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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그리고 회색-162화 (162/591)

162화

황윤경이 차린 신선식당으로 갔다.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아주 많았다. 식당의 주요 재료는 모두 그린식품에서 공급 받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 삼계탕을 시켜놓고 먹으며 박천태는 민천경에게 물었다.

“공부해서 전문대를 간다고?”

“예, 실력이 너무 딸려 4년제는 어렵고 전문대나 가보려고 합니다.”

“가고 싶은 학과는?”

“전문대로 들어가서 조경을 좀 배워 볼까 합니다.”

이런 말에 박천태는 동조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금산에서 그린파크를 조성하다 보니 조경 기술을 배우면 장차 쓸모가 많다고 판단했다. 또한 논산 반야농장에 이미 향나무와 소나무들 조경수를 많이 심고 있다. 그러니 그 사업과 관련된 공부를 한다니 장차 서로 사업적으로 도울 일도 생길 것 같았다.

이미 민자경에게 많은 돈을 투자해주어 재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나중에 민천경이 조경 사업하는 정도는 쉽게 도울 것 같았다. 민자경과 사이만 원만하다면 이제 믿고 맡길 가족이 생긴 셈이다.

“잘 생각했다. 나중에 내가 도와주마.”

박천태는 식사를 끝내고 나서 두둑하게 용돈을 주고 말했다.

“동생들 옷도 사주고 용돈도 주거라. 누나에게는 말하지 말고. 내가 너희들 돈 주는 것 누나는 별로 좋아 안할 거다.”

“알았어요.”

“공부 열심히 하고. 다른 동생들은 나중에 또 내가 시간나면 만나마.”

“예, 매형.”

“운동 열심히 하고.”

본시 무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처지라 민천경도 운동을 계속하면 그래도 힘 좀 쓰게 생겨 이런 말을 권하는 것이다.

박천태는 민천경과 헤어져 돈을 놓고 온 신선다방으로 갔다.

신선다방에서는 아가씨들 대기실이 아닌 바로 옆 내실에서 화투를 치고 있었다.

“고! 투고다.”

“어머, 나는 피박 광박 쓰게 생겼네.”

화투판은 점점 커져서 어느새 점 500으로 치고 있었다. 화투 실력이 너무 미천하여 말 그대로 운칠기삼으로 화투를 치던 아가씨다. 박천태가 놓고 간 많은 판돈을 거의 잃은 상태였다. 아가씨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회장님, 죄송해요.”

“됐다. 너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

하지만 박천태가 치자 그나마 있던 돈도 모조리 잃어버리고 있었다.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황윤경에게 부탁했다.

“황 사장, 돈 있으면 100만원만 빌려줘.”

“알았어요.”

그리고 그것도 또 금방 홀라당 잃고 있었다. 다시 200만원을 빌려 화투를 치고 있었다. 대부분의 돈은 두 사장들 손을 거쳐 황윤경의 수중에 들어가 있었다. 결국 고스톱은 더 판이 커져 점 1000으로 치고 있었다.

그런 화투판에 타짜인 황윤경은 선으로 화투장을 챙기며 패를 엮어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계속 잃기만 하던 박천태가 드디어 기선을 잡았다.

“아싸! 따닥!”

“어마나, 싹 쓰리네. 나 어떻게 해! 껍데기 홀라당 벗겨 먹네.”

그녀야 딴 상태에서 스리고애 광박 피박이다. 하지만 사장은 완전히 피가 한 장도 없으니 광박 더블 피박 더구나 패까지 은들고 났으니 완전히 죽을 맛이다.

“에이, 한 바퀴만 돌면 나도 나는데.”

화투판에서 항상 이런 멍청한 소리를 하는 인사들은 꼭 있는 법이다.

이들이 치는 고스톱은 요즈음 유행하기 시작한 전두환 고스톱이다. 아주 판을 홀라당 뒤집어 버리는 화투였다. 많은 국민들은 이미 이런 식으로 시대상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바닥 싹쓸이를 하면 남의 패도 사그리 주어 오는 화투를 치고 있었다. 다소 어설픈 동작으로 화투를 치며 이미 박천태의 앞에는 돈이 수북하게 쌓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두 사장은 벌써 500만원씩의 돈을 황윤경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빌려 치고 있었다.

적당히 밀고 잡아당기기를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판에서 분명 1대 1 동수와 같이 먹고 있었다. 하지만 황윤경이나 박천태가 나면 보통 7점 이상 10점이 훌러덩 넘어가고 있다. 다른 두 사장은 나기는 하나 기본 점수인 3점이 아니면 5점이 고작이었다.

“아싸! 7점이다.”

이런 소리도 어쩌다 내보는 소리일 뿐이다. 조금 전에 15점으로 피박 광박 쓴 것은 이미 잊어 버렸다.

“어머나, 고스톱 치네. 저도 치죠.”

나중에 다방 마담 깔끔하게 정리해버렸다고 찾아온 신옥희가 합류해 다섯 명이 치게 되었다. 이번에는 잘 치지도 않는 신옥희 수중으로 광 값으로 돈은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머 이번에는 광 3개네.”

쪽! 쪽! 쪽!

화투장에도 뽀뽀하고 광을 팔아준 사장들에게도 뽀뽀하고 있었다.

화투 패야 하나도 속일지 모르지만 눈치야 훤한 그녀다. 광 두개 팔면 돈도 안 드는 뽀뽀를 두 사장들 볼에 서슴없이 해주고 있다. 이러니 약간은 얼이 빠져 화투판에서 그녀를 빠지라고도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어쩌다 밀려서 치면 화투치며 식식거리며 치마를 훌러덩 걷고 있다. 앞가슴을 두드리고 불룩한 가슴을 열어 재치고 화투 치는 식으로 두 사장의 혼을 빼고 있었다.

나중에는 점당 2천으로 오르더니 드디어 1만까지 올라 큰 화투판으로 변해 버렸다.

“어라! 이년 이번에는 광이 네 개네. 너 완전히 광 팔아서 먹고 사는 년이다.”

밤이 깊어 1시가 되고 있었다. 황윤경이 지어준 별명인 광파는 년이 되어버린 신옥희다. 그녀는 새로 일할 나이트클럽에서 입을 고급 정장 10여벌 살 돈을 슬그머니 챙기게 되었다. 룸을 책임지는 마담이라 다방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마담이 먼저 고급 옷을 입어야 아가씨도 고급 옷을 입고 그래야 돈 많은 고급 손님 유치가 가능하다.

“더 노세요. 저는 내일부터 다른 곳에서 근무해야 해서 좀 자야겠어요.”

충분하게 광 팔아서 돈을 챙긴 신옥희는 다방에서 이내 사라져버렸다.

“어머, 자리 있네. 저도 치죠.”

그녀 대신 광파는 년 자리야 당연히 송 마담 차지다. 그녀 역시 화장품값이나 옷값 두둑하게 챙기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구경하던 20명이나 되는 아가씨들도 중간 중간에 끼어들었다.

“어머나, 나 광 두 개네.”

광만 몇 번 팔아 화장품 값이야 쉽게 챙겨가고 있었다. 아무튼 화투판의 판돈은 많았지만 누가 따 먹는지 모르게 옆으로 새 버렸다. 박천태는 이미 빌린 돈이 5백만원이 되었다. 두 사장은 어느새 1천만원씩 날리게 되었다. 본래 현금으로 2-3백씩 가지고 있었으니 두 사람은 모두 하룻밤에 아파트 한 채씩을 날려 먹은 것이다.

새벽 5시가 되자 지루할 정도로 계속되던 화투판은 끝났다. 두 사장은 황윤경이 해장국 사준다고 같이 다방을 나가고 있었다. 두 사장은 아마 생애에서 제일 비싼 해장국을 얻어먹는 셈이다.

내실 침대에 누워 있는 박천태에게 다방에서 나간다고 했던 신옥희가 옥상에서 자다가 내려왔다. 챙겨간 돈을 가지고 와서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물었다.

“회장님, 이돈 어떻게 하죠?”

“뭔 돈? 화투친 돈? 그 돈 네 스카우트 비용이다. 너 옷 새로 사 입어야 하잖아.”

“어머! 고마워요.”

“잘해, 장사 잘하고 또 이상한 소문 안 나게.”

“예. 회장님.”

“광도 많이 팔아먹었으니 두 사장이 술집으로 찾아오면 적당히 싱싱한 애들 안겨서 달래주라고.”

“그거야 기본이죠.”

당연히 박천태의 차용증은 그냥 휴지조각이다. 두 사장들이 쓴 차용증은 당연히 백구만에게 넘어가게 된다. 순순히 차용증 써준 돈이 들어오면 아무런 조치가 필요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백구만이 알아서 돈을 받아내는 형태였다.

두 사장에게 비싼 해장국 사주고 돌아온 황윤경이 오늘 벌인 작업으로 챙긴 돈의 처리에 대해 물었다.

“회장님, 돈을 회수하면 어떻게 처리하죠?”

“회수되는 돈은 차명으로 반 넣어둬라. 그리고 나머지 반은 백화하고 네가 반씩 나누어 조직 운영비로 써라.”

“감사합니다.”

백구만은 그 나름의 남자들 조직을 가지고 있다. 황윤경은 여자들로 구성된 조직이 따로 있어 이런 조치를 내리고 있다. 그녀가 관리하는 여자조직원들의 입단식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 아무튼 남자들 보다 더 독하다니 방법이야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린파크로 보내진 네 명의 아줌마들 경우 여자조직의 하부 외곽 조직원이다.

박천태는 더 이상 이곳에서 큰 노름하면 잘못해서 조직 자체가 다칠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시했다.

“황 사장, 이제 신선다방에서 큰 화투는 치지마라. 치려면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그럼, 가수원의 구신잡스 식당은 어떨까요?”

“그곳으로 가서도 오래 하지 말고 한 두 번으로 끝내라고.”

“조심하겠습니다.”

“나는 이런 화투판에 또 끼지는 않을 거니 다른 사람 잘 찾아보라고. 기술자를 데려다 신분 세탁해서 크게 한 번 해 봐.”

“예, 그게 좋겠네요. 저도 빠지고 해보도록 하죠.”

이들이 2천만원을 노리고 꼭 이런 노름을 한 것은 아니다. 전주에서 큰 노름하는 사람을 목표로 일단 워밍업 정도로 손을 맞추고 실전을 직접 익히고 있는 것이다. 두 사장은 그런 노름에 끼어들어 판을 키우는 역할로 써먹을 생각이다.

자꾸만 큰 노름해야 배포가 커지기 때문이다. 사장 중 한명은 지금 건물의 소유주라 황윤경은 작업 잘해서 건물을 통째로 말아먹을 계획이다.

황운경은 조심스럽게 정당가입이나 당직 등을 차지하는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회장님, 백구만이 대의원 출마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뭐? 그걸 뭐하러해. 돈만 버리는 일인데. 당직이야 이미 발을 들여 놨으니 차지하는 것은 좋지만 선거에 직접 출마할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다고.”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전하죠.”

“돈 많은 사람이 나오면 적당히 돈이나 우려내서 돈이나 벌라고.”

박천태는 황윤경과 조직이 앞으로 갈 방향을 정해주며 다방에서 뒹굴고 있었다. 아침 7시 30분이 되자 논산축협으로 출근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떠나고 있었다.

사랑! 참으로 오묘한 말이다.

어떤 작부의 한에 어린 말처럼 징글징글하게 찡한 것이 사랑이고 정이다. 민자경은 요즈음 그런 말들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고 있었다. 민자경은 매우 불안한 눈빛을 보이며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왜 어제 밤에 안온 거지?”

박천태가 너무 보고 싶었다. 거의 날을 꼬박 세웠다.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지 않을 정도로 애가 타는 것으로 보아 분명 사랑이다.

민자경은 약국에 앉아 멍한 시선으로 시장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젊은 부부가 같이 시장을 나오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바보 같이 왜? 매형에게 그랬어!”

“미안해, 누나!”

어제 삼계탕 얻어먹고 돌아온 남동생에게 겨우 이런 말만 하고 말았다. 그래도 혹시 밤이 늦어 찾아오려나? 생각하며 꼬박 날도 새우고 목욕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나를 안 보려고 하나?’

별 오만가지 잡스런 생각이 들고 있었다. 약혼한 여자가 지금이야 미모에서 자기보다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나이가 10살 차이라 그것도 은근히 걱정이다. 더구나 이제 남자 맛을 알게 된 몹쓸 아래 몸은 자꾸 뭔가 간절하게 요구하며 시도 때도 없이 재촉하고 있었다.

이때 로스구이 식당 카운터에서 일하는 천길숙이 시장약국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넋 놓고 앉아 있는 민자경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식당으로 백구만 회장님이 찾아왔네요.”

“그래? 무슨 일로?”

“옆 건물 매입 때문에 만나자고 합니다.”

“알았어. 금방 가지.”

옆에 건물이란 약국과 슈퍼와 접한 건물을 말한다. 이쪽이 세로로 긴 200평씩인 건물 두 채라면 가로로 길게 200평인 건물이다.

민자경은 쪽문을 통해 로스구이 식당 주방으로 갔다. 통로에는 임신한 백화가 아는 척하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민자경이 방으로 들어가자 앉아서 기다리던 백구만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자주 보는 처지로 새삼 무슨 인사에요.”

상을 마주하고 앉자 백구만은 서류 뭉치를 두 손으로 공손하게 넘겨주며 말했다.

“이것 전에 빌려주신 5천만원 대신 드리는 겁니다.”

“그래요? 그럼 5천만원에 옆 건물을 샀다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1층 전세금 2천만원하고 2층 전세보증금 1천만원 끼고 있으니 8천에 인수하신 겁니다.”

민자경은 백구만에게 5천만원을 빌려주며 좋은 부동산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결과 이제 싼 가격에 사고 싶었던 건물을 사게 되었다. 백구만은 민자경이 서류를 천천히 넘기며 살펴보자 추가해서 설명했다.

“인감 증명서만 발급 받아 등기소에 제출만 하시면 등기 이전은 오늘이라도 됩니다.”

“알았어요. 요즈음 하시는 사업이 많은데 돈이 여기로 자금이 모두 빠져나와서 힘들겠네요. 아무튼 제가 5천만원 드릴 거니 사용하세요.”

민자경의 말에 백구만은 얼굴이 환해지며 매우 반겼다.

“회장님이 그렇게 해주시면 저 사업할 것 많습니다.”

“그럼 한 번 해보세요. 대신 좋은 부동산 나오면 주선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민자경은 돈이야 이제 차고 넘치도록 벌고 있었다. 약국도 잘 되지 슈퍼야 돈을 쓸어 담는 중이다. 로스구이 식당이야 진즉에 돈이 저절로 들어오는 노다지로 변해 있었다.

민자경은 나름 돈 세탁의 일환으로 없는 조상이 물려준 땅 팔아서 부를 이루었다고 시장사람들에게 은근히 소문을 냈다. 가끔 그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더라도 더 이상 갑작스럽게 자기 앞으로 부동산 매입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건물만 자기 앞으로 사고 다음에는 자신이 돈을 번 근거가 확실하지만 다른 곳에 투자할 생각이다.

그래서 백구만을 보며 다소 당차게 말했다.

“이제 이 근처는 당분간은 생각이 없으니 다른 지역 부동산을 알아보세요.”

“예, 그렇게 하죠.”

“여기서 조금 기다리세요. 금방 은행에 다녀오죠.”

민자경은 식당에서 나와 서둘러 시장약국으로 가서 통장을 들고 은행으로 가고 있었다. 은행에 분산 예치된 5천만원을 모조리 찾아 백구만에게 전해 주었다.

박천태가 자신에게 넘겨준 3억원은 결국 건물 3개를 사서 대지 600평을 매입함으로 투자는 모두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넘겨받은 백구만은 갈 생각을 안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회장님, 지구당에 가입 안하십니까? 여성위원장과 지구당 부위원장 자리 준다고 하는데요.”

“아! 전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 백 회장이나 하세요.”

전두환 장군이 이미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어서 새로운 헌법을 만들고 민정당이 창당되었다. 그래서 지구당 위원장들도 많이 바뀌거나 새로 임명이 되고 그에 따라 지구당의 조직이 바뀌는 중이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도 있고 국회의원 선거도 있었다. 대통령 선거야 대의원들이 간접선거로 선출되니 대의원으로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아주 많았다.

대전 서구의 위원장은 민욱태로 건설업도 하고 제조공장도 운영해서 큰 부를 이룬 사람이다. 서구지구당위원장으로 신청했던 이덕배 회장이 밀려났다. 아직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니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같은 민씨라고 지구당에 가입해 달라는 요청이 여러 번 들어 왔었다. 그러나 민자경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이미 완강하게 거절한 입장이다.

백구만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저만 정당으로 들어가야겠군요.”

“그야, 백 회장님 마음이죠.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도 없고 자격도 없죠.”

이런 대화를 끝내고 두 사람은 로스구이로 같이 식사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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