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금산은 한국에서 거래되는 인삼 거래의 80퍼센트 이상을 담당하는 고장이다. 오래 전에는 전라북도로 속해 있다가 충청남도로 변한 지역이다.
인근 지역인 완주, 무주, 영동, 옥천, 보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많은 인삼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이나 주민들로 매우 붐비고 있었다.
와글와글.
많은 사람들로 인해 매우 붐비는 인삼 시장에 들린 두 사람은 한참을 돌아다니며 흥정해 승용차에 인삼을 가득사서 실었다.
“당신, 무슨 인삼을 이렇게 많이 사요.”
박천태가 많은 인삼 즉 수삼(水蔘)과 백삼(白蔘)들을 사자 민화자는 다소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묻고 있었다.
“분명히 인삼가격이 올해에 많이 오를 거요.”
“인삼 가격이 올라요?”
“그렇소. 이번에 폭우로 인해 보은지역에 큰 수해를 당해 인삼을 재배하던 지역이 피해가 많았소. 그래서 내 판단에는 인삼 가격이 오를 거요.”
“그렇다고 이렇게 사서 팔 생각으로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이정도 사서 돈벌이하자는 생각은 아니오. 백삼은 보관이 오래 되니 우선 사놓았다가 비쌀 때 당신이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라는 것이오. 물론 당신과 윤희도 많이 먹으라고 사주는 거요.”
모두 선물로 사주는 것이라니 민화자는 표정이 매우 밝아지며 기뻐하고 있었다.
“어머, 그래요. 고마워요.”
“고맙긴. 아무튼 그렇게 알고 먹어 보시오. 수삼이 많으니 찜통에 넣고 쪄서 비닐하우스 건조장에서 말려 홍삼으로 만들어 먹어도 되고.”
“그러네요. 남에게 팔수는 없지만 홍삼을 만들어 먹으면 좋겠네요.”
박천태는 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민자경이 하는 인삼매장 때문이다. 그곳으로 보낼 인삼의 거래를 직접 해볼 생각이라 이렇게 사보는 것이다.
아무리 전과 달리 진짜 부부처럼 생각한다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러니 이렇게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인삼을 재배하고 나서 토질이 척박해지는 바람에 금산 지역은 사료작물인 호밀 재배가 많았다. 호밀은 사료 작물로도 재배되지만 때로는 키워서 바로 갈아엎어 토질을 개선하는 작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었다.
또한 그로 인해 한우 사육농가가 많았다. 특별히 우수한 한우가 많은 지역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박천태는 이곳 금산의 복수면에 특별한 한우전문식당을 만들고 있었다.
필요한 인삼을 사고 거래처를 확보하게 되었다.
“나는 대전에 들려 볼일을 보고 논산으로 내려 갈 거니 그렇게 아시오. 한우판매식당 옆에 주유소를 해볼 생각이니 내가 준 1억원을 회수 해봐요.”
“강경단무지 공장에서 완전히 손을 털려고요?”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사업을 그만둔다고 말하자 매우 긴장했다. 그녀는 박천태의 사소한 행동하나에도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래서 박천태는 필요 없는 일에 민화자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거짓말이지만 나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그렇소. 그러니 적당한 사람을 선정해 내 지분인 50퍼센트를 넘기는 방법을 생각해 보시오. 주유소를 차리려면 자금이 필요해서 그러는 거요.”
여자 때문에 혹시 돈이 필요해서 그런 가 생각했으나 복수면에 주유소를 차린다니 민화자는 맥이 풀린다는 표정으로 즉시 답했다.
“알았어요. 주유소를 운영할 생각이면 정리하는 것이 좋겠죠.”
“쉽게 정리가 가능하겠소?”
“예, 지금 일본으로 단무지 수출이 잘되고 있으니 잘하면 당신의 지분을 조금만 넘겨도 1억원을 충분히 받게 될 겁니다.”
“아무튼 당신이 알아서 정리해 달라고.”
“예. 그렇게 하죠.”
박천태는 민화자를 먼저 보내고 혼자서 인삼 시장을 후비며 돌아 다녔다. 그리고 용달 회사로 가서 소장사도 수소문해 그들의 주소를 몇 개 알아냈다.
일단 복수면에서 하려는 사업을 위해 조사를 추가로 끝내고 대전으로 가게 되었다.
대전에 도마동의 신선다방으로 갔다. 카운터에 앉아 여전히 작은 손거울 보며 얼굴을 매만지던 송연자는 반가운 표정으로 반겼다.
“어머나, 형부 오랜 만이네요.”
“그렇군.”
박천태는 다방을 돌아보고 손님이 너무 없어 물었다.
“왜, 손님이 없지?”
“요즈음 다방에 손님들이 잘 안 옵니다. 주로 배달을 많이 시키지. 사회정화운동인지 지랄인지 한다고 형사들이 너무 설치는 바람에 분위기가 너무 삭막해서요.”
후에 삼청교육대 사건이라고 불리는 폭력배나 불량배들의 일제 소탕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이미 전에 시작된 일이지만 아직 그 여파가 남아 있었다.
서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 마침 내실에 있던 황윤경이 밖으로 나오며 반겼다.
“오빠!”
“오랜만이다.”
“그동안 바빴던 모양이네요.”
“사무실 일로 조금 바빴어.”
사실 바쁘기는 금산에 벌인 사업 때문에 그곳을 다니느라 상당히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아가씨들이 늘 화투를 치던 대기실이 너무 조용하자 물었다.
“조용하네.”
“예, 형사들이 자주 들락 거려서요. 왜 화투 치시려고요?”
“그냥, 심심해서.”
박천태는 오늘 논산으로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내일 사무실로 이야기하고 대전에서 오전에는 볼일을 볼 생각이다. 민자경에게 투자하기로 결심해서다. 내일 은행 문이 열리면 1억원을 찾아 그녀에게 넘겨줄 생각이다.
황윤경은 주변을 살짝 돌아보고 나서 다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위에서 쳐요.”
“아!”
위에 있는 아가씨들 숙소에서 화투를 친다는 이야기다.
“몇 명이나?”
“몇 명은 무슨 두 팀이 치고 있어요. 아가씨들도 치니 아마 네 팀은 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다 하우스 열었다고 경찰 단속에 걸리면 어쩌려고?”
“그건 염려 안 해도 되요. 그곳은 오랜 단골만 보내니까요.”
“조심하라고.”
“조심이야 항상 하죠.”
공연히 그들과 화투치다 걸려 이상하게 엮일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했다.
박천태는 황윤경을 창가에 있는 테이블로 데리고 가서 물었다.
“애들은?”
전에 해결사로 써먹었던 김병술과 조달성에 대해 묻는 것이다. 그러자 황윤경은 즉시 답했다.
“벌써 잠수 탔죠.”
“어디로?”
“부여로 갔어요. 아마 칠갑산 쪽으로 갔을 겁니다. 장곡사라고.”
“뭐. 장곡사?”
“예, 거기가 적당하다고 절에서 잠시 지낸다고요.”
공교롭게 두 녀석이 도망쳐 은신해 있다는 곳이 장곡사라는 소리에 우연치고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말하지는 않고 사유를 물어 보았다.
“왜 잠수 탔는데?”
“전주 패거리들이 형사들에게 밀고한 거죠. 사실은 오빠가 준 돈으로 전주에 조직을 만들려고 하다 전주 패거리에게 걸린 거죠. 그래서 잠수 타야 했어요.”
기존의 폭력조직이 아는 형사들에게 찔렀다는 것이다. 뭔가 녀석들의 약점을 알아내 재판 없이 검거되는 삼청교육대로 보내려고 시도했다는 이야기였다.
“가서 뭐하는데?”
“특별히 하는 것이 있나요. 그냥 부여의 택시회사로 들어가 주로 은산면에서 지내는 거죠. 숙소만 장곡사로 정하고요.”
“회사택시를 끌어?”
“예, 제가 주선해서 그리 갔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자 박천태는 그동안 방치해 놓았던 불곰 생각이 났다. 그래도 가끔은 논산 사무실로 전화하던 녀석이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는 것이 떠올라 은근히 걱정되었다.
박천태는 그냥 나가기는 뭐해 차를 주문했다.
“쌍화차나 가져오지.”
“알았어요. 그런데 왜 신 마담는 그냥 놔둬요. 그년 그래도 밤에 잠자리서는 제법 쓸 만한 년인데.”
“그래? 그것 좋아하나 보네.”
“아직 모르세요. 그년은 그 짓 엄청 좋아하는 년이죠.”
“사돈 남 말하네.”
사실 황윤경의 말대로 신옥희는 얼굴이 바싹 마르고 매우 요염하게 생긴 여자였다. 그래서 누구도 척 보면 ‘나 밝히는 여자요.’라는 얼굴형이고 색을 밝힌다는 태도를 항상 보이고 있었다.
박천태의 말에 황윤경은 눈을 곱게 흘리며 응수했다.
“어머나, 오빠는 따귀만 얻어터지고 겨우 침만 삼키고 말았잖아요. 언제 해주지도 않으며 오빠는 그런 소리하면 안 되죠.”
“지랄, 처먹었다고는 죽어도 안하네.”
“그래도.”
“그럼 또 과도 가져오라고 얼마든지 해줄거니.”
박천태의 응수에 황윤경은 기겁했다.
“과도요?”
“그래, 너는 그것 맛을 진짜 좋아하잖아.”
이런 응수에 황윤경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버렸다. 박천태의 말에 항윤경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얼른 내려 거길 가리고 있었다.
입술은 파랗게 질리며 파르르 떨고 있었다. 순간 끔찍했던 악몽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여전히 형부라고는 부르지만 진한 육체적인 관계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박천태의 잔악한 폭력성에 놀라 완전히 기가 질려 굴복한 것이다.
“오빠는 사람 놀라게 하고.”
“그러니 말 함부로 마라. 나 피곤하니.”
“알았어요.”
처음에 있었던 사건 이후에 황윤경은 또 다시 박천태를 상대로 어떤 시도를 벌였다. 하지만 그때는 그곳을 과도로 찔리는 끔찍한 사태를 겪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엽기적인 행위가 변태라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녀석들이 이제 백구라고 불리는 백구만 사장을 납치해 땅에 파묻고 벌인 폭력성을 듣게 되었다. 분명히 박천태는 과거에 아주 화려한 경력이 있기 때문임을 정확하게 알았다.
작은 폭력조직을 섭렵했던 자기들과는 전혀 다른 잔악한 폭력성으로 사람을 굴복시키고 다루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분명히 칼잡이로 해결사 출신이야. 상당히 큰 조직에서 활동한 사람이고.’
짐작은 가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다. 간혹 화투기술 배우게 된 교도소 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 그곳에서 생활한 냄새가 나니 더욱 이상했다. 황윤경이 보기에 박천태는 아주 특별하고 이해가 불가한 불가사의한 사내로 보였다.
“오빠, 저야 그렇지만 그래도 옥희 년은 젊고 그러니 한번 데리고 놀아 봐요.”
“너 또 왜 그래, 내가 싫다는데.”
“그래도요. 그년도 오빠랑 진하게 한 번 해 보고 싶다던데.”
“지랄들 하네.”
두 사람은 이런 실없는 소리를 잠시 나누다 아가씨가 가져온 쌍화차를 마셨다.
주변에 여자가 많아야 별로 좋은 꼴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박천태는 한동안 자중하고 있었다.
하루에 서너명의 여자와 자도 몸이 견딜 젊은 나이다. 더구나 산삼 네 뿌리를 처먹는 바람에 그 힘이 남달리 좋아졌다. 그러니 박천태는 사실 여자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어려운 몸이다.
‘이게 뭘 알고 자꾸 이러나? 미치겠네.’
말이야 거절하지만 아래 놈은 꿈틀 거리려고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넘치는 에너지를 소모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해소시키는 것은 무술 훈련이다. 옥상에 살며 수시로 무술을 수련해서 넘치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로인해 소모도 되지만 또 체력이 증강되고 있었다. 사실 박천태는 점점 체력이나 정력이 좋아지고 있었다. 더구나 이제 자주 그 짓해 주며 지내는 민화자 때문에 또 다시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민화자는 몸에 좋다는 보약을 거의 물마시듯이 먹게 하고 있었다. 그녀가 키우는 많은 사슴들은 이제 박천태의 체력 증진을 위해 생약으로 사육하는 보약 원료에 불과했다.
더 이야기하다가는 또 자기가 챙겨야할 여자를 만드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 간다.”
“벌써 가려고요?”
“나중에 오지.”
박천태는 서둘러 신선다방을 나와 서대전역 근처에 있는 작은 호프집으로 찾아 갔다.
이제 장사가 잘되어 두 여자가 영업하는 모습을 보고 한 여자를 잡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 불곰이라는 주인은 안보이던데.”
“왜 그건 물으세요?”
여자는 불곰의 내연녀였다. 그래서 대충 논산 출신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판단해 자기를 약간 소개했다.
“논산 역전당구장에서 조금 알던 사이라. 대전에 와서 산가고 해서 한 번 만나 보려고.”
“그래요? 그 오빠는 지금 어디로 갔어요.”
힘없이 대답하며 아주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박천태는 예감이 좋지 않아 급하게 물었다.
“어디? 혹시 교도소?”
여자는 조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다소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교도소는 아니고 삼청 교육대로 끌려갔어요. 간지 오래 됐으니 이제 얼마 있으면 나올 겁니다.”
“혼자?”
“아뇨. 같이 다니던 부하들 10명과 같이 갔어요.”
“뭐요? 전과도 없는데 어떻게?”
“누가 이상한 제보를 해서 끌려간 모양입니다.”
여자의 말에 박천태는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한동안 불곰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더니 의외의 사건이 터졌다.
“혹시 누국 짓인지 짐작은?”
“제가 알기로는 백구만 사장이 경찰에 밀고한 모양입니다.”
“뭐로.”
“이집에 백구만 사장 부하들이 와서 행패를 부려 오빠에게 얻어터진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거꾸로 고발한 거죠. 정식 재판이 아니라 그냥 날건달이라는 이유로 끌려 간 거죠. 연줄이 전혀 없는 타지 사람이라 그냥 꼼짝 없이 당한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듣자 박천태는 머리가 아파왔다. 머리가 아픈 이유는 사실상 두 조직이 자기의 휘하이나 그것을 자기만 알고 있다가 보니 벌어진 불상사였기 때문이다.
미리 알았다면 무슨 방법이 있지만 지금으로는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박천태는 미안한 마음도 들어 인삼사고 남겨 두고 있던 200만원을 주며 말했다.
“이 돈은 내가 전에 불곰에게 소를 사기 위해 빌린 돈이니 그렇게 알고 받아서 써요.”
“정말요?”
“그러니, 나중에 돌아오면 우선 소 장사에게 연락부터 하라고 꼭 전하고.”
“알았어요. 고마워요.”
박천태는 호프집을 나와 공중전화로 가서 시장약국으로 전화했다.
“민 약사님 있어요?”
“누구세요. 사장님은 서울 학교에 가서 저녁에 오는 데요.”
“학교요?”
“예, 서울에서 대학원 다니세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박천태는 별수 없이 통화를 못하고 다시 근처의 다방으로 가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썩을, 돈 주기도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