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레이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김상협 대통령과 만났다. 여전히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레이건의 방문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레이건은 먼저 북한 내 수복 지역의 연합군 부대를 방문하고 이어서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에서 만난 양국 정상들은 휴전협정이나 수복 지역에 대한 처리 등을 논의했다. 많은 이야기가 비밀리에 오갔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계속해서 남북통일을 위해 군대를 지원한다는 약속과 경제 협력에 대한 발표만 했다.
한국 방문 중 미8군 영내에서 지내는 레이건은 정상 회담을 끝내고 귀국 직전에 김수훈을 찾았다.
“드래건 김을 부르게.”
“넷!”
사령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엘렌은 급하게 막사로 와서 김수훈에게 보고했다.
“대통령께서 찾으십니다.”
“복장은?”
“평상복으로 입고 오시랍니다. 숙소에서 기다리십니다.”
김수훈은 그래도 예의를 갖추기 위해 군복을 입고 8군 사령관 숙소로 찾아가 레이건을 만나게 되었다.
사령관 숙소에서 만나자 기다리던 레이건은 소파를 지목하며 말했다.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하지.”
레이건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아프가니스탄으로 자네보고 또 가달라는 이유가 여러 가지 일세. 첫 번째는 거기에서 남부반군사령관인 사만다의 요구가 자네를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불러 달라는 거야.”
“사만다 사령관이요?”
“그렇다네. 그리고 두 번째는 중앙정보부(CIA) 조사에 의하면 자네는 이미 거기서 알라의 창이라고 불리고 또한 모하드 샤 전하라고 칭송을 받는 영웅이라는 거야.”
레이건의 말에 김수훈은 놀라 반문했다.
“저를 왕족으로 알고 있다고요?”
“그렇다네. 그 깊은 내막이야 모르지만 자네는 아프가니스탄의 전역에 그런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네. 그러니 다른 누구 보다 자네가 남부반군들을 이끌 적임자라는 거지.”
레이건은 이렇게 말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 천천히 말했다.
“자네도 이미 외인부대를 어떤 사람들로 처음 창설하려는지 짐작할 걸세. 그들을 다른 사람보다는 자네가 지휘해야 될 것 같아 내가 계약연장을 요구한 걸세. 우선은 중령을 달고 가서 전공을 세우면 당초 약소대로 외인부대의 대령을 달게 해주지. 물론 부대 운영비나 모든 경비는 연대 규모로 지원할 것이고.”
레이건의 설명을 듣자 김수훈은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이제 한국에서 사업을 할 생각이라 떠나기는 곤란합니다.”
“그런가? 무슨 사업? 혹시 수복 지구에서 사업을 할 생각인가?”
“넷!”
김수훈의 이런 대답에 레이건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렇다면 자네와 나는 서로 도우면 되겠군. 자네는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반군을 이끌어 돕고 나는 자네 사업을 도와주면 되겠어.”
“어떻게?”
“자네만 알고 있게. 내가 재선하는 임기까지 즉 앞으로 4년 동안은 북한의 수복지구는 연합군사령관인 미8군사령관이 통치하는 지역으로 있을 거네. 물론 사법, 행정. 치안, 군사만 그렇게 하네. 다른 분야는 8군내의 군정청에 속한 한국 관리들이 담당할 것이고.”
군정청을 설치해 4년간이나 통치를 한다니 조금 이상해서 물었다.
“4년간 그렇게 하면 나중에 어떻게 하고요?”
“별로 놀랄 일은 아니야. 남한 지역과 그쪽 지역이 너무 경제도 차이가 많고 사회 기반시설이 너무 열악해 지금 그대로 풀면 오히려 문제가 많다고 해서 한국 정부에서 그런 요청을 했네.”
“그런가요?”
“군정청은 두 가지 일은 할 걸세. 일단 행정단위를 나누고 그 지역 발전을 위한 도로나 철도 그리고 고속도로 건설을 하게 될 걸세. 물론 우리의 원조금과 한국 정부의 예산으로 하게 될 거야. 그리고 토지개혁이 있을 것이고.”
“토지 개혁요?”
“그 지역의 모든 토지는 일단 한국정부의 국유지로 정해지네. 군정청이 토지는 싸게 북한 주민들에게 불하하는 방식이네.”
“주택이나 가옥 등 모든 시설물은 어떻게 처리 하나요?”
“그것도 일단 모두 국가 소유로 되고 나중에 불하하는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의 소유로 처리될 거야.”
이어지는 설명은 지역 간 토지나 건물 평가 금액이 정한다고 했다. 현재 그 지역에 사는 북한 주민에게 호당, 주민 수당 일정한 금액을 분배하는 식으로 정한다고 했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그대로 살던 아니면 이주해서 살수도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당연히 도시에서 살려면 좁은 집에서 살고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된다. 농촌은 주택가격이 싸고 토지도 싸니 농토를 분배 받아 농사지으며 살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더 자세한 절차나 집행과정은 설명하지 않았다.
대략 이런 정도로 설명하고 레이건은 김수훈에게 제안했다.
“자네는 그곳에서 사업을 한다니 내가 특혜는 줄 수 있네. 민간 건설 분야는 다들 공개경쟁 입찰로 하지만 군 시설은 아무래도 수의계약으로 하니 자네가 건설 회사를 설립하면 되네. 그 경우 직원이나 근로자는 북한 주민의 90퍼센트를 채용해야하는 제약은 있네.”
“알겠습니다.”
“자네는 최우선으로 포로들 중에 전향한 사람을 위주로 선발할 특혜를 주겠네. 자네가 설립한 회사나 혹은 단체의 직원이나 외인부대원으로 근무하는 조건에 한한 걸세.”
“잘 알겠습니다. 그런 정도라면 아프가니스탄으로 다시 가보도록 하죠. 하지만 그곳은 독립심이 강해 많은 군대를 보내기 보다는 소수의 교관 요원만 보내는 것이 유리합니다.”
“알았네. 그건 자네가 외인부대의 특수연대장이니 여기서 데리고 가서 병력을 채우던 아니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채우던 상관안하겠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자네가 보유해야 하는 병력은 군단 규모라는 것만 알게 우리도 그 정도까지만 지원해 줄 거니까. 물론 대부분 수복 지구에서 수거된 북한군 무기겠지만 그것으로 자네는 소련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어야 된다는 거야.”
“알겠습니다. 저도 여기서 준비를 해주고 떠나야 하니 적어도 가을이나 되어야 떠나겠군요.”
“출발 날짜도 자네가 정하게.”
“알겠습니다.”
레이건을 만나고 나서 김수훈은 흑표 부대원과 협의해 결국 중령으로 외인부대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했다. 김수훈은 제일 먼저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인 연대의 조직에 대해 결정했다.
공병, 기계, 통신, 방공, 전기, 기갑, 의무, 수송, 포병, 항공 등 10개 병과별로 각기 장교 1명과 하사관 29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총 300명을 주특기별 교관 요원으로 뽑고 3개 조별로 전투병 교관으로 30명의 병사를 선발하기로 했다.
10명의 참모진도 선발해 자기를 포함해 427명으로 부대를 만들어 떠나기로 했다.
26명의 부하들에게 김수훈은 지시했다.
“90명은 전투력 위주로 뽑고 나머지는 기술하사관으로 선발해. 아무나 선발해 데리고 가면 보충하기 힘드니 그렇게 알고.”
엘렌과 스미스가 행정을 담당하니 선발된 병사들은 모두 개성으로 이동해 현지 적응 훈련을 받기로 했다. 김수훈은 이와는 별도로 북한의 공병들 위주로 선발해 중앙건설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의 주소지나 사무소는 개성으로 한국에 법인허가를 내는 형태다. 김수훈은 서초동이 사놓았던 땅을 매각해 자본금 20억짜리 건설 회사를 인수했다.
이날 이후 김수훈은 개성과 용산을 오가며 회사 설립에 따른 업무나 북한 출신인 직원 채용 그리고 공사장을 오가며 지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통령도 신경을 쓰는 사만다의 정체가 궁금해 엘렌에게 물었다.
“사만다와 친하지?”
“예, 친한 편이죠.”
“그 여자의 신분이 뭔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사만다는 1973년도에 왕위에서 물러난 자이르 샤 국왕의 외손녀라고 합니다. 아버지도 국왕과 6촌간인 왕족이고요. 어머니가 자이르 샤의 장녀인 샤렌 공주라고 합니다. 사만다는 샤렌 공주의 딸로 한 살 많은 오빠가 있고 그래서 사만다도 공주로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런 내용을 언제 알았나?”
“이번에 한국으로 올 때 테인즈 요원이 뉴욕에 있는 저를 찾아와 말해 주더군요. 참고를 하라고요.”
“테인즈도 철수했나?”
“아닙니다. 현지에 가서 보니 필요한 장비가 많이 그것을 요청하러 잠시 귀국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사만다가 테인즈를 통해 미국 정부에 사령관님의 복귀를 강력하게 요청했답니다.”
“사만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왕정을 복구하자는 건가?”
“사령관님, 지금으로 보아서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욕심은 모르는 거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요. 제가 조금 알아 봤는데 사만다는 후계서열에서 다른 공주와 오빠에게 밀립니다.”
“다른 공주라니?”
“나이가 어리지만 이탈리아에서 망명생활 중인 자히르 샤 국왕에게는 죽은 외아들이 있고 그 외아들에게는 공주가 있어 그 공주가 승계서열 1위라고 합니다. 사만다의 오빠인 실루엔이 당연히 2위고 사만다는 3위에 해당됩니다.”
“부모는?”
“모두 죽었습니다. 조금 이상한 자동차 교통사고로요. 일부에서는 왕정 복구 운동을 하다가 아랍의 수니파에게 암살당했다고 하더군요.”
“보모가 죽는 사연이 있다면 사만다가 왕정 복구에 집착을 보일 수도 있겠군.”
“그렇다고 봐야죠. 아무튼 그래서 사만다가 남부 반군 내에서 권위가 높은 겁니다. 특히 하마스는 사만다 부모가 죽을 때 운전을 하던 기사의 아들입니다. 그래서 밀착 관계도 심하고 그녀의 말에 맹종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지요.”
“이제 여러 가지 의문이 풀리는군.”
이런 대화를 한동안 나누던 엘렌은 슬며시 김수훈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령관님, 혹시 사만다와 이상한 관계는 아니죠?”
“왜? 그 여자와 사귀면 안 되나?”
“제가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무슨 이야기?”
“사만다는 약간 정신적으로 문제가 조금 있는 환자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자기 것을 남이 차지하면 참질 못하는 성격이랍니다.”
“그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그 오빠도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조금 성격이 괴팍한 모양입니다.”
엘렌은 별도로 개인 신상에 대해 말했다.
“저, 이번 휴가 중에 스미스와 결혼했습니다.”
“잘 됐군. 축하하네.”
“그래서 어쩌면 저는 사령관님과 아프가니스탄으로 같이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본래 부부를 위험한 곳으로 보내는 법이 없어서요. 아무튼 같이 가게 해달라고 사령부에 요청해 놓았습니다.”
후방의 보급 기지에서 같이 항상 붙어 있다가 보니 아마 정이 들었던 것 같았다.
엘렌은 은근히 남편의 안전도 걱정되어 말했다.
“사령관님, 제 생각에 아무래도 병과별 30명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왜 그렇다고 보나?”
“기술 교육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제 생각에 교관요원을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너무 적으면 아프가니스탄에서 너무 오래 지내야 하니 그것도 참작하세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이 물러날 때까지 항상 군단 병력인 3만명 정도의 남부반군을 유지하자면 사실 그 정도 교관요원으로는 부족했다.
“엘렌은 몇 명이나 늘리면 되겠나?”
“최소한 20명씩은 늘려야 된다고 봅니다.”
“알았어, 엘렌이 그렇게 판단한다면 교관요원을 200명 더 늘려서 데리고 가지.”
결국 당초 계획보다 200명이 늘어 627명으로 구성해 떠나기로했다. 김수훈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다시 파병을 떠날 준비로 바빴다. 김수훈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재파병을 미국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한 사만다는 이탈리아로 가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에 있는 아담한 단독 주택에서 사만다는 이곳에서 망명생활 중인 자히르 샤 국왕 내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옆에는 10명의 측근들이 모여 있었다.
사만다가 신이 나서 김수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폐하, 그 사람만 잡으면 왕정 복구가 가능합니다.”
“그런가? 나는 그런 생각이 없는데. 왜 사만다는 아버지를 이어 또 그런 생각을 하나?”
“할 수만 있다면 해야죠.”
국왕 옆에 있는 측근들도 약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다.
“복구 운동은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2명은 국왕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행동이니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할 수만 있으면 시작해야죠.”
다른 5명은 왕정 복구 운동을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있었다. 3명은 왕정 복구는 해야 하지만 소련군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으니 조금 더 두고 보자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었다.
사만다의 오빠인 실루엔도 왕정 복구를 희망하고 있었다.
서로 약간 의견이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김수훈은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려는 생각들은 다들 가지고 있었다.
실루엔이 사만다를 보며 물었다.
“드래건 김이란 남자는 아내가 몇인가?”
“잘 모르지만 이미 네 명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 결혼을 정식으로 했다는 건가?”
“아닙니다. 다들 결혼을 한 적은 없습니다. 비밀리에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일본에 두 명이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모두 나이 많은 여자들 같습니다. 그곳은 표면적으로는 일부일처제라 드러내 놓고 여러 여자와 결혼식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실루엔은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비밀 결혼이면 정식으로 결혼한 부인들이 아니군. 그런 식이면 나는 10명의 부인도 더 되겠네.”
실루엔의 응수에 사만다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응수했다.
“그건 오빠를 기준해 판단하는 것이고. 아무튼 확인되지 않아 모든 것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이 저에게 해준 말일 뿐이니까요.”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사람들은 자이르 샤 국왕과 헤어져 떠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의견이 같은 패거리끼리 모여 따로 뭔가 모의하고 있었다. 자히르 샤 국왕도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두 명의 측근과 같이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들이 왕정을 복구한다고 해서 나나 아리아에게 왕위를 양보할 것 같지는 않군.”
“그렇습니다. 공연히 왕정 복구 운동을 한다고 소문만 나면 오히려 망명 생활만 힘들어지고 매우 위험해 집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네.”
표면적으로 왕정 복구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 같이 행동하고 있다. 사실 자하르 샤 국왕도 복구 운동이 전개되어 다시 권좌에 오르기를 내심 희망하고 있었다. 자신의 힘이 그에 미치지 못하니 몸을 사리고 있을 뿐이었다.
“사만다가 하는 말로 보아 그 남자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지 못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자히르 샤는 잠시 생각하다 결심을 한 표정으로 다부지게 말했다.
“사만다보다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렇게 뛰어난 인물이라면 우리가 왕정 복구를 못한다고 해도 아리아 공주의 장래를 맡길 정도는 되는 인물이니 서두르게.”
“알겠습니다.”
무엇을 하기 위해 서두르라는 것인지 모르지만 자하르 샤 국왕은 뭔가 비밀스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세 무리가 이런 비밀스런 모의를 하는 중. 다른 곳에서도 이상한 모의가 있었다.
“모하르 샤에게 부인이 일본에 둘이나 있다는 거지?”
“예, 아무래도 신룡교라는 종교의 수장들이 그 사람의 부인 같습니다. 사만다가 예측해서 한 말입니다.”
“그래? 알았어. 내가 해결하지.”
“조심해야 합니다.”
요즈음 들어 자꾸 국왕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자 그것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무리들이다. 서로 종교적이나 이념적으로 패를 이루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여러 개의 패들이 뭔가 비밀스런 모의가 있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고 있었다. 또한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