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제니퍼는 비명을 토하며 두 다리를 쭉 뻗으며 바들거렸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담요를 끌어 얼굴을 가리며 눈만 빠끔히 내놓고 벌게진 얼굴로 작게 속삭였다.
“오빠, 나 이제 어떻게 해 그냥 했나봐.”
어차피 이미 저지러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슴 만지던 손을 당겨 품에 꼭 안아 주었다.
김수훈은 키도 크지만 손도 크고 손가락이 무척 길다. 손이 커서 투수할 때도 상당히 유리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긴 손가락으로 인해 상황이 묘하게 되어 버렸다.
‘쌍! 손으로 해버렸네.’
순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박혀버린 손가락을 뺄 생각을 안 하고 그대로 살살 움직이고 있었다. 제니퍼는 고통을 느끼는 가운데 묘한 새로운 느낌이 들어 다시 헐떡이고 있었다.
“오빠아! 나! 나!”
무슨 말인가 정확하게 토하고 싶지만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다급한 목소리를 토해내며 튼실한 엉덩이를 손가락 놀림에 호응해 조금씩 들썩이고 있었다.
엉덩이를 점점 빠르게 움직이며 제니퍼는 머리가 몽롱해지는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너무 이상한 느낌이다. 제니퍼는 계곡에 퍼지기 시작하는 이런 느낌이 뭔지를 정확하게 알아내고 있었다.
‘그래, 친구들이 말하던 바로 오르가즘이야.’
사내의 숙달된 손놀림으로 아주 초보인 제니퍼는 빠르게 처음 올라보는 낮은 정상으로 달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제니퍼는 조금 전과는 다른 파장이 일어났다. 계곡 속에서 뭔가 터져 주르륵 흐른다는 느낌이 왔다. 제니퍼는 그 짜릿한 순간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전신이 오그라드는 느낌으로 제니퍼는 자기의 밀지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사내 손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애원했다.
“아아! 그만, 오빠! 그만! 그만!”
입으로는 연신 그만을 외치면서 엉덩이는 위로 높이 쳐올리고 있었다. 양손으로 사내의 손을 잡고 손가락을 계곡 안으로 깊숙하게 밀어 넣고 있었다.
“아아아아!”
드디어 두 번째로 낮은 정상으로 올랐다. 제니퍼는 또다시 뭔가 아래서 토해내는 느낌과 함께 온 몸을 부르르 떨며 경직시키고 있었다.
‘그래, 이런 느낌이야.’
몸은 나른 나른해지고 맥이 탁 풀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가슴에서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중앙에 달린 돌기가 잔뜩 화를 내며 단단해 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부족한지 파르르 떨려오고 있었다.
후폭풍의 여운을 감미롭게 받아들이며 제니퍼는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이윽고 그런 파장도 모두 사라지고 있었다. 제니퍼는 누가 알려주지 않았으나 자기 혼자 즐긴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말을 토해냈다.
“오빠! 미안해, 나 혼자해서.”
여자가 혼자 즐기면 남자는 반드시 딴 여자를 찾는 다는 소리야 들어 알고 본능적인 느낌으로 알았다.
김수훈은 제니퍼의 말에 약간 퉁명스럽게 답했다.
“됐어!”
“오빠, 내가······. 입으로 해줄까?”
알만한 것은 이론적으로 대부분 알고 있으니 해보는 소리다. 아무래도 아래는 여전히 아린 통증도 있고 지금 상태로는 어렵다고 판단해 해보는 소리다.
“됐다고. 옷이나 잘 입어.”
김수훈의 말에 제니퍼는 급하게 아래로 내려간 팬티를 올리고 핫팬티의 지퍼를 끌어올렸다.
위로 올라간 부레지어도 내려 잔뜩 부풀어 오른 커다란 가슴도 잘 여미고 있었다. 이제는 주인이 생긴 가슴이니 앞으로 꼭꼭 여며 간수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 죄도 없으며 제니퍼는 공연히 주눅이 들었다. 이 남자에게 왜 미안한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해변을 내려다보며 그저 침묵하고 있었다.
한동안 침묵하던 제니퍼는 어느새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말했다.
“어머나, 사람들이 나 찾을 건데. 전화라도 해줘야 하는데.”
“그래? 내려갈까?”
“아니, 그냥 있을 거야.”
“사람들이 찾는다며?”
“오빠, 나는 오늘 아주 특별한 날이잖아. 이 기분 오래 지니고 싶어.”
제니퍼는 오늘 이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뜻이 깊었다. 그러나 김수훈은 그저 스치듯이 지나는 많은 여자들 중에 하나일 뿐이라 별로 남다른 감응이 없었다.
다르다면 일을 이런 지경까지 이르게 하고 너무 싱겁게 끝냈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하다 만 것처럼 영 찜찜하네.’
두 사람은 잠시 더 앉아 있다가 슬며시 일어났다. 스포츠카에 올라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스포츠카는 다이아몬드헤드를 떠나 다시 와이키키로 갔다.
“이제 내려서 숙소로 들어가라.”
“예? 오빠는 어디 가려고요?”
“나는 렌터카 돌려주려고.”
분명히 일주일 쓴다고 렌터카를 빌렸는데 지금 돌려준다니 이상했다. 아무래도 오늘 자기의 행동이 마땅치 않아 휴가 그만 즐기고 오키나와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제니퍼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한 답을 직감적으로 알아내고 있었다. 그러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아무래도 골이 단단히 났다고 판단되었다. 제니퍼는 당황해 급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오빠, 우리 내일 요트 타고 바다로 멀리 나갈까?”
“왜?”
“그냥.”
그냥은 아니고 어차피 손으로 볼일을 모조리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뭐로 하던 알아서 구어 먹던 삶아 먹던 마음대로 하라는 이야기다.
제니퍼는 울상을 지으며 애가 타서 어쩔 줄 모르지만 김수훈은 아쉽다는 생각이 안 들어 퉁명스럽게 외쳤다.
“너 사인이나 열장만 해줘라. 부대에서 필요한 사람이 있다니 줘야 한다.”
“제 사인요?”
김수훈은 제니퍼에게 작은 수첩을 넘겨주며 다시 말했다.
“여기다 해 줘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제니퍼는 수첩에 사인 10장을 해주고 넘겨주며 말했다.
“오빠, 오키나와로 가려고요?”
“그건 알 것 없고 빨리 차에서 내려! 나 지금 바쁘다.”
참으로 매너라고는 전혀 없는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제니퍼는 차에서 슬며시 내렸다. 김수훈은 빠르게 말했다.
“내일 전화 하마.”
그 소리에 제니퍼는 얼굴이 환해지며 얼른 전화번호를 적어 주며 말했다.
“오빠, 여기 요트 장 전화야. 그러니 꼭 그리 전화해.”
“알았어.”
김수훈은 스포츠차를 몰고 빠르게 사라졌다. 제니퍼가 요트타고 멀리 바다로 나가자니 마음이 바뀌었다.
다음날 전화하고 요트 장으로 도착하자 제니퍼 혼자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웅성웅성.
많은 기자들이 몰려와 있었다. 제니퍼의 엄마인 올리비아도 요트에 타고 있었다. 촬영기사들이나 스태프들도 있고 여자 모델들도 여러 명이 모여 있었다.
김수훈은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제니퍼를 사람들과 떨어진 곳으로 데리고 가서 조용히 물었다.
“뭐야?”
“오빠! 미안해. 어제 우리가 만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언론사에 제보했나 봐요.”
“그래서.”
단둘이 만나 마무리까지 완전히 눈 딱 감고 해버릴 요량이던 김수훈는 큰 변수가 생겼다. 그러니 나오는 말투가 조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주눅이 들어 버린 제니퍼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 제가 엉겁결에 호텔로 몰려온 기자들에게 변명한다는 것이 오빠와 같이 화보 촬영하기 위해 잠시 만난 것이라고 해서 이렇게 됐어요.”
“그러니까 내가 그냥 네 화보 찍는데 덤으로 찍으라고?”
“아뇨! 총기 제조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오빠가 모델해주면 저보다 더 많이 준다고요.”
편하게 지낼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가냐?”
“여기서 조금 가야 하는 무인도에요.”
“무인도?”
“예, 약간 밀림으로 우거진 곳인데 아주 조용해 화보 촬영으로 좋은 장소에요.”
“요트에 스킨스쿠버 장비도 있나?”
“예, 아마 거기가면 경치도 아주 좋아요.”
제니퍼의 이런 제안에 어차피 조용한 곳에서 쉬다 오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렌터카는 돌려주고 촬영 팀과 같이 요트에 올라 무인도로 떠나게 되었다.
무인도인 작은 섬은 괴암 괴석이 많았다. 인공으로 만든 작은 접안 시설이 있었다. 조금만 파도가 심하면 출입이 불가능한 그런 섬이다.
무인도라고 하나 방갈로 형태의 집도 있었다. 태양전기 시설도 되어 있어 잠시 지내기는 불편하지 않았다.
김수훈은 별도로 해변과 접해 있는 야자수 숲에 야외용 텐트를 치고 혼자 지내기로 했다. 백사장은 넓지는 않았으나 소수의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며 지내기는 적당한 곳이었다.
‘이런 곳이 진짜 휴양지야.’
밀림도 깊지는 않았으나 화면으로야 깊은 밀림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소총 들고 화보용으로 만들 사진 촬영을 했다. 물론 광고용인 짧은 액션도 연기하고 있었다.
제니퍼는 틈만 나면 김수훈과 스킨십을 벌이려고 온갖 궁리를 다하고 있었다. 촬영하다 일부러 김수훈 쪽으로 넘어지며 안기기도 하고 뱀이 나타났다고 호들갑 떨며 품에 안겼다.
올리비아는 뭔가 낌새를 차렸는지 제니퍼의 주변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이 잔뜩 들어 버린 딸을 감시한다고 해서 막을 수 없었다.
새벽에 텐트 안으로 기어 들어온 제니퍼가 급하게 말했다.
“오빠, 만져 줘!”
“또? 아까 해줬잖아.”
낮에 숲으로 들어가 아주 짧은 시간에 진한 키스도 나누고 아래에 손을 넣어 보는 스킨십을 했었다.
“나 밤새 엄마 잠들기 기다리다 겨우 나왔어요.”
손맛이 단단히 들어 버린 제니퍼는 틈만 나면 거길 손으로 만져달라고 찾아오고 있었다.
“너도 참 얼굴도 두껍다.”
“너무 좋으니 어떻게 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제니퍼는 이제 김수훈이 그곳에 손만 넣으면 그냥 뒤집어져 버렸다. 빠르게 정상으로 올라 끝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절정으로 달리고 있었다.
한차례 뜨거운 폭풍이 지나고 나자 제니퍼는 내렸던 팬티와 청바지를 급하게 올리고 나서 말했다.
“오빠, 내일은 요트에서 만져줘.”
“안 돼.”
“오빠, 그럼 산소통 메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알았어.”
비록 그저 손장난에 불과하다. 하지만 남의 눈을 피해 즐기는 기분은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었다. 제니퍼는 그런 재미 이외에 손맛으로 완전히 녹아나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노골적이고 과감해졌다.
김수훈은 비록 정상이 아니지만 특별한 기분으로 휴가를 즐기고 돈도 벌고 하와이를 떠나게 되었다.
떠나기 전. 김수훈은 자기의 모델 출연료에 대해 제니퍼에게 말했다.
“너, 인텔 회사 혹시 아냐?”
“저는 회사에 대해 잘 몰라요.”
“아무튼 내 모델료 받으면 인텔 주식을 모조리 사둬라.”
“알았어요. 그 회사가 앞으로 전망이 좋은 가요?”
“아마 앞으로 컴퓨터 보급이 활발해 질거니 그럴 거다.”
“알았어요. 그럼 저도 그 회사 주식 좀 사둬야겠네요.”
생각 같아서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주식을 사고 싶었다. 그 회사의 주식은 증권시장에서 쉽게 사지 못하자 차선책으로 인텔에 투자해 보기로 결정했다.
구매 대리인으로 제니퍼를 내세우고 있었다.
“내가 오키나와서 번 봉급도 송금해 보낼 거니 내 앞으로 사둬라.”
“그렇게 하기만 하면 되나요?”
“그래, 그냥 사두기만 하면 된다.”
소소한 돈이지만 지금 사서 10년만 지나면 큰 부를 이룬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일주일의 휴가를 하와이에서 보내고 오키나와의 미군해병대 무술부대 막사로 김수훈은 돌아왔다. 행정실에 있던 엘렌은 귀대 소식을 듣자 급하게 막사로 찾아와 보고했다.
“캡틴, 승단 심사 준비 모두 끝냈습니다.”
“수고했어.”
김수훈은 제니퍼로부터 받아온 사인을 넘겨주며 말했다.
“10장이니 필요한 사람 나눠 줘. 스미스 중사는 꼭 주고.”
“넷!”
두툼한 책을 상자에 가득사서 온 것을 보고 엘렌이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캡틴, 무슨 책입니까?”
“고대 무기 제작과 전술.”
“예? 그런 것을 왜 배워요?”
첨단 무기를 지닌 해병대에서 근무하며 고대 무기 제작에 대한 책을 공부한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있었다.
‘이상하네. 특이한 분인 줄은 알지만 너무 이상한 분이야.’
김수훈은 본시 판타지 소설을 쓰던 작가니 그런 쪽으로 관심이 가서 사서보고 있었다.
이제 한국으로 귀국하면 본격적으로 판타지 소설을 써서 돈벌이할 생각이었다. 올해는 늦었지만 가능하면 대학도 들어갈 생각이었다.
김수훈은 고대 무기 제작에 대한 책도 사왔지만 범선 운용에 대해서도 많은 서적을 구해보고 있었다. 모두 판타지 소설을 쓰기위한 준비 작업이다. 그리고 그의 이런 작업은 그저 판타지 소설만 쓰기 위한 공부가 아니었다.
보다 더 뒤에 일어날 미래를 꿈꾸며 이런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수훈은 이제 서서히 일본에서 생활을 정리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가 일본에서 머뭇거리는 중요한 이유가 올해에 있으니 망설이고 있었다.
‘그게 그대로 터지면 다행이지만 조금만 틀어지면 역사는 완전히 바뀌게 된다고. 그러니 그 사건은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무래도 좋아.’
며칠간 소설을 쓰기 위한 고대무기에 관한 책을 보았다. 김수훈은 승단 심사를 위해 모여든 20명의 해병들의 시범을 보며 심사하고 있었다.
심사를 모두 끝내고 나서 다소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3단은 실력은 됐어. 다음에 4단을 보니 열심히 하도록.”
“넷!”
“한 달 후에 보니 다들 열심히 하고.”
이제 3단까지 오른 해병대원의 수가 30명에 이르고 있었다. 그들 중 8명까지만 4단으로 오르면 김수훈은 부대를 떠날 생각이다.
심사가 모두 끝나고 해병대원들이 숙소로 돌아가자 스미스 중사가 다가와 말했다.
“회장님, 다음 승단 심사에서 4단이 몇 명이나 나올까요?”
“다들 지금 4단을 줘도 되지만 그중에 8명만 고를 생각이야.”
김수훈이 오키나와로 돌아와 해병대원들과 같이 생활하며 지내는 동안. 한국에서는 박천태가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