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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그리고 회색-150화 (150/591)

150화

김병술과 조달정은 부여에 도착해 여관에서 자고 다음날 논산축협으로 전화해서 역전다방에서 만나게 되었다. 김병술은 전날 자기가 겪었던 이야기를 모두 했다.

김병술이 다소 호들갑을 떨며 말하고 있었다.

“회장님, 진짜 택시가 완전히 부서져 폐차가 되고 사람이 두 명이나 죽었습니다.”

“그래? 거기 교통사고 다발 지역이 아니냐?”

“그야 그렇지만 아무튼 이상한 일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 여자가 신통하다고 유명하다더니 진짜 귀신처럼 말한 그대로 딱 들어맞았습니다.”

듣고 있던 박천태는 속으로야 매우 놀랐다. 하지만 밖으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했다.

“그거야 우연이지. 그건 그렇고 개잡놈 이야기도 조금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더라.”

“뭐라고요?”

“내가 전화해서 알아보니 개잡놈이 아니고 개를 잡는 놈이라는 뜻이라고 하더라. 그러니 앞으로 너희들이나 나는 개를 잡아야 성공한다는 이야기야.”

“회장님, 말이 또 그게 그렇게 되나요?”

“그렇다. 접사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해석해야 된다고 알려 주더라.”

오늘 있었던 일로 인해 택시운전은 이제 찜찜해져버린 두 녀석이다. 박천태는 별수 없이 도마동의 서쪽 변두리 야산에 있는 개집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너희들 이제 택시운전도 못하니 그리 가서 개나 키워라.”

야산으로 가서 개를 키우라는 소리에 조달정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회장님, 우리보고 거기서 개나 키우라고요?”

“우선 개 많이 키우고 개나 잡고 있어 그러면 내가 식당을 차리도록 투자해 줄거니 그렇게 알고. 너 전에 음식 솜씨 좋은 여자 있다고 했잖아.”

식당을 차리도록 투자해준다니 조달정이 이내 답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개 사료는 어쩌고요?”

“그야, 식당의 음식물 찌꺼기를 끓여서 먹여야 되지. 사료 사서 먹여서는 생산 원가가 너무 높이 가격 경쟁력이 없어.”

“알았어요.”

박천태는 대전의 서대전역 앞 페리도트 건물에서 운영하는 로스구이와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로 개를 사육하도록 지시했다.

“연탄 때서 꼭 끓여 먹어야 한다.”

“예.”

“축산은 병이 들어오면 끝이야. 예방주사 철저히 주사해야하고.”

“그건 저희도 압니다.”

두 녀석을 대전으로 보내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전조합장인 강우균이 찾아왔다.

“박 계장 밖에서 나와 이야기 좀하지.”

“그러죠.”

박천태는 강우균의 요구에 다시 역전다방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무슨 일로?”

“아직 민 사장님이 이야기를 아직 안한 모양이군. 자네가 투자해서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단무지 공장의 지분을 내가 일부 인수하기로 했어.”

“그래요?”

서로 사이가 좋지 않더니 다시 밀착한 것 같았다. 강우균은 다시 자세하게 설명했다.

“민 사장님이 지난 일 잊자고 하며 거기 사장자리를 나에게 제안해 왔네. 그래서 지분 25퍼센트를 1억원에 사고 사장을 해볼 생각이네.”

“축산은 어떻게 하고요.”

“그야 아들 녀석이 계속할 거야.”

이른 나이에 결혼해 일찍 아들을 두어 강우균은 이제 25살짜리가 있었다. 대전 전문대 출신으로 군대를 다녀왔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1억원만 회수할 생각이라 박천태는 이런 제안에 쉽게 결정해 주었다. 어차피 강경 공장을 자주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 회사 운영을 담당해야한다. 강우균은 단무지 공장을 잘 운영할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지분 인수가 결정되자 강우균은 이내 다른 제안을 했다.

“지금은 자네 지분이 모두 25퍼센트씩 네 명이 합자하는 회사가 맞지?”

“예, 저와 민 사장 허윤희 그리고 조합장님 지분이 모두 같아지니 그렇지요.”

“그래서 나와 민 사장의 생각에는 허윤희 지분을 모두 팔아 여러 명에게 분산해 팔아 주식회사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는데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뭐 나쁘지는 않군요. 민 사장님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저는 이의가 없습니다.”

더 들어 보지 않아도 민화자는 이제 허윤희는 대전 건물 이외의 다른 재산은 넘겨주지 않을 생각으로 그녀 앞으로 된 지분을 팔 생각인 것이다. 그런 생각에 허윤희도 속으로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나 일단 동의하고 있었다.

단무지 공장에 대한 기본적인 운영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우균과 헤어진 박천태는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제 소 가격이나 돼지 가격도 안정된 상태라 그렇게 바쁜 업무는 없었다. 정상적으로 퇴근해서 오토바이를 몰고 반야농장으로 갔다.

반야농장에 있는 집에 도착하자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허윤희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회장님, 이모가 우리 약혼 날짜 잡았어요.”

“언제로?”

“10월 5일 일요일로요.”

“어디서 할 건데.”

박천태가 별로 관심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덤덤한 모습에 허윤희는 다소 서운한 감정이야 있었다. 하지만 애써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이내 답하고 있었다.

“대전 페리도트 레스토랑에서 하기로 정했어요.”

“알았어, 내가 그날은 시간 비워두지.”

“회장님, 약혼식에서 입을 양복 맞추러 가야죠.”

“아니야, 기성복 사 입어도 충분해. 그러니 윤희가 대전백화점에 가서 한 벌 사오라고.”

“알았어요.”

사실 형식적인 약혼식이라 박천태로는 별로 감응이 없었다.

안방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있던 민화자가 슬며시 일어나 앉으며 반겼다.

“당신 왔어요?”

“왜 누워 있는 거요?”

“육계를 내다 팔다 보니 조금 피곤해서요.”

“공연히 그런 일에 신경 쓰지 말아요.”

“알았어요.”

민화자는 전과는 달리 자주 피곤함을 느끼고 수시로 눕기를 좋아하고 있었다. 산삼을 먹었지만 아직은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었다. 단무지 공장의 지분 매각이나 주식회사로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나자 민화자는 이내 답했다.

“주식을 그렇게 팔고 다시 자본금으로 투자해서 주식을 더 늘릴 겁니다.”

“얼마나?”

“5억원까지 늘릴 겁니다.”

지금 자본금이 2억원이다. 유상증자나 무상증자를 통해 3억원을 늘려 5억원으로 만들어 그린식품이라고 상호도 변경한다는 생각이다.

서류상으로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만 결국 허윤희 지분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는 박천태가 결국 소유하게 되어 40퍼센트로 늘려 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민화자의 지분 25퍼센트는 모두 주게 되면 다시 지분이 65퍼센트 소유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굳이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려는 이유는 아무래도 세무서의 자금 추적이나 허윤희의 반발들을 고려해서 꼭 필요한 절차라고 말했다. 설사 나중에 허윤희가 반발해 12.5 퍼센트를 주게 되더라도 52.5퍼센트는 박천태가 소유하게 되니 회사소유권은 유지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본래 당신이 일본과 수출을 주선해서 시작된 회사니 그게 정당한 거죠. 그러니 그렇게 아세요.”

“알았소. 그런데 자본금을 늘려 뭐를 할 생각이오?”

“강 사장과 합의한 내용은 우선 도계 공장을 세우기로 했어요.”

“어디에 말이오?”

“아무래도 교통이 편리한 곳을 찾아야겠죠. 지금으로는 벌곡면이 제일 적당하다고 봐요.”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군납품등도 고려해 벌곡면 정도를 구상하고 있었다. 벌곡면을 택하는 이유는 앞으로 박천태가 복수면으로 가고 대전에서 살 생각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곳과 가까운 곳을 택했다.

또한 군납 물량을 축협직원인 박천태가 직접 할 수는 없으니 차츰 그것은 허윤희에게 넘기겠다는 생각이었다.

허윤희에게 재산을 하나도 넘기지 않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정도는 배려를 해줄 모양 같았다. 정도 정이지만 이곳 반야 농장은 오래 남기를 원하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었다.

박천태는 당초 지분을 매각하면 1억원을 회수하려다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그럼 주유소는 내가 별도로 돈을 마련 할 것이니 그렇게 처리해요.”

“그래도 돼요?”

“충분히 할 방법이 있으니 염려 마요.”

돈이야 이미 있고 사실 지분을 팔아서 주유소를 개설하는 문제는 자금 세탁 때문이라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박천태가 금산과 논산에서 사업하기 위해 바빴다. 대전으로 이사한 이은혜의 경우는 아버지가 바쁘게 되고 그녀야 한가하게 학교만 다니고 있었다.

대전의 서부 외곽 지역에 있는 가수원.

식물원인 만수원과 가까운 곳의 논산으로 향하는 대로변 남쪽에는 새로 커다란 건물 두동이 들어서 있었다. 각기 층당 건평이 300평이나 되는 큰 건물로 3층으로 모두 식당을 운영하는 곳이다.

식당에는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와글와글.

크게 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으나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오니 약간 소란스럽다.

제일 아래층의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장인 장정옥은 별도로 카운터에 두 명의 여직원을 채용해 놓고 그저 감독만 하고 있었다.

“저쪽 기사 분들께 밥 더 드려라.”

“예.”

반찬도 풍성하고 밥도 충분히 주고 가격은 싸기 때문에 처음에는 택시 가사들이 몰려왔다. 이후 택시 기사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육류는 모두 은산축산농장에서 날라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채소들도 산지에서 직접 가져오기 때문에 상당히 저렴하게 재료를 공급 받고 있었다.

1층은 기사식당인 한정식위주의 식당이다. 2층은 로스구이 및 불고기 3층은 삼계와 오리탕 집이었다. 건물 하나는 건설회사 택시회사가 입주해 있었다.

서부건설, 서부택시, 서부주유소 서부 식당이 모두 한 곳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곳은 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찾은 유명한 곳으로 변해 있었다.

대전을 경유하는 여행을 가려는 선생들이 현지답사를 왔다 식당을 살피고 나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 서부식당이 대전에서 제일 싸다고?”

“예, 그러니 여기서 식사하면 경비 많이 절약됩니다.”

“알았어. 충분한 공간도 있으니 이번 수학여행의 식당으로 정하지.”

우측에 있는 건물은 아내인 장정옥 개인 소유다. 좌측에 있는 건물은 이덕배 회장 가족이 지분의 80퍼센트를 소유한 서부건설회사다.

택시회사 지분 역시 이덕배 회장 가족이 8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주유소는 딸인 이은혜의 개인 소유로 임대 형식으로 택시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3층의 회장실로 건설회사의 백동현 전무가 올라와 이덕배 회장에게 보고했다.

“회장님, 금산 복수면의 그린 파크에서 또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또 뭔가?”

“이번에는 주유소를 짓겠답니다.”

“대금 결제 조건은?”

“전처럼 처음 30퍼센트 다음 30퍼센트 준공 허가 나면 40퍼센트 완불하는 조건입니다.”

“그런 정도면 이득이 적어도 해야겠네.”

서부건설은 이제는 충남에서는 그래도 대형 건설업체로 성장했다. 그린 모텔 공사를 일부러 수주하려고 해서 시작한 공사는 아니었다.

그곳에 투자하고 있는 박천태가 회사로 직접 찾아와 하청업체를 소개해 달라고 원해서 시작하게 된 공사다. 중간에 10퍼센트 개인적인 돈을 챙기고 소규모 건설 회사를 정해서 넘겨주면 그만인 공사다. 하지만 서부건설에서는 중장비를 많이 보내 직접 공사하고 있었다.

대금 결제 조건이 좋아 회사의 직원이나 장비를 보내 직접 공사했다. 그러다 보니 의외로 면소재로는 드물게 빌라 다섯 동도 수주하게 되었다. 그쪽 복수면에는 현장 사무소장이 별도로 나가 있었다.

서부건설이 대규모 아파트를 짓은 정도의 대규모 건설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4층인 빌라단지는 벌써 수백 동 이상 지어서 팔았다.

서부건설은 바로 옆에 있는 갑천 준설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급성장하고 있었다. 갑천이 작년 여름에 홍수로 범람해서 수몰되자 대전시에서는 준설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갑천을 준설해 제방을 정비하고 준설해서 나오는 토사를 모두 인근 낮은 지역을 복토하고 있었다.

이덕배는 백동현에게 그에 대해 묻고 있었다.

“유성 쪽 공사는 어떻게 됐나?”

“그쪽도 잘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갑천 정비 공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 총무과 여직원이 사무실로 들어와 보고했다.

“회장님, 박천태라는 분이 민화자 사장님과 찾아 왔습니다.”

“그래? 들어오시라고 해.”

박천태와 민화자는 회장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고 나자 새로운 공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민화자가 가설계 형태로 나와 있는 설계도를 보여 주며 말했다.

“여기 설계도를 검토해 보시고 공장 건물이 지어 주세요.”

“무슨 공장입니까?”

“도계공장입니다. 별곡면에 세우게 될 겁니다. 아무래도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 설계도와 허가가 나오기 전에 미리 말씀드리러 찾은 겁니다.”

도면을 살피던 백동현이 어설픈 설계도를 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 설계라고 해도 조금 어설프게 설계를 했군요.”

“그야 그렇죠. 이건 제가 대학생에게 그냥 그려보라고 구두로 설명해서 임시로 그린 것이니까요. 대전설계 사무소에서 지금 한창 설계 중에 있습니다. 그러니 그 설계도가 나와 허가가 나오면 공사는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우선 토목설계도는 끝내서 지금부터 공사는 시작해도 되고요.”

“알겠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자 박천태는 이덕배 회장에게 부탁했다.

“여기 서부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처분하는 곳이 있나요?”

“내가 알기로는 분리 수거해 가져가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왜 묻나?”

“저도 좀 필요해서 그럽니다. 잘 아는 녀석들이 개를 키운다고 해서 수거해갔으면 해서요.”

“알았네. 어려운 일이 아니니 아내에게 말하지.”

박천태는 김병술과 조달성에게 식용 개를 키우라고 하고 보니 다소 큰 규모가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곳 가수원 남쪽의 구봉산 자락에 있는 농가를 매입해 그곳에서 개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한편으로는 애견협회의 회장을 하며 다른 쪽으로는 식용 개를 대량으로 사육하게 하고 있었다. 정식 계약이 아니라 서로 물밑 접촉하는 수준이라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떠났다.

박천태는 금산의 복수면에 잠깐 들렸다가 급하게 논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일 우시장에 나오는 소가 큰돈을 벌어준다니 아침 일찍 우 시장에 가볼 요량이었다.

박천태는 윤수인이 해준 말을 그대로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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