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나하시 외곽의 저택에 도착한 김수훈은 요요를 만나서 사실 확인하고 불곰을 만나고 있었다. 그들이 모여 있는 방안에는 커다란 나무 상자가 놓여있었다. 상자의 서류들을 대충 살핀 김수훈은 먼저 불곰에게 지시했다.
“이제 여기서 임무는 끝났으니 서둘러 귀국할 준비를 해라. 내일 아침 8시에 비룡권 심사를 하니 다들 준비하고.”
“예!”
“그럼, 나가봐!”
김수훈의 명령에 불곰은 빠르게 방에서 나갔다. 그가 나가고 나자 그제야 요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신룡님, 최대한 청년들을 빨리 귀국시켜야합니다.”
“이유가 뭐요.”
“아무래도 저런 물건을 발견한 사람이 한국 사람들이라면 여론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알았어요. 내일 심사만 끝내면 보낼 것이니 출국 준비나 서둘러 주시오.”
“예. 준비를 하죠.”
일단 불곰 일행들에 대한 귀국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나서 두 사람은 비밀통로 이야기는 안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김수훈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요요. 내 생각에는 우연히 집의 후원에서 정원을 만들며 구덩이를 파다 나무상자를 발견한 것으로 하루미에게 말하는것이 좋아 보이는데 어떻소?”
“신룔님, 그것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제 생각에도 그게 좋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불곰에게도 그렇게 전하지. 이상한 소리 안하게.”
“예.”
이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났다.
먼저 자신의 저택으로 가서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하루미가 집으로 찾아왔다. 하루미는 방안에 놓여 있는 나무 상자를 보며 요요에게 물었다.
“이것을 어디서 발견했나요?”
“후원에 정원을 새로 꾸미며 정원수를 심다가 발견했습니다.”
“그래요? 운이 너무 좋았군요.”
하루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나무 상자에 들어 있는 오래된 서류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하루미의 눈이 점점 커지며 놀라고 있었다.
“여기에 이런 자료가 있다니 놀랍군.”
하루미는 나무상자 안에 있는 서류들에 대해 잘 알았다. 자신이 오랜 시간을 보내며 그토록 애쓰고 찾아보려던 내용들이 모조리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다소 흥분해서 말했다.
“아주 중요한 서류가 모두 발견됐네요.”
“그런가요?”
“내가 필요해 구하던 서류들이 여기에 모두 있군요. 이것만 있으면 민사소송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겠네요.”
하루미가 신이 나서 하는 말에 김수훈은 그제야 나서며 슬며시 물었다.
“그래요? 여기에 있는 자료만 있다면 소송해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거요?”
“그럼요, 이것만 있으면 충분해요. 나머지 자료는 이미 모두 확보된 상태니까요. 일본에서는 앞으로 큰 소란이 일어나기는 할 겁니다.”
“그 정도로 중요한 서류요?”
“예.”
김수훈은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그저 원론적인 질문만 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미의 말을 듣게 된 김수훈은 힘들게 노력해 만든 비밀통로가 외부에 노출될 것을 염려해 말했다.
“내 생각에는 이 상자를 다른 곳에서 발견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다른 곳이라면?”
“내가 알기로는 여기서 몇 킬로 떨어진 곳에도 군사기지를 만들던 바위산이 있다니 그곳에 파묻어 놓읍시다. 적당히 위장해서 다른 사람이 발견한 것으로 하는 것이 좋겠소.”
“그것도 좋네요.”
“내 생각에는 당신이 추진하고 있는 유골 찾기 운동으로 동굴 수색하다 발견한 것으로 합시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요. 그럼 그렇게 하죠.”
나무상자를 챙긴 하루미는 이것을 발견한 청년들에게 보상비로 준다며 많은 돈을 내놓았다. 하루미가 마음이 급해 나가려고 하자 김수훈은 또 다른 제안을 하고 있었다.
“이것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 자료를 별도로 만들어 두고 그때 가지고 가시오.”
“알았어요.”
김수훈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한 일 간에 늘 분쟁이 일어나는 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중요한 자료기 때문이다. 자칫 중간에 사라질까 염려해서 하는 말이었다. 하루미가 돌아가고 나자 다시 불곰을 불러 서류들을 촬영하게 지시했다.
“서류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모조리 사진을 찍어 둬라. 물론 필름은 두 통으로 만들고.”
“알겠습니다.”
하나는 불곰 일행이 한국으로 귀국할 때 보낼 생각이다. 하나는 요요가 보관하다 아예 책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다들 도복으로 갈아입고 후원에 모였다. 다섯 명씩 무술시범을 보이며 그동안 익힌 비룡권에 대한 심사했다.
“탓! 타닷!”
심사를 모두 끝내자 김수훈이 별도로 불곰을 불러 물었다.
“자네와 박천태 회장과는 어떤 사인가?”
“저희들은 회장님이 별동대로 운용하는 조직입니다.”
“그래, 그럼 박 회장에게 아주 중요한 조직이군.”
“그렇습니다.”
무술 실력이야 4단이 되지만 아무래도 박천태가 특별히 쓰는 조직원들이라 사범노릇을 못하게 생겼다. 그래서 비룡권 3단 자격만 부여했다. 이들의 보스인 불곰과 제일 나이어린 민대용에게 4단을 주게 되었다.
김수훈은 나중에 귀국해 청년들이 도장을 운영하며 살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때 사범 자격을 주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룡권 심사를 끝내고 나서 청년들은 서류들을 촬영하는데 다들 투입되었다.
“야, 잘 찍어.”
“예. 염려 놓으세요.”
며칠간 서류들을 두 번씩 사진 촬영했다. 필름을 현상해 사진을 2장씩 만들었다. 사진이 잘못 나온 것은 재촬영해 필름이 확실하도록 철저히 점검했다.
며칠 뒤. 그런 촬영과 현상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나자 김수훈은 필름 한 부를 넣은 책을 불곰에게 넘겨주며 지시했다.
“이것은 한국으로 가지고 가서 박천태 회장에게 넘겨라.”
“박 회장님께요?”
“아주 중요한 필름이니 박 회장에게 안전한 곳에 잘 보관하라고 전해라. 절대로 임의대로 외부로 유출 시키지 말고 내 지시에 따르라고 전해.”
“예. 잘 알겠습니다.”
“보아하니 다른 놈들은 무술사범 노릇은 별로 같으니 도장 운영하기 틀린 것 같다. 그러니 아직 어려 무술연마하면 가능성이 높은 민대용만 여기 더 머물게 해라. 무슨 말인지 아냐?”
“알겠습니다.”
다음날 민대용을 제외한 청년들은 모두 저택을 떠나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그들이 떠나고 이틀이 지나자 한국에서 박천태가 전화했다.
“물건 잘 받았어요. 잘 가지고 있죠. 미국과 대만으로 수출하게 됐어요.”
“그래, 잘 해라. 봉제공장도 가동은 되고 있지?”
“예. 우선 기술습득위해 기회에 봉제 공장에서 제 공장의 직원들 근무복과 운동복을 제작해 보고 있습니다.”
“알았어, 아무튼 우선 국내 시장부터 거래를 시작해라 조금 지나면 수출 길도 열릴 수 있으니까.”
“예.”
이런 통화를 끝내고 나자 요요가 방으로 들어와 걱정했다.
“신룡님, 아무래도 소송 건이 조금 시간이 걸리고 쉽게 승리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네요.”
“왜요?”
“비룡법률 회사에서 그런 소송은 의뢰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다는 군요.”
“뭐요? 신룡교에서 관장하는 소송인데 법률회사가 하루미 교주의 요청을 거절했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법률회사는 니시노 부교주가 관장하니 아무래도 극우 세력의 입김이 강한 법률회사입니다. 그들은 이런 소송 건을 하기가 싫은 모양이죠. 결국 니시노의 정치 성향이 이번 건으로 확실하게 드러난 거죠.”
“그렇군. 서로 정치성향이 다르니 결국 또 분쟁이 생기는군.”
니시노는 여전히 천황이 친정해야 된다는 정치 성향을 지닌 여자다. 하루미는 오키나와를 독립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국 정치적으로 파장이 커질 민사소송이니 니시노가 거부하고 있었다. 잠시 두 여자에 대해 생각하다 김수훈은 요요에게 의견을 물었다.
“요요의 생각은 어때요?”
“저야 신룡님의 뜻을 항상 따르는 거죠.”
“좋소. 아무튼 우리는 이미 별도로 자료는 가지고 있으니 뒤로 빠져서 둘이 싸우던 상관하지 맙시다.”
“그렇게 하죠.”
김수훈이 이런 결정을 내려 요요하게 해주는 이유는 회사의 지분권 행사를 요요가 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지침을 내려 주는 것이다. 두 여자가 다시 밀착하다 이런 일로 인해 또 다시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김수훈은 그런 분쟁에서 빠지기 위해 운동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민대용. 너 야구 좀 하냐?”
“중학교 때 조금 해봤습니다.”
“그럼, 내 볼을 캐치 좀 해라.”
“예, 쉬운 공은 잡을 겁니다.”
민대용과 김수훈은 이날이후 늘 같이 다니며 무술 연습을 했다. 그리고 후원을 정원을 만드는 바람에 야구연습장이 사라져 100미터 떨어진 장소에 별도로 만들어진 체육관으로 갔다. 체육관은 비밀통로의 출구가 있는 건물을 사서 세운 조립식 건물이다. 체육관 옆에는 비룡레포츠에서 운영하는 골프연습장 시설이 같이 있었다.
두 사람은 체육관에서 야구와 골프연습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별한 일은 미국인인 제니퍼가 계속해서 김수훈에게 편지를 보내오고 있었다. 주된 내용은 그저 자기의 일상을 적어 보내고 또 미국으로 와서 학교를 다니라고 권하는 내용이다. 제니퍼는 조숙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보내는 내용인지는 모르나 말미에는 항상 사랑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편지를 보던 김수훈이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 중얼거렸다.
“이것 젖먹이 애들과 연애하는 기분이네.”
그러면서도 김수훈은 별로 할 일도 없으니 영어 문장 연습하는 기분으로 꼬박꼬박 답장을 해주고 있었다. 당연히 저쪽에서 사랑한다니 답장에도 그런 문구 넣어 보내고 있었다.
편지를 우체국으로 가져가 보내주고 돌라온 요요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신룡님, 제니퍼가 마음에 드세요?”
“예, 마음에 듭니다.”
“그럼, 계속 사귈 생각입니까?”
“그야 모르죠. 지금이야 그 애는 어린데요.”
요요의 생각에는 나중에 책임질 생각이 아니면 함부로 이런 연애편지를 오래 주고받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수훈은 그저 별 생각 없이 흘려보내고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이란 습관도 중요했다. 이제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그로는 아주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고 있었다.
동경으로 갔던 하루미 교주가 나하로 돌아와 김수훈을 만났다. 지하의 밀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오랜만에 진하게 정사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나른한 몸을 껴안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니시노가 저를 완전히 무시하고 소송을 안 하겠다며 거절하더군요.”
“그래요. 뭐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래도 그래서는 안되는 거죠.”
“내가 알기로는 본래 그 법률회사는 그쪽으로는 성향이 하루미와 전혀 다른 변호사들이 모인 회사가 아니요?”
공연히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 필요가 없어 대충 응수해 주고 있었다. 그러자 하루미는 자기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야 그렇지요. 소송은 제가 직접 나서 오키나와 출신 변호사를 모아 별도로 팀을 구성해 소송을 시작할까 합니다.”
“힘들지 않겠소?”
“제가 나서기는 하지만 수석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를 내세워야죠. 이참에 나하에도 법률회사를 따로 만들 생각이고요.”
“알았소, 나야 그런 일은 잘 모르니 잘 하시오.”
하루미 생각에는 이번에 법률회사를 나하에 세우려는 이유는 미군이 철수하면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소송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루미는 김수훈이 반대를 안 하자 이날 이후 바쁘게 돌아다니며 법률회사 설립과 소송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되어 그런지 니시노는 나하로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니시노는 계속 동경에서 지내며 비룡그룹의 업무에 간섭하며 교수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김수훈이 일본에서 두 여자의 분쟁으로 조금 곤란한 처지에 있는 동안. 한국에 있는 박천태는 전에 납치해 잠잔 이경옥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게 되었다.
대전의 용문동에 있는 (주) 그린 사무실 제일 위층인 5층 회장 사무실.
문에는 이사 회의실로 표시된 회장실이다. 박천태가 회사로 찾아오면 주로 중요한 결정을 하는 회의실로만 이용되는 곳이다. 박천태는 논산축협에서 퇴근해 회장실로 들어갔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희수 부장이 큰 소리로 인사했다.
“회장님, 어서 오세요.”
“다 모였냐?”
“예. 식품회사에서도 왔습니다.”
강희수는 총무부장을 하면서 김수훈의 개인 비서이자 자금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박천태가 커다란 회의용 테이블이 놓인 중앙으로 가서 앉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주된 내용은 일본으로 수출하게 되는 농산물의 생산량에 대한 보고였다. 이어서 봉제 공장의 임재홍 상무가 나서며 말했다.
“일본에서 그린을 방문한다고 하네요.”
“언제 일본의 비룡 레포츠에서 오기로 했나요?”
“아마 이달 말에 올 겁니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이유는 현재는 그린식품이 모기업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 그린이 회사의 모든 업무를 관장하기 때문에 정식으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총무부장, 그린의 직급 체계는 만들어 졌나?”
“예, 만들었습니다.”
박천태의 물음에 강희수는 준비한 회의 자료를 나누어 주었다. 나누어진 자료 위에는 (주)그린과 그린 식품에 대한 직원 직급과 급여에 관한 조항의 이사회 결의안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미 사전에 다들 안건에 대한 내용을 받아 보았기 때문에 그저 요식행위로 이사회를 통과시키고 있었다. 문제는 그린식품의 대표이사와 전무가 직급이 상당이 낮은 형태라 조금 이상했다. 월급이야 그대로지만 직급은 하향 조정되어 식품회사의 대표이사가 (주) 그림의 상무 급이고 전무는 부장 급으로 재조정된 것이다.
그런 자료를 보며 회의가 끝나고 나자 강우균이 남아서 박천태에게 항의했다.
“자네는 우릴 내보내려고 하는군.”
“그렇지는 않죠.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앞으로 (주) 그린에서 수출업무를 전담하게 되니 식품회사의 역할이 줄어드니 그렇게 조정한 겁니다. 그리고 식품회사는 사실 아무리 팔아도 그 규모가 다른 공산품 수출을 따라가기 힘드니 매번 고치기 뭐하니 조금 이상해도 이번에 그렇게 정한 겁니다.”
“알았네. 아무튼 자네가 우리가 불편해 나가 달라면 나가주지.”
“꼭 그런 식으로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제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나중에 드러나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보세요.”
약간 반발해 봤지만 그렇다고 당장 관둔다고 해서 사장이나 전무가 없어 회사에 무슨 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불평한번 하고 여전히 근무하고 있었다.
전에 데리고 있던 부하직원이라고 해서 사실 박천태를 약간 허술하게 생각했었다. 강우균과 조병인은 이것을 기화로 확실하게 자신들의 처지를 알게 되었다.
박천태는 점점 축협 근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주)그린의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