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상당히 붙임성이 좋고 사교에 능한 우영복이다. 그가 청사로 찾아오자 박천태는 그만 따로 불러 조용히 지시했다.
“그린모텔에서 오배근 검사와 관련 있는 사람이 노름해 돈을 잃은 모양이야. 조사계장에게 그게 사실인지 한 번 알아봐! 조심하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연히 소란 안 나게 조심하고.”
“잘 알았습니다.”
우영복은 만나보라는 조사계장은 만나지 않았다. 전혀 엉뚱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법원에서 청소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만나 뭔가 이야기하며 슬며시 돈을 건네주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다시 조사할 것이 있다고 해 조사 받고 있었다.
“거기 축사는 모두 허가가 난 건물인가?”
“예, 축산자금도 받으려면 허가가 나야 됩니다.”
이번에는 모텔이나 다른 부속 건물들을 가지고 불법건축 여부에 대해 묻고 있었다. 보내주려니 여전히 미련이 남아 사그리 뒤지려는 모양 같았다.
‘이 자식이 도대체 왜 지랄이야. 쥐약 처먹었나?’
박천태는 오배근 검사가 묻는 말에 답해주고 있었다.
대충대충 진술하며 옆에서 간통사건으로 끌려온 30대 주부가 조사받는 과정을 듣고 있었다. 다소 통통해 보이고 순박해 보이는 여자는 조사계장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고 있었다.
“어디서 만난 사이요.”
“제 남편의 회사 동료로 만났습니다.”
“그럼 남편 친구에게 당했단 말이오.”
“예, 저는 그놈이 그런 무서운 마음을 먹은 흉악한 놈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수건으로 눈을 닦으며 애원하듯이 답하고 있었다.
조사계장의 질문을 옆에서 듣고 있던 박천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조사계장 놈도 골 때리는 군. 자세히도 물어보네.’
간통 사건에 대해 먼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느물느물해 보이는 조사계장은 여자의 주장에 반문하고 있었다.
“남편이 주장하는 대로 간통 사건이 절대아니라고요?”
“예, 저는 집에서 강제로 당하고 그 놈의 협박 때문에 여관으로 찾아가 돈을 주다가 어쩔 수 없이 또 당한 죄 밖에 없어요.”
그러자 조사계장은 너무 재미있다는 듯이 자세하게 물었다.
“처음 당한 장소가 집의 주방이라고요?”
“예. 평소에 남편과 친구라는 그놈이 집으로 찾아와 남편이 교통사고로 입원했다고 하고 보험처리에 대해 이야기하더니 커피를 타달라고 해서 주방에서 커피 타는데 갑자기 뒤에서 치마를 훌러덩 올리고.”
“그래요? 뒤에서 치마를 어떻게 올리고. 팬티는 어떤 손으로 어떻게 내리고요.”
이후 처음 아파트 문을 어떻게 열어주고 그 짓하기 전에 둘이 뭘 하고 있었는지 다시 반복해서 자세하게 물었다.
또한 성행위를 하기 위해 남자가 뒤에서 공격했는지 앞에서 공격했는지 자세하게 물었다. 조사계장은 집요할 정도로 아주 세세한 부분을 물었다.
“그 남자는 진술하기를 침대에서 먼저 한 번하고 나중에 주방에서 해달라고 해서 해줬다고 주장에서 했다던데. 누구 말이 진짜요.”
“그건 그 놈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거죠.”
범죄 중에서 간통죄로 끌려가면 제일 추했다. 특히 화간이냐 강간이야 따질 때는 더욱 신중하고 세밀하게 검토하게 된다. 화간이나 강간의 사이는 화투 끗발의 한끝 차이보다 더욱 가깝기 때문이다.
둘이 서로 어딜 어떻게 먼저 만지고 나중에 어떤 식으로 최종적으로 삽입하게 되었는지까지 일일이 묻고 또 답변해야 화간과 강간을 구분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이런 경우는 더욱 농도 짓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고 조서를 꾸며야 한다.
간통을 강간이라고 주장하던 여자는 당시의 정황을 자세하게 진술하고 있었다.
“그놈이 주방에서 감자기 제 가슴을 만지더니 오른손으로 소리치지 못하게 입을 끝날 때까지 꽉 막았어요.”
“애들도 방에 있었으니 소리를 지르면 당하지 않았을 것 아니오?”
“내내 입을 손으로 막고 있으니 소리를 어떻게 질러요. 그래서 다른 방에 델레비젼 보고 놀고 있던 애들도 전혀 몰랐던 거죠.”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된 거요?”
“그 흉악한 놈이 한 손으로 입을 완전히 틀어막고 한손으로 치마를 걷어 올리고 다른 손으로 그걸 잡고 억지로 밀어 넣어 꼼짝 없이 당했어요.”
“그게 사실이란 말이죠.”
“예. 정말입니다. 거짓이면 천벌을 받을 겁니다.”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말하니 박천테가 보기에 조금 안돼 보이고 있었다.
집요하게 질문하던 조사계장은 여자의 말에 엷게 미소를 지었다.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여자의 진술을 기록한 서류를 보여 주었다.
“지금까지 진술이 틀림없죠?”
“예, 틀림없어요.”
여자에게 몇 번 반복해서 다짐받고 확인 지장을 찍어 두고 있었다. 다른 진술에서는 여자의 화술에 많은 혼선이 왔었다. 주방에서 처음 당했다는 진술로 인해 간통이라고 조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아줌마, 제가 보기에 너무 급했군요. 그 놈은 한 손으로 입을 계속 막고 한손으로 치마를 올려 양손을 모두 사용했네요. 물건 잡고 밀어 넣은 손은 아줌마 손이 분명하네요. 제 말이 맞죠.”
조사계장의 말에 순진해 보이던 여자는 그제야 얼굴이 벌게지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그냥 너무 다급해서.”
“그럼, 입을 막았다는 손은?”
“그건 제가 손으로 제 입을 막았죠. 너무 소리가 터져 나와서.”
결과적으로 남자는 한손으로는 치마를 걷고 한손으로는 가슴을 만지고 여자는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고 한 손으로 물건을 잡고 밀어 넣었다는 조사가 새로 쓰여 지고 있었다.
이런 간통사건의 조사를 보고 나서 박천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도 안차네. 생긴 것은 순진하게 생겨 가지고.’
이런 조사를 보고 나서 오배근 검사가 집으로 돌아가라는 소리에 청사에서 나오게 되었다.
청사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물었다.
“이제 풀린 겁니까?”
“언제는 잡혔었나? 풀리게. 걱정 말고 가서 업무나 봐요.”
“네.”
박천태는 걱정되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회사로 돌려보냈다. 우영란도 택시를 타고 먼저 금산으로 가라고 했다.
“가서 필요 없는 비디오테이프들은 모조리 잘 치워.”
“네.”
오키나와에서 제작해온 테이프와 불곰이나 황윤경이 제작해 얼굴이 안 보이는 비디오를 틀어주고 있었다. 압수를 모두 당했으나 예비로 있는 것을 모조리 잘 치워두라는 지시였다.
아무리 단속이 심해도 그런 빨간 테이프가 없으면 모텔로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압수 안 당한 빨간 테이프는 일단 숨겨 놓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다.
박천태는 우영복만 데리고 근처의 다방으로 들어갔다. 구석진 자리에서 마주앉아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알아보니 어떻던가?”
“청사에 은밀하게 소문이 났더라고요.”
“무슨 소문?”
“노름 좋아하는 오배근 검사 부인이 사기도박단에 걸려 많은 돈을 잃었다고요.”
“그래서 나를 엮어서 돈을 우리려고 했다는 이야기인가?”
“대략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우영복과 상의할 문제는 아니다. 박천태는 그에게 다른 지시를 했다.
“돌아가서 모텔을 숙박계를 따로 하나 복사해서 내 방으로 보내라. 내가 조사해 볼 것이 있으니.”
“예, 그러죠.”
“그리고 오늘 이번 처음 당해 당황했을 것이니 누나 잘 다독여라. 그리고 앞으로 복수 지소장과도 좀 친하게 지내고 여유 있으면 금산경찰서에도 찾아 가보고 그래라.”
이런 지시에 복수면에서 나름 잘나가는 유지 행세를 하는 우영복은 이내 답해주었다.
“복수 지소장이나 면장이야 저와 이미 친하게 지내지만 경찰서장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앞으로 거기도 로비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죄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어.”
“잘 알겠습니다.”
우영복과 헤어진 박천태는 바로 신선다방으로 갔다.
신선다방으로 가서 황윤경을 만나 내실에서 이야기를 했다.
“옥천 가서 고생 많았지.”
“아닙니다, 회장님 덕분에 몸매가 예뻐져서 좋습니다.”
황윤경은 68킬로그램이라고 말했지만 실재로는 70킬로가 넘었던 몸이 이제는 10킬로그램이 쏙 빠져 다소 늘씬하게 변해져 버렸다.
“아직도 더 빼야 되겠는데.”
“예, 휴가 끝나고 또 교육 받으러 갑니다.”
일시적으로 살을 빼는 바람에 다시 몸이 불어날 수 있지만 잘만 관리하면 그런 몸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훈련을 중단한 이유는 너무 더워서 힘들다고 잠시 휴가처럼 일주일을 쉬기로 해서 왔다. 아직 필요한 교육 과정은 많이 남아 있었다.
박천태는 황윤경에게 지시했다.
“대전지검의 오배근 검사를 조사해봐. 주변 인물과 부인 그리고 친구 관계를 모조리 살펴보라고.”
“그 검사를 왜?”
“나를 이상하게 엮으려고 하는 것 같아. 듣기에는 부인이 사기도박을 그린모텔에서 당해 그랬다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고 그러니 조심해서 조사해 봐.”
“알겠습니다. 조사해서 보고하고 교육을 떠나겠습니다.”
이런 지시를 하고 박천태가 다방을 나서려고 하자 황윤경은 다시 자기 생각을 말했다.
“회장님, 전에 제가 늘 말하던 전주 패거리와 사기도박 건을 해도 되나요?”
전에도 그것을 하고 싶어 하더니 또 이렇게 말하자 박천태가 흥미가 생겨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꾸 그러는 거야?”
“사실 그 노름꾼인 사장 놈이 저를 이런 꼴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원한도 있고 기회에 조직의 자금도 늘려볼 생각이라 그렇습니다.”
“알았어, 이제 조직은 이미 내 손에서 떠났다고 했으니 앞으로는 황 회장이 알아서 처리하고 모든 책임을 지라고 일일이 보고 할 필요도 없어.”
“정말입니까?”
“그야 당연하지. 앞으로 모든 일은 직접 나서지 말고 부하들을 부려서 써먹어야지 회장이나 되는 사람이 직접 나서면 조직의 보스라는 체면이 뭔가? 내가 그렇게 하라고 황 회장을 그 자리에 앉게 한 거니까.”
“알겠습니다. 명심하죠.”
“이제 다방도 다른 사람에게 빨리 넘기고 적당한 회사 하나 차려 근사한 사무실에서 회장 노릇이나 하라고.”
“알겠습니다.”
박천태는 이렇게 지시하고 서둘러 금산으로 떠났다. 자기가 검사와 같이 떠나는 것을 본 사람들이 이상한 추측으로 소문을 만들기 전에 그린파크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서다.
일주일이 지나 황윤경이 그린파크의 저택으로 찾아 왔다.
두툼한 서류를 들고 찾아온 황윤경은 침대 방에서 앉아 있는 박천태를 만나 서류를 넘겨주었다.
“뭐가 이리 많나?”
“증빙 서류까지 첨부하다보니 많아 졌습니다.”
“요점만 말해봐.”
“예, 오배근 검사는 부인에게 속았습니다. 사실 그린모텔은 오배근 검사 부인이 자주 어떤 남자와 만나던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노름으로 잃었다고 한 돈 3천만원도 사실은 그 남자에게 주고 그렇게 거짓말 한 겁니다. 실재 잃은 돈은 500만원에 불과합니다.”
“그게 전부인가?”
“아닙니다. 마침 그런 부인의 변명도 있고 오배근 검사는 대전서구 임진욱 지구당 위원장의 사주를 받아 회장님을 손보려고 벼르는 겁니다.”
“그래? 임진욱이 나와 조직과의 관계를 알고 그러나?”
“아닙니다. 회장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덕배 의원님과 가까운 사람들은 다들 지금 그런 식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선거도 많이 남았는데 왜 그러지?”
“상부에서 계속 영입을 하려고 하자 아예 그런 싹까지 제거해 버리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후년이면 선거니 사실 정치인들로는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죠.”
“그 외에 다른 것은 없고?”
“아직 다른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아무튼 오배근 검사나 부인인 양애령은 배우자 따로 애인 따로 노는 사람들입니다. 임애란이라고 아시죠. 정보동 기자의 부인요. 임애란과 양애령은 절친한 친구입니다.”
“그래? 그것 재미있군. 임애란 자료를 살펴봐야겠어.”
“아, 그 자료가 있으면 비교해 보시면 정확하겠네요.”
황윤경이나 다른 사람은 그런 자료를 수집하면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런 자료 조사 자체가 나중에 법에 의해 증거 자료가 될 염려가 있다. 그래서 박천태의 지시로 인해 어떤 사건이니 개인에 대한 조사를 하고 보고를 끝내면 모조리 폐기하고 있었다.
박천태가 그렇게 하라는 이유는 자기와 연결 고리가 될 염려도 있고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정보는 자기 혼자 독점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이다.
아무리 전생에 배우지 못한 삶을 살았더라도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아니 이렇게 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제 그의 지식수준도 전생과는 많이 달라져 높아졌다. 또한 기본적인 두뇌도 굳이 수치로 논하면 아이큐가 130에 육박하니 그런 판단정도야 충분히 하고 있었다.
박천태는 자료를 받고 당장 큰 무슨 해를 주고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지시했다.
“알았어, 일단 그 정도 이유라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황 회장은 다시 교육을 가라고. 이제 어느 정도 몸도 만들어지고 했으니 서해안 해수욕장으로 가서 해수욕도 하고 몸도 더 만들고 와.”
“서해안요?”
“서해안도 한적한 곳이 아주 많다고. 무인도도 있고.”
“알겠습니다.”
“옥천으로 가면 불곰에게 그렇게 전해. 내가 이번 여름에는 휴가 푹 다녀오라고 했다고. 휴가 경비는 황 회장이 돈 잘 버니 모두 책임지고.”
“잘 알겠습니다.”
박천태는 경고이자 선물의 의미로 뿔이 커다란 엘크 사슴 머리 박제를 주며 말했다.
“회장실에 이것 걸어 두면 치장용으로 보기 좋을 거야. 많으니 두 개 가지고 가서 하나는 사무실 하나는 집에 걸어두라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검도 좀 배워. 진검도 사서 집에 다 걸게 되는 사슴뿔에 걸어두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천태의 지시를 받은 황윤경이 저택에서 떠났다. 황윤경이 떠나고 나자 몸조심하기 위해 잘 찾지 않던 시장약국을 찾아가기 위해 밤이 늦어 가고 있었다.
박천태는 이날 이후 자주 대전 용문동에 있는 그린 본사를 들리며 시장약국을 자주 찾아다니며 조금 뜨겁지만 한가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민자경은 이제야 애가 바짝바짝 타서 마르던 몸에 봄비라도 맞은 듯이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얼굴이 항상 촉촉 하니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 무렵. 오키나와에서 지내는 김수훈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조금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