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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그리고 회색-177화 (177/591)

177화

괴성에 놀라 후지모리 감독이 돌아보니 야구부 매니저인 두 여학생들이 서있었다.

일본의 고등학교 야구부 경우 남녀공학은 반드시 여학생이 매니저로 참여하고 있었다. 이유는 남녀 차별 없이 학교 교외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보통은 한 명이 보게 되지만 신룡나하고교 경우 1군과 2군으로 나누어 있는 상태라 매니저가 둘이었다.

신룡교의 야구 매니저는 아주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그래서 두 여학생은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며 노래도 아주 잘한다. 춤에서도 일가견이 있으며 물론 얼굴도 학교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두 여학생은 얼른 김수훈의 야구 배트를 들고 득달같이 화장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야 요술 방망이 이야기를 나누던 김수훈과 후지모리 감독만 아는 사실이다.

라커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타자는 힘차게 타격하고 있었다.

탁!

“와! 와!”

관중들의 함성이 들려 경기장을 바라보니 정확하게 때린 공이 총알 같이 투수 옆을 스치며 날아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안타로 보이는 타구였다.

“안타!”

다들 안타라고 생각해 큰 소리로 함성을 지르는 순간. 히로시마의 유격수가 멋지게 다이빙하며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었다.

“세이프!”

1루 관중석에서 일제히 ‘세이프’를 지르며 응원했지만 1루심의 손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아웃!”

“에이! 아깝네.”

“저걸 잡다니.”

1루 관중들은 아쉬움에 일제히 탄식을 토하고 있다. 3루 관중들은 좋아서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결국 아쉽지만 2사 1루 찬스는 타자의 내야 땅볼로 5회 초는 끝났다.

공수가 교대되어 이어지는 5회 말 경기가 진행되었다.

신룡은 히로시마 팀에게 포볼과 안타 그리고 또 안타로 이어지는 공격을 당해 또 1점을 주어 1대 3으로 지고 있는 상황으로 변했다.

더욱 답답해진 후지모리 감독이 무심결에 신음처럼 토해 냈다.

“끙! 이것들이 왜 이리 늦어. 빨리 문질러서 싸버리지.”

요술 방망이를 만들려면 반드시 숫처녀의 애액을 발라야 한다는 것을 잘 아니 토하는 푸념이다. 그러자 김수훈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후지모리 감독도 그 야구만화 봤군.”

“당연히 봤죠, 그런데 전에 봄 경기에서는 어떻게 요술방망이를 만들었지요?”

타격 연습을 한 번도 안한 김수훈이 절묘하게 번트를 성공했었다. 그로인해 승리한 기억이 떠올라 혹시 요술방망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묻는 것이다. 그러자 김수훈은 싱겁게 답했다.

“그때야 병원에서 입원해 있었으니 흔한 것이 간호사잖아.”

“아하, 그렇군요.”

요술 방망이 만든 여자가 신룡교의 부교주이며 법대 교수인 니시노 작품이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토설해봐야 큰손해만 생기는 중요한 말이라 대충 둘러대고 있었다.

둘이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경기는 계속되고 관중석은 열띤 응원을 하고 있었다.

둥둥둥.

응원단들이 준비한 대북으로 정신없이 난타하고 있다. 상대방을 기가 죽고 우리 팀은 사기가 오르라고 크게 고함들을 치며 더욱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오랜 전통을 가진 고시엔 경기는 일본인들에게는 의미가 깊은 대회다. 나이 먹은 사람에게는 사라진 젊은 날의 추억이요 젊은이들에게는 열정과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인 그런 대회였다.

일본 고교야구의 수준은 야구팀이 4천개라고 해서 한국 고교보다 몇 배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 그저 취미로 야구하는 동아리 수준이다. 극히 일부분의 학교나 선수들만 프로야구로 진출할 꿈을 꾸고 야구하는 정도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약간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비해 그만큼 야구부에 대한 지원도 많고 프로야구가 정착해서 높은 편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다만 실제 국제 대회에서야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 경기하니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또한 한국 팀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6회 초 신룡이 공격하는 경기도 득점을 못하고 끝나고 있었다. 이제는 2점 차이를 뒤집어 역전할 찬스는 세 회로 줄어들었다. 6회 말에서는 만루까지 주자를 허용했으나 그래도 무사히 막아 1대 3의 스코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제는 3점을 내야 역전되는 상황이라 완전히 패색이 짖어 가고 있었다.

7회 초가 되자 그제야 두 여학생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라커룸에 돌아왔다.

얼굴이 벌게져서 김수훈에게 요술 방망이들 넘겨주며 약간 수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인증까지 된 겁니다.”

“둘이냐?”

“아뇨! 셋요. 응원 단장도 참여했어요. 스리런 홈런 치시라고요.”

“알았어!”

아무튼 눈이 너무 좋은 김수훈은 방망이를 대충 살피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말한 인증이 뭔지 알고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팠겠네.”

“뭐 별로.”

“그래도 문제는 있는데.”

김수훈이 문제라고 하는 이유는 아무리 스리런 야구방망이를 만들었다고 해도 안타나 포볼로 두 명의 선두주자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야구부의 매니저로 그것 정도는 익히 아는 터라 두 여학생은 즉시 답했다.

“그건 다른 애들이 지금 3인 1조로 빠르게 제조 중입니다.”

김수훈은 자기가 도와주면 더 빠르게겠지만 경기가 워낙 긴박하니 아쉽지만 그렇게 해주기는 곤란했다.

더구나 여자화장실에 따라 들어갔다가는 경찰에게 체포되어 끌려 나가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마냥 초초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또 다시 7회 초 공격은 그냥 끝나고 말았다. 이제는 2회의 기회만 남았다. 후지모리 감독은 황당하지만 야구만화에 나오던 요술방망이 제조 비법만 믿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그대로 토해내고 있었다.

“빨리 빨아서 싸게 만들지 요술방망이 제조가 너무 늦네.”

7회 말의 수비 상황도 어찌 어찌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고 있었다. 겨우 무실점으로 막았다. 라커룸과 화장실을 정신없이 들락거리는 두 매니저다.

“감독님, 방금 두 개 제조했습니다.”

“알았어, 요술방망이 저쪽에 끼워놓아.”

이쯤 되자 선수들도 대충 매니저와 후지모리 감독에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게 된 상황이다. 그래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희망이 보이고 있다. 여자들까지 힘들게 협조하는 상황이라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있었다.

‘우린 단합심이 좋으니 뭐든 해낸다고.’

8회 초에 타석으로 들어간 선수가 눈에서 쌍불을 켜고 서있다. 굳세게 버티다 드디어 데드볼로 진출했다. 안쪽으로 바짝 서는 방법으로 유도해 이를 악물고 투수의 강한 직구를 몸에 맞고 나간 것이다.

“와! 와! 기회다!”

공이 안쪽으로 들어오면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들이 밀어 데드볼을 만든 것이다.

“심판, 이건 부당하지 않소!”

그런 이유로 상대팀에서 항의가 들어와 잠시 경기는 중단되었다. 2점이나 앞서는 상황이라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항의는 다행히 길어지지는 않았다.

이어서 요술방망이가 진짜가 아닌지 두 녀석이 타석으로 나가서 그냥 말뚝으로 서있다 아웃 당하고 말았다. 라커룸으로 고개 푹 숙이며 들어 왔다.

들어와서 하는 변명들이 요술방망이가 가짜라고 투덜거렸다.

“구수한 냄새는 없고 지린내만 나던데.”

그 냄새가 결코 구수하지는 않지만 젊은 고교생에게는 아마도 그리 느끼는 모양이다.

후지모리 감독은 결혼한 경험도 있으니 코를 벌름 거려 야구방망이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요술방망이 진위를 가려 하나 들고 타자 대기석에 서 있는 다음 타자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야, 이거 진짜 요술방망이다. 이것으로 쳐봐라.”

“넷!”

다음 타자는 제일키가 작지만 기교파 타자다. 당연히 요술 방망이를 진짜 검증된 것을 들고 나가서 그런지 스트라이크는 무조건 파울을 만들고 있었다. 약은 방법과 볼을 기다리고 기다리려 포볼로 나가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 차서 후지모리는 주심을 향해 크게 외쳤다.

“타임!”

드디어 김수훈과 모든 선수들이 기다리고 후지모리 감독도 학수고대하던 출전할 기회가 왔다. 타자가 바뀌어 김수훈은 타석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와! 신룡! 신룡!”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우렁차게 함성을 지른다. 유달리 히로시아 팀에 강한 선수가 나왔으니 다들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고시엔구장에는 신룡 교인들이 많이 입장해 있었다.

텔레비전으로 전국에 생중계가 되는 상황이다. 신룡을 크게 외쳐야 포교에도 도움이 되니 신도들이야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동점 주자를 내보내고 역전 찬스를 주게 된 투수는 다소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로 인해 투구 동작은 늦어 질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심판의 독촉을 받은 투수는 셋업 상태에서 초구를 힘차게 던졌다. 긴장해서 그런지 직구가 정중앙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걸렸네.’

김수훈은 커브볼은 별로이지만 직구야 잘 때리니 힘차게 휘둘렀다.

완전히 풀 스윙이다.

“탕!”

요술방망이라 그런지 중앙으로 들어오던 공의 중심을 정확하게 때렸다. 치는 동시에 배트를 내 팽겨 치고 김수훈은 1루 쪽으로 빠르게 내달리며 투덜거렸다.

“썩을, 한 년은 가짜네.”

외야 깊숙하게 쭉쭉 뻗어가는 공은 의외로 바람 때문인지 아슬아슬하게 펜스를 넘지 못하고 말았다.

다다다다.

주자들이 빠르게 달려 두 명이 홈으로 들어왔다. 펜스를 테린 공은 우익수를 뒤로 죽어라 뛰어 갔다가 다시 공을 주우러 앞으로 뛰어가게 하는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당황한 야수나 내야수는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발이 빠른 김수훈은 3루까지 밟게 되었다.

3루에 서서 김수훈은 1루를 향해 양손을 높이 들었다. 이어서 양손을 입에 대고 나서 관중석을 향해 하트를 날렸다.

“캭! 나야 나!”

“나도 야.”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두 매니저는 지금 자기들이 팬티를 벗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관중들이나 선수들은 매니저를 볼 상황도 아니고 오직 스코어판이나 김수훈을 처다 보고 속사포로 하트를 날리는 일에 정신이 없었다.

“사랑해요. 신룡!”

동점 상황이 되고 주자는 3루에 가게 되자 응원하는 관중들은 크게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와! 신룡! 신룡!”

이어서 경기는 속개되어 다음 타자는 요술방망이를 들고 쳐서 그런지 텍사스안타를 때렸다. 그 바람에 3루에 있던 김수훈은 홈을 밟게 되어 점수를 얻었다. 일단 경기는 1점이 앞서는 역전으로 만들었다.

라커룸에서는 두 매니저는 항상 김수훈의 양쪽에 앉아 있었다. 요술방망이 제조도 중요하지만 양손 투수다 보니 양손을 모두 요술 손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여학생은 양손을 깔고 앉아 앞뒤로 엉덩이를 흔들어 가며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쳤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한번 나가면 3타자에 최소한 3개의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된다. 9번 이상을 손과 비지가 완전히 밀착해 애액이 묻어야 효과를 보니 두 매니저로는 바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공수교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너무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수훈이 약간 도움을 주었다.

“어마! 아잉!”

두 여학생은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다 그만 파르르 떨며 멈추고 말았다. 진짜 뭔가가 밀지로 깊숙하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아으으윽!”

두 여학생은 그곳에 아파오고 전율이 퍼지자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몸서리 치고 있었다. 김수훈의 이런 도움으로 요술 손은 빠르게 만들어 지고 있었다. 김수훈은 두 매니저의 18녀 모자를 뒤집어쓰게 해주며 말했다.

“미안, 빨리 나가야 해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며 김수훈이 이렇게 말하자 매니저들이야 그래도 이게 어디냐는 듯이 황공 감사해서 크게 외쳤다.

“고마워요. 오빠!”

두 여학생은 18녀 모자를 뒤집어쓰는 이유에 대해 이제야 확실하게 알았다.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선 김수훈은 다른 행동은 안하지만 유달리 손에 파우더를 많이 바르고 있었다.

‘에이, 손가락이 미끈거려 공이 빠지겠네.’

마무리 투수로 교체되어 나온 김수훈은 여전히 오른 손으로 연습공 4개씩 3번과 회당 9개씩 던지는 방법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해 경기를 끝냈다. 드디어 역전승을 거둔 신룡 선수들로는 이제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요술방망이 만들어 줄 여학생들이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이후의 나머지 경기에서 요술 방망이로 무장한 신룡선수들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그래서 김수훈은 마무리로 한 회나 두 회를 던지는 것으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1점이 리드한 상태서 4회부터 나왔다. 드디어 왼손으로 던지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본 매니저인 여학생이 크게 외쳤다.

“저것은 내가 만든 요술 손이야.”

매니저 말대로 왼손의 위력은 더욱 대단했다. 줄 곳 155-160을 기록하는 스피드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방법으로 우승하게 되었다.

와! 와!

모든 고시엔 대회의 경기가 끝나고 신룡나하팀은 흙을 퍼 담아 나를 이유가 없었다. 기록상으로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김수훈이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뚜렷한 기록은 있었다. 방어율 0.00일본 열도는 또 다시 한국에서 온 소년에 의해 완전히 뒤집어 지고 있었다.

시상식이 모두 끝나고 급하게 마련된 기자 회견장. 많은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기자들이 후지모리 감독에게 물었다.

“후지모리 감독님, 승리의 원동력은 뭡니까?”

후지모리 감독은 거침없이 마음 깊이 담고 있는 진실을 그대로 토해냈다.

“많은 여학생들의 지극히 헌신적인 노력 덕분입니다.”

“여학생요?”

“예, 그중에 제일 공이 많은 여학생은 매니저인 라이트와 레프트입니다.”

도통 알 수 없는 말이지만 아무튼 라이트와 레프트를 조합해 라레프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있었다.

기자들이 다시 김수훈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기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여기자가 옆에 붙어 가슴을 디밀며 묻자 그제야 답하고 있었다.

“김수훈 선수는 프로팀에서 입단 제의가 많은 줄 아는데 앞으로 어느 팀으로 갈 생각인지요?”

“그러야 앞으로 두고 봐야죠.”

돈의 액수가 달라지는 상황이니 함부로 속내를 토설 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여기자는 다시 다른 질문을 하고 있었다.

“혹시 애인은 있는지.”

“예, 있습니다.”

“혹시 밝힐 수 있나요.”

“그야 어렵지 않죠. 저는 일본의 모든 여성들을 제 애인으로 생각합니다.”

어차피 사실을 밝힐 수는 없고 특별히 누구와 척질 이유가 없으니 이렇게 답변하는 것이 제일 최선의 답이었다.

이런 대답에 많은 여성 팬들을 잡기는 하겠지만 세상사란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김수훈의 이런 상투적인 멘트를 아주 불쾌하게 생각하는 부류들이 있으니 이런 발언으로 김수훈은 또 다시 큰 위기를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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