어도 좋을 것이 없으니 이제 끝내야 하니 더욱 그렇다.
무전을 끝내자 김수훈은 하산에게 지시했다.
“포획한 SH-60 수송헬기와 특전부대 장비는 모두 경찰 특공대로 보내라.”
“모두입니까? 보아하니 신형이던데 이참에 전하가 쓰시게 전용으로 두 대는 왕실 소속으로 하죠.”
“그렇게 할까?”
“예, 그게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조치해라. 당장 새로 도색하라고 해.”
“넷!”
별 거지 같은 짓 다해서 나라 살림 꾸려가는 처지다. 비싼 수송헬기를 돌려줄 마음은 추호도 없다. 아무튼 이번 공성계로 인해 경찰특공대는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장비로 무장하게 되었다.
하산이 아래로 내려가 한참이 지나 올라왔다.
“전하, 죽은 개는 모두 잡아서 놨는데 어떻게 할까요?”
“두 마리는 여기로 가져오고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구어 먹던 삶아 먹던 해라.”
“넷! 방공경계령 끝나면 회식하면 되겠네요.”
“그러던가.”
한 밤중에 벌어진 사건이라 약간 졸음이 오자 김수훈이 옆에 있는 우네비에게 말했다.
“나 약 좀 바르고 자자.”
“네!”
우네비는 몸에 감긴 하얀 붕대를 풀고 상처에 정성스럽게 약을 바르며 말했다.
“전하, 거의 다 아물었네요. 의외로 너무 빠르게 치료 됐네요.”
“그런 소리 말아. 상처가 너무 쓰리고 아파 죽겠다고.”
약을 바르고 새로운 붕대로 몸을 감았다. 김수훈은 피곤한 기색으로 침대에 옆으로 누었다. 그러자 우네비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자들을 보며 물었다.
“전하, 저 여자들은 어쩌죠.”
“그냥 그쪽에서 자라고 해. 집어넣을 감옥이 다 차서 보낼 곳이 없어.”
물론 보내서 감옥처럼 사용할 장소는 너무 많다. 하지만 외부인에게 동굴의 비밀스런 장소를 알려줄 필요가 없으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개는 구워먹는 것 질리니 이제 삶아보고. 지금부터 삶으면 내일 아침이면 먹게 될 거다.”
“예.”
우네비는 얼른 마른 장작을 모아 모닥불을 피웠다. 아주 익숙하게 불을 피우고 나자 그 위에 굻은 철봉으로 연결된 찜통을 걸고 개고기를 삶고 있었다.
보글보글.
전에야 외부인이 감옥에 있었으니 자신이 불침번을 서야한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하산 부인 둘이 올라왔다.
“우비님, 피곤하신데 주무세요.”
“알았어요. 다 삶아지면 쓸어서 갈라놓으세요. 양념은 내가 일어나서 할 거니.”
“예.”
우네비는 여자들에게 개고기 삶거나 요리 해 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8명의 여자들 잘 감시하라고 하고 얼른 침대로 올라가 김수훈의 품에 살포시 안겼다.
다른 사람이 보건 말건 이불 속에서 어디를 어찌 했는지 우네비가 크게 비명을 토했다.
“하악! 전하! 그만요. 아아악!”
혼자서 괴이한 신음 소리를 계속해서 토하자 김수훈은 잠이 들려다 이상하게 생각해 조용히 물었다.
“네비야, 너 왜 혼자서 공연히 소리는 지르고 그래.”
“그냥요. 너무 심심하잖아요. 호! 호!”
누군 옆에서 밤잠 자다가 깨어나 개고기를 삶느라 정신이 없다. 다른 8명의 여자들은 너무 불안해 쪼그리고 앉아 덜덜 떨고 있는 참에 침대에서 뭐하는 짓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