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흑과 백 그리고 회색 6권>
역전당구장 옥상의 박천태 숙소에 밤이 깊어 불곰이 비상통로인 철제 계단을 통해 조용히 찾아 왔다.
“사장님, 다 받아 왔습니다.”
“그랬냐?”
현금이라 두 개의 가방에 나누어 넣고 가져 왔다.
“모두 다섯 명에게서 1억원 챙겨 왔습니다.”
“수고 했다.”
임동우에게 6천을 받고 다른 4명의 선생들에게서 각기 1천씩 받아 총 1억원을 챙겼다.
“사장님, 앞으로 저는 어떻게 하죠?”
“조용히 지내면 되는 거지. 왜 불안하냐?”
“조금 그렇습니다. 워낙 큰돈을 챙겨서.”
“너는 내가 시키는 데로만 하면 돼.”
두고두고 우려먹으려다 꼬리가 길면 잡힐 수도 있다. 지렁이도 밟으면 굼틀은 하는 법이라 오래 끌다가 경찰이 알 수 있으니 쉽게 마무리 해버렸다.
그래도 아직 우려먹은 임동우의 마누라는 남아 있었다. 나중에 필요하면 써먹기로 결정하고 이제 생긴 돈의 처리가 남았다.
“그 자식 마누라는 대전에서 선생질 잘하고 있지?”
“예.”
조직의 관리에는 이런 소득 배분으로 인해 꼭 말썽이 생긴다. 그렇다고 부하에게 너무 많은 돈을 주면 배가 불러 험한 일할 생각을 안 한다.
그래도 워낙 힘든 가정 형편도 있고 혼자서 돈 챙긴 공로는 인정해 줘야 한다. 또 돌볼 가족도 많다는 것을 감안해 박천태는 불곰에게 2천만원을 넘겨주며 말했다.
“이것으로 집으로 보내 논이라 사드려라.”
“감사합니다.”
“지금 살던 곳에서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기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봐서 곤란하다. 그러니 가까우면서 먼 타지로 이사해라. 어떠냐?”
잠시 생각하던 불곰은 도시로는 가서는 죽어도 못살게 생긴 가족들을 생각해 자기 생각을 말했다.
“부여의 석성 정도가 적당합니다. 논산과는 멀지도 않고 그곳으로 가면 동생들 전학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네가 그렇게 판단한다면 그렇게 해라. 그리고 논만 사지 말고 소를 사고 그래라. 그래야 내가 나중에 도울 방법이 있으니까. 무슨 말인지 아냐?”
“예, 압니다.”
박천태가 소 장사를 하고 있으니 소만 잘 키우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보게 돌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단 불곰은 이것으로 이제는 박천태의 완전한 심복으로 변했다. 그는 자기와 같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너는 따로 내가 살 길을 마련해 줄거니. 그 돈은 모두 식구들 몫이다.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잘 압니다.”
“앞으로 가족과는 소식을 끓어라.”
“예.”
이제 심복으로 변한 불곰은 더 이상 논산에 놔두면 위험했다. 그리고 어차피 터 잡고 살 생각인 대전으로 미리 보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별도로 200만원을 주고 지시했다.
“이돈 가지고 서대전에 미리 터 잡아라.”
“서대전요?”
“그래, 서대전 역전 근처에 하숙 정하고 당구장이나 기원 다니며 지리부터 익히고 기존 조직이나 있나 조사해라. 절대 쌈질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지내라. 무슨 말인지 아냐? 잠수 하라는 이야기다.”
“예.”
불곰은 지시를 받고 돈을 들고 옥상에서 나갔다. 이날 이후 불곰은 논산에서는 한 번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울러 그의 가족은 연무대 끝자락에서 새로 논을 사서 석성으로 이사했다. 인근 군이나 워낙 거리가 멀어 가까우면서도 먼 타지에 해당되었다.
사실 석성 십자가에서 살면 오히려 학교 다니는 통학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더욱 조건이 좋아졌다.
워낙 많은 돈을 여러 사람에게서 챙겼다. 관련 있는 사람은 외지로 떠나보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박천태는 채인화에게 다방 아가씨를 시켜 연락했다. 전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상월의 야산에서 만나 1천만원을 주며 말했다.
“인화야, 네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라.”
“꼭 떠나야 하나요?”
“그래, 어차피 촌에서 살아 봐야 미래가 없다. 그러니 이참에 떠라.”
“알았어요.”
채인화는 1천만원이란 거액이 어떻게 생긴 지는 대략 짐작이 갔다. 그래서 진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 돈이면 멀리 떠나도 가족은 지금 보다는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충분한 자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인화는 울먹이며 감격에 겨운 듯이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오빠! 앞으로 오빠가 시키는 일은 뭐든 할 게요.”
너무 고마워서 우는 채인화를 박천태는 다독였다.
“인화야, 너는 여고 졸업할 때까지 논산에 있어야 한다. 지금 떠나면 그 자식들이 너를 의심할 거니까.”
“그러네요.”
“만약 졸업 때까지 그 자식들이 논산을 조용히 떠나고 별 이상이 없으면 그 후에는 그냥 너는 논산에서 내 사업 도와주고. 무슨 말인지 아냐?”
“알아요.”
“너 편한 대로 하라는 거야.”
박천태는 그래도 미래를 조금은 아니 채인화에게 신신당부했다. 별로 아는 것이 없는 그로는 이런 말 이외에는 해줄 말이 없었다.
“인화야! 네 가족은 안산으로 가서 변두리에 반드시 논사고 땅 사서 집터 크게 잡게 해라. 공연히 사업한다고 실패해 힘들게 네 몸값으로 번 돈 날리지 말고.”
“예.”
“거기로 지금 가서 집과 논만 있고 비닐하우스 하며 채소만 부지런히 키워도 먹고는 살 거다. 무슨 말인지 알지. 그리되면 땅값 올라 나중에 어느 정도는 살게 될 거다. 너는 가족 떠나게 되면 내가 돈 줄거니 자취하며 조용히 학교나 졸업하고 그 후는 그때 생각하고.”
채인화는 이런 자상함에 그저 그대로 따를 생각이라 다부지게 말했다.
“알았어요. 큰 문제만 생기지 않으면 저는 그냥 논산에서 살죠.”
“그럼, 그렇게 해.”
결혼할 생각은 한 푼 어치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속궁합은 잘 맞은 채인화를 그냥 당장 내차기는 아쉬워서 하는 말이다.
나중에 논산을 뜬다고 해도 지금 잡은 터전은 그대로 둘 생각이다. 그런 재산에 대한 관리자도 필요한 입장이다. 그런 역할을 채인화에게 시킬 생각이다. 물론 하는 싸가지를 봐서 나중에 고려해볼 생각이다.
“네가 논산에 있으려면 부기는 조금 알아야 될 거다.”
“저, 부기 3급 주산 3급 되요.”
“그러냐? 알았어. 그런 실력이면 내가 어디라도 취업시킬 수 있겠다. 그래도 앞으로 글씨도 연습 더하고 아무튼 취업 준비는 해라. 몸매도 보기 좋게 좀 가꾸고.”
“알았어요.”
사건의 관련자인 논산의 선생 놈들이야 겁나서라도 논산을 쉽게 떠날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돈을 받고 합의하는 조건에 최대한 멀리 떠나는 조건도 붙어 있었다. 전주의 놈들이야 어찌 하던 타지니 그대로 방치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규 인사이동 시기도 아니나 임동우를 비롯한 두 명의 교사는 사표를 쓰지 않고 재주도 좋게 모조리 대전과 서울로 떠났다.
헤어지기 전에 그래도 1천만원 먹어서 그런지 채인화는 숲에서 소나무 잡고 엉덩이 까고 서비스 한 번 제공하고 옷을 추스르고 말했다.
“오빠, 나 그냥 버리지만 말아요.”
“너, 진드기 싫다고 했지?”
“알아요. 가끔 오빠가 저하고 하고 싶으면 하라는 거죠.”
“알았어. 좌우간 당분간은 연락도 하지 말고 처박혀 지내. 가족 무사히 떠나고 자취방 만들면 낮에 사무실로 전화해서 자취방이나 알려주고.”
“예.”
채인화와 헤어진 박천태는 필요한 조치를 내리고 조용히 축협을 다니고 있었다. 당분간 자제하며 부자 몸조심할 생각이다.
논산축협 사무실에서 박천태는 전과 달리 착실하게 원장 계수 확인과 그동안 조금 소홀했던 양축가 실태 조사를 위해 힘쓰고 있었다.
속 모르는 김오순은 다른 직원 모두 식사하러 나간 사이에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박 계장님, 요즈음은 구매계 회식 안하는 모양이네요.”
“못하지, 어디 공돈이 생겨야 술도 먹고 회식도 하는 거지.”
“에이, 계장님은 부자시니 그냥 사도되죠.”
“지랄하네, 너 간덩이 부었다. 내가 너 술 사주려고 힘들게 축협 다니냐?”
이런 소리에 김오순은 은근히 열은 나지만 그렇다고 증거도 없는 가랑이 더듬은 일로 소란 피울 수는 없었다.
‘씨발 새끼. 왜 사람 가지고 놀아.’
사무실에서의 노골적인 접근도 실패했다. 낙담한 김오순은 자기 자리에 앉아 공문을 타자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땜에 요즈음 그냥 잠도 못 자는데. 사람만 이상하게 만들고 씨발 놈이 꽁지 빼네. 덩치 값도 못하고. 왜 준다는데 처먹지 않는 거야.’
정신을 다른 곳에 쓰고 업무를 하니 오타가 계속 되서 열만 더욱 치솟았다.
‘아휴! 신경질 나.’
김오순은 두 번이나 나이트클럽으로 가서 약 처먹고 가랑이 더듬어지는 경우를 겪었다. 두 번째는 테이블에 앉아서 치마 속으로 들어온 박천태의 손가락은 맛있게 먹어봤다.
그날 이후로 김오순은 자기 손가락으로 계곡 주변을 어찌해서 조금 달래야 편하게 잠드는 요상한 여자로 변하고 있었다. 그러니 사람 변하게 만들어 놓고 10개나 되어 많기도 한 손맛도 안보여 주니 은근히 열이 안날 수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임시직이라 박봉이지만 과감하게 쓰기로 작정하고 박천태를 보며 물었다.
“박 계장님, 제가 이번 토요일에 부여 가서 술 한 잔 살까요?”
“부여?”
“예. 부여에도 술집 큰 곳 생겼다고 하던데.”
“나 요즈음 위장약 먹어. 그래서 술 못 먹는다.”
이러니 김오순은 더욱 열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는 손가락 더늠이 맛도 애걸해야 겨우 맛보는 그런 정도 여자라는 판정이 난 것이다.
입이 퉁퉁 부어 혼자서 무슨 말인지 계속 시부렁거린다.
은근히 착실하게 당분간 살려는 사람 버리려고 작정한 김오순을 보며 박천태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저년 보기보다 너무 밝히는 년이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당장 사무실서도 벗으라면 벗게 생겼어.’
아무래도 더 진도 나갔다가는 코가 낄 것이 분명했다. 박천태는 여직원 가랑이 더듬는 재미도 완전히 중단했다.
두문불출 사료 판매에나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장날에는 어김없이 소를 사고파는 소 장사는 계속하고 있었다.
사실 주변의 여자들이 박천태의 손맛이나 약 때문에 미친 것은 다가 아니었다. 이미 상당한 부를 이룬 그의 재력이나 축협직원으로 승승장구하는 그는 시골의 군에서는 최고 신랑감이니 여자들이 욕심내고 있는 것이다.
성경보 이사와 같이 합자로 운영하는 축사에는 이미 성우와 송아지를 포함해 100두나 사육되는 큰 규모로 변했다. 역전 다방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금이 모두 축산업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표면적인 노출 재산이 전부라고 해도 그는 상당한 부를 이룬 장래가 촉망되는 신랑감이 분명했다.
비위 좋은 조합원들은 자기 딸 가랑이 억지로라도 벌리고 넣게 해준다고 설쳐댄다. 중신한다고 시도 때도 설치는 접근 방식을 박천태는 그런 쪽으로 진실 되게 이해했다.
‘씨발 새끼들이야. 딸 가랑이 억지로 다리 잡아 벌리는 것도 아니고. 처먹기 싫다는데 공연히 생 지랄들이야.’
본시 근본 출신이 해결사에 조직의 행동대장이다. 정상적인 부모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모르니 모두 자기 편한 그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드디어 부산과 마산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박천태는 본래 배움이 많지 않다. 역사의 흐름 따위는 거의 모른다.
다만 부산 출신이라 부산에서 벌어진 부마사태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 그 핵심 인물이 거제도 출신 멸치 장수 아들로 나중에 대통령 해먹은 정치인이라는 정도는 안다.
‘전에 수훈이 형님에게 들은 그대로 역사가 흐르네. 그럼 1026터지고 1212터지고 다음은 서울에 봄이고 그 다음은 518이니 그것이 모두 끝나야 일본에서 돌아오시겠군.’
시대가 원역사와 같이 돌아가는지가 궁금한 박천태는 실로 오랜만에 역전약국으로 가게 되었다. 문옥지는 조제실에서 약을 조제하다 매우 반기고 있었다.
“어머나, 오빠, 진짜 오랜 만이네요.”
“그러네, 장사 잘 되냐?”
“덕분에 잘되죠.”
문옥지의 말에 박천태는 퉁명스럽게 응수했다.
“여기야 내가 수시로 보니 다 아는 거고. 대전 약국!”
“거기는 여기보다 더 잘되죠. 대전은 사람이 많은 데요. 아직 돈 안 받았죠. 제가 받아 줄까요?”
“아니, 그건 내가 직접 받는다고 이미 약속했으니 넌 신경 쓸 것이 없다. 그 대신 하나만 알아 봐 줘라.”
“뭐요?”
무슨 부탁할지 기대가 된다. 혹시 그것 달라면 오늘은 진짜 축복 받은 날이다. 온전하게 먹을 자신은 없지만 죽더라도 그 맛 한 번 더 보고 죽으면 여한이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짧은 순간이지만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박천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네 오라비인지 과거 너 처녀 따먹은 놈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 보안대 대위에게 전화해서 지금 보안사령관이 누군지나 확인해 봐라.”
“어머나, 말 정말 이상하게 하시네. 저 그 사람이 첫 사랑 아니에요. 첫 사랑은 오래 전에 죽었어요. 그리고 진짜 첫 사랑이야 당신이죠.”
“지랄하네. 전화나 빨리 해봐.”
“알았어요.”
전화를 해서 알아본 결과 전 사령관이 그대로 라니 역사는 국무총리가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달라진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래서 박천태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순자의 전성시대는 그대로 오는 모양이군.”
그 소리에 문옥지가 놀라 눈이 동그래지며 말했다.
“어머나. 오빠도 점집 다니는 모양이네.”
“왜?”
“요즈음 점집에서 유행하는 말이 그 말이죠. 앞으로 ‘순자의 전성시대’가 온다고요.”
“그러냐? 너 점집 자주 가나보구나.”
“자주는 역전 여인숙의 애옥이가 단골이죠. 그 애야 일주일에 한번은 가죠.”
박천태는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전부터 궁금했던 것에 대해 물었다.
“야! 너 애옥이 첫사랑도 죽고 네 첫사랑도 죽었다니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어머, 오빠는 그런 쪽으로는 머리 별로 잘 안돌아가는 모양이네. 그야 같은 남자니 그렇죠.”
“뭐? 친구가 동시에?”
“예, 그 애가 조금 위죠.”
“네가 먼저가 아니고?”
“그 애가 동작 빠르게 먼저 벗고 덤비는 바람에 저도 열 받아 벗고 줬죠. 제가 그 애보다 공부는 잘했지만 벗는 것은 조금 순발력이 느려서.”
박천태는 우선 시대가 그대로 흐른다니 조금은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변하게 되면 자기도 미래를 전혀 모르니 남들과 똑 같으니 별로 특별한 재주도 없으니 크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상태라 문뜩 처음 떨어진 칠갑산의 장곡사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가족은 안산으로 보내고 논산에서 자취하는 채인화를 달고 데이트 삼아 가볼 생각이다.
사무실에 돌아온 박천태는 홍정자에게 말했다.
“나, 나령리의 은산농장 들리고 바로 퇴근하니 그렇게 알고”
“예. 염려 마세요. 제가 다 처리 할게요.”
이런 지시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려고 하자 송용자가 급하게 말했다.
“박 계장님, 반야농장 사장님이 전화했어요. 한 번 농장으로 오시라고요.”
“이유는?”
“저야 모르죠.”
“알았어, 또 전화 오면 출장 갔다고 말해.”
“알았어요.”
박천태는 반야 농장은 가고 싶지가 않았다. 돈도 많아진 지금에 늙은 여자 비위 맞추기 위해 노력할 하등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 축협에서 자기를 함부로 하는 직원도 없고 사실 조합장도 설설 기는 처지니 그 여자는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박천태는 사무실에서 나왔다.
부아앙!
논산교에서 기다릴 채인화를 만나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떠나고 있었다.
논산교에 도착해 보니 채인화가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렸다.
“어! 이게 안와?”
하지만 채인화는 멀리 부여 쪽으로 사복을 입고 걸어가고 있었다.
“야! 타! 헬멧 쓰고.”
“예.”
이제 부자 몸조심이니 항상 헬멧은 뒤에 하나 더 달고 다니고 있었다. 주변에 위험 요소가 없어지자 다시 오토바이 헌팅을 해볼 요량이다.
‘이제 조금 먼 곳으로 가서 해 봐야지.’
이제 충남을 지나 가까운 전북으로 가볼 생각이다. 그거야 나중에 일이고 우선은 투자 많이 한 채인화부터 잘 써먹고 볼일이다.
그리고 박천태는 뿌리를 찾아가는 덕분에 또 다른 놀라운 사건과 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