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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그리고 회색-104화 (104/591)

104화

늦게 까지 고심하다 조금 일찍 일어나 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늦게까지 생각해도 그냥 요구하는 돈을 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돈을 주다 보면 끝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는 이, 힘에는 힘. 협박에는 협박.’

항상 작업 전에는 상복인 정장을 입는 버릇이 있다. 박천태는 검은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로 완전히 차렸다.

‘이것이 본래 내 모습이야.’

아주 원초적인 무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시장으로 가서 기물 점으로 향했다.

“아저씨, 저기 있는 회칼 두 자루 주세요.”

“알았어. 이거 일본제라 조금 비싼데.”

“두 자루 주세요. 회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줄 생각입니다.”

기물 점에서 날 길이가 40센티미터 두 자루를 샀다.

박천태는 아침도 먹지 못했다. 상설시장에서 오이와 가지 그리고 당근을 샀다. 제철이라 나온 수박 참외도 사서 양손에 가득 들었다. 가방상점에 들려 회칼 집도 만들어 양복 안주머니에 찼다.

택시를 타고 반야 농장으로 향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농장에 도착하자 마침 학교가려는 허윤희를 농장 입구에서 만났다.

“학교?”

“예, 미안해요.”

이런 말로 분명히 민화자의 단독으로 꾸민 짓이 분명했다. 허윤희는 이모의 위세에 눌려 동조하고 있는 형태다. 그러나 조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있었다. 성인이라 충분히 일의 후유증을 알면서 속수무책으로 동조 하냐는 것이다.

아무튼 두 사람 사이에는 박천태가 모르는 뭔가 비밀이 있어 보였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이미 끝장 볼 각오했으니 태연하게 응수했다.

“공부 잘해요.”

“고마워요.”

허윤희와 헤어지고 농장 안으로 들어섰다. 어제 안 넣겠다고 방방 뜨던 노란병아리만 축사에 가득 들어와 소리가 매우 요란했다.

삐약! 삐약!

어린병아리 사료를 노란 병아리들이 잘도 쪼아 먹고 있었다.

“썩을 년, 지랄해요.”

집안으로 들어와 현관에서 작게 외쳤다.

“민 여사님, 접니다.”

안에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박천태는 현관문을 드르륵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응접실에도 민화자가 없어 기웃 거렸다. 사온 과일은 식탁 위에 올려놓고 슬며시 안방을 열고 들여다보았다.

“헉!”

“어서와. 동생!”

회칼 차고와 목과 아래에 대충 박아 놓고 협박할 생각이었다. 졸지에 자기만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다. 황당하게도 넓은 침대에 민화자는 잠옷 바람에 부스스 일어나며 반긴 것이다.

‘이런 쌍년 보게. 이게 무슨 개수작이야.’

아무튼 방방 뜨지는 않아 상황이 약간 변했다. 하지만 침대에 다가가 앉으며 위압적으로 으르렁 거렸다.

“야, 너 지금 무슨 짓이야?”

“어? 너 이 새끼, 지금 감히 나에게 반말 하는 거야?”

“그래, 이년아! 너 나하고 장난 하냐? 어제는 조카 강간했다고 협박하더니 오늘은 늙은 네 년 따먹었다고 수작 부리려냐?”

“그래 이놈아! 어쩔래?”

참으로 대책 안서는 막장인 년이었다.

순간 박천태는 열불이 나서 양복 안에서 회칼을 꺼내 목에 들이대로 외쳤다.

“죽여줄까?”

“죽일 배짱 있으면 죽여 봐!”

시퍼런 칼이 목덜미에서 번뜩여도 눈 하나 깜작 안한다. 보통 강단이 좋은 여자가 아니었다. 더구나 코웃음 치며 외쳤다.

“지랄하네, 회칼 들고 찾아오고·······. 아무리 막장으로 산다지만 기본 상도도 모르는 철면피가 따로 없네.”

갑자기 이런 말에 박천태는 잠시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멍청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민화자도 약간 이상하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너 진짜 몰라?”

“내가 뭘 몰라? 공연히 시비 거는 너 때문에 머리만 아프구먼.”

박천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자 민화자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쌍! 이제 보니 그년 진짜 도둑년이네, 나에게 너를 넘긴다면서 돈까지 받아 처먹고.”

도대체 누굴 칭하는 소리인지 모르지만 어떤 넋 빠진 년이 자기를 민화자에게 소위 팔아 넘겼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민화자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나서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너, 홍삼 거기에 처박아 빼먹던 작업반장년 알지? 그년이 너를 나에게 고스란히 넘기기로 약속하고 내 돈 500만원 처먹었다.”

홍삼공장의 작업반장을 말하자 박천태는 순간 모든 사건에 대한 그림이 그려졌다.

늙다리 작업반장은 홍삼을 빼돌려 논산의 어떤 재력가인 여자에게 팔아먹고 있다고 했었다. 작업반장의 장물아비가 민화자라는 이야기다. 딸이 산다는 거제도로 떠나면서 그나마 몇 번 정사를 벌이며 좋다고 넘긴 300만원을 포함에 웃돈까지 민화자에게 고스란히 챙겨 떠났던 것이다.

‘그년 진짜 대단하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민화자는 물건 진짜 튼실한 놈하고 진하게 해볼 생각으로 집한 채 값을 스카우트비로 넘겨주었다. 더구나 힘들게 로비해서 축협을 넣어 줬다. 하지만 아무런 국물이 없으니 은근히 열불 났던 것이다.

여자는 늙을수록 다루기 힘들다더니 졸지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년들이 있었다.

박천태는 사건의 전말이야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늙은 여자의 종마 노릇은 사양하는 입장이라 단호하게 외쳤다.

“나, 그년이 돈 처먹은 것 하나도 몰라.”

어차피 오리발 내밀 것 자기 수중에 들어온 300만원도 모른 척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민화자는 시원시원하게 받아들이며 응수했다.

“알았어. 어차피 내가 잠시 미쳐 사기 친 도둑년에게 돈 때인 것이니 누굴 원망할 필요는 없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밖의 테이블에 과일을 사온 것을 보고 빙그레 웃는다.

“그건 그렇고 과일은 왜?”

“아침밥도 못 먹고 그래서 과일 먹어가며 네 년 반쯤 죽여 놓으려고 그랬다.”

“어린놈이 겁도 없네.”

졸지에 날이 시퍼런 회칼은 과일이나 깎는 과도가 되었다. 수박이나 자르고 참외나 깎게 되었다.

오이와 가지 당근이 여러 개 검은 비닐봉지 들어 있는 것을 보며 민화자는 이상해서 물었다.

“너 저런 과일 좋아하냐?”

“아니, 너 먹이려고.”

“나? 나는 저런 과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앞으로 좋아할 거야.”

계속 자기에게 반말로 응수하자 민화자는 그것은 싫다는 듯이 외쳤다.

“너 말 함부로 잘라먹는다.”

“그래, 그게 불만이냐?”

“지랄하네, 여자 하나를 제대로 건사 못하는 병신 새끼가.”

작업반장에게 죽게 무료 봉사만 했다는 식으로 조롱하는 소리다. 박천태가 보기에 민화자는 이쯤 해서 물러날 여자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년이 처먹고 나른 돈 대신에 자원봉사 해주기는 죽어도 싫었다.

늙은 여자에게 당하고 또 당하기는 정말 싫었다. 하지만 그래도 축협을 넣어 준 것은 확실하니 딱 그만큼만 값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계산하자.”

“무슨 계산?”

“네가 나 축협 넣어 준 것.”

“그래? 그럼 한번 해주려고?”

“자랄 하네. 욕심도 많네. 그냥 까고 누워봐. 비행기 태워 홍콩 보내 줄거니.”

민화자는 까고 누우라니 이게 서비스냐는 식으로 얼른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었다. 벌러덩 누워 양쪽 다리를 쩍 벌렸다. 박천태는 여전히 정장을 입고 우선 오이의 껍질만 얇게 깎아 얼굴이며 몸에 덕지덕지 붙여 놓았다.

사실 이런 동작을 납치한 사람에게 시도하면 진짜 겁나는 고문이다. 그러나 민화자 입장에서는 그저 오이 마사지 정도로 이해했다.

물론 처음만 그랬다.

수박을 넣어서 들고 온 두 겹의 나일론 줄을 천천히 풀었다. 양손과 발을 쩍 벌여 아주 빠르게 침대 모서리에 묶었다. 민화자는 느낌이 조금 이상해 물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흡~!”

말하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자 오이를 입안에 깊숙하게 처박았다. 너무 큰 오이라 입을 너무 크게 벌려 이빨을 세워 물어버리기도 곤란했다.

이어서 콧구멍에도 오이를 깎아 마게 끼우듯이 막았다. 귓구멍도 그런 식으로 틀어막았다.

숨쉬기가 매우 곤란해졌다.

민화자는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겨우 숨통을 트이고 있었다.

당근도 아주 깔끔하고 매끈하게 잘 깎아 놓았다. 껍질이야 민화자의 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다. 아니 붙이는 것이 아니라 몸 위에서 깎으니 아래인 배나 가슴 위로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있었다.

“으으으음.”

그제야 민화자는 너무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온 몸을 심하게 요동쳤다.

요동치는 민화자의 몸에 회칼이 아주 부드럽지만 살벌하게 춤추기 시작했다. 마치 몸의 손 털을 깍듯이 몸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흐윽!”

요동치던 민화자는 날카로운 칼날에 베일까 전신이 오글거리는 겁이 났다. 몸을 경직시키며 모든 신경은 칼끝이 스치는 부위로 집중하게 되었다.

배를 지나 가슴의 꼭지에 다다라 살살 문지르니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이제 나이 먹어 잘 오뚝 서지도 않던 굵은 오디가 벌떡 일어서며 탱탱해지고 있었다.

이쯤 되자 민화자는 그만 이것이 이상한 변태 행위가 아닌 고문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어렵푸시 느꼈다. 눈빛은 이제 두려움으로 떨리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박천태는 귀와 입 그리고 코에 박았던 마개를 빼고 입을 열었다.

“윗구멍은 다 먹어 봤으니 아래 먹어 봐야지.”

그 소리에 놀란 민화자가 놀라 외쳤다. 아래에는 구멍이 두 개고 그중 하나는 정말 과일 먹기가 어려운 곳이다.

“설마? 거기에?”

이건 아니다 싶어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으악! 사람!”

후다닥!

“흡!”

박천태는 아주 잽싸게 과일을 넣어온 검정 비닐봉지를 민화자의 얼굴에 푹 뒤집어 씌어 버렸다.

“으으으음!”

밀봉된 상태는 아니나 앞을 볼 수 없다. 크게 소리를 질러도 그저 작은 신음 소리 정도로만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박천태는 민화자의 몸을 약간 옆으로 돌리는가 싶더니 매끄럽게 깎은 당근을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푹! 펄떡!

“으음!”

깊숙이 항문 쪽에 박힌 당근으로 인해 민화자는 엉덩이를 적어도 10센티미터 이상을 침대 위로 펄쩍 튀기고 있었다.

그런 동작과 더불어 이번에는 앞에서 커다란 가지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퍽 들어박혔다. 말 그대로 이제 구멍이라는 구멍들이 모두 과일을 먹은 겪이다.

“이년아! 좋지!”

너무 고통스러운 민화자는 좌우로 고개를 흔들고 신음을 토했다. 박천태는 앞에 깊이 박은 가지를 더 깊숙이 찔러 넣으며 다시 물었다.

“싫어? 더 들어가야 좋아?”

민화자는 굻은 가지가 다 들어올 경우는 그곳이 온전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지금 들어온 가지보다 더 굵은 가지도 봤으니 아주 다급해졌다.

이런 괴이한 행동을 하고 박천태는 그제야 다시 비닐봉지를 벗겨 주며 말했다.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신 구멍 막기다. 이제 알았냐? 내 전직이 뭔지? 감히 너 따위가 나를 감히 가지고 놀라고 하다니.”

“천태, 한 번만.”

“지랄해요. 아직도 누가 상전인지 모르네.”

“그럼, 뭐라고.”

“큰오빠라고 불러라. 원래 내가 덩치도 크고 그것도 크니 너보다 뭐로 보나 상전이니 그게 제일 적당하다.”

빨리 벗어나야 하는 위기인 상황이다. 민화자는 나름 최대한 애교 섞인 코맹맹 소리로 다소 크게 외친다.

“큰오빠~앙! 한번만!”

“계속 그렇게 불러봐! 듣기 좋네. 안 부르면 다음 단계라는 거야. 너도 충분히 짐작할 거고.”

“큰오빠~앙! 큰오빠~앙!”

민화자는 정신 줄이 거의 나가 오직 큰오빠 소리를 외쳤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절박함이 생겨 계속하여 큰오빠 소리를 외치고 있었다.

이윽고 박천태는 가지 잡은 손이 큰오빠 소리와 동시에 위아래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 부르면 멈추고 부르면 계속되는 괴이한 시간이 30분 정도가 지나고 있었다.

그런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민화자는 어느새 공포감 보다는 계곡에서 피워 오르는 황홀함에 젖어 버렸다. 몸이 뜨겁게 타올라 고혹적인 신음을 토해 내고 있었다.

“큰오빠~앙! 더 더더더! 빨리! 하윽! 나 미쳐! 더 빨리~잉 큰오빠~앙!”

눈물까지 철철 흘리며 애원했다. 더구나 이미 한차례 절정에 다다른 상태였다. 그러나 계속된 행위로 인해 완전히 혼이 나가고 있었다.

감창소리나 큰오빠 소리가 조금만 덜하면 어김없이 회칼이 자극을 가했다. 가장 예민한 계곡 주변이나 가슴의 돌기 등이다.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새로 발견된 감전 스위치인 옆구리를 회칼로 살짝 찌르고 있었다.

“아아앗!”

날카로운 칼끝의 싸늘한 촉감에 놀라 신경을 자극하며 꺼지려던 불길이 다시 피워 오르고 있었다.

민화자는 짜릿한 시간을 보낸 지 벌써 2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이제는 밑에서 한없이 품어져 나오던 계곡 물도 너무 가물어 메말라버린 상태가 되었다. 이제는 엉덩이를 흔들며 요분질할 힘이나 어떤 기력도 없이 쭉 펴져 그나마 남은 의식하나로 애원했다.

“큰오빠! 이제 그만, 나 충분하다고.”

“정말? 원 없이 한 거냐? 과일도 자주 먹어봐야 맛있는 거야.”

“큰 오빠~앙! 나 과일 오늘은 그만 먹고 싶어. 다음에 먹을래. 응! 큰오빠~앙.”

이제야 거의 온전하게 세뇌 수준에 다다른 것을 알고 박천태는 회칼로 다리와 팔에 묶인 끈을 잘라 주었다.

와다닥!

몸이 자유로워진 민화자는 급하게 박천태의 몸을 감싸 안으며 몸을 파르르 떨며 외쳤다.

“큰오빠~앙! 제발 손으로 라도 딱 한번만.”

어지간한 여자는 이쯤에서 너부러져서 펴지는 것이 정상이다. 너무 오래 굶어서 그런지 아니면 타고난 색녀라 그런지 모르나 민화자는 마지막 한 번을 원하고 있었다.

“한 번에 다 재미 보면 나중에 너무 시시해져 그러니 오늘은 이쯤 하자고.”

“정말? 큰오빠! 다음도 있다는 거지.”

“너 하는 것 봐서. 너도 양심이 있으면 거울보고 이야기해라.”

박천태는 아직도 남아 있는 수박을 맛있게 먹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다른 사람 눈도 있으니 앞으로 다른 사람 있을 때는 큰 동생이라고 불러. 나는 남이 있을 때는 큰누님이라고 부를 거니.”

“알았어! 큰 오빠!”

그래도 요런 정도는 풀어줘야 된다.

박천태는 이제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일어나려고 하자 민화자는 급하게 말리며 말했다.

“큰오빠~앙! 밥은 먹고 가야지. 나 소 갈비 재워 놨는데.”

그 소리에 박천태는 다시 침대에 그냥 주저앉았다. 민화자는 급하게 주방으로 뛰어 나가다 화들짝 놀라 외친다.

“너 학교 안 갔냐?”

“예, 이모!”

“잘 왔다. 이모부와 같이 밥 먹자.”

어떤 밀약이 있었는지 아니면 어린조카가 너무 바보라 그런지 모른다. 아니면 너무 임기웅변이 능하고 철면피라 그런지는 모르나 박천태를 이모부로 부르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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